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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김앤장 - 신자유주의를 성공 사업으로 만든 변호사 집단의 이야기 ㅣ 우리시대의 논리 10
임종인.장화식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1월
평점 :
이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는 물음이 있었다. 이 사회에서 "법 없이도" 살아가는 게 가능할까? 이 물음을 행간 사이사이에 심어가면서 내린 결론은, 사실 급좌절이다. 내 개인적 지론으로서는 "법 없이 사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좋은 사회라는 것인데, 사회가 근대화되면서 이 부류의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사회는 점점 삭막해지고 피폐해졌다는 것. 경제가 제 아무리 발전하고 성장한다고 하더라도, 법이라는 억압적 체계하에서 민중은 말 그대로 착취되어왔다. 이제 근대적 산물로서의 법은 민중을 감시하고 구속해 오면서 지배층들의 지배를 공공히 하는데 봉사하여 온 것에 불과하다.
그만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법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필요악이다. 걸핏하면 "법 대로 하라"는 인간들이 언제든지 이 법 모르고 사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기 때문에, "법 없이" 살 사람들이 그나마 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몹쓸 법을 알기는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회의 이데올로기는 이 몹쓸 법을 아는 것이 힘이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그 법을 가장 잘 아는 인간들을 사회의 지도층으로 내세우고 최고의 엘리트로 대우한다. 그와 반대로 "모르면 죽어"야 한다. 모든 사회가 언제나 법을 따지고 "법 대로" 하라며 들이댄다. 도무지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내 지론대로라면 이 사회는 더이상 좋은 사회가 아닌 것이 된다. 아 이 참 몹쓸 세상.
내 개인적 견해의 썰을 더 풀어보면, 인류가 무리에서 부족사회, 부족사회에서 국가사회로 변화해 오면서 형성되었을 윤리라든지 도덕, 나아가 규범과 법이라는 것은 민중적 자연스러운 요구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소수의 지배자들의 지배를 효과적이고 공공하게 만들기 위해 이런 윤리나 도덕, 그리고 보다 강력한 억압적 구조의 법이 만들어 진 것이다. 법에 대한 현란한 찬사가 사실은 다 구라요 뻥이라고 생각한다. 이 법이 수천년을 이어오면서 이제는 사회 전체를 지배하고 가둬놓아 버려서, 그 구속적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인간들은 결국 그 법대로 살지 않으면 안 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근대 이전까지는 "법 없이도" 살아가는 사람이 많았고, 그들은 "법 대로 하라"며 들이대지 않았다. "법 대로 하라"고 들이대는 인간들의 태반이 갖은 자들이고 착취자들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모두들 "법 대로 하라"며 떠든다. 마치 모두가 지배층이 된 양, 서로를 협박하고 구속하지 못 해 안달인 것이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의 "법 대로"는 대부분의 민중들에게는 허상에 불과하다. 결국 "법 대로"하면 더 갖은 자가 반드시 이기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근거로? 이 책 『법률사무소 김앤장』(이하 『김앤장』)은 그 근거를 '확실히' 보여준다.
『김앤장』을 읽으면서 더 이상 "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은 더욱 공공해졌다. 현대적 법이 보다 민주적이고,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며, 공평무사해 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이런 허무맹랑한 수사를 여전히 믿지 않는다. 여전히 법은 갖은 놈들에게 유리하지 않던가? 법적으론 로펌도 아니지만 대한민국 최고 로펌임을 자랑하는 김앤장의 실체를 까발긴 이 책에 따르면, 이 최고 엘리트 집단인 로펌 아닌 로펌이 어떻게 갖은 자에 빌붙어서 지극히 "법 대로" 착취하고 억압하며, 권력에 영합하고 돈을 버는지 도무지 극악스럽지 않을 수가 없다.
법을 제 맘대로 해석하고 자유자재로 뜯어 고치면서 외국 투기 자본에 나라의 근간을 팔아먹고, 삼성 등의 재벌과 결탁하여 그들의 부를 증대시키며 그 콩꼬물에 빌붙어 사는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세력을 대신해 그들을 정리해주는 이 법률사무소는 이 "법 대로"가 어떤 의미인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예전에도 그랬고 여전히 그러하듯이, 이들이 말하는 "법 대로"는 있는 놈 맘대로란 뜻에 다름 아닌 것이다. 있는 놈들이 잘 사는 세상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없는 사람들도 살 만한 세상이어야 하는데, 이 법이라는 것이, 이 법을 잘 안다는 놈들이, 법 대로 한다면서 없는 사람들을 더 못 살게 구는 세상에 도대체 무슨 희망이 있을까?
더 쓰다 보면 계속 욕만 나오고, 횡설수설에 주체할 수 없게 될까봐 두렵다. 그보다는 '김앤장'에서 법 대로 하자면 "명예훼손"으로 고발해 올까봐 그게 더 걱정이다. 이쯤해선 나도 이 법을 좀 알아야 하는 것일까? 적어도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말이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에 모인 수백명의 변호사들, 그리고 전현직 "권력의 핵심"이었던 고문들이 받는 월급이 수천에서 수억에 달한단다.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뭐빠지게 일해도 한 달 300벌기가 까마득한 이들이 태반인 이 사회에서 그들은 어떻게,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받을까? 난 이 물음에 말할 수 없다. 다만 그들이 있는한 우리 사회에서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나도 이제 그 예외가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여기에 댓글 다는 사람도 그러하다.
내가 이렇게 이 책 『김앤장』을 일독하고, 별 4개를 주며, 리뷰를 건방지게 써재끼는 것은, 여러분들께 이 책을 일독해 보십사 하는 것이다. 여러분들께 이 책을 일독해 보십사 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이 책 『김앤장』을 읽고, '아 나도 이제 법 좀 알아야겠구나'를 일깨우고자 함이 아니라, 법 없이는 못 사는 이 세상에 대해 다만 일말의 한탄이라도 좀 느끼시라는 뜻에서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랬고, 내 부모 형제가 그랬었다. 법 없이도 잘은 아니지만, 못나게라도 근근히 살다 갔고 살아 왔다. 지금까진 나도 그랬고 여러분도 그랬을 것이다. 잘은 못 살았서도 말이다. 그런데,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것만 같다. 아니 그럴 수 없다. 이 노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모두들 법 공부해서 판검사나 변호사가 되어야 할까? 내 머리론 곤란하다. 그러니 그냥 앉아서 뒤지는 수 밖에. 그러지 않으려면, 뭔가 해야되는데, "법 대로" 해선 그놈들에게 댈 게 아니지 않은가? 에라 모르겠다, 법이고 나발이고 난 모른다. 그냥 대갈빡으로 그놈들 면상에 쳐박고 싶은 심정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법 없이도 사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참 좋은 세상이다. 그게 너무 먼 옛날의 일이어서 서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