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중등교원임용시험 공고가 났다. 예비교사들의 관심의 초점은 모집인원이다. 각 시도별 모집인원이 나오기만을 이들은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몇 명이나 뽑을까?'에 대한 초조와 근심 속에서 이들은 임용시험 준비를 해오고 있는 것이다. 공부해보지만 끝이 없으니 막막하고, 겨우 다잡아 자리에 앉아도, 이번엔 선생 적게 뽑는다는 풍문에 한숨만 나오는 것이다. 공고를 하려면 일찍이나 하지, 시험 겨우 한달 남겨 놓고 발표를 해대니,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을 11달 동안 초조와 불안과 근심 속에서 맘 편히 공부에만 전념할 수가 없는 것 아니겠는가?

발표가 나긴 했는데, 풍문은 사실이 되어 버렸다. 전국적으로 모집인원은 대폭 줄어든 것이다. 지난 해 미발추 문제를 비롯해서, 국가유공자 가산점 부여 등이 논란 속에 졸속적으로 처리가 된 여파가 올해 어김없이 나타난 데다가, 학생수 감소를 핑계로 신규 임용 인원 축소까지 올해 임용시험 준비생들은 그야말로 이른 한파에 몸서리가 처진다. 아하 가엾어라!

올해 국어과의 전국적 교원 모집인원은 일반 444명, 장애인 26명 미발추 98명 미발추 중 장애인 4명이다. 이것은 작년보다 일반 237명이 줄어든 것이다. 작년에는 장애인에 대한 별도 할당 모집이 없었던 것 같다. 그건 그렇다치고, 작년 미발추 법안이 통과된 후 작년 43명에서 올해 98명으로 배로 늘어났다. 장애인을 포함하면 102명으로 모집으로 일반인 모집에 1/3 수준이다. 이것을 볼때, 정원외로 뽑겠다던 미발추 모집인원이 일반 정원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고 보기 힘들것 같다.

그러니, 대부분의 예비교사(미발추, 장애인 제외. 장애인을 제외하는 것을 문제삼을 수 있겠으나, 나는 여기서 장애인에 대한 모집인원 할당에 대해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문제가 없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에 대해서는 추후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면 그때 하도록 하겠다.)들에게는 200여명 이상 감소된 모집인원에 망연자실할 수 밖에 없다.

인천 지역의 국어과 모집인원을 보면, 작년 56년에서 올해 27명으로 절반이 넘게 감소했다. 이건 그나마 난 거라고들 하니, 다른 지역은 더 말할 것도 없겠다. 예외적으로 충청도 지역은 인원이 늘었는데, 그거야 행정도시니 뭐니 해서 늘어난 것일 뿐이고, 경기도 지역이 몇 명 준 정도가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작년도 국어과 전국 중등임용시험 실경쟁률은 13대 1일 넘는다. 한 해에 준교사(국어과) 자격증을 발급받는 사람이 수천명에 이르는 것을 볼때(정확한 수치를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해보면 더 참담하기만 할 뿐.) 적체인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올해 모집인원이 국어과가 200명 가량 줄었으니, 경쟁률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흔히들, 언론이나 교육부에서 미발추니 국가유공자 가산점 부여니 하는 문제들을 보도하면 '밥그릇' 싸움에 비유하곤 하는데, 이정도의 경쟁률에서 싸우고 있는데 어찌 그 '밥그릇' 하나 잡기 안달에 애달에 하지 않겠는가? 1년 동안 굶은 사람 13명에게 밥 한 공기 던져줘봐라.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무대책에 허울 좋은 교원 경쟁력 강화를 외쳐대는 정부의 하는 짓이라는 게, 무분별한 자격증 남발이었다. 목적형 대학이라며 사범대학 만들어 놓고, 교사들의 역량 강화 및 재교육 기관으로 교육대학원 만들어 놓고서는 자격증 팔아 먹고, 사범대학을 뭐하러 만들어 놨는지 복수니 부전공이니로 자격증 또 남발하고, 교직이수로 또 남발에 망발하고, 그렇게 해놓고, 기하급수적으로 시험볼 사람만 양산해 놓고, 선발인원은 팍 줄여버리니, 경쟁률 높아지는 건 당연지사다. 그래놓고 하는 말은 '교원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경쟁률 높아지면 교원 경쟁력이 강화되는 줄 아는가? 그렇담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은 세계 최고일 게다.

이번 교원 선발인원 감소를 놓고 언론에서는 출산률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라고들 떠든다. 교육당국의 아주 좋은 변명거리가 이 출산률 감소이다. 출산률이 감소하니 교사는 남아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신규모집 교사를 줄여야 한다는 누가 봐도 흠 잡을 데 없는 논리인데, 실은 그렇지 않다.

정확한 집계나 통계를 내지는 않았지만, 현직 교사들은 내년 학급당 인원의 수가 늘어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향후 몇 년 간이나 지속될 지 누가 아는가?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교사 일인당 담당 학생수 있다. 학급당 인원이 늘어난다는 것은 우리 교육이 옛날로 후퇴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교육당국의 아주 교묘한, 아니 너무 속내 들여다 보이는 발상이 들어가 있다. 그러니까 출산률 감소와 학생수 감소를 핑계로 교원수급을 감소하는 것은 교육에 돈 투자하지 않겠다는 논리이다.

학생은 주는데, 학급당 인원은 늘어난다. 학급당 인원을 늘리면서 교원을 감소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출산률 감소로 학생수가 대폭 줄고, 교사들이 하는 일 없이 먹고 놀 것이라는 게 교육당국의 논리 아닌가?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출산률 감소로 인한 학생수의 감소는 큰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교육당국이 우리나라의 교육을 개선하고자 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학생수가 주니까 그에 맞춰 교원수급을 줄일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교사 일인당 학생수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만큼 예산의 비중을 높여나가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이런 교육당국은 단세포적 숫자놀음에 노가나는 것은 수천 수만의 예비교사들이다. 밖으로는 밥그릇 싸움이니 뭐니에 매도당하고, 안으로는 자격증 뿌려놓고, 채용안하는 교육당국에게 사기당하는 꼴이니 말이다.

교육당국의 교원수급에 있어서 기본 방향는 경쟁력 있는 교사을 양성하는 것이다. 교육당국에서 그 일환으로 하는 일이란게 딸랑 두가지다. 우선 많은 사람 가운데서 뽑아야 더 실력 있는 교사가 나올 것이라는 판단아래, 그야말로 준교사 자격증을 뿌려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경쟁력 있는 교사 뽑기위해서 달랑 시험 한 번 잘 보는 사람 뽑는 것이다.

자격증을 남발하다보니, 사범대학 들어가 졸업하면 되고, 교육대학원 들어가 교원자격증 비싼 돈 주고 받으면 되고, 이래저래 하면 받아들게 되는 것이 이 준교사 자격증이다. 이걸 가지고 시험 합격하겠다고, 너도 나도 학원으로 학원으로 몰려가서 쪽집게 임용시험 잘 보는 방법 배워 오는 것이다. 어느 임용시험 학원 강사가 자랑스럽게 자기 배출한 교사가 전국에 널려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게 맞다고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이 현실이 참담하기 그지 없다. 전국의 대부분의 교사는 학원에서 길러낸 것이리라.

더이상 이야기하면 입은 안 아픈데, 욕만 나올것 같다. 12월 3일 일요일. 전국에서 임용시험이 있는 날이다. 이날을 우리는 비극의 날이라 이야기 하자. 요즘 뉴스에 간혹 나오는 교육대학의 수업거부니 시험거부니 하는 이야기는 그래도 부자놀음이다. 2명에게 밥 한 공기 던져주면 그런게 가능하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13명, 아니 14명 15명에게 밥 한 공기 던져주면 그런 것 꿈꾸기 힘들다. 안 먹겠다고 단식투쟁 해봤자. 저 구석에선 몇 명은 싸우고 있으리라. 그 밥그릇 잡겠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우리 신세.

덤으로 이거 하나 더 이야기 하자. 사범대학의 한 해 졸업자는 과별 40~50명 선이다. 그 중에 시험에 합격해서 교사가 되는 경우는 많아야 3~4명 이다. 그것도 주요과목, 즉 국영수 정도고, 다른 과목들은 한 명도 어렵다. 사립이 있긴 하지만, 거기도 사정은 더 나쁘다. 그러니 그해 졸업자가 선생이 되는 것은 채 10%도 안된다. 나머지는 뭐하느냐? 대부분 또 일 년을 준비한다. 일부는 기간제나 시간강사를 알바삼아 한다. 또 일부는 학원강사의 길을 간다. 그런데 그 대부분이 다시 재수생이 되어 임용시험을 치른다.

대학의 년초 취업률 조사에서 가장 기대치가 낮은 곳이 사범대학이다. 이게 교사되겠다는 사람들의 현실이다. 이런데서 날고 긴다고 해서 '밥그릇'에 초연할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교사 안되면 이 사람들이 이 험한 사회에서 뭘 해먹고 살겠나? 이 놈의 나라에서 선생 해먹기는 참 뭐 같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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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04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는 올해 서울에서 6명 뽑더라구요. 전국을 다 더해보아도 스무명 정도?
거기에 올해는 영양사 문제까지 포함되었고... 우리나라 교육정책엔 한숨이 태산이에요.
문제는 '돈'이라는 얘긴데, 비리로 썩어들어가는 돈을 나라 위해 투자를 하면 예산이 부족할까나 싶어요.

마늘빵 2006-11-04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멜기세덱님 임용시험 보시나요? 어떤 과목이세요 와락. 전 대학원 졸업 해야만 자격이 나오기 땜시롱. 철학은 있는데 도덕윤리가 없어서. 이러고 있슴다.

멜기세덱 2006-11-04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영양교사"라네요. 별의별 교사가 다 있어요.ㅎㅎ 이게 바로 교육당국의 전시행정인데, 참! 말막이 딱 막혀요...ㅎㅎ
아프락사스 님> 저는 '국어'에요. 이번 시험은 별 기대도 안하고 공부도 안 했는지라...ㅎㅎ 근데, 위의 교육대학원 언급은 교육대학원 다니시는 분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어요.

2006-11-04 1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6-11-05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졸업이 아주 조금 늦어서, 올 2월에 했습니다. 제가 철학이나 윤리교육에 관해서는 문외한입니다만, 교사가 되려면 교육적 자질 못지 않게, 해당 분야의 전문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자기분야에 대한 전문성 함양의 길은 끝이 없겠죠. 제가 볼 때도 사범대 달랑 나와서 선생한다는 것이 참 우스운 일이기도 해요. 아참, 저는 시험 준비는 통 안하고요, 현재는 대학조교하고 있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