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생활백서 - 보다 행복해지기 위한 남자들의 생활 기술
에스콰이어남자생활연구회 엮음 / 가야북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요새는 이러저런 ‘~백서’가 붐이다. 무엇보다 출판시장에서 그렇다는 얘긴데, ‘~백서’란 이름을 달고 나온 책이 수백 권이다. 최근 들어 이 ‘~백서’가 눈에 띄게 된 것은『백수생활백서』(박주영, 민음사, 2006.)로부터이다. 무엇이 앞이고 뒤인지 모르겠지만 이로부터 서점 진열대나 인터넷 도서 목록에서 ‘~백서’가 참 많이 눈에 들어왔다.『여자생활백서』,『현대생활백서』,『팀장생활백서』등 줄줄이 백서더니, 이제는『크리스천 생활백서』까지 나와 있다. 하여간 요즘에는 이 ‘백서’를 붙여야 책이 잘 팔리나 보다. 그걸 시비 걸자는 건 전혀 아니다. 

  ‘백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예전에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 중에 <청년백서>라는 코너가 있었다. 몇 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재밌게 봤던 코너로 기억이 된다. 혹시나 최근 들어 이 ‘~백서’ 붐이 그 개그 코너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백서, 백서’하는데, 이 ‘백서’라는 말의 뜻은 무엇일까?

 

  ‘백서’라는 말의 시작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영국의 정부 공식보고서의 명칭을 ‘white paper’라 불렀는데, 이는 보고서의 겉표지가 흰 색이었기 때문이란다. 그로부터 여러 나라에서 정부의 공식보고서에 ‘백서(白書, white paper)’라는 명칭을 붙였다고 한다. ‘경제백서’, ‘환경백서’ 등이 그러한 예이다. 따라서 이 ‘백서’라는 말에는 무엇에 대한 보고서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봤을 때, 최근의 ‘~백서’ 붐은 자기계발의 중요성과 맞물려 있는 듯하다. 현대사회에 있어 자기계발의 생존의 필수전략일 수밖에 없고, 그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그 전략서나 방법론들이 책으로 출간되어 잘 팔리게 되는 것이 터이다.『백수생활백서』를 빼면 대다수의 ‘~백서’가 거의 모두 이런 종류의 책이다.

 

  나는 이렇게 많은 ‘~백서’들 중에 딱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사실 자기계발 서적은 다분히 상업적이고, 또한 나한테는 별반 득 될 것 없다는 생각(아직도 이 생각에는 크게 변함은 없다.)에 소설인『백수생활백서』만 읽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여러 종류의 ‘~백서’들이 우연찮게(사실 너무 많아서 눈에 띌 수밖에 없었으니 우연만은 아닐 터이다.) 이 책 『남자생활백서』가 눈에 들어왔다. 어떤 충동이 일어서 인지는 몰라도, 이 책을 집어 들고 계산대에서 바로 값을 치르고 집에 와 읽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떤 충동이라기보다는 이 책의 내용들이 많은 부분 대한민국의 어엿한 ‘남자’로 태어난 나에게 어떤 필요성으로 작용했던 것이 아닌가한다. 이 책은 대체로 쉽게 읽혀지면서도, 몇 몇 장들에 대해 집중력을 갖고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대충 여기서 언급하자면, 2장과 3장과 4장이 그것이었다.

 

  이 책은 말하자면, 요즘과 같이 이 사회에서 ‘남자’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변화해야하고, 전략을 가져야 함을 말하고 있다. 단적으로 ‘위버 섹슈얼 시대’의 도래를 말하면서 남성도 자기의 몸을 가꾸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사실 나는 지금까지 여기에서 언급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알지 못했고, 행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행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언가 달라져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어떤 불안감도 엄습한다.

 

  대부분의 동물(일단은 여기서 인간은 제외한다.)들은 수컷이 암컷보다 더 아름답다고 한다. 그것은 생존본능 혹은 전략으로써, 그래야만 암컷을 꼬실 수 있고, 그래야 자기의 종족번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이것은 인간사회에서 조금 다르게 작용한다. ‘아름다움’이 수컷이 아닌 암컷, 다시 말해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해당되는 용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따져보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적용되었을 뿐, 동물들의 그러한 전략은 여전히 인간 사회에도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동물의 수컷의 전략이 아름다움이었다면, 인간사회에서의 수컷은 부와 권력(사실 이것 또한 동물들의 세계에서 수컷이 갖추어야할 덕목이기도 하다.)으로 바뀌었을 뿐이다.(바뀌었다기 보다는, 아름다움이 제외되었다고 해야 맞겠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또 무언가가 달라졌다. 바로 이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다만 여성의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요즘의 대세는 이준기 스타일, 꽃미남 천국, 즉 ‘아름다운 남자’가 트렌드인가 보다. 얼추 틀린 얘기도 아니고, 고깝고 볼 일도 아니다. 사실 꽃미남, 이준기 이러면, 짜증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우리 남자들은 ‘아름다움’을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남자에게 ‘멋지다’를 여자에게 ‘아름답다’를 강요해 왔다. 나는 이것이 우리사회는 큰 병폐라고 생각한다. 남자는 멋있어야 하기에, 눈물을 흘려서도 안 되고, 부엌엘 들어가서도 안 되며, 어디 가서 얻어맞고 들어와도 안 된다. 반면 여자는 아름다움을 잃지 않기 위해 수많은 ‘안 됨’과 억압을 당해온 것이 아닌가? 남자나 여자나 이 사회의 단순한 억압에 종사하여 우리 사회는 무언가 잘못된 길로 간 것이 아닌가 한다.

 

  요즘의 이 ‘남자의 아름다움’이란 논리는 무엇보다 예전의, 원초의 그것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복고의 성격을 띠는 것은 아닐까? 나는 그렇게 본다. 새로운 세기, 오늘날 21세기는 바로 부드러운 남자, 아름다운 남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요구에 우리 남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바로 이 책『남자생활백서』는 그런 요구에 적잖은 답안들로 가득 차 있다.

 

  솔직히 말해, 나는 절대 마사지를 받으러 다니거나, 화장을 하거나 하지는 못하겠다. 그런데, 몇몇 부분에서 이 정도는 그래도 내가 노력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지금까지 옷 한 번 내 돈 주고 사본 기억이 별로 없다. 사다주면 입는 것이고, 대충 옷장에 있는 옷들 꺼내 입고 집을 나선다. 그런데 우리에게는(비단 남자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전략들이 필요하다. 그런 필요성은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러하기에 그런 최소한의 전략들을 갖추어야 한다. 수트를 입을 줄 아는 정도, 구두를 잘 골라 신을 수 있을 정도, 깔끔하고 단정된 옷차림을 갖출 수 있을 정도, 여자들을 매너 있게 대할 수 있는 정도 등은 우리가 최소한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들이다.

 

  사실 이런 것들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데, 그동안 우리를 강요해 왔던 ‘남자다움’의 병폐로 인해 이런 것들을 우리는 어렵게 만든 것은 아닐까? 또 하나의 사실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는 남자가 봐도 멋지고 예쁘다는 것이다. 멋짐과 아름다움을 보는 시각은, 그것을 인식하는 기준들은 남자나 여자나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의 내용들이 다분히 ‘여자에게 잘 보이기’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타인에게 잘 보이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말하자면 이 사회에서 남자로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생존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그 이름, 곧 ‘백서(白書, white paper)’라는 이름에 충실히 값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사회 남성들의 필수생존전략보고서,『남자생활백서』는 대한민국 노무현 정부의 그 어떤 보고서보다는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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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6-11-21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하면서도 재미있고, 분석적이면서도 날카롭지 않은 글이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

멜기세덱 2006-11-2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과찬의 말씀이세요. 아무튼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