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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블로그 - 역사와의 새로운 접속 21세기에 조선을 블로깅하다
문명식 외 지음, 노대환 감수 / 생각과느낌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블로그(blog)'는 원래 우리말이었다? '카페'도 실은 우리말이다? 조선시대에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인터넷 카페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그야말로 기상천외(奇想天外)하고 황당무계(荒唐無稽)한 책이 있다. '블로그'는 원래 우리말 '불로구(不怒口)'였고, '카페'도 '갑회(甲會)'였단다. '불로구갑회복원위원회'에서 편저한 이 책 『조선블로그』는 그 생생한 증거들을 담아놓고 있다. 21세기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블로그가 조선시대에도 있었다니? 믿어지시는가? 믿거나 말거나.
사실 이 책은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얼마 전 발견된 '불로구(不怒口)', '갑회(甲會)'라고 적혀있는 고문서들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 이 고문서들의 내용이 오늘날 우리가 블로그나 카페에 올리는 글들의 성격과 매우 비슷하였다고 한다. 말하자면 당시에 인터넷과 블로그가 없었을 뿐이지, 그들은 오늘날 우리가 하는 블로그질을 불로구에 했었다는 거다. 여하튼 이런 우연한 발견에 힘입어 편저자들은 역사적 인물들이 '블로그'질을 하고 인터넷 카페를 한다면 어땠을까를 가정한다. 그렇게 태조 이성계와 세종대왕, 이순신이 블로그를 만들고, 실학자들이 모여 카페를 개설한다. 가상의 일이지만, 사료에 근거해 그럴 듯 하게 꾸며놓은 이 블로그와 카페에 접속하는 즐거움이 남다르다.
이 기발한 아이디어에만 감탄하고 말 일이 아니다. 더욱 감탄할 것은 역사상의 인물들이 21세기에 재탄생해 우리와 같은 인터넷 공간에서 일촌이 되고 이웃이 되어 그 속내를 솔직히 내뱉는다. 블로그나 카페에서 내뱉는 보다 솔직하고 거짓없는 글들에 네티즌들이 공감하고, 때론 논쟁하듯이, 편저자들은 철저히 역사상의 인물들을 21세기적 개인으로 창조해 낸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 역사적 고증에 근거한 것이다. 그것이 어느 정도 한계가 있지만, 이 색다른 시도에 역사는 어느덧 우리가 즐찾한 여느 블로그처럼 친근해 진다.
이성계와 일촌을 맺고, 세종대왕 블로그를 즐찾하면서, 의병 카페에 가입하고, 실학 카페에 정회원이 된다? 비록 그것은 가상의 일이지만, 역사 속 현장과 시공간으로 깊이 들어가 그 당대 역사 인물들과 동시에 호흡하게 만든다. 이것은 역사를 보다 흥미진진하게 체험하게 한다. 가령, 이순신에게 응원의 댓글을 달면 더욱 잘 싸워줄 것만 같고, 정암에게 딴지를 걸면 "그냥 가던 길이나 가시지요."라는 싸늘한 댓글이 날아올 것만 같다. 이것은 역사를 보다 생생하게 재현시키는 탁월한 역할을 담당한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역사 속 인물의 블로그를 즐찾한다는 것을.
아무튼 저자들은 이런 획기적인 기획을 앞으로 계속할 생각인 듯 하다. 고려 블로그도 나오고 삼국 시대 블로그도 나올 예정이란다. 싸이 미니 홈피와 접목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무엇보다 블로그가 좋은 장점은 역사의 대상으로서만 제시되는 역사 속의 인물들의 속내가 비록 가상의 결과물이긴 하지만 비교적 사실에 가깝게 비춰진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보다 그 인물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참신한 노력에 찬사를 보내며, 이 기획들이 꾸준히 출간되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