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夜雨中(추야우중)
-최치원
秋風唯苦吟(추풍유고음) 가을바람에 괴로이 읊나니
世路少知音(세로소지음) 세상엔 날 알아주는 이 없네
窓外三更雨(창외삼경우) 창밖엔 삼경의 빗소리
燈前萬里心(등전만리심) 등불 앞엔 만리로 내닫는 이 마음
최치원의 절창이다. 저작 시기에 따라 해석이 약간 달라지기는 하나, 그에 상관없이 절절히 울리기는 다름없다.
지음(知音)이란 말은 잘 아는 고사를 담고 있다. 이 세상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진정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세상이 다 아는 천재 최치원, 그러나 세상은 그의 뜻을 알아주지 않는다. 당대의 천재가 그러한데, 이 하찮은 둔재를 이 세상 어느 누가 알아주리오.
오늘 밤도 비는 내리고, 내 마음은 또 어데 만리(萬里)를 내달을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