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호 <정희진의 오디오 매거진>을 듣는데, 쌤이 아줌마로 불렸던 일에 대해 언급하셨다. 쓰레기를 버리러 갔는데 '아줌마'라고 누군가 세 번이나 불렀고, 그동안 그것이 본인을 칭하는 말인지 알지 못했다는 것. '저 부르신 거예요?' 했더니 상대는 '여기 아줌마 말고 누가 또 있어요?' 했다는 거다. 쌤은 세 번이나 아줌마로 불리는 동안 그것이 자신을 칭하는 말임을 알지 못한 것은, 본인이 스스로를 아줌마로 정체화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선생님의 이 에피소드에 크게 동의했다.


2주전이었나, 주말에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가는데 누군가 내게 길을 묻기 위해 부른 호칭이 '아줌마' 였다. 아줌마, 하는데 나 역시도 그게 나를 부르는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두 번이나 더 불린 다음에야 쳐다봤고 그것이 나를 칭하는 것임을 알게 됐다. 물음에 답을 해주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이 일을 얘기하며, '그런데 엄마, 나 아줌마 맞지 뭐' 했더랬다. 엄마도 '그치, 너 아줌마지' 라고 하셨다.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낮추어 부르는 말인데 어느 정도 나이 있는 여성을 대부분 아줌마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내가 어느 정도 나이 있는 여성인만큼 나 스스로를 아줌마로 정체화하는 것도 이상할 일이 아니건만, 나는 나를 그렇게 생각해본 적도 없고 누가 나를 그렇게 부를 거란 생각도 해본 적이 없는 거다. 그것은 내가 겉보기에 20대로 보인다거나 해서가 아니라, 아가씨로 불리고 싶다거나 해서가 아니라(아저씨처럼 보임), 내가 아줌마로 불릴 일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아줌마로 불릴만한 상황에 내가 놓였던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 평일에 나는 직장에서 직급으로 불린다. 직장에서 아무도 나를 아줌마로 부르지 않는다.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이름으로 불린다. 아무도 나를 아줌마로 부르지 않는다. 가족들을 만나도 마찬가지. 나는 이름으로 불리거나 언니, 누나, 이모, 고모가 된다. 나는 아줌마로 불릴 일이 별로 없는 시간들을 보내왔다. 그러니 그 호칭은 내게 익숙하지 않다. 만약 내가 직장을 그만둔다면, 그러면 나는 더이상 직급으로 불리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그 때는 평생 들었던 말보다 더 많이 아줌마라는 호칭을 듣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길을 지나가면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알게 뭔가. 한 직장에서 어떤 직급을 가진 사람인지, 누군가의 고모인지 이모인지, 그걸 알게 뭐야. 그냥 아줌마 1 이겠지. 아니면 아기엄마 1 이거나. 한 번은 거래처에서 아이는 어떡하고 출근하시냐는 물음을 듣기도 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비혼이에요' 라고 답했더랬다. 상대가 크게 당황했다. 



요즘은 회사가 새로운 일로 크게 바빠 나 역시도 정신없이 일하고 있고 그러는 틈틈이 자꾸 새로운 사람들과 명함을 주고 받으며 미팅을 해야한다. 어제 오전에도 그렇게 미팅을 하나 끝냈는데, 오후에 다른 부서의 팀장이 전화를 걸었다. 안바쁘시면 잠깐 내려와달라는 거였다. 무슨 일이세요? 물으니 거래처에서 직원이 왔는데 나한테 인사하고 싶다고 했다는 거다. 평소 나 역시도 그 거래처 직원과 통화를 자주 했던 바, 그렇다면 나 역시도 인사를 하러 가야지, 하고는 명함을 챙겨 들고 갔다. 그런데,


앗!!


거기엔 내가 아까 '저 사람은 누굴까?' 했던, 바로 그 사람이 있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다른층의 접견실에서 주로 미팅이나 회의가 이뤄지고 나 역시도 오전에 거기서 미팅을 했던 바다. 그런데 오후에 내려갔더니 거기에 헬스 트레이너로 짐작될만한 훈남이 혼자 앉아있는 게 아닌가. 저렇게 젊은 훈남이 누굴 만나러 여길 온걸까? 갸웃하며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갔던 터다. 그런데 내가 늘 통화하던 바로 그 사람이었고, 나한테 인사를 하고 가겠다는 사람이 그 사람이었던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 나는 접견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며 그분의 이름과 직함을 불렀고, 그 분과 반갑게 인사했다. 사실,


그동안 통화하면서 딱히 막 기분 좋았던 적은 별로 없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 별로야 … 늘 생각했던 사람인데, 막상 만나서 인사를 하고 보니 앞으로 통화를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 ㅋㅋ 내가 어제 쓴 것처럼, 내가 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합'이란 것은 실체로 만났을 때를 전제한다(미아가 고개를 옆으로 휙 돌리면 공기의 움직임이 느껴져요. 저는 미아를 보고, 듣고, 만지고, 그녀의 체취를 맡는 것, 이 모든 것을 동시에 할 수 있어요. 미아는 실체예요.). 글로만 보는게 아니라, 통화로만 보는게 아니라, 실체로서의 너와 나. 그래야 너의 에너지와 나의 에너지의 합을 알아볼 수 있는 거다. 아, 그렇다고 내가 그 잠깐 동안 뭐 그 사람과 합이 조화를 이뤘다던가 하는 건 결코 아니고, 만나고 나니까 그동안 통화를 하면서 품었던 어떤 부정적인 느낌이 좀 사라지는 것 같았다. 역시 사람은, 만나야 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이 직장에서 이토록 오래 근무하면서 같은 직장에 들고나는 사람들과 외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런 트레이너 체형 처음 봅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사둔지는 오래된 터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읽을 수 업을 것 같아서 미루기만 했던 책. 그런데 며칠전에 트윗에서 이런 걸 본 거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미국에서 한 프로그램의 열혈 시청자가 뜬금없이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에 대한 트윗을 했는데, 어쩐 일인지 그게 이슈가 되어 신간도 아닌 이 책이 아마존 전체 순위 3위까지 올랐고, 작가도 그 트윗 유저에게 감사하고 있으며, 이걸 번역한 위의 국내 트윗 때문에 알라딘에서도 순위가 올랐다는 것. 

처음 트윗은 이것.




이 책 읽어본 사람들은 다들 극찬한다는데, 그래 그렇다면 나도 한 번 읽어볼까? 하고 꺼내들었다.















작가는 두 명인데, 언제나 그렇듯 작가 소개를 읽다가 '아말 엘모흐타르'의 소개에서 이런 구절을 본다.


현재는 남편과 함께 오타와시에 거주하며 소설을 쓰고 있고,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차를 마시거나 역기를 들거나 친구들에게 손 편지를 쓴다. -작가소개 中


네? 여가 시간에 역기요? 오!! 멋진데?

문득 나도 작가소개에 저런 걸 넣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를 한다.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머리서기를 한다.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까마귀 자세를 취한다.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메뚜기 자세를 한다.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머리서기, 까마귀 자세, 메뚜기 자세 … 다 못하는 거라 한 번 넣어봤다.



아,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일단 장르가 SF 다. 저는 SF 랑 심리적 장벽이 있기도 하지만 아이큐 장벽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시간의 실 위와 아래, 잡고 전쟁을 일으키고 역사를 바꾸고 … 그래서 몇 장 안읽고 포기할까? 하다가, 아니 남들 다 읽는데 내가 왜 못읽어! 하고 여하튼 가까스로 절반 가량 읽고 있다. 그런데 읽으면서 점차 나아진다. 상황 자체를 내가 이해한 건 아닌데, 어쨌든 서로 적인 '레드'와 '블루'가 각자의 방식으로 상대에게 편지를 쓰면서 관계가 좀 달라지는 거다. 둘다 '그녀'라고 칭해지는데, 편지는 좀 더 길어지고 편지가 진행될수록 그 사이에 상대에 대한 애정도 깃든다. 그러면서 편지가 아름다워져. 아, 사람에 대한 애정의 감정은 문장을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내가 이해를 못해도 끝까지 읽어보기는 하겠다. 





끝에 막 열나 아름다울까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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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6-09 0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크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처럼 보인다는 말에 전철에서 웃다 쓰러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09 09:03   좋아요 4 | URL
오늘도 잠자냥 님을 웃기면서 시작하는 상큼한 하루. 샤라라랑~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6-09 11:50   좋아요 1 | URL
전 아이큐 장벽 에 웃다 쓰러짐요 ㅋㅋㅋ

다락방 2023-06-09 11:57   좋아요 0 | URL
SF 쪽으로는 제 아이큐가 심각하게 낮은듯 해요. 하하하하하

잠자냥 2023-06-09 12:32   좋아요 1 | URL
웃다가 쓰러져서 지금 다시 일어나서 마저 읽음.....

거리의화가 2023-06-09 1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혼녀이지만 아줌마라는 호칭이 어색하고 심지어 싫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40대 넘고 주름도 생기고 군살도 붙고 이러니 누가 보면 아줌마라고 보겠구나 싶으면서도 그 말 듣는 건 역시 싫어. 그렇다고 아가씨 소리를 듣는다면 간지럽겠지만요. 불특정 다수가 보기에는 그저 일반인일 뿐이고 그럼 ˝저기요!˝라는 호칭 말고는 딱히 없구나 싶기도 합니다만 복잡하네요. 아무튼 옆지기가 그렇게 부를때조차도 싫더라구요. 아줌마라고 부르지마!!! 했다는^^;;;
제가 요즘 보는 중드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데 아이가 엄마에게 이름을 불러주더라구요. 그게 참 좋더군요. 엄마도 그저 엄마가 아니라 이름이 불리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다락방 2023-06-10 19:45   좋아요 1 | URL
아줌마라는 호칭이 저도 참 싫은데요 그런데 그게 왜 싫은걸까요. 이미 어떤 부정적 이미지로 굳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멸칭으로 들리잖아요. 뭔가 무시하고 비하하는 것 같은. 그러고보면 저는 나이든 여성을 부를 때 아줌마 라고 안하는데요. 요즘엔 ‘선생님‘ 이란 호칭을 여성에게도 남성에게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낯설었는데 쓰다보니 익숙해지더라고요.
엄마를 이름으로 부르는 것도 저는 나쁘지 않아 보여요. 실제로 제가 본 적은 없지만요. 저도 한 번 보고 싶네요.

햇살과함께 2023-06-09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SF 소설이었군요!
제목만 보면 시간관리에 관한 자기계발서인 줄요...
아줌마도 싫고, 어머니도 싫고(내가 왜 당신 어머니야?), 사모님도 싫어요(남자는 사장, 여자는 사모라는 이분법) 진짜...

다락방 2023-06-10 19:47   좋아요 1 | URL
제가 이 책을 오늘 다 읽었는데요 이 책은 SF 의 탈을 쓴 로맨스입니다! 사랑 이야기였어요! 하하하하하.
저도 병원 갔을 때 어머니란 호칭 들었는데, 아이들이 많이 오는 이비인후과 였던 만큼 당연히 저를 누군가의 어머니로 상정하고 부르더라고요. 고쳐줄까 하다 말았어요. 아 정말 피곤합니다 ㅠㅠ 내가 누구의 어머니라고 왜 자기 마음대로 생각을 하나요 ㅠㅠ

은오 2023-06-09 1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사진을 제가 봤는데 아저씨라니 아저씨들이 다락방님 같았으면 전 아저씨들 따라다녔습니다 헐 ㅋㅋㅋ
아니 근데 그냥 아줌마라는 호칭 쓰는 거 자체가 무례하지 않습니까 정말?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겠으면 저기....나 저기요!를 하라고요 인간들아. 사장님 아닌 거 알아도 사장님 하는 좋은 문화도 있잖아. 아가씨도 별로라고!!

근데 제가 아까 합 페이퍼를 읽고 왔는데 또 합이 나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이게 합이라기보단.... 그 사람이 훈남이라 아니 근데 훈남이면 합 맞기가 쉽기도 한데.... 뭔지 알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6-09 12:3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세상 아저씨들 다락방님처럼 생긴 걸로 상상하니까 웃겨서 다시 쓰러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0 19:48   좋아요 1 | URL
제가 그나마 아저씨가 아닐 수 있는건 큰 가슴 때문입니다. 저는 이 큰 가슴만 아니었으면 진짜 딱 아저씨에요 ㅋㅋㅋㅋㅋ 그나마 가슴이 아저씨 때신 아줌마로 보이게 하는것 같습니다. 아짜증나 ・・・ㅋㅋㅋㅋㅋㅋㅋ

네네, 훈남이면 일단 합이 맞을 가능성이 더 높긴하지만, 진지한 버젼으로 가자면, 그것은 또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페이퍼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는, 보지 않으면 합을 알 수 없다, 봐야 알수 있다, 봤을 때 훈남이면 잘 맞을 확률은 더 높다 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털보형 2023-07-16 19:02   좋아요 0 | URL
근데 아줌마나 아저씨가 아니면 나이가 적당히 드신 분들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아줌마가 무례한 호칭이라고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요. 이름도 모르고 직급도 모르고
신분을 모르면 아줌마가 제일 적당한 호칭 아닌가???
음식점의 젊은 여성이 아가씨라고 불렀다고 화를 냈다는 신문기사가 있었지요.
사회적 합의를 이룬 호칭이 없으면 통상적인 호칭이 제일 무난한건 아닌가 생각됩니다.
댓글이 토론장은 아니지만 은오님 생각엔 선뜻 동의하기 어려워서요.

다락방 2023-07-16 20:06   좋아요 1 | URL
제 경우엔 ‘선생님’ 으로 호칭합니다.

은오 2023-07-16 20:17   좋아요 2 | URL
일단 성별과 세대에 따라 호칭에 대한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20대 여성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아줌마‘라는 호칭이 무례하지 않은 중립적인 호칭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사전에도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낮춰 부르는 말이라고 명시되어 있고요. ’아줌마‘라는 호칭이 무례하게 사용되는 상황을 그렇지 않은 상황보다 더 많이 접한 것도 제가 그 호칭을 무례하게 느끼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요.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훨씬 자주 직업과 역할에 대한 존중 없이 ’아줌마‘나 ’아가씨‘로 불리기 때문에(병원에서 간호사들을 아가씨라고 부르는 걸 얼마나 많이 봤는지) 그런 호칭을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아가씨’는 그리고 이미 너무나 오염됐죠. 성매매를 경험한 성인 남성이 50%인(이것도 사실 설문 주제상 경험이 있음에도 없다고 답한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 나라에서 특정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아가씨’라고 부르고 거기서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다 아는데, 젊은 여성들이 ‘아가씨’라는 호칭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을 수 있을까요? 식당에서 직원을 부르려면 ”사장님“이나 ”직원분“ 아니면 그냥 ”여기요“ 하면 되지 않을지.
신분을 모르는 사람을 부를 일이 딱히 많지는 않아서 보통 뭐 식당에서는 “사장님” 택시에서는 “기사님” 하고 딱히 호칭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는데, 가까이 가서 호칭을 생략하고 말하거나 불러야 한다면 ”저기요“ 하거나 “선생님” 합니다. “아저씨”도 써본 적이 없네요. 제 또래들은 거의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상대의 직업을 안다 -> 직업에 ‘님’ 붙여서, 모른다 -> ‘저기요’, 모르는데 나보다 나이가 많다 -> ‘선생님’ 이런 식입니다.

물감 2023-06-09 1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남자들은 스무살 때부터 아저씨 소리 듣고 산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해봅니다 ㅠㅠ

감은빛 2023-06-09 12:44   좋아요 1 | URL
어, 저 20대 때부터 아저씨 소리 들었다는 얘기 하려고 했어요. 심지어 30대 중반 이전의 저는 엄청 동안이었거든요. 성인 남성은 그냥 무조건 아저씨가 되나봐요. 나이에 관계없이.

감은빛 2023-06-09 12:46   좋아요 1 | URL
그런데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는˝ 것이 사실과 어긋나는 것 같네요. ㅎㅎㅎㅎ

물감 2023-06-09 14:2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근데 또 아저씨 소리에 발끈해하면 미친넘 취급받는 게 현실이죠. 그런 사회적 분위기(?)때문에 존잘들도 아저씨 소리 들으면 반박을 못합니다. 제 주변에 존잘이 몇 있어서 잘 압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3-06-09 17:50   좋아요 1 | URL
물감 아재! ㅋㅋㅋㅋㅋ

물감 2023-06-09 18:20   좋아요 1 | URL
발끈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0 19:4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녕 물감아저씨? 안녕 감은빛 아저씨? 아저씨들이 넘쳐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6-09 12: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진쌤 저 방송은 아직 못 들었는데, 그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아줌마라..... 저도 아줌마로 정체성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아줌마 소리 들으면(이제까지 살면서 딱 두번 들어봄, 몇 년전까지만 해도 학생 소리 들었는데..... 주르륵. ㅠㅠㅋㅋㅋㅋㅋㅋ ) 주변을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한 번은 어린 조카 데리고 놀이터 나가서 벤치에 앉아 있는데 왠 꼬마가 달려오더니 ˝아줌마, 누구 엄마에요? 쟤 엄마에요?˝ 이래서 2번 놀람. 아줌마와 엄마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그 꼬마가 손으로 가리킨 곳을 보니 제 조카는 아닌데 저랑 존똑으로 닮은 꼬마가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빵터짐. 꼬마들이 아줌마, 엄마라고 부르는 건 뭐 애들 눈에는 다 그렇게 보이겠거니 싶어서 그냥 넘어갔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6-10 19:51   좋아요 1 | URL
꼬마들이 아줌마나 엄마라고 부르는 건 밉지 않잖아요. 아이들 세계에서는 아직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건 아이들일 때의 이야기이고 사람이말이야 자라면서, 성장하면서,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막 아무 호칭이나 갖다 붙인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걸 좀 알아야 하지않습니까? 자신을 높이는 방법으로 상대를 낮추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대체로 그런 사람들이 멸칭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사실 아줌마가 비하의 호칭이 된 것 부터가 짜증나지만・・・ 아무튼 아줌마란 호칭은 이래저래 충격이에요. 정체성이란 뭘까 싶기도 하고요・・・

치니 2023-06-09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줌마도 괜찮고 저기요 여기요 뭐 대충 다 괜찮은데, 어머니...이게 너무 싫어요. 나는 너의 어머니가 아닌데 왜? 물론 그런 뜻으로 부르는 게 아닌 줄 너무 잘 알지만, 결혼 안했을 수도 아이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전제가 1도 없는 호칭이라서 너무 싫어요. ㅠ (하지만 최근에는 항상 어디 가면 주로 이렇게 불립니다...)

다락방 2023-06-10 19:53   좋아요 0 | URL
저도 어머니란 호칭을 병원에서 들어본 적 있어가지고 기분이 너무 나빴는데, 치니님 말씀대로 아줌마 보다 더 나빴어요. 그런데 따지지도 못했네요. 너무 욱하는 바람에 ・・・ 에휴. 다 큰 성인이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상대가 나이가 있어 보인다고 해서 반드시 결혼을 했으리란 보장도 없고 아이가 있으리란 보장도 없다는 것을. 왜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고 어머니라고 불러요 ㅠㅠ

댄스는 맨홀 2023-06-09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 괜찮은데 치니님 말씀처럼 어머님은 정말 아닌듯, 딱봐도 저랑 나이차이도 별로 안나는데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뭘까요? 그냥 넘어갑니다. 호칭 따져서 뭐하나 싶고 스쳐지나가는 사이에 뭘~ 그러고 맙니다.

다락방 2023-06-10 19:54   좋아요 0 | URL
저도 아줌마 보다 어머니란 호칭에 더 열받았었는데 그 때 갑자기 욱 하고 올라오는 바람에 이를 악물고 참았네요. 내가 왜 어머니냐, 나는 누구의 어머니냐. 그렇게 누군가를 어떻게 호칭하느냐에 따라서 자기자신이 더 후져 보인다는 걸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 것 같습니다.

바람돌이 2023-06-0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책 저도 읽고 싶다고 넣어뒀다가 까먹었네요. 저는 sf 좋하는데말입니다. ㅎㅎ
저는 다락방님 작가 소개에 드물게 여가 시간이 생기면 술을 마시거나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를 한다. 요 구절 추천입니다. 뭔가 알아들을 수 없으면서 멋져보여서요. 적어도 메뚜기 자세보다는 좋잖아요. ^^

사람은 만나봐야 안다는데도 동감입니다. 더더구나 헬스 트레이너삘이라니.... 부럽습니다. ㅎㅎ
저는 요즘 일 하나를 크게 처리하면서 사람들의 그 보고싶지 않은 면을 자꾸 보게 돼서 실망과 짜증과 에휴 인간이 뭐 원래 그렇지 이런 넋두리를 무한반복하고 있습니다. 길게 얘기하면 인간들 욕을 계속 퍼부어야 하기 때문에 그냥 생략입니다. ㅎㅎ
결론은 훈남을 만나신 다락방님이 부럽다는..... ^^

다락방 2023-06-10 19:56   좋아요 0 | URL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는우리 말로 바꾸면 ‘거꾸로 하는 활자세‘ 이고요,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악마 들린 꼬마 아이가 이 자세로 게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아주 유명합니다. ㅋㅋ 메뚜기 자세는 제가 아사나 이름을 외우지 못해서 메뚜기 자세라고 했어요. 지금 검색해보니 ‘살라바아사나‘ 이네요 ㅋㅋㅋㅋㅋ 이렇게 썼으면 이것도 있어보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직장생활 하면서 훈남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는데 또 이런 일도 있네요? 역시 직장생활은 오래하고 볼 일이고 사람은 많이 만나고 볼 일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3-06-0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수리 냄새 나는 아저씨들 틈바구니에서 잭 리처같은 헬스트레이너 체형의 남성을 만나다니!!!
일단 몸매가 다락방 님 이상형에 적합하군요.
앞으로의 이야기에 기대를 해봐도 되나요?ㅋㅋㅋ

아줌마 소리를 요즘 들어봤던가? 헤아려 봅니다.
요즘은 그 단어가 실례가 될 것이란 생각에 잘 쓰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말입니다. 보통 ˝저기요~~˝ 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어린 학생들은 한 번씩 아주 큰 소리로 아줌마라고 부르긴 하더군요. 이젠 뭐...아줌마라고 부르면 자동적으로 돌아가는 몹쓸 고개를 가졌네요! ㅋㅋㅋ
옛날엔 아무리 나이 어린 애들이라도 아줌마라고 부르면 속으로 분노하여 눈으로 욕하던 나였었는데 말입니다ㅋㅋㅋ
저는 몇 년전 지하철에서였던가? 백팩을 메고 있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길을 물어보신다고 뒤에서 학생이라고 부르셨는데 나는 못알아듣고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ㅋㅋㅋ
나랑 눈 마주치니까 그 할아버지 흠칫 놀라시고 나도 민망했던 적 있었네요. 아...적고 보니 좀 슬프네요.ㅋㅋㅋ
또 한 번은 모자 쓰고 츄리닝 입고 마스크까지 쓰고 동네 언니랑 산책하다가 쓰레기를 좀 줍고 있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아가씨들이 좋은 일을 한다며 가까이 와서 보시더니 눈가에 주름이 보였던 걸까요? 어 아가씨가 아닌가 보네? 하시더군요...그 언니랑 둘이서 모자 쓰고 마스크를 써도 아가씨랑 아줌마를 구별할 수 있나 보다? 하며 좀 씁쓸하게 웃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어떤 할머니는 지나가시면서 좋은 일 한다며, 우리 아파트 주민이냐고 물으시던데...지금 생각해보니 차라리 그 호칭이 더 나았던 것 같네요.^^

다락방 2023-06-10 19:59   좋아요 1 | URL
앞으로의 이야기는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제가 그 훈남 청년보다 스무살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줌마 소리를 들을 일이 좀처럼 없던 터라 아주 낯설고 그리고 이렇게나 오래 기억에 남네요.마침 정희진 선생님도 같은 일을 겪었다 하니 또 생각이나기도 했고요. 사람이 자신이 존중 받고 싶다면 자신 역시도 상대를 존중하면 되는 것인데 그런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일방적으로 상대를 하대하고 또 비하하면 자신이 그와 동시에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아주 멍청한 생각이죠.

뭐 아줌마든 아저씨든 뭐든, 누가 저를 어떻게 호칭하든간에 저라는 사람은 저라는 사람이니 저는 저대로 살아가겠습니다. ㅋㅋㅋ 아 토요일이 지나고 있어서 너무나 슬퍼요. 꽈배기 먹고 있습니다.껄껄.

DYDADDY 2023-06-14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간 바쁜 사이에 놓친 페이퍼가 있어 이제야 읽었어요. 갑자기 SF를 읽으신다 하셔서 의아했는데 이제야 알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호칭격은 결국 타자가 나를 누구로 규정하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에 대한 부름의 목적은 어떤 단어를 써도 달성이 가능하지만 호명의 대상이 된 사람의 입장에서 어떤 호칭으로 불리느냐는 정체성과 관계되는거죠. 그렇기에 부정적인 느낌의 단어로 호칭됐을 때 정체성과 충돌이 있어 불쾌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더 넓게 보면 국가 혹은 사회와 나의 관계도 그런 것부터 시작하겠지요.
거래처의 그 분이 책도 좋아하시면 다락방님의 호감도는 더 상승하겠지요. 서로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언젠가 업무를 빙자한 티타임이라도 가져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다락방 2023-06-14 09:44   좋아요 1 | URL
SF 영역은 제 뇌에서 발달이 덜되어 있어서 읽기가 매우 난해합니다. 읽으면서도 내용 파악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의심하게 돼요. 어렵습니다. 흑흑.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소설의 경우, 로맨스 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한 번도 마주한 적 없고 같이 지내지도 못했지만, 그러나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건 무척 흥미롭지 않습니까. 안타깝고 응원하게 되면서 또 이해도 하게 되는.

저는 페미니즘을 알고 나서부터, 제가 페미니스트라고 저를 정체화했더니 그 점에 대해 저에게 무언가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부터, 타인이 나를 규정하게 두지 말자, 나는 내가 옳다는 방향으로 나아가자 고 생각했고 또 결심하고 있습니다. 타인들이 만들려는 내가 너무 피로해요. 저는 저인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