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진과 김혜수가 출연하는 영화 『좋지 아니한가』에는 여고생 딸을 둔 여자가 나온다. 이 주연 가족 구성원들중 '엄마'인데, 이 여자가 어느날 동네에서 키가 크고 잘생긴 청년과 마주치게 되고, 그 총각에게 설레임을 느끼게 된다. 이 총각은 그런 아주머니에게 잘대해주었고, 이 아주머니는 차츰차츰 이 총각에게 끌리게 됐는데, 어느 하루는 이 남자가 전화를 걸어 자기랑 여행을 가자고 하는거다. 그때 이 아주머니는 '여자'가 되어 -크!- 아니, 자신이 여자란 사실을 지나치게 당연히 자각하고, 캐리어에 짐을 싸서는 집을 나와 남자에게로 간다. 으- 그런데 그를 만나러 간 곳에서 여자를 기다리고 있는 건 커다란 버스였고,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여자의 손에 들린건 커피였다. 그 키가 크고 잘생긴 총각은, 단순히 커피를 팔기 위해 이 여자에게 접근했던 것. 아, 나는 이 장면이 진짜 너무 슬퍼가지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커피를 사가지고 오긴왔으되, 이 여자네 집엔 커피메이커가 없었다. 그러니 이 커피는 무용지물. 그런 그녀는 컵(이었나 밥그릇이었나) 위에 키친타올을 올리고 뜨거운 물을 부어 커피를 내려마신다. 혼자 그 커피를 마시면서 그녀는, 그 총각때문에 설레이던 그 순간들을 후회했을까? 어쩌면 후회도 했겠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짧은 순간의 설레임을 떠올리며, '그건 진짜였을텐데', 라는 생각으로 추억에 잠겼을런지도 모르겠다. 암튼 재미있는 영화였다.
연차를 내고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엄마의 환갑을 기념하여 괌에 간 것인데, 아빠 엄마 남동생 나, 이렇게 넷이 한 객실에서 자기 위해 나는 침실이 두 개 있는 커다란 리조트의 객실을 예약했고, 그렇게 예약한 객실 안에는 커피 메이커가 있었다. 엄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했지만 커피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 나중에 밥 먹으러 가거나 외출했을 때 사 마시자, 라고 말했었는데, 리조트 안의 마트에 가니 분쇄된 원두 커피가 있는게 아닌가. 한 손 사이즈 정도라 사는데 크게 부담도 없을 것 같아 나는 마트에서 그 커피를 샀다. 그리고 객실안에 들어왔는데, 커피를 내리려고 보니 으음, 여과지가 없네? 그때 바로 저 영화가 떠올랐다. 객실안 부엌에 키친타올은 있던 터라, 그래 한번 해보자 싶었다. 그래서 키친타올을 뜯어 커피메이커 안에 넣었다. 물이 부어지고 커피가 내려지면 아마도 찢어져 커피 안으로 키친 타올이 지저분하게 섞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면서 한번 해보았다. 그러면 버릴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그런데, 오!!!! 키친 타올이 찢어지지 않은 채로 커피가 내려졌다. 꺅 >.<
엄마는 맛있게 커피를 마셨고 연신 좋다고 하셨다. 크- 영화를 보면 이렇게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됩니다. 응??
우리 더 많은 영화를 보고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노래를 들읍시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어느 가게 앞을 지나는데-화장품과 기타 물품을 파니 '올리브영'이었나-, 김우빈의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 아마도 화장품 광고 같았는데 거기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당신의 남자친구를 나보다 더 멋지게' .
야.
화장품 하나 바꾼다고 너보다 더 멋져지냐. 그럴거면 기꺼이 바꿔주겠지. 어디서 막말을 해, 왜 막 던져 이새꺄.
참 말이 안되는 광고라고, 여자들한테 남자친구 화장품 선물하라고 충동질 할라고 만든 광고인건 알겠는데, 뭐 이건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되잖아. 어떻게 너보다 멋져지니, 어떻게 너보다 더? 응?
그렇지만 그 '멋지다'는게 어떤것인가, 하고 생각해보니, 내게는 '외모'가 아니었다. 잘생긴 남자를 '잘생겼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말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잘생겼으므로 멋지다'로 자연스럽게 귀결되어지지는 않는다. 잘생겼지만, 그저 잘생겼을 뿐. 그것이 내게 매력으로 다가온다거나 '멋지다' 라는 느낌을 주는 건 아니라는 것. 실제로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과 대화를 해봐야 한다. 그 대화의 내용과 방식들은 조금더 깊고 진중한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고, 대화를 나누는 동안의 그의 태도도 매력에 크게 작용한다. 그가 잘생긴것과는 별개로 그가 어떻게 내 눈을 바라보는지, 그가 어떻게 웃는지, 그가 어떤 손동작들을 하는지, 그가 어떻게 고개를 숙이는지, 그가 어떻게 물을 따르고 어떻게 젓가락질을 하는지 등등. 잘생겼는데 개매너를 가지고 있다면 그 남자에게 결코 '멋지다' 라는 말을 할 순 없는 게 아닌가. 또한 그 남자의 냄새도 중요하다. 당연히 그로부터 좋은 향기가 난다면 그건 '멋지다'는 것을 구성하는 큰 요인이 될텐데, 크, 나는 진짜 남자가 향수 뿌리는 게 너무 좋은거다. 그러니까, 왜이렇게 김우빈부터 냄새까지 이르게 된것이냐 하면,
괌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는 남자 승무원들이 있었다. 그중 유독 눈에 띄는 남자 승무원이 있었는데, 반팔셔츠 아래로 팔근육이 두근두근하게 만든 것. 사실 우리쪽 라인이 아니라 다른 쪽 라인의 남자 승무원이 더 '잘생겼'지만, 내쪽 라인의 남자 승무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거다. 이 매력은 그러다 한순간 쐐기를 박게 되는데, 하아-, 내 옆에 앉아서 나랑 무슨 대화를 했지, 뭔가 얘기를 하는데, 하아- 향수 냄새가 진짜 완전 짱좋은거다. 아 제기랄. 계속 말시키고 싶은데, 그러면 너무 티나잖아. 꾹 다물고 아무런 말도 더이상 시키지 않았지만, 유독 그 남자 승무원이 지나갈때마다 너무 좋은 남자 향수냄새가 나서, 붙잡고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 되었던 거다.
향수 뭐 써요?
라고. 그렇지만 물어서 뭐? 어쩌라고? 그 다음은? 물어서 그 향수가 어떤건지 알게되고, 그걸 내 돈 주고 살 수는 있겠지. 그 다음은? 사서 뭘 어째? 아무 의미 없다. 다 부질없는 짓. 그러나 그가 내 옆을 지나칠때마다 나는 그 향기에 현혹되어 흥분이 좀처럼 잠재워지질 않아, 하는수없이 남동생에게 계속 말했다. 야, 저 남자 지나갈때 향기 너무 좋지 않아? 야, 저 남자 지나갈때 완전 남자 향기 나지, 야, 저 남자 지나갈 때 냄새 너무 좋아.... 그때 날 보던 남동생의 눈빛....................
갑자기 그 생각이 난다. 남동생이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내 얘기를 이러쿵저러쿵 하게 됐는데, 그때 남동생의 친구들에게 입력된 정보는 싱글, 과장, 책읽고 쓰기 등이라 뭔가 근사한 캐릭터가 만들어졌는가보다. 그 친구들은 내 남동생에게 '니네 누나는 남자한테 관심이 없구나' 라고 했다고. 그래서 남동생이 대답했다고 한다.
야, 장난 아냐. 남자 겁나 좋아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놈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나는 체통을 지키기 위해 그 남자승무원을 붙들고 향수 뭐 쓰는지 물어보거나 하지 않았다. 그저 수많은 승객들중의 1人이 되어 꾸벅꾸벅 졸았을 뿐....책 펴놓고 졸았..............인생은 그런 것이니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찌질한 모습이 있고 나에게도 역시 찌질한 면이 있다. 멋있었던 사람이 한순간에 찌질해지기도 한다. 나는 사람들이 연애를 하면서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연애에만 주구장창 매달리는 사람을 딱히 좋아하진 않는다. 어느 하나에 아주 크게 집중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유일하다면, 내가 집중하는 그 무엇이 없어졌을 때 내가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니까. 또한 사랑도 건강하게 하고 이별도 건강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함께 행복하게 지내다가 이별을 할 때, 어떻게 뒤돌아 아무일도 없다는 듯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겠냐마는, 그래도 한순간에 찌질이로 변모해 사랑했던 순간과 사랑했던 사람을 추하게 만들지는 말아야 하지 않나. 왜 헤어지고나서 이렇게 더 상대를 또 자신을 아프게 하나. 아직 다 읽지 않았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의 '글란 중위'는 진짜 짜증나는 스타일이다. 그가 사랑에 빠졌을 때, 그때는 이런 남자였다.
"너는 나한테 과분하지만, 네가 나를 갖게 된 게 고마워. 하느님이 너한테 보답해주실 거야. 나는 네가 가질 수도 있었던 수많은 남자들만큼 훌륭하지는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네 거야. 영원히 죽지 않는 내 영혼에 맹세코, 완전히 네 거야.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눈에 눈물이 고여 있군." (p.53)
아, 이토록 달콤한 말이라니. 내가 만약 이런 말을 듣게 된다면, 나는 내 사랑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남자, 이렇게 말하는 남자가 내게 있다니, 나는 정말 제대로 사람을 골랐군, 하고 말이다. 그러니까 이 말을 들었던 여자, 에드바르다 역시 나랑 같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느님이 보답해주실 거라는 말이 너무 멋지게 들렸어요. 당신 말은 ‥‥‥ 오오, 당신을 너무나 사랑해요!"
갑자기 그녀는 길 한복판에서 내 목을 끌어안고 열렬히 입을 맞추었다. (p.54)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상황이 변했고, 글란 중위는 자신을 사랑하는 다른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랑은 누가 듣기에도 누가 느끼기에도 진심이 아님이 드러난다. 그리고 이 글란 중위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는 다른 여자 '에바'에게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에 대해 흉을 본다.
"에드바르다가 아직 말하기를 배우지 못했다는 걸 믿을 수 있어? 에드바르다는 꼭 어린애처럼 말한다니까. '나보보다 행복하다'고 말하는 식이지. 그렇게 말하는 걸 내가 직접 들었어. 에드바르다의 이마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난 아니야. 꼭 악마 같은 이마를 가졌지. 그리고 에드바르다는 손도 안 씻어." (p.113)
이 병신은, 과거의 여자 흉을 보면 현재의 여자가 '오, 그는 이제 그녀를 흉보는 군, 좋아좋아!' 라고 할 줄 알았던건가? 그녀의 대답은 이렇다.
"하지만 에드바르다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p.113)
하아- 나는 이 남자주인공이 싫다. 마음에 들질 않는다. 그러나 이해가 된다. 그게 짜증나..그건 어쩌면 내 안의 찌질성 어느 한구석과 맞닿아 있기 때문일런지도 모르겠다. 그가 인적이 드문 곳에 살면서 만나게 된 여자를 사랑하게 된 게, 정말 사랑인지도 잘 모르겠고, 그토록 달콤해졌다가 그토록 멍청하고 찌질해지는 것을 보는 게 정말이지 유쾌하질 않은 거다. 그는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렇지만 이 세상 누구나 다,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성숙해지는 법. 다시 말하지만,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아 더 뭐라 말할 순 없지만, 나는 그가 이번 일을 계기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미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렀다. 과거의 사랑에 연연해하고 건강하게 지내지를 못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야 만다. 그것은 그저 '잘못'이나 '실수'라고 말해버리기엔 너무나 큰 것. 그리고 자꾸, 자신을 '현재' 사랑하고 있는 에바에게 상처를 입히잖아. 자신을 사랑해서 고통을 감수하려고 하는 여자에게 너무 상처를 입혀.
에바가 물었어. '이따금 나를 생각하세요?' 내가 대답했지. '그럼 항상 생각하지.' 에바가 다시 물었어. '나를 생각하는 게 당신한테 기쁨을 주나요?' 나는 대답했지. '완전한 기쁨을 주지. 기쁨밖에는 아무것도 주지 않아.' 그러면 에바가 말했어. '당신 머리카락이 백발로 변하고 있어요.' 그러면 나는 대답했지. '그래, 백발이 되고 있어.' 하지만 에바는 물었어. '당신 머리가 백발이 되는 게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 때문인가요?' 그 질문에 나는 대답했지. '어쩌면 그럴지도.' 마지막으로 에바가 말했어. '그러면 당신은 나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에요‥‥‥.' (p.152)
하아-
나는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저런걸 물어볼 수 없다. 당신은 이따금 나를 생각하세요? 라고. 아니, 라는 말을 듣기도 겁나고 '응 널 생각해' 라고 말을 하는데 그의 눈은 다른 말을 할까봐 듣고 싶지 않다. 어떤 말들은, 그 말의 달콤함에도 불구하고 듣고 싶지 않은 법. 백발이 되고 있는 젊은 남자의 눈을 보며 이따금 나를 생각하세요, 라고 묻는 에바를 생각하니, 정말이지 가슴이 찢어진다. 그녀의 손을 잡고 그로부터 달아나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당신이 그로부터 달아나면 당신은 더이상 슬프지도, 힘들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을 거에요, 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사랑은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내리는 것. 그 누구도 다른 이의 사랑에 뭐라 말할 수 없는 게 아닌가.
글란 중위는 아직 철들지 않았다. 그는 무모했고, 쉽게 사랑에 빠졌으며, 자신이 아프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했다. 그의 판단은 어리석었고, 나는 그런 약하고도 어리석은 모습이 정말이지 마음에 들질 않는다. 달콤한 사랑의 말들로 가득찬, 자연에 대한 찬사로 가득찬 이 아름다운 문장들이, 결국 어떤 이야기로 이끌고 갈지 궁금하다.
에바가 내 옆에 있다면 내가 좋은 술친구가 되어주었을 텐데.. 우리, 좋아하는 혹은 좋아했던 남자에 대해 신나게 씹어대자고, 술을 따라주며 호응해줄텐데. 그러나 에바, 당신은 거기 있고 나는 여기 있습니다.
좀전에 다른 부서에 서류를 가져다 줄게 있어 갔다가 내가 서류를 잘못 가지고 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내 실수를 얘기하며 말했다.
어휴, 외국 생활을 오래하니까 한국에 적응이 안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직원들이 모두 빵터졌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연이어 말했다.
입만 열면 영어가 나올라고 하지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직원들이 한 번 해보라고 했지만, 모두 한국인 직원들이니 나는 꾹 참고 영어를 말하지 않았다. (응?)
괌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 내 뒷자리에 앉은 부부는 국제커플이었다. 여자는 한국 여자고 남자는 외국인(국적 모르겠음) 이었는데, 두 딸아이가 정말 너무 예쁜거다. 진짜 예뻐. 그래서 갑자기 국제 결혼에 대한 욕망이 생기는 거다. 나도 외국인과 결혼해서 저렇게 예쁜 아이 낳고 싶다, 라는 그런 욕망. ㅋㅋㅋㅋㅋ 우리 조카야, 운 좋게도 한국인 부부사이에서 어여쁘게 태어났지만, 제기랄, 그렇게 누구나 다 운 좋으란 법은 없으니까. 예쁜 아이를 낳으려면 국제 결혼을.....하고 생각하다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자고 다시 마음 먹었다.
괌에서 가장 좋았던 리티디안 곶. 이 해변은 정말 아름다워서 도착하자마자 꺅꺅 소리를 지르며 흥분했더랬다. 내가 살면서 봤던 바다중 가장 아름다운 바다. 아빠도 엄마도 남동생도, 이런 바다는 진짜 처음이라며 아주 기억에 오래 남을 거라고 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투몬 비치 대신, 남동생과 나는 여기저기 검색해보고 책을 뒤져보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외진 곳의 '괌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 라고 불리는 리티디안 곶으로 간건데, 와, 진짜 잘한 선택이었다.
엄마는 신나서 뛰어다니셨고,
남동생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꼭 인절미 콩가루 같은 느낌이라며 엄마와 나는 모래에 발을 푹 담갔고(왼쪽이 내 발)
이 바다를 배경으로 나 역시 셀카라는 걸 찍어보자며 깝죽거렸다.
펑! (사진 내림)
흥분해서 모래사장에 누군가의 이름을 적기도 했지만, 이건 평생의 비밀로 간직하기로 했다.
다른 해변으로 이동해 사랑의 절벽에 올라 많은 연인들의 사랑의 증거를 보았고,
그 높은 절벽의 전망대에서 밑의 바다를 내려보며 무서워서 꼼짝도 못하고 빙글빙글 도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 마주친 저녁무렵의 해변도 근사했지.
아...삼겹살 먹으면서 남자 욕하고 싶다....... 그런게 진짜 삶인데....그런게 멋진 삶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