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학생 조카는 몇 번, 내 옷을 가져간 적이 있다. 우리 집에 와서 입어보고는 이모 나 이거 가져도 돼? 혹은 이모 나 이거 줘, 해서 흔쾌히 그래, 하고 주게 되는거다. 엄마는 그럴때마다 내게 지청구를 늘어놓으신다. 옷도 없는 애가 왜 자꾸 조카에게 옷을 주냐고. 조카에게는 이모 옷 좀 그만 가져다 입으라고 하신다. 그런데 나는 내 옷을 가져가는 조카가 너무 예쁘다. 좋은옷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잘 때 입는 낡은 티셔츠 같은건데, 그걸 좋다고 가져가는거다. 하여간 너무 예쁘다.


얼마전에는 여동생과 초등학생 조카와 함께 남동생네 집에 가서 하룻밤 잔 적이 있다. 초등 조카가 다섯살 조카를 너무너무 예뻐하고 다섯살 조카는 초등 조카를 오빠, 오빠 하며 잘 따르기 때문이다. 오빠라고 부르기만 하지 숫제 모든 지시를 다 자기가 내린다. 오빠 이렇게해, 오빠 여기로 와봐 이러면서. 그러면 초등 조카는 응, 응, 하면서 말을 잘 듣는다. 

그 날은 무슨 일 때문이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조카가 제 삼촌의 티셔츠를 입어야 했다. 보통 잠옷을 가져오니 옷이 없어서는 아니었을텐데, 하여간 무슨 이유로인지 남동생 티셔츠를 빌려 입고 잤다. 그리고 다음날 집에 돌아갈 때 삼촌, 나 이 옷 가져도 돼? 해서 남동생이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그거 낡은 옷인데, 하니 괜찮다고 갖고싶다고 한거다. 그 티셔츠로 말할 것 같으면 나 역시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을 정도로 참 오래된 옷이다. 그런데 굳이 그걸 가져가겠다니, 하여간 갖고 싶다니 가져라, 하고 줬는데, 그로부터 며칠후 여동생으로부터 단톡방에 톡이 왔다. 초등 조카가 그 티셔츠를 정말 자주 입고 즐겨 입으며 좋아한다는거다. 그러면서 "내 인생 티셔츠야"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 귀엽다. 


며칠전에는 k와 퇴근 후에 술을 마셨다. 안주는 편육과 모듬수육이었다.





편육 참 좋아하는데 울집에서는 엄마도 아빠도 좋아하지 않으셔서 작은걸 사도 좀 남는다. 낭비가 크다는 생각에 집에서는 잘 먹지 않는 음식인데 회사 근처 새로 생긴 순대국밥집이 세상에 이렇게 맛보기 편육을 팔고 있는게 아닌가. 처음 그걸 알고는 점심때 e 랑 가서 순대국밥을 각자 시켜두고는 편육도 주문했는데 e 는 편육을 안먹는다고 했다. 결국 내가 다 먹었는데, 주변에 물어보니 편육은 좀..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편육은 먹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 슬프다. 그런중에 k 는 편육 좋아한다고 해서 함께 가서 저렇게 시켜두고 먹었다. 모듬수육의 고기도 너무 맛있고 편육도 너무 맛있고 먹으면서 계속 맛있다, 아 너무 맛있다, 아 고소해, 아 기름져 이러면서 먹어가지고 갑자기 빵터졌다. 지금 우리 여기와서 한 얘기라고는 맛있다는 얘기밖에 없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자 k 는 주변에 먹고나서 리액션 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고 했다. 자기도 리액션 하는 사람인데 같이 리액션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좀 서운하다고, 그런데 나랑 먹으면 계속 둘다 겁나 리액션 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또 깔깔대며 먹었다.


그리고 2차로 옮겨서 쥐포튀김 먹으면서 스페인어 얘기했다. k 는 요즘 나 때문에 듀오링고 시작해서 영어 공부하다가 최근에 스페인어를 시작한거다. 그렇게 스페인어에 대해 얘기나누면서 어느 순간 나는 감탄했다. ㅋ ㅑ ~ 오래 알고 지내다보니 이제 내가 너와 스페인어 얘기도 하는구나~ ㅋ ㅑ ~ 하면서.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


"k 야, 내년 이맘때쯤에는 우리 스페인어로 대화를 하자."


그리고 둘다 빵터져서 웃었다.



어제 인스타그램에서 유시민의 짧은 영상을 보았다. 몸도 쓰지 않으면 건강을 더 해치는 것처럼 머리도 마찬가지. 아무리 머리 좋아도 쓰지 않으면 뇌는 굳는다는 거였다. 미친듯이 뇌를 써줘야 멍청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끊임없이 머리를 써야 한다는거였다. 

오늘 e 와 점심을 먹으면서 이 얘기를 하고는 내가 덧붙였다.


"그래서 내가 e를 생각했지. 몸도 계속 움직이게 해줘(런데이를 깔고 달리기를 하게됨), 뇌도 계속 쓰게 해줘(나랑 계속 책읽고 있음), e 인생에 나는 진짜 큰 복 아니냐..."


그러자 e 가 빵터져서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런데 내가 왜 페이퍼 창을 열었냐하면, 프리다 맥파든의 신간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내 서재에 오는 사람 중에 프리다 맥파든 신간 기다리는 사람 나 말고는 뽀게터블 님밖에 없는 것 같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다보니, 처음부터 그럴줄은 몰랐지만, 제가 프리다 맥파든의 전작 읽기를 진행중에 있네요, 네.....

















왜요, 내가 뭐, 책정리 중이면서, 그런데도 또 책 살 사람으로 보여요?


그렇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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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05-15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그런 사람으로 보여.

나 편육 좋아해요.... 순대보다는 아니지만... ㅋㅋㅋ
편육은 뭔가,,,, 그 홍어무침이랑 먹으면 더 맛나요.
(이거 완전 ㅋㅋㅋㅋ 결혼식 아니면 장례식장 메뉴인데! ㅋㅋㅋㅋ)

저기 내가 좋아하는 게 다 있다! ㅋㅋㅋㅋㅋ

순대>수육>편육

다락방 2025-05-15 16:44   좋아요 0 | URL
다락방>순대>수육>편육

이겠죠.

잠자냥 2025-05-15 16:46   좋아요 0 | URL
😱🤣🤣🤣🤣🤣🤣

다락방 2025-05-15 16:5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잠자냥>수육>편육>순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5-05-15 16:59   좋아요 0 | URL
역시 고기진 여자다....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25-05-15 22:04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이 먹어요! ㅎㅎ

독서괭 2025-05-15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사람으로 안 볼 사람 여기 없을 듯요.. ㅋㅋㅋㅋㅋ
저는 순대가 맛있어 보이네요 쓰읍

다락방 2025-05-15 17:15   좋아요 1 | URL
저기 다 맛있더라고요. 깍두기도 맛있어요. 점심에 가면 순댓국에 밥을 말아먹고 조금 남겨서 깍두기에 슥슥 비벼먹습니다. ㅋ ㅑ ~

2025-05-15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5-05-15 17:15   좋아요 0 | URL
앗. 혹시 간도 있나요? 저는 순대는 별로 안좋아라 하고요 간과 허파를 좋아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5-05-15 17:32   좋아요 0 | URL
저는 간을 안 먹지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ㅋㅋ

관찰자 2025-05-15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편육의 맛을 아는 멋진 여자들. >.< 제가 다니는 시장에 가면 떡볶이 파는 아주머니가 계시는데, 거기서 전도 부치고, 편육도 팔고, 제사 음식도 주문받아 만드시고 막 그러시거든요. 가끔 낮술하러 가는데요. 아주머니가 완전 또 술쟁이 마음을 잘 알아주셔서 제가 소맥을 먹을라고 맥주를 시켰더니 갑자기 냉장고에서 차가운 잔을 따로 꺼내 주시는 거에요. 원래는 그냥 어묵국물 먹는 종이컵에다가 먹거든요. ˝소맥은 유리잔으로 먹어야지 제맛이지˝ 이러시면서요... 아... 시장에서 낮술하고 싶다....ㅠㅠ

Forgettable. 2025-05-15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ㅌㅅ 전에 저걸 먹으러 가야겠는데 ㅜ 프리다 맥파든 네버라이 이번주말에 읽으려고 사놨는데 어느새 두권이 더 나왔네요? 신간나오는 속도를 제가 못따라잡네요 ㅠㅠ

2025-05-15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15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