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체어》'샌드라 오' 주연의 드라마이다. 아시아여성이 최초로 영문학과의 학과장이 되면서 일어나는 일인데, 학교에서는 영문학과가 위기에 처하자 폭탄처리반으로 샌드라 오를 학과장으로 앉혀놓았다. 학과장이 되었다는 기쁨이나 감격도 잠시, 그녀는 잠시도 앉아있을 시간이 없다. 대학의 학장은 그녀를 불러 연봉은 많고 수강생은 적은 노교수 세 명을 자르라고 지시하고, 그녀는 그들을 그렇게 잘라버릴 순 없어서 노교수1의 강의를 한창 인기많은 젊은 여교수의 강의와 합쳐버린다. 노교수2는 자신의 사무실이 체육관옆 지하실로 배정되었다고 분노를 터뜨리고, 이것 역시도 샌드라 오는 해결하기 위해 애를 쓴다. 전(前) 학과장이자 친한 친구인 인기 많은 교수 '빌'은 수업 도중 찍힌 영상으로 히틀러 지지자가 되어 학생들이 시위를 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이에 고통스러워하는 빌의 조교에게 기자들이 찾아와도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말하는 바람에 조교 입단속 시킨 교수가 되어 또 대학 신문에 오른다. 인기 많은 유색인 여성 교수를 우수강의 로 지정해 지원하려고 했지만 학교에서는 뜬금 '데이비드 듀코브니'를 고용하겠다고 하니 이것도 또 해결해야 한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 게다가 자신이 입양한 딸은 도통 엄마에게 다정하질 않고 학교에서는 문제를 일으킨다. 정말이지 잠시도, 잠시도 쉴 틈이 없고 이 문제 해결 안됐는데 저 문제 터지고 난리에 난리다.
워낙 호평이 자자한 드라마라 재미있겠지 하고 시작했지만 드라마는 내 기대보다도 더 좋았다. 유색인 여성을 폭탄처리반으로 두었고 거기에서 오는 고난을 담은 드라마겠거니, 했는데, 그것 이상이 담겨 있었다.
무엇보다 미국 대학의 풍경을 보는게 나는 너무 좋고 신선했다. 저런 캠퍼스를 걷고 저런 강의실에 들어가 강의를 듣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저기에서 교수가 되어 학생들과 수업을 나누고 의견을 교환한다는 것은... 에 이르다보니 가슴이 벅차오르는거다. 와, 내가 진짜.. 주변에 공부 많이한 어른들이 있었다면 어릴 때부터 유학이나 이런거 생각해볼 수도 있었을텐데 한 번도 그런 거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 갑자기 정보 부족했던 내 어린시절 짠하다..
노교수들에 대해서도 그렇다. 이건 어쩔 수 없이 《스토너》와 많이 겹쳤다. 아마도 '영문학과' 이기 때문에 그랬을텐데, 서있는 것조차 힘겹고 한창 잘 나가던 30년전의 강의 내용에 아무것도 업데이트 하지 않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의를 이어가려고 하고 환경이 바뀌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노교수들은 과연 학교에 있어야 할것인가, 게다가 그들이 받아가는 월급이 그 누구보다 많다면.. 학생들은 '질 좋은' 강의를 듣고 싶어하고 교수들은 자리를 보존하고 싶되 강의를 현재에 맞춰갈 의지는 없다. 노교수2는 '가장 오래까지 할 수 있는 일'인것 같아 교수를 선택했는데 이제와 자기들을 학교에서 내쫓으려고 한다니 너무 괘씸하고 억울한다 한다. 그러게, 나는 아직 일할 수 있는데 일터에서 더이상 내가 필요치 않다고 하면 나는 어째야 하나. 그러나 학생들의 입장은?
노교수1과 학생들로부터 인기 많은 젊은 여교수의 수업을 합쳐버리자 노교수1은 여교수 '야즈'를 조교 취급하려한다. 둘은 '허먼 멜빌'을 좋아하고 [모비딕]에 대하 관심 있는 것은 공통점이지만 그 외에는 같은게 없다. 노교수1이 멜빌과 호손의 우정에 대해 강의를 하자 학생이 손들고 질문한다.
멜빌이 아내를 폭행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노교수는 그것은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일 뿐이고, 우리는 인간 멜빌이 아닌 작가 멜빌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라고 하자, 호손과의 우정은 인간 멜빌에 대한 얘기가 아니냐며 학생들은 야유한다. 이때 '야즈'는 '멜빌과 여성혐오에 대해서는 제 수업시간에 다루기로 해요' 라고 하자 학생들 모두가 좋아한다. 야즈가 수업을 주도하게 되었을 때 학생들은 모비딕의 인상 깊었던 구절을 시로 만들어 읊고 노래가사로 만들어 함께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치며, 이 수업 자체가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된다. 문학을 아주 새로운 형태로 배우고 즐기는데, 이에 노교수는 마땅치 않다. 도대체 얘네가 뭐하는거야.
노교수2는 노교수1과 동시에 교수가 되었는데 학교의 온갖 잡다한 일이 자신에게 돌아왔던 세월에 대해 보상받고 싶어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유색인 교수를 몇 명 세워둔 것은 체면치레라며 항의한다. 빌은 히틀러 지지자가 되었지만, 그 순간의 짤이 아닌 앞뒤 맥락으로 놓고 보면 전혀 히틀러 지지자가 아닌데, 그것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부분에서는 무서워졌다. 어쩌면 수많은 순간들중에 나 역시 어떤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어떤 일을 그리고 누군가를 판단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 그러니 말을 하고 글을 쓰고 행동을 하기 전에 좀 더 신중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빌의 아내는 사망했고 대학생 딸은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혼자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지윤(샌드라 오)을 좋아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정직을 당하고 지윤의 딸의 베이비시터가 된다. 지윤의 딸 '주주'는 빌을 아주 잘 따르는데, 이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른 남자가 어린 여자아이를 단지 아이로서 잘 돌보는 장면, 어른이 마땅히 아이에게 주어야 할 애정과 보호를 기꺼이 주는 장면이 너무 좋은 거다. 아이와 대화를 하고 아이와 함께 놀고 아이에게 먹을 음식을 만들어주는 장면장면들이 진짜 너무 좋았다. 맙소사, 이 당연한 장면이 이렇게 다행스럽고 좋게 느껴져야 하다니.
아니, 그리고 데이비드 듀코브니가 우수강의 교수로 스카웃 되는데, 교수들도 놀라고 나도 놀란다. 네? 뭐라고요? 엑스파일? 드라마 안에서 그가 베스트셀러의 작가이며 베케트로 논문도 썼고 예일대 석사출신이라는 거다. 나는 너무 놀라서 이게 진짜야 아니여, 하고 검색해보니 맙소사...
드라마 속에서 듀코브니가 실제로 출연하는데, 자기 논문 읽어보라고 지윤에게 주고나서 지윤에게 대차게 까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주 재미있는 드라마. 강력 추천합니다.
어제 점심에는 똠양꿍과 솜땀 시켜 먹으면서 이 영화, 《더 라스트 레터》를 보았다.
'펠리시티'라는 기자가 특집 기사를 쓰던 도중 자료실에서 러브 레터를 발견하게 되고, 30년전의 러브레터이니만큼 그 당사자들을 찾아가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그 사랑을 지금이라도 이루어지게 연결해준다는 이야기. 설정은 '아만다 사이프리드' 주연의 《레터스 투 줄리엣》과 다른게 하나도 없다. 레터스 투 줄리엣 에서도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편지를 매개로 지금은 노인이 된 사람들의 사랑을 이어주다가 그 과정에서 알게된 젊은 남자랑 자기도 연인이 되는데, 더 라스트 레터 에서도 자료실의 남자와 펠리시티 는 연인이 된다. 8년이나 사귄 연인과 헤어지고 다시는 사랑을 믿지 않게 된 여자가 겁을 먹고 연애를 시도하지 않으려다가 다시 사랑을 찾는 이야기.
현재에서 과거로 왔다갔다하는데, 과거 사랑의 주인공 '제니퍼'는 남편과 행복하지 못한 결혼생활을 이어가면서 이혼남인 '부트'를 만나게 된다. 너 왜 부인하고 이혼했니, 라고 물었는데 부트는 '내가 바람 폈거든' 이라고 말하는데, 그걸 듣고서 그 남자랑 사랑하자니, 한 번 바람피운 남자가 또 바람 피우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 있고 그래서 발을 빼려고 하지만 이미 이 유부녀와 싱글남의 사랑은 깊어지고 깊어지고 뜨거워지고 뜨거워지고 열렬해지고 열렬해지고 또 열렬해져버린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남편 버리고 도망가자, 우리의 행복을 찾고 네 자신을 찾아 도망가서 나랑 살자, 이래가지고 도망가려고 하는데....
이 영화가 딱히 새로운 내용은 아니라서 안봐도 사는데 아무 지장 없긴한데, 나는 이런 부분 좀 좋아한다. 서로를 그리워하다가 기어코 언젠가는 만나게 되는 이야기. 그들이 만약 도망에 성공했고 그래서 함께하는 삶을 살게 됐다면, 어쩌면 부트가 이혼했던 것처럼, 제니퍼의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생활처럼, 뻔한 지리멸렬 부부의 삶이 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들은 각자의 삶을 오래 살았고 이제 둘다 백발로 만나게 되었으니 그 남은 삶은 완전히 다르게 펼쳐지지 않을까. 그런 한편, 아니 한창 좋을 때는 뭐하다가 이제야 만나.. 싶기도 하다. 여튼, 이 영화는 조조 모예스의 원작이 있다.
조조 모예스는 좋아하는 작가도 아니고 한두권 읽으면 더 안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작가이긴 하지만, 조조 모예스 안읽어본 사람이라면 《미 비포 유》만큼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것은 '뻔한' 로맨스는 아니니까.
영화 더 라스트 레터는 뻔하지만 책에서 어떻게 표현됐을까, 그 편지들이 너무 궁금하다. 더 정확히는 그 편지들의 영어 문장이 궁금하다... 열렬한 사랑고백을 영어로는 어떻게 했을까.....
............ 살까?
의외로 사람들이 소고기 국수전골 몰라서 깜짝 놀랐다. 저는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국수전골 먹으러 가고 싶은데, 국수전골에 소주 먹고 싶은데 거리두기 4단계 이후로 외식을 한 적이 없어.. 그러다 이 밀키트를 발견, 좋았어! 하고 주문했다. 으앗, 끓이면서 엄청 설레었단 말이야?
생파를 내가 추가해 넣었다면 더 예뻤을 것 같다. 어쨌든 맛은 내가 생각한, 내가 기대한 바로 그 맛이었고, 그러므로 나는 대만족하여 여동생과 남동생에게도 보내주었다. 한 번 끓여 먹어보렴, 하고. 나는 너무 만족해서 앞으로도 재구매 하도록 하겠습니다. 으하하하. 아빠 엄마도 맛있게 드셨다.
1. 물은 용량(800ml) 보다 100ml 정도 더 넣으시면 좋고요
2. 동봉된 후춧가루는 입맛에 따라 넣으시고(그러니 오리지널 국물 맛을 보시고요), 고춧가루는 넣지 않는 걸 추천합니다. 얼큰한 맛이 본래의 맛을 가려버려...
어느 날 나는 마트에 갔다가 이런 상품을 보게 된다.
... 네? 마파두부 양념이요?
일전에 쉽다는 백종원의 마파두부 따라해보았지만 다시 안하게 되던데, 마파두부 양념이라고요? 어디 그럼 내가 한 번, 하고는 이 양념 사다가 어제 해보았다. 나는 파랑 양파, 다진마늘, 고추를 추가해서 만들었는데 와... 내가 한것보다 이백배 더 맛있고 이천배 더 간단하다...
앞으로 이 양념 쟁이는 걸로..
아무튼 오늘 이렇게 간단후기들을 마치면서, 새로 온 책들의 사진을 첨부합니다... 나여.....
이제 8월달의 책 구매는 정말 끝이다, 라고 쓰면서 민망하구먼. 8월 30일... 이라 오늘 내일, 이틀만 남았는데..... -0-
나 왜 이거 사고싶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