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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이 지났고 처서가 떠났다. 가을이란 얘기다. 더워서 잘 모르시나본데, 분명 가을이다.

파란 하늘이 높아지는 계절, 내 얼굴과 몸동 푸르딩딩, 말은 살찐다는데, 나도 살이 붙는다, 그것도 배에만. 하루하루 늙어가는 계절임에 분명하다.

더운 여름, 책 읽는 사람도 책 쓰는 사람도 지치긴 마찬가지, 8월 시간을 뒤적이는데 그닥!

쓸만한 책들이 없다. 아무래도 8월에는 책을 덜 내나 보다.(알라딘에서 통계 좀 내보시라.)

더운 여름, 책 읽기란 삐질삐질 땀내가 책에 배니 책도 찝찝 읽기도 찝찝! 휴가가서 책을 꺼내 읽는 건 휴가에 대한 모독까지는 아니지만 같이 간 이들에 대한 실례이지 않을까?

책을 꺼내 읽으면 요즘 세상 욕들어 먹기 십상이다.

그래서 가을에 책을 읽으라고 하나 보다. 천고하고 마비하니 우리도 높이고 살찌우자 정신을? 그리하여 독서의 계절 되시겠다.

언어적 유희 차원에서 독서로 우리 정신을 마비(麻痺)시켜 보자.

 

 

사회과학>정치비평

강준만, <싸가지 없는 진보>

옳은 지적이다. 진보입네 하는 사람들 특유의 성격 '싸가지 없음'. 혹은 없는 것처럼 보이기 일쑤다. 진중권이나 노회찬 같은 사람들 말하는 걸 보면 싸가지 있게 보이지는 않으니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잘못된 문제 현실을 지적하다보면 기득권 가친 노인네들에게는 싸가지 없는 자식으로 보일 터. 좋게 말해서는 씨알도 안 멕히는 말이다. 강준만의 책은 불편하다. 주가 많아서, 각주로 달아도 뭐하고 미주로 달면 불편하고. 이 책은 어떨지 모르겠다. 집권 전략이니 하는 부제도 거창하기만 한데, 싸가지 없음, 혹은 없어 보이는 진보를 어떻게 개선하면 좋을지 좋은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예전에 손석희의 백분토론에서 진중권과 주성영의 토론 장면이 재미있더랬다. 쏘아대는 진중권을 주성영은 싸가지 없다고 생각했을 터. 정신이 마비의 지경에 이르렀을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사회에 그런 마비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수술 전에 마취를 해야하는 것처럼.

 

 

사회과학>사회사상>공산주의

리처드 파이프스, <공산주의의 역사>

이 책을 읽으면 잡혀가지는 않나? 나중에 내란음보니 뭐니로 엮이는데 일조라도 하지 않나? 그 점에 대한 알라딘의 무사보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담에야 읽어야지. 공산주의! 그 놈의 유령임에 분명하다. 자유주의를 마비시킬 유령! 공산주의가 망했다는데, 왜 망했나? 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그런데 망할 공산주의가 한번이라도 있었는가는 의문이다. 아직은 안 왔었다는 얘기도 있는데. 공산이란 말이 가지는 부정적 함의를 제거하기 위해 모두주의 정도로 바꾸는 것은 또 어떨까? 하여간 왔든 안 왔든, 더 나은 주의,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는 과거를 반성적으로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겠다. 이 책이 우리 사회를 마비로 이끄는데 일조하기를 바라면서.

 

 

종교>세계의 종교

홍익희, <세 종교 이야기>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이름만 들어도 마비되는 이 세 종교 이야기를 왜 들어야하지? 이들 세 종교의 본류는 같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들은 물과 기름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화해까지는 모르되, 서로간에 그냥 내비두는 정도라도 되면 좋겠으니 말이다. 그러려면 서로를 인정해야 할 터. 세계의 보편 종교로서 존재하는 이들의 역사적 변화 과정을 이해함으로써 그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이해한다면 이제는 그만 싸우지들 않을까? 믿거나 말거나! 여전히 이들은 우리 사회를 마비시킨다. 젠장!

 

 

 

 

인문학>책읽기

오카자키 다케시, <장서의 괴로움>

장서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비슷한 괴로움을 느낀바 있다. 좁은 원룸방에서 책을 덮고 자면서도 책을 사 모았던, 그래서 엄마한테 매일 잔소리를 들었던, 이사때면 책을 나르느라 고생한 후배들의 불쌍한 눈빛을 보면서. 그래도 책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한 4천권쯤 있어야지 싶다. 번듯한 서재를 만들고 사면을 책으로 쌓아두면 좋겠다. 몇 년전 지금의 집으로 이사하면서 3분의 1 가량을 버렸다. 한 천권쯤 되지 싶다. 급하게 이사를 하느라, 어디 기증도 못하고, 헌책방에도 못 팔았다. 헌책방에 팔았으면 수십만원은 벌었을 건데. 처치곤란에 고물상을 불렀다. 한찬 가득 실어가면서 1만원을 준다. 젠장! 장서의 괴로움은 이것 이상이겠지. 그런데 왜 부럽지! 이 책은 분명 자랑질임에 분명하다. 나도 그 괴로움을 느껴보고만 싶다. 책 속에 파묻혀 마비되고 싶다. 이 책이 장서 관리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책이라면 읽어봐야겠다. 진짜로 마비되면 안 되니까 말이다.

 

 

인문학>언어학>한문

유광종, <지하철 한자 여행 1호선>

인천 2호선 공사가 한창이다. 원래의 계획보다 늦은 16년 개통이라나. 어떤 현수막을 보니 역명 설문조사를 한다는데, 어떤지 모르겠다. 순우리말 이름만 고집하는 것은 좋다고 보지 않는다. 하여간 잘 지어야지. 개인적으로 지명의 유래와 의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궁금하니 말이다. 인천의 작전동이 작전짜는 곳이 아니고, 계산동이 계산하는 곳이 아니니 말이다. 지하철 역명에 담긴 한자를 알아보는 책인데, 이 책을 보면 이런 지명들의 유래도 알아볼 수 있지 싶다. 이제 1호선이니 책을 좀 사봐야 2호선 3호선 나오지 싶다. 이참에 한자 공부도 같이 하면 일석이조다. 일석이조는 한자로 이렇게 쓴다. 一石二鳥. 돌 하나가 이조짜리. 얼마전에 운석이 떨어졌는데, 그 값을 쎄게 부른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어떤지 모르겠다. 이조까진 아니겠지만 어마어마하던데 어케 되었는지 궁금하다. 아! 많이 떠들었더니 마비가 왔나봐! ㅎㅎ

 

9월 아무튼지간에 책으로 마비 좀 되시라. 이제 가을이니 말이다.

이런 젠장! 남자의 계절! 또 외로움에 사묻혀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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