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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똥통에 빠졌을 때 같이 빠져주는게 우정이 아니다.
나를 그 안에서 건져내줄, 혹은 애초에 빠지지 않게 말려주는게 진정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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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어른들이 훈계해주는 말 중 하나다.
작년 11월경이었나.
친한 동생들과 오랜만에 술을 좀 과하게 마셨었다.
아무리 마셔도 정신을 놓는 일은 없으나(그 놈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_=), 내가 좀 취했구나~ 라고 스스로 느끼는 때가
있는데, 바로 그 날 처럼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는데 내가 내 발음을 못 알아 먹을 때다. ( -_-)
게다가 고작(?) 2차가 끝난 후에 "집에 갈 테다!! 놔라!!" 하고 뗑광을 부리면 얼른 가서 뻗어 버리라는 몸의 계시.
기분이 한껏 들떠 있다 보니 '꼭 해서는 안될 나만의 규칙' 따위 개무시하고 직접 운전해서 가겠다고 춤을 추는 바람에
안된다고~ 대리운전하던가~ 택시 타고 가라고~ 가라고~ 하면서 나를 억지로 차 반대편으로 끌고 가는 그 동생들이
어찌나 고맙던지.(물론, 그 다음날 느낀 것이지만)
내가 얼마나 고집을 부렸으면(얼마나 술을 작작 마셨으면 =_=) 나보다 덩치 큰 동생 둘이 내 두 팔에 매달려 이리저리
휘청휘청 끌려 다니면서 길거리와 야외 주차장을 누비고 다녔는지 살짝 미안하기까지.
우리 셋은 어느 하나가 똥통에 빠지는 꼴을 못본다. 그것이 친구로써 진정한 우정을 과시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
전에는 동생 중 하나가 무심코 바닥에 침을 뱉거나 쓰레기를 버렸는데, 그걸 본 우리 둘이 마구 뭐라 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은 닮아간다고, 친한 사람한테서 배운 좋은 습관 혹은 바른생활은 꼭 다른데 가서 다른 사람한테도 하게끔 되어 있다.
그런 식으로 서로서로 똥통에 빠져 자멸하는 것을 막는다면 거리엔 근사한 사람들만 남아 있게 되지 않을까?
라고 막무가내 유토피아적으로 생각해 보고 싶지만 현실은 또 그게 아니거든.
멀쩡히 있는 사람도 자신과 같이 똥통에 빠트려 버리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가족도 연인도, 은사도, 생명의 은인도 아닌 그저 친구이거늘.
어릴 땐 왜 그렇게 친구의 말들이 그렇게 달콤하고 모두가 정당해 보였는지.
18살 때, 처음으로 내게 담배를 가르쳐 준 이가 바로 학급 친구다. 속마음을 터놓고 지낼 정도는 아니지만 서로의 집에
놀러가 함께 야한 비디오를 보거나 (딱 한번이라고 =_=) 밤늦게까지 공부하다가 정겹게 책상에 머리 박고 쓰러지는
정도의 사이였었다. 어쩌다 그 친구가 담배 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아마도 내가 '나도 한 대만~' 했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누가 담배 배우고 싶다고 하면 (지도 피는 주제에) 절대 안된다고 말리는 부류이긴 하지만,
그 때 우리는 어렸고 담배가 그렇게 몸에 해롭다고 국가적으로 오버랩하는 미래(현재)가 올지 상상도 못했으며,
흡연이 '금지된 규칙'을 깨는 '어른들의 시간을 훔쳐보는' 일종의 로망이자 유혹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쾌쾌한 담배 연기를 몸 안에 차곡차곡 쌓기 시작했다.
이제 12년째다.
안 피고 싶을 때는 하루고 이틀이고 담배갑 쳐다도 안 볼 정도로 니코틴 의존도가 있거나 중독증은 아니지만
자꾸만 억울하고 불만스런 생각이 든다.
나라에서 금연 운동하는 꼴이 못마땅하긴 하지만 끊으면 안 피는 것보다 몸에 좋은 것은 사실이므로 늘 고민중이라는 것.
운동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계속 유지할까, 아니면 귀찮으니까 확 끊어버리고 전처럼 좋은 폐활량으로 노래나 다시
불러볼까...등등 잡생각들. 그래서 전처럼 담배를 입에 물었을 때 즐거기만 하던 기분이 없고 찝찝해서 짜증이 불끈불끈
올라온다는 것. 한심하게도 '그 때 그 친구가 나에게 담배를 안 가르쳐줬으면 좋았을텐데' 라는 똥통에 스스로 빠진 탓을
남에게 돌려보기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담배를 안 피던 시절에는 (힘들거나 짜증날 때) 어떻게 살았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지만.
아~ 이런 빌어먹을게이츠.
이렇게 스트레스 줄거면 아예 담배를 만들지 말았어야지, 인간들! (어디서 억지야~! -_-)
어쨌거나 요지는, 통똥에 빠질 때는 친구와 함께였어도 나올 때는 혼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들어갔을 때보다 훨씬 더 높아진 높이를 힘겹게 기어 오르며.
그리고 이젠 철이 10그램 정도 들었다고, 사람 보는 눈까지 생겨서 함께 똥통에 빠질 타입인가 아닌가를 가려내어
과거의 실수들을 줄이는 정도가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함께 통똥에 빠져 구더기들한테 살이 뜯기고 싶지 않다면,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 안다면
'악마의 키스'를 받고 헤롱헤롱 내 손을 잡아 끄는 이를 구하고 나 자신도 구해내자.
옳고 바른 소리를 해서 상대방과 거리가 멀어진다 해도 나중에 원망 듣지 말고 나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는 말자고.
어쨌든, 나는 오늘도 나 자신과 타협 중이다.
요 달콤한 똥통에서 나갈 것인가, 얼굴만 내밀고 몸은 그대로 담글 것인가, 아니면 아예 탈출할 것인가 하고.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