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트윗에서 먼저 보았지만 어젯밤에 북플을 하면서도 '에밀 졸라'의 《패주》 책 표지를 보게 됐다. 표지 속 저 남자는 요가의 '부장가 아사나' 즉 '코브라 자세'를 취하고 있다. 어제 저 표지를 한참이나 들여다보면서 대체 왜, 어째서 코브라 자세를 하고 있는가.. 뭔가 표지만 보면 일본 소설 느낌인데 그런데 작가는 에밀 졸라.. 야. 에밀 졸라, 라고 하면 내가 참 사연이 있는데, 사실 내 사연이라기 보다는 내 남동생 사연인데, 그러니까 내 남동생이 늘 미스테리 소설만 읽다가 한 번 에밀 졸라 읽고는 -아마 목로주점 이었던 듯- 너무 재미있다면서 만나는 친구들한테마다 '너네 에밀 졸라를 아니?' 하고 다녔던 것. 그런데 친구들이 다 몰랐다고, 에밀 졸라를 아는 사람이 자기 뿐이라고, 자기는 진짜 독서왕이라고..... 이놈은 자기 너무 책 많이 읽어서 쓸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하는 놈이다. 자기 주변에서 자기처럼 책 많이 읽는 사람 없다고. 님하....
그만두자, 이런 얘긴.
아무튼 도대체, 왜 코브라 자세를 취하고 있을까? 저 표지의 의미는 뭘까? 도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코브라 자세가 표지에 나올까 궁금하여 나는 어제 책 정보를 찾아보았다.
에밀 졸라의 담대한 문학적 쇄신을 입증하는 걸작. 자연주의 거장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총서 제19작 『패주』(1892)는
프로이센-프랑스전쟁(보불전쟁)과 파리코뮌을 배경으로 파멸하는 한 시대와 인간들의 격동과 고통을 압도적 내러티브로 구현한 작품으로,
제2제정 시대의 총체적 벽화라 할 수 있는 루공마카르총서 최대의 장편이자 실질적 완결편이다.
전쟁에서의 잇따른 패배와 후퇴, 타락한 제정 사회의 붕괴, 굴욕적 강화와 수도 파리 포위, 코뮌 방화와 ‘피의 일주일’까지 역사적
사건들과 허구의 서사를 교직한 대작 [패주]는 프랑스인의 집단의식 한복판에 존재하는 상처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도 같으며,
“완전하고 위대하고 영웅적인 우정, 한 세계의 종말, 한 국가에 닥칠 수 있는 가장 참혹한 재앙”을 통해 다시 태어나는 프랑스를
그린 “19세기 프랑스문학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상찬되었다. -알라딘 책소개 중
전쟁...사회 붕괴, 재앙.......여기 어디에서 코브라 자세가 나오는걸까? 표지 디자이너는 아마도 이 책을 읽고 저런 디자인을 했을텐데, 코브라 자세의 남자가 등장해야 하는 그 무엇이 책 어딘가에 담겼단 말인가. 그게 대체 어떤 내용인가. 아 너무 궁금하다. 나는 전쟁 얘기는 궁금하지 않지만 저 코브라 자세의 이유를 알고 싶다. 왜죠? 왜 코브라 자세 하고 있어요? 코브라 자세는 등에 근육을 키워주고 굽은 어깨를 펴주는데요.. 왜죠? 전쟁하다 어깨 굽었나요? 라운드 숄더 됐어요?
코브라 자세는 내가 요가 선생님께 개인적으로 추천 받았던 자세이다. 나는 심각한 라운드 숄더 였던것. 익히 알고 있는 송장자세 사바 아사나 에서도 가만 누워 있노라면 어깨가 땅에 닿질 않아 그 조용한 센터 가운데에서 선생님이 돌아다니시다가 가만 내 어깨에 손을 얹고는 아래로 꾹 눌러주시곤 했더랬다. 심각한 라운드 숄더였는데, 현대인이라면 여러가지 이유로 라운드 숄더가 되겠지만 내 굽은 어깨는 어릴적부터 가슴이 컸던 것도 아주 큰 이유로 작용한다. 나는 가슴이 컸고 지금도 크고 이것은 내게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함만 준다. 어릴 적엔 큰 가슴이 싫어서 어떻게든 가리려고 몸을 움츠리고 다녔다. 그렇지만 움츠리고 다닌다고 해서 가슴이 작아지는 건 아니었다. 가슴이 커지면서 내가 움츠리고 다니지 않아도 브래지어의 끈은 나의 어깨를 심하게 압박했다. 가슴의 무게는 자꾸만 아래로 쏠리니 위에서 끈이 어깨를 누르는 힘이 엄청 났던 것. 나는 늘 어깨가 고질적으로 아프고 그러니 어깨가 굽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가슴이 크다는 것은 내 신체에 무리가 가는 것만 불편한 게 아니라 사람들의 시선에서 오는 불편함이 크다. 노골적으로 가슴을 쳐다보는 남자들을 마주치는 건 수차례였고, 젊은 시절 편의점과 까페에서 아르바이트 할 때는 정말이지 민망하지도 않은지 내 가슴에 대해 대놓고 농담하는 남자손님들도 있었다. 매일 오는 아재 단골은 늘 내 가슴에 대한 농담을 하다가 하루는 빨대로 내 가슴을 찔러보기도 했다. 아 씨발... 그때 고작 스무살이어서 그 손님 앞에서는 웃고 있다가 손님 간 뒤에 카운터 뒤에서 주저 앉아 소리내어 엉엉 울었더랬다. 나는 왜 가슴을 잘라버리지 못했을까?
좀 더 나이들고 나서는 가슴에 대해 나쁜 말을 들어본 적도 없고 오히려 가슴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많이 접하게 됐지만, 그런 긍정적 반응 때문에 내가 가슴을 사랑하게 된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 언급들 자체가 불편했다. 만약 내 가슴이 크지 않았다면 그런 언급 자체도 없었을 것이기에.
아무튼 이 어깨를 펴는 것이 너무 시급해서 요가쌤께 나 이거 어떻게 해야할까, 하니 여러 자세를 추천해주시고 마사지도 해주시고 또 네 신체의 일부 때문에 무엇이 안된다고 원망하지 말고 네가 할수있는 것을 하라는 조언도 들었었다. 그 때 추천받았던 자세 중 하나가 코브라 자세였다. 이게 등에 힘을 길러주고 등에 힘이 생기면 어깨도 펴질 수 있다는 거다. 그렇지만 코브라 자세를 취할 때마다 나는 내 등에 힘이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질 않았다. 이게 정말 등에 힘을 키워주는 게 맞나? 하면서도 아리송했던 것. 그러다, 사라 쌤 영상을 만났다.
선생님도 이 영상속에서 코브라 자세를 취하시는데, 선생님의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와 등에 힘이 뽝 들어가는게 느껴진다. 단순히 손을 떼서 그런것만이 아니라 선생님의 다른 영상속에서도 코브라자세에서 힘이 느껴진다. 설명이 잘되어 있는건가? 묘해..



패주... 왜 코브라 자세가 표지인가요. 너무 궁금해. 패주.. 사야하나요. 읽어야 하나요. 패주여... 패주.. 패주는 또 무슨 뜻이야? 찾아보니 '전쟁에서 져서 달아남' 이구나... 그런데 왜 때문에 코브라 자세를??
책날개에 그림 제목 나와있는데 <망각>이란 뜻이란다. 망각...그리고 코브라 자세........뭘까.......
코로나 때문에 요가센터에 다니지 않은지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엔 집에서 좀 했었는데 이제는 거의 안하고 주말에만 한 번 하고 있다. 감각을 잃으면 안되기 땜시롱. 나름대로 머리서기 라든가 다리찢기 라든가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라든가 하는 도전자세들이 있었는데 ... 나는 그것들을 대체 언제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하려면 노력해야 하는데 나는.. 하고 있지 않지... 내 탓이다.....
그래서!! 요가 책을 또 사서 볼까 한다. (네?)
책을 본다고 머리서기가 되지는 않아....
이번 주에 주문한 책 박스가 아직 도착 안했는데 ㅋㅋㅋ 그런데 나는 또 장바구니에 담고 어제 지르려다가 제발 정신차리라고 이번 달에 몇 박스 받을 셈이냐고 나를 자제시키고 있다. 8월만, 일단 8월만 참아보자. 8월엔 참은 뒤에, 이 책들을 사자!
조금만 참아, 조금만. 며칠만 참아. 8월이 다 지나고 있어. 아니, 다 지나다니.. 슬픈걸? ㅠㅠ
아, 오전 업무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퇴근하고 싶다. 빨리 퇴근해서 와인 따라놓고 치즈돈까스랑 피자 구워가지고 먹고싶다. 크- 내일은 요가도 좀 하고 그래야지. 아하하하. 이번주 원서 읽기 .. 언제 하지? 소설의 정치사는 또 언제 다 읽지? 아무튼 금요일이라서 매우 씐난다. 할 일이 많지만... 자, 부지런히 일하고 퇴근하자! 빠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