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지는 않지만 꼭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는데요, 그게 바로 문장부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 격식을 갖춘 글쓰기, 이를테면 보고서나 논문 등에서는 문장부호 하나하나의 쓰임을 정확히 알고 써야 하겠습니다. 문학에서도 문장부호가 크게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보통 시에서는 문장부호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어떨 때는 문장부호를 씀으로써 매우 크게 시적작용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장부호의 사용도 하나의 약속임으로 그 기능과 쓰임새를 정확히 알고 사용할 때 효과적인 의미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문장부호를 잘 사용하고 계시는지요?

한 가지 재미난 얘기를 하나 해드릴까요? 요즘 휴대전화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르신들까지 휴대전화가 없는 분들이 없으신데요, 휴대전화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분이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 거라더군요.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간혹 있는데요, 문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하는 상황이라고도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문장부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어느 신혼 부부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다가 이혼 할 뻔 했다는 문장부호와 관련된 웃지 못 할 얘기가 있습니다.

결혼한지 몇 달 안 된 신혼부부가 있었는데요, 하루는 남편이 회사일을 마치고 집에 가던 길에, 모처럼 예쁜 아내와 데이트도 할 겸, 외식을 할 생각으로 문자메시지를 아내에게 보냈답니다. "저녁 먹었어"라고 보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답문이 안 오더랍니다. 뭐하느라 문자메시지도 확인을 안하는지, 왜 답문이 없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살짝 화가 나기도 하고, 할 수 없이 집으로 갈 수 밖에 없었는데요, 집에 들어가 보니 아내가 뾰로통해 있더랍니다. 남편이 들어와도 아는 체도 안하고 차갑게 방문을 닫아버리고 들어가버렸다는 군요. 왜 그런가 했더니, 아내는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오붓하고 근사하게 저녁을 함께 할 생각으로 장도 보고, 정성스레 요리를 하고 있던 차에, 별다른 얘기도 없던 남편이 갑자기 문자를 보내 자기는 "저녁 먹었어"하니 아내는 화가 날 수 밖에요. 어찌어찌 해서 오해가 풀리긴 했지만, 잘못했다간 결혼한지 몇 달 만에 이혼할 수도 있었더랍니다.

재미난 이야기지요? 우리들이야 이렇게 웃고 넘어갈 수 있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무척 곤란한 문제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오해의 근거는 문장부호 하나를 썼느냐 안 썼느냐에 있는데요, 만일 남편이 '?'를 붙여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면 이 두 부부는 그 날 밤, 찐~한 밤을 보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그 날 2세를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구요. 그런데 이런 사소한 문제뿐만이 아니라 문장부호 하나로 인해 더 큰 문제나 오해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아다르고 어다른 언어 전달의 문제 중 하나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이 얼마나 문장부호를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를 갖는 것도 손해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이 되네요.

얼마전 한국어문교육학회에서 펴내는 『어문학교육』제35집(2007. 11.)에 '국어 문장 부호의 몇 가지 문제점'이란 논문이 실려있어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요, 부산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봉국 교수의 논문으로 문장 부호 체계와 사용의 문제 점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이 논문을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문장부호를 위주로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상봉 교수는 먼저 우리나라 현행 문장 부호의 체계와 명칭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이는 우리가 마침표라고 부르는 '.'의 이름이 원래는 마침표가 아니었다는 점이 대표적입니다. 간단히 현행 문장 부호의 체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Ⅰ. 마침표[終止符(종지부)]
     1. 온점( . ), 고리점( 。)
     2. 물음표( ? )
     3. 느낌표( ! )

Ⅱ. 쉼표[休止符(휴지부)]
     4. 반점( , ), 모점( 、)
     5. 가운뎃점( · )
     6. 쌍점( : )
     7. 빗금( / )

마침표와 쉼표 만을 옮겨보았습니다. 이하 따옴표, 묶음표, 이음표, 드러냄표, 안드러냄표 등이 있습니다. 위에서 보듯이 우리가 마침표라고 부르던 '.'이 사실은 '온점'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쉼표라고 부르던 ','는 '반점'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중들이 다들 마침표, 쉼표라고 하니까 1998년 문장 부호에 대한 개정안에서는 세칙을 두어 "온점과 고리점은 '마침표'로 일컬을 수 있다.", "반점과 모점은 '쉼표'로 일컬을 수 있다."하고 은근슬쩍 끼워놓고 있습니다. 이 정도야 언중들의 사용에 따른 민첩한 조처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이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문장부호의 체계와 규정이 아주 주먹구구라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답니다.

다시 한 번 마침표에 속한 것들을 잘 한 번 보시지요. 여기에는 물음표( ? )와 느낌표( ! )도 있죠? 그런데 이게 정말 마침표일까요? 마침표라는 것은 문장을 종결한다는 표시인데, 물음표와 느낌표는 반드시 문장의 종결시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랍니다. 예를 들면 "그것은 참 훌륭한(?) 태도야."라거나 "우리 집 고양이가 외출(?)을 했어요." 등으로 사용할 수도 있지요. 그런데 개정안 세칙에서 느낌표의 사용 예로 "우리는 그 작품으로 백만원(!)의 상금을 탔다."와 "그리하여 그는 끝내 정복자(!)가 되었다." 등을 들고 있습니다. 규정에서의 예만 보아도 물음표와 느낌표가 마침표일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러니 문장부호 체계가 얼마나 주먹구구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적을 하면서 김봉국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문장 부호의 체계에 대한 새로운 고려와 개념 규정이 제대로 마련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어의 경우에는 문장 부호에 대해서 정밀하고 분명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문장 부호의 사용에 대한 세세한 부분까지 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고, "국제적으로 통용하는 The Chicago Manual of Style(1993)에서는 문장 부호에 대한 규정이 136개 항에 걸쳐 상세하게 소개되"고 있는 것을 볼 때 김봉국 교수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문장 부호는 우리의 언어 생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로 이에 대한 정확하고 체계있는 규정과 약속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더욱 가관인 것은 어문 규정을 정하고 설명하는 규정집에서조차 문장부호를 지들 맘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규정집을 만들었다면 이 규정집은 무엇보다도 규정에 맞는 부호를 사용해야 하며, 아울러서 규정에 합치되는 예들로 구성되어야 하지만, 규정과 규정집이 서로 별개의 존재로 인식된다면 규정과 규정집은 언중들에게 전범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며 문자 생활에 더 많은 불편함과 어려움을 갖게 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김봉국 교수 지적을 유념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논문 말미에 실린 "문장 부호 사용의 실제"에서 몇가지를 간추리고 마치기로 하겠습니다. "문장 부호를 사용할 때 헷갈리고 궁금한 사항에 대하여 문답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는데요, 여기서도 그런 형식을 그대로 가져오기로 하고요, 아무래도 논문을 쓰시는 분들에게나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살펴보시고 도움 되시길 바랍니다.

'2.1. 주제의 설정'이 맞는 표기인가, '2.1 주제의 설정'이 맞는 표기인가?

여기서는 세칙안에서 "표시 문자가 두 숫자 이상으로 되어 있을 때에는 마침표를 각각 쓴다"는 규정에 따라 '2.1. 주제의 설정'이라고 쓰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규정에는 마지막 온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대분입니다. 그러니까 국제적으로는 '2.1 주제의 설정'으로 쓰는 것이 알맞다는 얘기가 되죠. 논문이라던가 연구 보고서 등에서의 이런 표기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쪽으로 맞춰가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말의 자음 'ㄱ, ㄷ, ㅂ' 등은 폐쇄음이다(전통적으로 흔히 파열음이라 부른다)"의 문장에서 온점을 괄호 앞 문장 끝에 표기해야 하는가 아니면 괄호 밖 문장의 끝에 표기해야 하는가?

세칙안에 따르면 "소괄호 안의 문장이 바로 앞 문장과 내용상 긴밀한 관계에 있을 때에는 두 문장의 마침표를 묶어 괄호 밖에 하나만 쓰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마침표를 각각 따로 쓴다"로 되어 있답니다. 따라서 "우리말의 자음 'ㄱ, ㄷ, ㅂ' 등은 폐쇄음이다(전통적으로 흔히 파열음이라 부른다)."와 같이 괄호 밖 문장의 끝에 온점을 찍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아래에서는 우리말의 부름말과 가리킴말에 대해서 알아 보고자 한다.(경어법의 전반적인 모습은 제3장에서 다룬다.)"와 같은 문장은 소괄호 안의 문장이 앞 문장과 긴밀한 관계가 아니므로 각각 온점을 찍어야 하겠습니다.

반점과 따옴표가 함께 사용되는 경우 (1) '개나리', '진달래'가 맞는 표기이나 (2) '개나리,' '진달래'가 맞는 표기인가?

우리는 (1)의 경우가 맞습니다. 그런데 국제적인 규정에 따르면 (2)의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이 나은 것 같습니다만, 하여간 혼란스럽네요.

콜론(colon)과 세미콜론(semicolon)의 우리말 명칭과 용법은?

콜론은 우리말로 '쌍점(雙點)'이라고 하며 세미콜론은 우리말로 '쌍반점(雙半點)'이라고 합니다. 쌍점의 경우 한글 맞춤법의 부록에 제시된 문장 부호에 그 용법이 자세히 나와 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내포되는 종류를 들 적에 쓴다(문방사우: 붓, 먹, 벼루, 종이.). (2) 소표제 뒤에 간단한 설명이 붙을 때에 쓴다(마침표: 문장이 끝남을 나타낸다.). (3) 저자명 다음에 저서명을 적을 때에 쓴다(정약용: 목민심서.). (4) 시(時)와 분(分), 장(章)과 절(節) 따위를 구별할 때나, 둘 이상을 대비할 때에 쓴다(오전 10:20 (오전 10시 20분)). 등입니다.

그리고 쌍반점의 경우는 온점과 반점이 합쳐진 것으로 이 두 가지의 특성을 대체로 함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어의 문장 부호에서 사용되지 않으며 그렇기 때문에 쌍반점의 용법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습니다. 영어에서는 자주 사용되죠? 국어에서도 쌍반점을 사용하자는 견해가 제안되기도 했다는 군요.

쌍점이 사용된 경우에 쌍점의 앞뒤 띄어쓰기를 어떻게 할까?

다음과 같이 쓰면 됩니다. "가. 일시: 2007. 7. 7.", "가. 이숭녕(1949:12)"처럼요.

'나이(年歲)를 많이 먹었다', '오구라심페이(小倉進平)가 향가를 해독하였다'와 같은 예문에서 소괄호의 사용이 가능한가?

답은 안 된다입니다. 이때는 대괄호( '[ ]' )를 사용해야 합니다. "묶음표 안의 말이 바깥 말과 음이 다를 때에"는 대괄호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하 몇 가지의 사례들이 더 있지만 이만 줄이도록 하고요, "문장 부호가 실제 언어 생활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어문 규정에서는 미흡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다는 사실"에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문장 부호를 사용할 때 헷갈리는 점과 궁금한 점"이 있어도 어문규정이 이 모양이니 어디가서 물어봐야 할까요? 문장 부호에 대한 규정의 조속한 정비를 요구해야 되겠습니다. 아울러 우리들도 문장 부호를 정확히 그리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노력을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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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2-2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좋은 글을!(느낌표)

멜기세덱 2007-12-24 19:48   좋아요 0 | URL
맞당! 이번 논문에 문장부호들 잘 쓰셨나 모르겠어요? ㅎㅎㅎ

순오기 2007-12-25 0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알고 있어도 실제 사용에는 소홀한 부분이죠?
아이들한테 가르치면서 제대로 쓰려고 노력은 하지만... 쉽고 편하게 쓰려는 습관에 잘 안 되고 있어요.
잘 읽었으니 현재의 규정대로 쓰려는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

멜기세덱 2007-12-27 20:2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정말이지, 죄송하게 되었습니다.....ㅠㅠ;;

순오기 2007-12-29 04:05   좋아요 0 | URL
뭐가 죄송하다는 건지요?
어제 님이 보내주신 책을 두권이나 받고 보니, 내가 댓글을 잘못 남겼구나 생각했어요.ㅠㅠ
친정가면, 주안역사 서점에서 만나 멜기님께 책도 사드리고 맛난 것도 사드릴게요. 책은 감사히 잘 읽을게요~~ ^^

2007-12-27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