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BS의 다큐 "신의 길, 인간의 길"을 놓고 기독교계가 야단법석이다. 뭐, 기독교의 이런 행태가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적잖이 식상한 것이지만, 항상 느끼는 것은 괜한 짓들을 해서 득은 전혀 못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SBS의 이번 다큐는 "역사적인 예수에 대해 탐구하고 기존의 예수에 대한 관점과는 다른 시각에서 예수를 바라보자는 것"을 취지로 4부작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아니나 다를까 기독교계는 방송 전부터 이 프로그램을 방영하지 말것을 종용했다. 딱 한 노릇이다. 그 덕분에 나같은 사람은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지를 알게됐고, 프로그램 시간맞춰 지켜봤다. 일요일 야밤에 하는 다큐멘터리는 시청률이 안 나오기로 유명하지만, 어느 기사에서 보니, 이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10%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괜한 논란 일으켜서 남 좋은 일만 시켜준 셈 아닐까? 안 그랬으면 시청률 한 3%나 나왔을지 의문이다.

하여간, 이 프로그램으로 새삼스럽게 날 자극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예수는 신화다』란 책이다. 영국의 철학자이며 세계의 신비주의에 대한 권위자인 티모시 프리크와 고대 문명 전문가 피터 갠디가 함께 펴낸 책이다. "경이로운 이 책은 2천년 가까이 전통 역사로 전해 내려온 그리스도교의 기원을 철저히 파헤친다. 두 저자는 현대 학계의 결정적인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신약의 예수가 신화적 인물이라는 압도적인 증거를 제시한다. 이 책에 따르면 신약의 네 복음서가 목격자들의 이야기라는 전통적인 주장과는 전혀 달리, 복음서는 사실상 고대 이교도의 신화-죽었다가 부활한 신인(神人) 오리시스-디오니소스 신화-를 유대인 식으로 각색한 것이다." 자고로 논란이 될 만한 책이었다.

이 책은 2000년 영국에서 출간되고,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에 동아일보사에서 승영조 씨의 번역으로 번역 출간 되었다. 그런데 몇 달 안 되서 이 책을 종적을 감춘다. 절판된 것이다. 2003년에 군대를 제대하고서 이 책을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절판된 사실을 알고 이상하다 싶었다. 이후에 이 책이 기독교계의 압력행사로 절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의가 없음이었다.

도서관이나 기타 헌책방을 돌아다녀봐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잊혀지내다가 이번 SBS 프로그램을 보고 다시 떠올리기 되었다.

오늘 이래저래 이들이 있어 돌아다니다가, 시간이 남아서 저녁 무렵 인천의 아벨서점엘 들렀다. 이것이 인연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벨서점 서가를 구석구석 찾아보다가 내 눈길이 "예수는 신화다"라는 굵은 글씨가 딱 멈췄다. 서점에 가면서 속으로 설마 이 책이 있을려구, 하면서도 내심 있었으면 했는데, 애써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뜻밖에 발견하고는 외마디의 함성을 질렀다. "하나님, 예수님 감사합니다."

아무튼 기쁜 마음에 페이퍼를 쓴다. 상태는 가급적 양호했다. 거의 새책의 상태였는데, 다만 낱장 한 장 정도 제본이 좀 불량해서 접힌 부분이 있는 것 빼고는. 주인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오늘 들어온 책이란다. 인연이 있었던 것이었나 보다.

SBS가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기독교계가 반발하면서 기사가 나고, 그 기사를 지나다 보고서 이 프로그램을 보고, 거기서 다시 옛날의 책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오늘은 이래저래 일보러 나갔다가 아벨서점엘 들르고, 아벨서점엔 이 책이 오늘 들어와 서가에 꽂히고, 별맘 없이 서가를 살피던 내 눈길이 이 책에 꽂히고, 그리고 지금 내손에 있게 된 것. 참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결국, 기독교계는 괜히 반발해, 다빈치코드 판매와 관람자 수만 늘리고, SBS 시청률만 늘리고, 절판은 되었으되 나같은 반골 기독교인이 이런 소중한 책 갖고 하고, 갖이갖이 남 좋은 일만 시키니, 이것도 기독교적 사랑의 실천인지 모를 일이다.

결론인즉은 기독교계의 이런 무식한 짓은 이제 그만 해야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장로님이신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아마도 기독교계의 이런 무식한 짓을 보고 익히셔서 고대로 언론과 방송을 다루고 계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동아일보사에서 이 책이 나왔다는 것이 좀 그렇지만, 이 책이 다시 재출간 되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사가 아직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당분간 재출간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누구라도 이 책의 판권을 사서 재출간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 책이 그다지 많이 팔릴 만한 책은 아닐 것 같기도 해서 여전히 재출간의 희망은 단지 희망일 뿐이다. 어쩌면 재출간한다는 계획을 퍼트리면, 기독교계에서 또 적극 반발해서 이 책의 판매량에 도움을 주지는 않을까 기대도 된다.


더불어 오늘 아벨서점 행차길에 또 하나 좋은 책을 건졌다. 『원본 정지용 시집』을 펴낸 바 있는 깊은 샘의 원본 시리즈의 하나로 2007년 출간된 『원본 영랑 시집』이다. 그런데, 알라딘에서는 이 책이 검색되지 않는다. 이상하고 좀 부당한 일이다. 아벨에서 구한 이 책의 상태는 매우 양호하고 거의 새 책이며, 흠집이나 상처는 전혀 없다. 종종 헌책방을 들르는 보람이 매우 크다. 아 좋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8-07-02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벨서점이 배다리쪽에 있나요? 옛날에 배다리에 헌책방 있었는데~~ 요즘은 변화한 혹은 진화(?)한 인천의 풍경을 모르니 잘 모르겠다~ 헌책방의 맛은 요즘 알라딘 중고샵의 맛보다 더하겠죠!^^

심술 2008-07-02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멜기님과 인연이 닿는 책인 거 같네요. 헌책방 순례하는 재미는 제게도 삶의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납니다.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살을 중1 때 배운 기억이 나네요. 멜기님, 순오기님 쥐박이 땜에 고생 많으시죠? 쥐박이 녀석 병이라도 걸려 사라져 줬음 좋겠습니다.

2008-08-27 0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멜기세덱 2008-08-29 12:59   좋아요 0 | URL
자꾸 그러니까...진짜로 연애하고 싶어지네용....ㅎㅎ^^
삶이 힘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