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1일 꿈 이야기
꿈의 색 - 연두색
어제 밤 10시 49분.
나는 미리 예매해둔 영화를 보러 갈 것인가 말 것인가 하고 영화 시작 21분 전에 고민을 했었다.
영화 시작 시간은 11시었고 예매 취소는 1시간 전에야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던 바보의 쓸데없는 고민.
10시 50분, 해당 사이트에서 그 사실을 알았으니 (차로 10분거리니까) 영화를 보러 가야했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너무나 피곤하여 시체처럼 벌러덩 누워 기절수면을 하였더랬다.
심야영화표 4,000원은 휘루루룽~ 증발 ㅡ.,ㅡ
새벽 6시 30분 이후, 오늘 아침에 꾼 꿈들.(기억이 나는 것은 오랜만이라 반갑다)
어느 넓은 들판의 광장.
몇 명의 사람들과 나는 연을 날리고 있었다.
푸른 하늘에서 꼬리 흔들며 이리저리 비행을 만끽하던 여러 연들.
나는 내 연이 다른 연들의 줄과 엉킬까 조심하며 날리고 있었다.
줄을 더 늘리고 싶어 손잡이 부분을 봤으나 내 연의 손잡이엔 더 이상 늘릴 줄이 없었다. 대실망.
하늘을 보았다.
이미 아주 멀리 아주 높이 날고 있으니 더 이상 안 늘려도 괜찮겠지.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 거대한 노란색 국화 한 송이가(그것도 줄기 없이 머리만!!) 떡 하니 떠 있는게 아닌가.
이런~! 그러다 내 연의 줄이 엉키겠어. 저리가 !
도대체 어떤 무식한 놈이 저렇게 커다란 국화를 날리고 있는거야! (그것도 진짜 생화를 !!)
두 번째 꿈의 내용은 세 번째 꿈을 꾸는 바람에 싸그리 잊어버리고 말음 ㅡ.,ㅡ
검은 물이 태안의 기름기 가득한 바다물처럼 끈적이듯 출렁이는 어느 작은 물터.
친구와 (매번 꿈에서 친구로 출연하는 녀석이 나오는데, 도대체 누군지 모르는 사람) 나는 물가 주변을 서성였다.
내 왼손엔 기다란 나무 작대기, 오른손엔 목검이.
물가는 검은 물과 나뭇가지들로 인해 지저분했다.
죽어 있는 물고기들. 누군가 구워 먹으려고 나무 꼬챙이에 꽂은 채 시커멓게 태워먹고 통째로 그냥 버린 물고기들.
나는 물가에서 튀어 올라오는 살아 있는 작고 하얀 물고기가 보이자 목검으로 여러번 때려서 잡았다.
두 번째 또 튀어 올라오는 살아 있는 물고기. 또 목검으로 때려서 잡았다.
우리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죽어 있는 물고기를 먹을 수는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화면이 바뀌었다.
우리는 그 장소에 그대로 있었지만, 물은 온통 말라 있었다.
우리는 왜 물도 없는 곳에서 배를 만들어 탈출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그렇게 생각했었다.
배를 만들 나뭇가지들을 구하려고 그 마른 땅 위의 바짝 마른 나무와 수풀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그러다 무언가를 발견하고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자세히 보며 친구를 불렀다.
커다란 통나무의 속을 파다가 만 듯한, 배를 만들려고 했다가 완성하지 못한 듯이 보이는 그것을 보며 나는
말했다. (어느새 통나무 앞면에 부착되어진 판자들을 떼어내면서)
" 우리 이걸 뜯어서 배를 만들자 "
그러자 친구가 생각을 했다. 나는 그 친구의 생각을 읽을수가 있었다.
[ 그거 물이 새면 어쩌지? ]
나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 그렇다면 내가 시험을 해볼게. "
나는 그렇게 그 만들다 만 배의 어느 나무 조각들을 가지고 멀리 이동을 했다.
한참을 걸었다. 여전히 비쩍비쩍 마른 땅 위를.
둔턱을 내려가니 앞에 검은 물이 가득한 곳이 보였다.(도대체 그 곳에 물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 앞에는 어린이 크기의 해골과 검은 형체의 무언가가 있었다.(나는 둘 다 사람으로 인지했다)
나는 그 어린 해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가로 내려가 가지고 온 나무 판자로 만든 작은 통을 띄웠다.
그런데 처음 보았던 - 빈틈없던 - 통나무의 모양이었던 그것이 어느새 여러 판자를 이어 만든 것으로 변해 있었고
그 판자들 사이로 나 있는 틈새로 물이 스며 들어왔다.
나는 그것을 그냥 배로 사용할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새 배를 만들어야만 했다.
나는 일어서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물가보다 약간 높은 곳에서 나를 바라보는 해골과 검은 형체를.
나는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물가를 벗어나 둔턱으로 올라섰는데, 갑자기 뒤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우리를(해골과 검은 형체와 나) 위협하는 것을 느껴서 마구 뛰었다.
우리는 정신없이 도망을 쳤다.
오로지 마른 지푸라기만 가득했던 황폐한 땅은 어느새 내 발 밑에서 풀이 무성한 들판으로 변해 있었고,
계속 흑백이던 세상에(세 번째 꿈에서) 처음으로 색이 보였다.
발 밑에서 부드럽게 넘실거리던 연두색의 무성한 풀들. 풀들.
도망가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진공청소기처럼 생긴 것이 무성한 풀들을 짧게 깍으며 우리들 쪽으로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거대한 거인이 잔디깎기로 풀을 잘라내는 것 같았다.
나는 급한 마음에 어느 높은 나무 위로 헐레벌떡 올라갔다.
어떤 사람이 내가 숨을 고르며 앉아 있는 나무의 곁으로 오고 있다.
나는 그 사람을 쳐다보다가 그 사람이 눈동자를 돌려 나를 위로 쳐다 보았을 때 나는 모른 척 시선을 돌렸다.
[ 그 사람은 나를 못 알아볼거야 ]
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깨달은 것은 바로 내 자신이 <줄어드는 남자>에서 나오는
'스콧'처럼 아주 작았기 때문이었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작아져 있었다.
그럼에도 나를 힐끗 똑바로 쳐다보던 그의 커다란 두 눈동자는 잊을 수가 없었다.
나무에 매달려 있는 작은 생물체인 나를 그 거대한 남자는 무어라고 생각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