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 SNS부터 에세이까지 재미있고 공감 가는 글쓰기
이다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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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당황스러웠다. 뭐랄까, 평소에 늘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이러이러한 방법이 좋다는 자기 확신이 없는 채로 쓴 글 같다고 해야하나. 이 책을 위해 만들어진 방법의 느낌이었다. 얼마전에 읽었던 '이현' 작가의 [동화 쓰는 법]이 자연스레 떠올랐는데, 이현 작가의 책에서는 작가가 분명히 알고 있고 또 확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깨닫고 그걸 본인이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는 느낌. 그러나 이다혜의 책에서는 그런 게 없고 스스로도 자신이 말한 방법을 딱히 자신이 쓰는 것 같은 느낌도 아니라 내 경우엔 글쓰는 데 별 도움 안되는 책.


무릇 책이란 언제나 읽는 자의 몫이려니,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좋은 쓰기 방법 책이 될 수도 있을 터. 그러나 내 경우엔 글을 잘 쓰기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이현 작가의 책을 추천하겠다.


이 책에서 글을 잘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딱히 얻은 건 없지만, 좋은 책들에 대해서는 많은 정보를 얻었다. 다이어리에 몇 권 메모해두었고, 오늘은 그중 한 권을, 다른 책들을 사면서 구매했다. 이다혜 작가는 글을 쓰는 것 보다는 책에 대해서 말하는 쪽이 더 매력적인 것 같다. 본인도 그걸 더 좋아하는 것 같고.









방법1. 장소만들기
식탁일 수도 있고 커피숍일 수도 있다. 여기 앉으면 글 쓰는거야, 라고 생각하는 작업실을 만든다. 물론 이렇게 커피숍에 가서 영원히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을 수도 있지만, 안 돼! 그러면 안 된다! - P44

인간관계가 좋은 편은 아니라고 자평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좋은 것을 좋다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는 않는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멋진 성취에 대해서라면 칭찬하는 말을 고르고 골라 전한다. 책이나 영화에 대해 쓸 때도 마찬가지다. 좋을 때는 좋다고 헌신적으로 말하도록 노력한다. 어떻게 하면 흔하지 않은 찬사를 보낼 수 있을까 진심으로 고민한다. - P109

지금의 나를 가장 고통스럽고도 기쁘게 만드는 일은, 재미있는 소설을 만나는 일이다.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해 밤늦게 새벾까지 읽어 끝을 본 뒤 어디로든 힘껏 달려가고 싶은 기분에 빠진다. 책 한 권이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든 것처럼. 지저분한 방을 싹 뒤엎고 새로운 무언가를 도모해보고 싶은 마음, 누군가의 마음을 이렇게 움직이는 글을 쓰고 싶은 마음,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 온통 뒤범벅이 된다. 있는 힘껏, 내가 무엇이 될지 한번 시험해보고 싶다는 마음. 아주 좋은 책과 아주 좋은 여행이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보통의 책과 보통의 여행도, 나쁜 책과 나쁜 여행도 나를 조금씩, 하지만 영구적으로 바꾸어놓는다. 그리고 알게 되는 것이다. 좋고 나쁨을 말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리라고. 나빴다고 생각한 일이 나중에 더 좋은 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을 구경하며 깨달은 것을 내가 경험으로 배운다. - P125

학생들에게 말할 기회가 생기면 꼭 하는 당부가 있다. 악플을 쓰지 말라고. 당신이 쓴 글을 세상 누구도 안 읽을 수 있지만, 당신 자신은 읽는다. 그 말은 다른 사람에게 향하기 전에 당신 자신을 향한다. 물론 악플을 쓰지 말라는 이유는 몇 가지가 더 있다.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벼르는 재능은 없느니만 못하다. 남이 어떤 말에 아파할지 궁리하며 에너지를 쓰지 말자.
악플러를 잡고 보니 가까운 사람이더라는 경험담을 듣게 되기도 한다. 아는 사람에 대해 익명으로 악플을 단다는 말이다. 잘되는 게 배가 아파서, 하는 짓이 기분 나빠서, 혹은 그냥 날이 궂어서. 그런 이들은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뾰족한, 아프게 하는 악플을 달기 마련이라, 고소하고 보면 아는 얼굴이라는 말이다. 로버트 그루딘은 [당신의 시간을 위한 철학]에서 "범죄 가운데 가장 만연하고 많이 재발하면서도 좀처럼 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이 근거 없는 헐뜯기, 즉 중상이라는 달콤하고 사교적인 공격이다"라고 말했다. - P131

나는 내 글의 첫 독자다. 이것은 많은 작가들이 글을 쓰는 멋진 이유가 된다. 내가 읽고 싶은 글이 세상에 없어서 내가 쓴다. 남이 읽어주는 것은 그다음의 행복이다. 일단 쓰는 내가 느끼는 즐거움이 존재한다. 쓰고자 하는 대로 써지지 않는 고통이 있고, 그래서 퍼붓는 노력이 있고, 더디지만 더 나은 형태의 결과물을 만들어간다. 남이 알기 전에, 그 매일에 충실한 나 자신이 먼저 안다. 나는 내 글의 첫 독자다. - P133

어떤 일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상처에 대해 쓸 수 있다는 말은 상처를 잊었다는 뜻이 아니라 상처와 함께 사는 법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이다. 당신이 도저히 글로 옮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 일을, 언제가 되면 글로 옮길 수 있을까. 서두르지 말자. 이것은 이기고 지는 배틀이 아니다. - P157

나는 타인을 공격하는 자유를 보호하기보다는 부당하게 공격받지 않는 권리를 먼저 보호하자는 주의의 사람이다. 의도와 무관하게 ‘그러하게‘ 읽힌다면 글을 잘못 썼을 가능성이 높다. 글을 써놓고 글쓴이의 의도를 따로 구구절절 설명해야 한다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글을 잘못 썼다.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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