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이 지나기 전에 엄청나게 책을 질렀다. 내가 뭘 질렀는지도 모를 정도로 질렀는데 그러다보니 이메일로 '니가 준비한 것 중에 일부만 먼저 보낼게' 라고 받기도 했고 어떤건 주문할 때부터 2022년에 온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제 2021년 12월 31일까지 도착한 책들은 아래와 같다.

<초인적 힘의 비밀>은 친구가 연말선물 하고 싶다며 보내준거고 나머지는 내가 산건데, 박스에서 <내 팔자가 세다고요?> 보는순간 뭔가 느낌이.. 내가 이미 산 것 같은.. 그런 느낌적 느낌.. 그래서 찾아볼까 했지만 관뒀다. 이미 구입한 걸 찾아서 뭘 어쩔건데.. 뭐 아무튼 그렇다.
어쨌든 2022년이 되었으니 저것은 정말로 마지막 구매가 맞았다. 진실임. 트루. 참트루트루.
아직 안온 책들아, 빨리 와...
아무튼 나는 지금 또 책을 사려고 한다. 왜냐하면 새해잖아요. 새해맞이 선물 해줘야 하지 않나. 달이 새로 바뀌어서 또 쿠폰도 새로 나오고 적립금도 주고 그러니까.. 그것들 또 부지런히 써야지..
자, 이런 책들을 사려고 준비중이다.
좀전에는 소주를 마시면서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유퀴즈>를 보게 됐다. 아마도 방송한지 좀 지난 회차 같았는데, 범죄심리학자들이 나오고 있었다. 화면에서는 번갈아가며 이수정, 표창원, 권일용, 박지선 님들을 보여주었는데 내가 본건 박지선과 표창원이 나온 부분이었다. 박지선과 엠씨들과의 대화를 듣다가 박지선이 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말하고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쓴 책을 읽어보고 싶다. 그래서 박지선으로 검색해보았다. 그랬더니 딸랑 이 책 한 권이 나오더라.
아 뭐지? 에세이인가? 재미있으려나? 하고 살펴보니 대학교재인 것 같더라. 박지선은 현재 숙명여대 교수님이기도 하시니 교재로 사용하는 책인가 보았다. 교재면.. 재미없겠지? 재미있으려나? 그냥 한 번.. 사볼까? 망설이다가 장바구니에 넣지는 않았다.
표창원은 자신이 맡았던 사건들이 미제 사건이 자꾸 나와서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다고 하는데, 범죄심리학자, 프로파일러 들의 이런 이야기드을 듣고 있노라니 갑자기 프로파일러 나오는 책이 겁나게 읽고 싶어졌다. 윽, 조 올로클린 다 안읽었는데 살까? 막 이렇게 되고. 근데 조 올로클린 어느 순간 확 짜증이 나서 그 다음 이야기부터 안읽게 되었는데... 아아 범죄심리소설 읽고 싶다. 내 책장에 뭐가 있나? 아아아악 그런데 뭐가 있다한들 지금 찾아서 꺼내 읽으면 지금 읽고있는 책은 어떻게 되는거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침착하자. 침착하자.
오늘 아침엔 친구로부터 사진 하나를 받았다. 몇해전 우리가 만났을 때 친구가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사진속의 나는 너무 못생기게 나와서.. 못생겼네, 라고 생각했지만, 그런데 이 사진을 보자 여러가지 복잡한 마음이 되었다. 엄청 감상적이 되어버린 거다. 정확히 몇 년전인지 모르겠지만 코로나 전 시기이기는 하다. 3-4년 전쯤(혹은 그보다 더 전)이었을텐데, 저 때는 우리가 마스크를 쓰지 않았어, 라고 생각했고 그리고 사진 속의 내가 너무 젊어 보이는거다. 저 때는 젊었지, 하면서 하필 오늘이 1월 1일이라 내가 한 살 더 먹었다는 게 너무 훅- 오는 거다. 이 사진 한 장에서 갑자기 지나간 세월과 지금 흘러가고 있는 시간 같은게 훅 오고 그리고 저 당시의 저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저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도 했다. 보통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잘 안하는데 저 때는 내가 수술 하기도 전, 아프기도 전, 내 노화를 실감하기도 전이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돌아가고 싶었던 거다. 그리고 저 사진을 보면서 지금의 내 모습을 자꾸만 생각하게 됐다. 저 때보다 훨씬 나이들어 버린 나, 저 때보다 건강함을 잃어버린 나, 저 때보다 더 못생겨진 나, 저 때보다 마스크 쓰고 다니는 나... 이런 것들이 찾아와서 울컥 하는 마음이 되었다. 저 사진이 나쁜 사진이 아닌데, 오히려 분위기는 좋게 나왔는데 마음이 막 .. 내 나이 어떡하나 싶고. 늙어가는 건 자연스러운건데 죽음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런데 내가 이렇게 지금처럼 살아도 되는건가 싶어지기도 했다. 다르게 살아야 하지 않나? 뭔가 해야 하지 않나, 어딘가로 가야 하지 않나.. 막 그런 복잡한 생각들이 하루종일 오락가락 했다. 무섭다, 저 때가 그립다, 저 때는 젊었네, 지금 거울속의 나는 왜이렇게 엉망진창일까...
오늘은 아가조카의 돌잔치가 있는 날이었다. 양가 가족들만 모여서 식사하는 자리였는데 아가가 자라는 것만으로 기특하다고 생각하면서 축하의 마음으로 참석했다. 스크린에서는 아가가 태어나고부터 지금까지 자라오는 과정들이 보여지고 있었고, 사이사이 피곤에 지친 아가 부모들의 실내복 차림 사진들이 보였다. 아침에 저런 사진을 보고 한껏 감상적이 되어 있었기 때문일까. 사돈어르신들도 다 있는 자리에서 울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왜이러지 이러면서 울었는데, 그 때의 내 감정을 잘 모르겠다. 아가가 자라는 거 감사하고 또 아가 부모들도 아가와 함께 성장하고 있고, 이런거 감사한데 나는 왜 ... 아가는 해가 바뀌어 두 살이 되었는데, 나는 해가 바뀌어 몇 살?
나이만 생각하면 답답하고 두려워진다. 후회없이 살고 싶다.
후..
프로파일러 나오는 스릴러 책이나 검색해서 사야겠다. 세상의 범죄자들 싹 다 잡아들이고 벌받게 하는 그런 스릴러 소설 사야지.
아니 박지선 님, 에세이라든가 뭐 그런 책 좀 써주시면 안됩니까? 제가 사서 읽겠습니다. 일단 독자 한 명 확보...
그럼 이만.
새해에도 책 사기는 계속 됩니다. 두둥-
여러분 해피 뉴 이어!
(언제나처럼 주제 없는 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