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망국적 쇠고기 협상으로 발발한 촛불은 꽤 오래도 탔다. 촛불은 심지를 태우고 초를 녹이면서 탄다. 심지는 다 타고, 초는 죄다 녹아내리고 있는데, 우리 국민들은 애타는 마음은 꺼질 기미가 안 보인다. 이 마음 어디다가 달래나 주라고 하소연할 곳도 보이질 않는다. 종로, 아니 시청 갔더니 닭장차에 막히고 명박산성에 막혀서 어찌할 바를 모를 지경이다. 이들이 든 촛불은 점점 스러져가지만, 지친 시민들은 저마다 집으로 가지만, 그래서 모인 이들이 몇 천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에게 "이제는 촛불은 꺼도 돼"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참 의문이다.
최근 한나라당은 여론이 반전되고 있다는 자체 조사 및 몇몇 신뢰받지 못할 언론의 보도 등을 인용해 촛불을 좀들 끄시라고 협잡을 부리고 있다. 어제 이명박 대통령도 수그러들었던 불법시위 근절,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 등등의 단어들을 씨부리고 있다. 얼마 전부터 뉴라이트 단체 등 (수구)보수 단체들이 거짓 시위 그만두라, 불법 선동, 빨갱이 타령하면서 으르렁 대더니, 이에 힘입은 우리 이명박 정부 똘마니들이 촛불 이제 끄시라고 한다. 그럼, 이쯤하면 되었으니 하고 우리 촛불을 꺼봄은 어떨까?
"이제는 촛불은 꺼도 된다"며 정부를 믿으라고 하는 소리를 믿건 말건, 지치기도 했으니, 촛불을 한 번 꺼보면 어떨까? 이 끝없이 타는, 지치고 지친 가운데서도 여전히 타오르는 촛불은 끄면, 과연 그렇게 촛불 끄라고 요구하는 이 정부 인사들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내가 볼 때, 우리는 이 촛불은 꺼도 좋을 것이다. 미심쩍은 미국산 쇠고기를 그냥 주는 대로 받아 먹기는 찜찜하지만, 의료비가 좀 비싸지는 것이 찝찝하지만, 좋지도 않은 수돗물값이 올라 물 좀 들 먹고 사는 것이 갑갑하지만, 매일처럼 들려오는 땡박뉴스는 티비를 꺼버리면 될 것이지만, 자 이 모든 것을 감내하고도 촛불은 끈다면, 나는 우리가 이 촛불은 이제 꺼도 좋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가 촛불은 지금, 당장 끈다면, 그걸 이 정부, 이 여당이, 저 발발대는 뉴라이트들이, 가스통 들이대며 알아듣지 못할 소리, 괴성을 짖는 것들의 소리 그대로 받아들여 이 촛불은 끈다면, 난 단호히 말하건데, 그들은 더 무서운 불을 볼 것이다.
나는 "이제 우리 촛불을 한 번 꺼보입시다"고 말하고, 이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이 촛불은 껐다가, 장작을 모으고, 작대기를 모으고, 헝겁을 휘감고, 기름을 부어서 거대하고 커다란 횃불을 만들어, 우리 언제고 이 자리에 다시 모일 날 있을 것이라고. 그 날이 오면, 이를 잡고 쥐를 잡자고 초가산간이 아니라, 저 푸른 지붕 달린 집을 태울 것이라고. 그래서 난 이렇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 이제 횃불은 들 때가 온 것이다."
얼마 전 어떤 글에서 박노자 선생은 이명박이 하야할 때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나도 이전부터 그런 비슷한 생각을 했다. 하야가 편할 것이라고. 국민의 신뢰를 잃은 대통령은 탄핵대상이기 이전에, 하야의 주체일 것이라고. 그게 본인한테 득될 것이라고. 하야하면 감옥은 안 보낸다고.
앞으로 이명박 정권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많은 것을 할 수는 있으되, 모래위에 쌓은 토성, 그야말로 하루만에 철거될 명박토성일 따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가 할 많은 이들이, 이렇게 스리살짝 꺼진 촛불을 횃불이 되서 살려낼 것임을 경고하지 않을 수가 없다.
촛불이 수그러드는 것같으니, 기어이 좌파선동이니, 빨갱이니, 반국가단체의 조작이니, 국가정체를 뒤흔든다느니, 한미동맹에 위협이라느니, 기타등등, 별 같지도 않은 말들은 또다시 붙여댄다. 든든한 우군 할아버지 병사들을 얻어 기세가 등등해진 것인지, 21세기 국민과의 전쟁에서 가스불 들이대면 이길 것이라고 확신하는지, 다시금 그 생각 모자란 잔머리를 굴려대기 시작하니 참 가소롭다. 자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한치 앞도 보지 못하는 그 잔머리가 원하시는 대로, 난 이 촛불을 꺼 주어도 좋겠다 싶다. 머지 않아 횃불을 들고 달려나올 그날이 보고싶다.
이명박은 국가정체성을 흔드는 불법시위를 엄단하시겠단다. 그 불법시위가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니까 저 할아버지의 가스통 각목들고 나온 시위가 꼭 그 불법시위인 것만도 아니겠지만, 여하간 촛불시위가 주 타겟인 것은 분명해 보이는 상황에서, 정말 이 촛불시위가 국가정체성을 흔드는 것인지를 생각해본다. 그런데, 이명박이 말하는 국가정체성은 무엇일까? 아니 그 국가정체성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한나라당에? 뉴라이트에? 청와대에? 고엽제피해자분들께? HID 단체에? 아니면 미국에?
잘 들으시길 바란다. 우리나라 국가정체성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노래하며 부르짖는 저 촛불에 있단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신중히 하라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그놈의 정체성이 있음이다. 그 정체성을 마구잡이로 흔들어 미국에 갖다받치는 저 푸르디 푸른 집에 있는 사람들은, 분명 엄단해야할 것이다. 엄단은 촛불처럼 미지근한, 그리고 아름다운 불로는 좀 싱겁다. 그래서 촛불은 꺼도 좋음이 있다. 그들에게 이제 횃불을 던질 차례가 곧 올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나의 충언을 듣지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난 대통령께서 두 번째 하야하는 대통령이 되셔야 한다고 전하고 싶다. 그게 아름답지 않겠는가? 아니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모양새는 좀 낫다. 신뢰를 잃은 정부, 이 정권은 더 이상 갈 데를 내 알지 못한다. 그땐, 온 국민들이 횃불을 들 때에는, 당신들이 저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