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2일 꿈 이야기

 

    꿈의 색 - 빨간색

 

 

    아직 하늘도 내 방도 검은 어둠의 시간 - 아마도 아침 6-7시경 - 나는 잠에서 깨었지만 계속 이불 속에서 꼼지락.
    솔직히 말하자면 그보다 더 빠른, 새벽 시간부터 잠이 깨었지만 억지로 잠을 자려고 바둥바둥대고 있었다.
    가수면 상태에서 울려오는 문자 소리. 문자를 확인하고 답장을 보내고 다시 이불을 돌돌 말아 눈을 감은 시간이
    아침 7시 53분.

 

    현대도 아닌 과거도 아닌 묘한 배경속에 한 학교가 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가득한 학교.
    지상 위는 그렇게 평화롭고 평범한데, 지하는 그렇지 못했다.
    어쩌다 호기심을 가지게 된 나와 친구는(여전히 도대체 누군지 모르지만 친구로 나오는 그 녀석)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는 어두웠었다.
    고풍적인 건물로 아름답게 지은 지상 위의 학교에 비해 지하의 건축은 전부 철 구조물 뿐이라 삭막하기까지 했다.
    우리는 철 계단을 내려가다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는 뼈들과 옷만 남아버린 교복들. 그리고 죽어가고 있는건지 죽은건지 알 수 없는 학생들.
    그들의 얼굴과 몸의 피부들은 괴상한 병에 걸려 피와 얼룬진채 녹아내리는 듯 했다.
    그들은 굉장히 괴로워 보였는데 이상한 것은,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의 꿈에선 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무성 영화처럼 -

    그 때 누군가 무섭고 근엄한 목소리로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여기는 바이러스가 지배했다. 너희들도 감염되었을 것. 지상 위로 올려보내면 안된다."

    그것은 우리를 가리키는 말이었고, 왠 사람들이 우리를 죽이려고 쫒아왔다.
    우리는 이 경악할  - 지하 세계에서 바이러스 실험을 하고 있는 듯한 -  사실을 지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우리도 감염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채 정신없이 위로 도망쳤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지상도 이미 난리가 난 상태이다. 그 사이에 시간이 또 지나가 버린걸까.
    지상은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하얀색으로 치장한 나이 들은 남자는 - 그러나 전혀 나이 들어보이지 않는 - 공중에서
    어른 남자들에게 학생들을 모두 잡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도대체 저 하얀 남자는 어떻게 공중에 붕붕 떠 있는걸까.

    우리는 도망을 치다가 어느 곳에 도착했다.
    그 곳에서는 군인들이 2열로 마주보고 서서 무언가를 했다.
    오른쪽 줄에 있던 군인들이 갑자기 왼쪽줄에 있던 군인들의 어깨에 머리를 대며 큭큭거리며 웃었다. 뭐가 재밌지?
    그런데 갑자기 왼쪽줄에 있던 군인 남자들이 바지를 벗고 엉덩이 맨살로만 거대한 방둑을 미끄럼타듯이 내려갔다.
    방둑 위에는 온통 미역인지 다시마인지 파래인지 해초들이 잔뜩 깔려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보며 으악했다.
    맨 살 엉덩이로 저 위를 미끄럼 타면 해초들이 엉덩이 사이에 다 껴버리잖아!! 뭐하는거야!!! ㅡ.,ㅡ

    저 아래로 왜 내려가는지 궁금해서 우리도 따라 미끄럼을 타며(바지를 벗진 않았다!) 내려갔다.
    밑에서 느껴지는 해초들의 거친 마찰.
    다 내려가니 역시나 엉덩이 사이에 잔뜩 껴버린 해초들의 군인들. 저걸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도대체 무슨 짓이야. 갑자기 그들은 방둑에 앉았다. 나도 그들 곁에 따라 앉았다.
    (설마 해초로 엉덩이 마사지 해서 바이러스를 치료한다고는 하지 말아줘 =_=)
    앉아서 대롱거리는 발을 보고 있으니 옆의 하얀 골판지 같은 부분에 피처럼 붉은 액체 한 덩이가 보였다.
    그 붉은 액체는 내 발로 이동해 빨간 구두가 되었다.

    하얀 양말 위에 신겨진 빨간 구두, 어릴 때 접했던 잔혹동화 <빨간 구두 아가씨>가 떠올랐다.
    구두는 너무나 선명하게, 피처럼 빨간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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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0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속에서의 빨간구두는 일종의 "리비도"라고 미국의 저명한 정신분석학자 맥도널드 와퍼셋이 주장한 바 있다지요.

L.SHIN 2008-03-02 12:16   좋아요 0 | URL
정신분석학 용어로 '성본능' '성충동'의 뜻.
그러나 프로이트는 리비도가 승화되어 정신활동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고 하네요.
처음에는 리비도를 자기보존 본능과 대립되는 것으로 보았으나 나중에는 에로스(영원의 결합을 구하는
본능)라고 하여 죽음의 본능, 즉 삶을 파괴하려는 본능과 대립시켰다고..
그런데 융이 말하는 리비도는 생물학적 개념뿐만 아니라 자기를 완성하기 위해 집단무의식을 뛰어 넘고
개인 무의식을 뛰어넘는 과정, 즉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원초적 궁금증의 욕망 해결이랄까요.
하지만 저런거 다 모르겠고, 그저 제가 느끼는 것이라곤 -
어른과 어린이를 둘 다 가지고 있는 내 안의 '갈등'이 정신적 에너지로 변환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Mephistopheles 2008-03-02 12:20   좋아요 0 | URL
맥도널드 와퍼셋의 주장은 융이나 프로이드와는 조금 다릅니다. 그들이 주장한 모호한 경계를 꿈에서 나타나는 대상과 사물 심지어 색감까지 구체적으로 정의했습니다 궁금하시면 작가의 이름으로 검색 한 번 해보세요..

L.SHIN 2008-03-02 13:53   좋아요 0 | URL
흠. 그래봐야겠군요.(그런데 전 늘 올칼라의 꿈을 꾸는데..^^;)

Mephistopheles 2008-03-02 15:28   좋아요 0 | URL
설마..진짜로...맥도널드 와퍼셋이라는 작가를 찾진 않으시겠죠?? 에스님?? 만약 그러셨다면...이건 완전...유주얼 서스펙트의 "고바야시"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반전인데 말입니다.=3=3=3=3=3

L.SHIN 2008-03-02 17:49   좋아요 0 | URL
뭐야!! 진짜로 검색했단 말입니다! ㅡ.,ㅡ (어쩐지 안 나오더라니)
지금 보니...맥도날드의 와퍼셋 버거 이야기군요.킁...(당했다...털썩)

Mephistopheles 2008-03-02 19:54   좋아요 0 | URL
에스님...맥도날드에는 와퍼셋이 없습니다..버거킹이라면 모를까?? ㅋㅋ =3=3=3=3=3

L.SHIN 2008-03-02 21:29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아아악~~~~~~~!!!!!!!!!!

302moon 2008-03-03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하하하하하(무한한 웃음). S님은 바로 위에서 악악거리시는데, 저는 왜 이리 웃기죠?<-;;; (도망)

L.SHIN 2008-03-04 18:09   좋아요 0 | URL
이리 오세요. 문님도 메피님의 사악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군요. 훠이~훠이~ ㅡ.,ㅡ

프레이야 2008-03-04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영화 '빨간구두'를 떠올렸어요.
페넬로페 크루즈의 잊히지 못할 그 구두요.

L.SHIN 2008-03-05 20:14   좋아요 0 | URL
어떤 영화죠? ^^

프레이야 2008-03-06 21:10   좋아요 0 | URL
제 서재 페이퍼에 있다우.
찾아보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