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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독신(獨身). 홀로 산다는 것인데, 아 참 외롭겠다, 한다, 다들. 이라는 한자도 참 모나게 외롭게 모질게 괴팍하게 생겼다. 은 일단은 혼자라는 뜻인데, 이 혼자라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홀로만 특이한 것이 독특인데 여기에도 을 쓰니 말이다. 결혼을 하지 않고, 가족과도 떨어져 혼자만이 사는 것은 특이하다는 인식, 어쩌면 찌질하다는 인식이 이 단어의 뜻에 들어가 있는 듯도 싶다. 독신은 또한 불쌍하다. ‘돕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가 이 에 담겨있다.

늙어서 자식이 없는 사람을 이라 했고, 남편이 없는 여자를 이라 했으며, 자손이 없는 이도 이라 했다. ‘개싸움’, ‘원숭이를 잡아먹는 큰 원숭이’, ‘고립된 산’, ‘외발이’, ‘짐승 이름’. 이 모두 에 담긴 뜻이다. 하나 같이 괴상하기만 하다. 지금까지의 독신은 이렇게 괴상한 존재였다. 나도 어쩌면 이 괴상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터를 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분명 이니 말이다.

현재까지 이 세상에서 만으로 34년을 넘게 살았다. 몇 달 후면 35년을 채운다. 세상의 기준으로 결혼 적년기이거나 지나고 있거나, 이다. 그런데 30년을 넘으면서는 주변에서 언제 독신을 면하느냐고 아우성이다. 그걸 내가 어찌 알겠느냐 만은, 과연 이것을 면해야만 하는 것이지도 나는 아직 의문이다. ? 남과 다르지 않기 위해서? 자식과 자손을 위해서? 어디 가서 개처럼 싸움질이나 할까봐? 누구를 잡아먹을 지도 모르니까? 다시금 짐승이 될까봐? 그리들 염려인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이 많지만 할 수 있는 것도 많다. 그런데 혼자가 아닌 이들에겐 할 수 있는 것들뿐일까? 독신을 면한 이들에게 해야 할 것이 태산이고 해서는 안 될 일들도 가득하며 피곤한 일들의 연속임을 주변의 비독신자들에게서 본다. 그럼에도 무엇이 독신을 비참하게 하는가? 그 무엇이 독신을 비정상인 쯤으로 여기게 하는가?

이 책에 의하면 현재 30대 비혼남이 세상 끝날까지 혼자 살 확률은 3분의 1이다. 3명 중의 1명이 나일 가능성은 농후하다.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덤덤하기도 하고, 혼자면 어때 싶기도 하고, 외로울 것 같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독신주의자는 아닌 듯하다. 결혼을 생각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독신을 생각한 것도 아니다. 그런 걸 생각할 여유도 이유도 그리 없었으니까.

<독신의 오후>란 책에 눈길을 준 것은 주변의 흔한 인사말도 있었지만, 결혼이란 걸 해야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대로 혼자 사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해서일 것이다. 중년 혹은 노년의 독신 여성이 들려주는 남자들의 독신이야기? 아니 독신 남자들의 노후 대비서? 그래, 내가 독신으로 산다면 늙어서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함이, 독신의 선배가 들려주는 노하우를 엿보고 싶은 욕심이, 여자가 뭘 안다고 독신 남자에게 조언일까, 하는 호기심이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처음엔 독신도 괜찮아 하는 응원과 격려였다가, 나중에는 독신도 쉽지 않네 하는 걱정 반 두려움 반의 충고가 되었다. 3분의 1이 독신으로 산다는데, 더 이상 은 특이하다에 붙여 쓰면 안 될 만큼 보편성을 가질 텐데 독신이 뭐 어때? 독신을 자네에게 권하네, 하고 어느 독신의 일본 할머니께서 나에게 권한다. 그런데 남자 독신은 여자 독신에 비해 진짜로 찌질하게 살기 쉽거든, 그러니 내가 가르쳐주는 방법을 잘 익히고 연습하시게, 하는 친절한 음성이 귀에 들린다. 독신으로 찌질하게 사는 남자들의 예가 어쩌면 나의 오후가 아닐까 하는 강한 확신이 드는 터라, 이 할머님의 충고를 되새기고 되새겨서 찌질을 면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려던 찰라, 두려움이 엄습해 오고야 만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독신의 오후’, 그러니까 젊은 독신이 아닌 늙은 독신에 큰 관심을 둔다. 그런데 오후에서 조금 시간이 더 흘러 저녁을 넘어 한밤중으로 깊이깊이 들어가 늙고 병들어 죽기 직전의 독신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인간은 곱게 죽지 않는다고. 죽기 직전의 독신을 염려하는 대목들이 많다. 어익후! 내가 독신으로 늙으면, 날 간병해 줄 사람은 누굴까? 시설에 들어가 정말 골골대고 죽을까? 아직은 생각하기 싫지만, 독신으로 산다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은 그 때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독신으로 어떻게 하면 재밌게 살 수 있을까가 아니라, 독신으로 죽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말하는 책이라고나 할까?

결국은 두려움이 강하게 마음속에 흐른다. 그래서 결혼을 해야겠다, 생각을 하면, 저자는 결혼하고 나서도 혼자가 될 거야, 그러니 사람은 누구나 독신의 오후를 준비해야겠지, 하고 말한다. 어익후! 이 책의 제목은 독신의 오후라는 비유적인 표현보다는, ‘독신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방법정도로 직접적으로 고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인문보다는 실용서에 포함시켜야 할 정도로.

나는 아직 독신의 오전쯤일터이다. 좀 더 쓰다면 정오로 하자. 그러니 아직은 오후는 아니다. ‘독신의 오전이란 책이 필요했던 것이다. 저자에게 오전도 요청해 볼까? 여기에는 아마도 섹스의 문제를 따로 한 장 이상 담아야지 싶다. ‘오후에서는 부족했던 부분이다. 더불어 경제적 준비에 대한 문제도 심도 있게 다루어야지 싶다. 독신으로 재밌게, 멋지게 살자! 더불어 죽을 날도 대비하자! 그런 책이 나와야겠지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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