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 무한 상상력과 창조적 리더십
서정민 지음 / 글로연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끝없는 사막 위로 모래 바람이 지나가고, 어쩌다 보이는 사람이나 낙타.

  이제 겨우 6,7세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어린 아이들도 총을 들고 매서운 긴장감과 순수함을 함께 간직한 
  초롱한 눈들.

  넘쳐나는 돈을 주체못해 흥청망청 소비하는 수염 잔뜩 난 시커먼 피부의 왕자들.

  '테러'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사람들과 나라들.

  이 모든 수식어구로 시작하는 곳이 바로 중동이다.
  아시와와 유럽, 아프리카를 잇는 - 지중해, 홍해, 아라비아 해의 가운데 지역에 위치한 석유와 무역업으로 
  오랜 세월 살아온 아랍 국가들을 떠올릴 때면 우리들은 으레 황폐한 전쟁터나 사막을 떠올리게 된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그랬다. 특히, 이집트 하면 떠오르는 것이라곤 피라미드 밖에 없었고, 사우디아라
  비아  하면 요상한 글자를 기억했고, 이스라엘, 레바논, 시리아, 이라크, 이란, 쿠웨이트, 오만 등이 어디에
  붙어 있는 나라인지도 모를 정도로 무지했고 무관심했었다. 이 책을 접하면서 지도를 보기 전까지는 -

  이념적 전쟁과 석유로만 다른 나라 뉴스거리가 되었던 사막의 땅에서 그런 최첨단 오아시스를 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그것도 사우디아라비아 반도 끝에 조그맣게 달려 있는 아랍에미리에트의 '두바이'라는 도시국가에서.
  4,000 여년 전부터 진주 조개잡이, 무역업 등으로 연명해 먹고 살았다던 작은 부족인들의  후손들이 세계의
  이목을 끄는 엄청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고 성공하고 막대한 세계 자금을 끌어 모으고 있다. 아니, 저자의
  표현대로 흡수하고 있다.

  제주도 2배 면적, 인구 120만여 정도의 작은 도시국가에 관광, 유통, 금융, 무역, IT 산업 등을 통해 외국의
  투자 를 끌어들이고 수 많은 나무들과 식물들로 사막에 초록색 양탄자 (저자의 이 표현이 무척 마음에
  들었었다.웃음)
를 펼친 신세계 오아시스.
  야자수 나무 모양으로 만들기 시작한 '팜 아일랜드', 돗단배 모양으로 만든 7성 초고급 호텔, 국제공항,
  도로 건설, 교량 건설, 중동 최대의 자유무역지대인 '자발 알리' 등등 저자가 소개한 두바이의 수십년만에
  걸쳐 만든 '초고속 발전'은 감탄스러울 정도이다.

  이런 개방적인 정책으로 '석유가 고갈될 것에 대해 대비한' 혜안을 가지고 시작한 '셰이크 라시드'의 뒤를
  이어 현재 국왕 '셰이크 무함마드'의 독특한 상상력, 추진력, 리더십을 보면서 '진정한 왕' 답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셰이크 라시드'의 장남인 '셰이크 마크툼'이 뒤를 이었었지만 죽음으로 인해 셋째 아들인
  '무함마드'가 이었다고 함)

  뛰어난 능력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 그를 믿고 따르는 국민들, 아주 좋은 조건의 지역에 위치한 나라.

  정말 멋진 '사막의 오아시스' 이다.

  그러나 나는 왜 (책을 읽는 내내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지만) 기대와 염려가 같이 들까.
  평소 잘 안 뛰던 사람이 갑자기 뜀박질 하면 쓰러질 수도 있는 것처럼 -
  혜성처럼 세상의 앞에 나타난 두바이가 어느 날, 바늘에 찔려 비명을 지르며 바람이 빠지는 풍선이 될까
  걱정이 되는 것은 지금의 두바이는 내.외적으로 너무 과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너무 뜨거워 터져버리는 주전자는 혼자만 쓰러지지 않는다. 그 주변도 초토화시키기 때문.

  경제 발전과 동시에 환경도 함께 생각한다는 21세기형 선진국을 꿈꾸는 두바이.

  부디 현명한 국왕의 지휘 아래 두바이가 한순간 지나가버리는 '신기루'가 아닌, 진정한 '오아시스'가 되어
  두바이 뿐만 아니라 세계가 모두 함께 공생하며 잘 살 수 있는 새로운 유토피아를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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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뜬한 잠 (박성우 / 2007년 3월 / 창비시선)

  시집

  

 

 

   

   
 

 

  삼학년

  미숫가루를 실컷 먹고 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거도 몽땅 털어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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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3-07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대단하군요.
내가 1학년때 선반위에 올려둔 보리가루(당시 미싯가루는 구경도 못하고)훔쳐먹으려고 재봉틀 의자에 올라갔다가 그만, 의자가 쓰러지는 바람에 보릿가루만 엎어버려 먹지도 못하고 혼났던 쓰라린 추억이 있어요.^^

L.SHIN 2008-03-07 21:34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시집을 사게 만든 장본의 시입니다.^^
단순히 미숫가루 훔쳐 먹으려던 것이 아닌 식수인 우물을 저렇게 만들었으니 맞을만도 했죠.(웃음)
그런데 오기님도 만만치 않은걸요? ㅋㅋ

순오기 2008-03-09 01:54   좋아요 0 | URL
역시 통큰 저녀석은 뭐가 되도 됐겠어요.
아~ 박성우 시인 얘기일까? 음, 저런 시를 쓴 시인이라면 역시 좋아요!^^

레와 2008-03-0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

남얘기가 아니예요. ^^;

L.SHIN 2008-03-08 12:54   좋아요 0 | URL
레와님은 또 어쩌셨길래? ㅋㅋ
 

 

    Q. 책상에 앉았는데, 늘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컴퓨터가 없어.
        혹은, 컴퓨터는 있는데 인터넷이 안되는거야.

        자, 기분이 어때?

 

 

 

    단순히 설정만으로는 그저 멍할 뿐, 실감이 없다.
    나는 지난 금요일부터 바로 어제까지 약 1주일간을 인터넷으로부터 버림을 받았었다.
    물론 사무실의 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므로, 저녁이나 밤에 방에 돌아와 노트북 할아범을 열면
    언제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대체로 피곤해서 알라딘도 들어오지 못했었다.

    사무실 사람들은 첫 날부터 인터넷 때문에 씨름을 벌였다.
    해당 인터넷 회사에 전화를 하고 전화선과 네트워크를 담당했던 사람 부르고, 이틀째엔 공유기를 바꾸기도 하는 등
    인터넷이 없어서 일을 할 수 없다면서 부산을 떨었다.
    물론 나 역시 인터넷이 안되면 답답한건 사실이나 그 짜증내는 사람들 속에서 혼자만 다른 세상에 있는 듯
    여유롭게 유유자적했었다.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컴만 있으면 해결 가능한 일들부터 해치우기 시작했기 때문에 혼자 도를 닦았다.ㅋㅋ

    하지만 만약 컴마저 드러누워 버렸다면 나는 머리를 쥐어 뜯었을지도 모른다.
    그나마 이번에 내가 참을성있게 인터넷이 다시 살아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던 이유는 -
    몇년 전 컴퓨터가 정신이 나가 버리는 바람에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책상에 앉아 있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듯.

    충격 절감 요법은 대단하다. (웃음)

    일하기에 더 중요한 컴퓨터의 부재를 경험한 나는 '그깟 인터넷쯤이야~' 라는 태연한 행동을 할 수 있었지만,
    몇년 전에 컴이 병원에 가 있었을 때는 정말 나름대로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다.

    인간은 이제 컴퓨터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 중요 문서도 전부 컴에게 저장을 하는데..

    그래서 나는 정말 중요하다 생각되는 자료나 사진들은 따로 플로피 디스크나 CD에 넣어두고, 전화번호 같은 것들은
    수첩에 적으므로 인해 '아날로그 보험' 을 들어두기 시작했다.
    나 역시 디지털 시대의 편리와 풍요를 누리고 살지만, 나는 아날로그 시대의 물건들, 체계들을 더 좋아한다.
    디지털이 가지는 신속성, 정확성은 없었지만 아날로그만이 가질 수 있는 멋이 있기 때문에.

    손으로 쓰는 편지는 무척 힘들다. 손과 팔이 아프고 머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의 비슷한 속도로 따라올 수 있는
    컴의 타자에 비해 수기 편지는 그 속도가 너무 느리니까.
    그러나 E-Mail 이나 쪽지 등에 익숙해진 - 손으로 만질 수 없는 - 편지들에 익숙해진 사람들도 오랜만에 수기 편지를
    받으면 대개들 좋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성이 들어간 편지를 누가 마다하랴~

    각종 최첨단 현대 악기 - 신디사이저 등으로 만든 현란하고 기교적인 음악이 쾅쾅 울리며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상부터 쓰거나 전혀 관심이 없다. 소리가 너무 커서 그런 것도 있지만 '울림'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진짜 악기의 생 음악 소리는 아무리 어설픈 연주라 해도 귀를 솔깃하게 되고 어디서
    나는지 알아보려고 돌아보게 만드는 아날로그 시대의 고습스런 힘이 있다. 
    초보자가 잘 못 쳐서 띵깡거리는 피아노 소리도 귀엽게 봐줄 정도로 '생 음악'은 인간의 깊은 안까지 닿기 때문이니까.

 

    아무리 비싼 카네이션을 선물해도 '의례적인 행사적 행동'으로만 느껴지던 사람도
    직접 만든 - 정말로 허접하기 짝이 없는 - 종이 카네이션을 주면 감동까지 하는 것을 보았다.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는 점점 잊혀져 가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잊혀진게 아니라 단지 귀해졌을 뿐이었다.

    나는 오늘도 아날로그의 힘을 빌려 보려 한다.
    요즘 들어 우울해하는 친구를 위해 화려하게 치장한 컴퓨터 화면상의 꽃이 아닌 실제 살아 있고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생화를 선물할까 한다. 그것도 화분으로. 그래야 매년 이 날을 기억하며 웃을 수 있지 않을까.

 

   
    2007. 09. 08  -  늦게 태어나 찬 바람을 맞는 장미....그래도 너는 아름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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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07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 재미있게 봤던 미드 "배틀스타 갈락티카"도 위의 페이퍼의 제목과 일맥상통합니다. 사이런의 침공으로 다른 우주함대는 해킹으로 인해 괴멸되지만.. 구형의 갈락티카만 그 위기에서 빠져나오죠..^^ 암튼 꽤 재미있는 미드입니다. 한번 보시길..(시즌0~시즌3까지 좀 양이 많긴 합니다.)

L.SHIN 2008-03-07 21:38   좋아요 0 | URL
오, 어떤 내용인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긴데요. 시즌 3까지라니)

Mephistopheles 2008-03-07 23:36   좋아요 0 | URL
아직 완결이 안되었다는..

웽스북스 2008-03-0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인터넷 없으면 얼마나 불편하고 힘든데요
우리 회사에서 30분동안 정전된 적이 있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고요
물론 다 신나서 우르르르 하고 나가긴 했지만 그건 30분이였기에 가능했던일 ㅋㅋ

인터넷 없었을땐 뭐하고 놀았을까, 싶을 때가 많아요 아쥬 ㅋㅋㅋ
인터넷은 내친구 막이러고 ㅎㅎㅎㅎㅎㅎ

L.SHIN 2008-03-08 21:5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인터넷이 안되면 마치 창 없는 방에 앉아 있는 듯 갑자기 답답해지죠.
세상과 소통하는 가상의 창(윈도우와 인터넷)은 이제 꼭 필요한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실제로 창문없는 곳에서 일을 하는군요.(웃음)
 

 

 

    
    2008년 3월 6일 꿈 이야기



    꿈의 색 - 없음 


 


    어느 가게에 들어갔다. 그곳은 잡화 가게처럼 보였지만 나는 잡화를 사러 간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당연스럽게 영화 DVD를 사러 그곳에 간 것이다.
    가게의 주인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이쁘장한 아줌마였는데,
    (늘 내 꿈에서의 출연자들이 그렇듯, 이 또한 모르는 사람이나 꿈에서는 굉장히 친한 사이)
    우리 둘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아줌마 : " 오랜만이네~ "
    나       : " 엉~ 그런데 여기 (가게를 손으로 흩으며) 구조가 좀 바뀌었네? "
    (꿈 속에서의 시간은 현실과 너무 다르다. 현실적으로 '조금 전'이 꿈 속에서는 '수개월 전'이 되고 만다)
    아줌마 : " 바꿨지~ "
    나       : " 이야~ 전보다 훨씬 낫다. 더 넓어 보이고.. "

    그러면서 나는 가판대에서 하얀색 케이스의 DVD를 골라 구매를 했다.
    그리고 아줌마와 몇 마디 더 나누고 가게 문을 나섰다.

    장소가 바뀌어 어느 건물.
    나는 무슨 연유인지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와 있다. 영화 안내 데스크가 있는 곳과 상영관이 있는 층수가
    달랐는데 나는 영화 시작 10분 전에 상영관이 있는 층으로 갔었다. (구매한 DVD는 어쩌고? =_=)
    그런데 뭐야, 입장할 수 없다고 하는게 아닌가.
    아니 영화 시작한 후에도 들어갈 수 있는게 한국 영화관의 관대한 문화 아니던가.
    시간이 남았는데도 입장을 못하게 하다니. 나는 따지기 위해 안내 데스크가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상영 시작 10분을 남겨두고 갔음에도 입장 못하게 하느냐고.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말투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여직원의 말,

    " 10분 전에 입장을 하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

    뭐시라? ㅡ.,ㅡ
    그러니까 그 말인즉슨, 영화 시작이 11시이니 10시 49분까지는 입장이 가능하고,
    50분에서 11시 사이는 안된다는 말이더냐.
    허 참, 기가 막혔다. 그런 웃긴 규칙은 여지껏 어떤 영화관에서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으므로 다시 따졌다.

    " 아니, 그렇다면 10분 전에는 무조건 입장을 해야 한다고 미리 안내 방송을 해주던가 티켓 구매시
      알려줬어야 하는거 아니에요? "

    여직원 그냥 죄송하다, 어쩔 수 없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급기야 내게 2시간 후, 다음 회 상영인 1시 이후 것을 보겠냐고 물어본다. 지금 밤 11시거든? ㅡ.,ㅡ^
    앞으로 2시간을 기다리리라니. 티켓 환불은 안해준단 뜻이겠지.
    어쨌든 흥분을 하여 마구 따지고 있는데 실장이나 점장쯤 보이는 나이 좀 있는 남자가 다가와 한 마디 한다.

    " 어디 가서 잠시 기분을 가라 앉히고 오시죠~ "

    이 아저씨, 생글거리며 웃고 있지만 눈은 화난 듯한 얼굴의, 전형적으로 가식적인 웃음을 띄는 그런 류의 사람이다.
    왠지 이 아저씨랑도 실랑이를 벌이면 나만 피곤해질 것 같기도 하고, 담배 생각도 나서 그러겠다고 하고는 자리를 떴다.
    그리고 대기실 의자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인 뒤, 숨을 가다듬을 찰나에 '아뿔사, 여긴 흡연실이 아니잖아' 라고 정신을
    차렸다.
    정말 웬일이야, 현실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 금연 장소에서 불을 붙이다니. =_=
    나는 흡연실로 향했다. 말이 흡연실이지 비상 계단 창문 있는 곳에 커다란 재떨이 쓰레기통과 앉는 의자가 전부.
    꿈에서 좋은 것은 시간이 참으로 빨리 간다는 것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필요한 장면으로의 이동을 위해서 중간은 건너띠기 일쑤.
    나는 이제 막 한 대를 피워물며 서류들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어느덧 11시 상영 영화 시간이 끝나가고 다음 회 시간이
    다가오나 보다.
    여자들이 흡연실 문을 열고 멈칫 멈칫 거리며 내 눈치를 보았다. (아, 왜? ㅡ_ㅡ)
    나는 그 여자들보다 반층 위, 즉 계단과 계단이 만나는 사이 지점의 창문가에 눕듯이 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건방져 보였나 보다. 아니, 거만해 보였나. 그들은 머뭇거리며 내 곁에 오지 않았다.
    나는 담배를 끄고 영화를 보러 갔다.

    상영관이… 기존 영화관의 그것이 아니다. =_=…
    무슨 프리젠테이션이라도 하는 듯 넓은 회의실 같은 곳의 앞벽에 커다란 화면 있고, 나무로 만들고 엉덩이에 가죽 쿠션을
    박은 일반적인 의자들이 나열되어 있고 의자들 맨 뒤 벽에는 부페 흉내라도 낸 듯 여러 음식들이 있었다.
    처음엔 상영관이라고 할 수 없는 형편없는 환경보다는 그 음식들이 눈에 띄었다. (이런.... -_-)
    그런데 사람들, 각자 식판에 자기가 먹을 음식들을 담아 태연스럽게 자리에 앉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도 음식을 담아 자리에 앉았다.
    원래, 그런 것이다. 눈이 하나인 사람들 사이에서 나 혼자만 눈이 두 개인 척을 할 수가 없는,
    그런 거역할 수가 없는 분위기에선.(웃음)

    그렇게도 내가 보려 했던 영화는 현재 상영중인 <추격자> 였다.
    지난번부터 계속 본다 본다 하고 못봤는데, 그게 무의식중에 불만이었나 보다.
    꿈을 통해 현실에서 얻지 못한 것을 함으로써 가상 만족감을 얻으려고 한다고 했다.
    나는 아무래도 이 영화를 꼭 봐야하나 보다. =_=
    솔직히 말하면, 꿈에서도 이 영화를 못보고 음식만 먹었기 때문이다. (냄새도 안 나는 음식들을…)



    ---------------------------------------------------------------------------------------------------------

    < 내 멋대로 꿈 해몽 >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러나 집착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저렇게 꿈에서까지 나온 것은, 아마도 이번엔 '꼭 봐야한다' 라는 것과 '영화표를 그냥 날려버린 것'에 대한
    미련 때문에 저런 가상 만족감을 얻으려고 시도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난 주에 영화를 보려고 예매까지 해놓고 너무 피곤하여 그냥 날려버린 경험이 있다.
    이 꿈은 그 경험의 잔상들을 그대로 비추는데 시간까지 너무 세세하게 묘사되어서, 내가 정말 신경 쓰고 있었나 보다
    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 때 예매했던 영화도 11시 상영작이었고, 보지 못하게 된 영화표를 취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것도 10분 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엉뚱하게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상영관' 이라는 설정이 나온 것은 꿈을 꾸는 그 시점에 배가 고팠거나
    (설령 내가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해도 위가 뇌에게 뗑광을 부린 것일 수도 있다. 웃음)
    심리적인 만족감을 더 얻고 싶어서 그런 영상을 무의식이 만들어 냈는지도 모르겠다.
    음식을 먹으면서 얻는 포만감과 심리적인 안정이 다소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니까.

    내가 꿈을 꾸면서 느끼는 부분 중 하나가 현실의 습관이나 성격이 꿈에서도 그대로 나온다는 것이다.
    뭔가 잘 안 풀리거나 기분이 나쁠 땐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 있는데 그것이 이번 꿈에서도 '불만 해소제'로 작용했고,
    어떤 트러블이 있을 때 논리적으로 따지기 좋아하는 성격이 나온 것이 그 좋은 예.
    물론, 요즘은 예전처럼 현실에서 사람들과 시시비비 가리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사소한 것으로 다투는 것 자체가
    귀찮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꿈에서의 따지고 드는 성격은 몇년 전의 내 모습의 잔상이다.

    현실에서 얻지 못한 것을 꿈을 통해서라도 만족감을 얻으려고 한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꿈에서 끝끝내 영화를 보지 못했던 이유는 -
    내가 실제로 그 영화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영화의 내용을 머리에서 재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꿈을 꾼다 해도 그것은 모든 실제 경험과 오랫동안 머리 속에서 '상상'이라는 활동을 해 온
    것에서부터의 조합으로 꿈이 만들어지므로, 내가 경험하지 못한 혹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꿈을 꾸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지몽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 뇌가 보고 듣고 느낀 - 입력된 정보가 편집되어 영상이 만들어지므로
    태어나 한번도 접하지 못한 사물들이나 배경을 가지고 꿈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결론은, 영화와 음식 이 두가지를 현실에서 만족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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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07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공들여 어렵게 찾은 동영상을 다운 받았더니만 뒤에 10분이 짤린 걸 받은 후에 꾼 꿈일지도 모릅니다.

L.SHIN 2008-03-07 16:38   좋아요 0 | URL
오, 이런, 실망시켜 드려 어쩌죠? 전 동영상 다운 안 받는데요. ㅡ_ㅡ (훗)

Mephistopheles 2008-03-07 16:54   좋아요 0 | URL
불량 DVD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려...^^

다락방 2008-03-0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ud-S님.
제 꿈도 해몽해주세요.

꿈에 엄청나게 피를 흘렸어요.
이건 뭘 뜻할까요?

L.SHIN 2008-03-08 08:22   좋아요 0 | URL
단순히 '피'라는 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으니 좀 더 자세히 써주시겠어요?
같은 소재라도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다르게 되니까.^^ (물론, 제 해몽이 마음에 들어야겠지만.웃음)
밝히기 싫으시면 e-mail 로 보내주세요.

2008-03-08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08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뽀송이 2008-03-07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맛난 거 들고 '추격자' 보세요.^^;;

가다가 다시와서 추천!! 에고 다리야~~~

L.SHIN 2008-03-07 18:57   좋아요 0 | URL
하하핫, 내가 좋아하는 '허니 팝콘'을 들고 봐야겠습니다~ ^^
 

 

 

    H의 자녀 중 첫째 아이가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소식에
    태어나 처음으로 아동화를 사러 나갔었다.
    사는 김에 둘째 아이의 구두도 같이 사러 금강제화점에 갔었다.
    오랜만에 가는 모 백화점의 1층은 여전히 구두 신발점으로 가득했는데 예전보다 더 정신없어 보였다.
    금강제화점은 역시나 성인용 구두밖에 없어서 다른 곳을 기웃거렸는데 운 좋게 랜드로바점 발견.
    인터넷에서 미리 봐두었던 디자인이 있어서 (사실은 돌아댕기는게 귀찮아서 =_=) 냉큼 사버렸다.

    첫째 아이에게 줄 리본이 달린 분홍색 구두. 걸을 때 어른 신발처럼 또각또각 소리나는걸 사달라고 주문까지
    하는 바람에 나는 손으로 구두를 잡고 걷는 시늉을 해보았다.
    미끄럼 방지 밑창 때문에 소리가 안 나는 것 같았지만, 뭐 어때. 원하던 분홍색은 맞잖아.(자기 합리화중)
    사이즈를 말했더니 직원이 가져오면서 신어 보라는 듯 내게 내밀었다.(습관인듯)
    뭐여, 나보고 이걸 신으라는 것이냐 ㅡ.,ㅡ
    내가 신으려면 신데렐라의 못된 언니들처럼 발 뒤꿈치를 잘라내야 할 것이오.

    그리고 둘째 아이에게 줄 검은색 신사화 구두를 샀다.
    랜드로바, 어찌나 멋대가리 없던지 신발 상자가 회사 로고도 없는 민무늬 흰색 상자였다.
    그 촌스런 박스를 포장할까 하다가 내일 당장 신는다길래, 그냥 겉면에 파란 매직으로 간단한 메세지 적는 것으로 끝.

    신발 배달은 S가 내일 아침 대신해주기로 했다. (이로써 내 할 일은 마침~)
    다행이도 집에 와서 분홍색 구두를 바닥에 대고 따각따각했더니 소리가 난다.
    (아무래도 그 여자아이의 주문이 못내 마음에 걸렸던 듯..-_-)

    아동화, 처음으로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디 아이들이 씩씩하고 건강하고 이쁘게 자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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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02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리가 안난다면 그 탭댄스 슈즈 밑에 붙이는 조그마한 쇠붙이 하나 붙이면 잘 나지 않을까요..너무 소란스러울까?

L.SHIN 2008-03-02 21:33   좋아요 0 | URL
쇠붙이 보내주세요. 강력접착제로 붙여서 '매피님이 그러라고 했다'라고 책임전가 시키게 =_=

Mephistopheles 2008-03-02 23:17   좋아요 0 | URL
그럴러면 먼저 신발을 보내주셔야 겠죠..하지만 시간적으로 신발이 오고 가고 하면 페이퍼에 써 있는 날짜에 못 맞출 듯 싶습니다..^^ 에스님..흐흐

웽스북스 2008-03-02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애들이 그렇더라구요-
아무리 그래도 또각또각까지 주문하다니, 대단해요 ㅋㅋㅋ

L.SHIN 2008-03-03 16:49   좋아요 0 | URL
저는 그렇게 대놓고 주문하는 것은 처음 봐서..조금 당황했답니다.^^;
어른 흉내 내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나 봅니다.

도넛공주 2008-03-03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큰 투자하셨네요!

L.SHIN 2008-03-03 16:50   좋아요 0 | URL
음...투자라기보다는...내가 어릴 때 잘해주었던 H에 대한 간접 보상인 셈이죠.^^;

302moon 2008-03-03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는 할머니가 사주시는 운동화 넙죽 받아 신었던 거 같아요. 빛 번쩍번쩍하거나 소리 윙윙거리는 운동화 신은 친구들이 살짝 부럽기도 했는데-_-; 지금은 빈티지 스타일이나 마구 추상적 무늬를 선호하는 편. 대놓고 뭔가 얘기하는 건, 저희 조카들도 그렇던데요./

L.SHIN 2008-03-04 18:07   좋아요 0 | URL
좋아하는 스타일이란 것이 주기적으로 변하죠.
그 당시에는 '이런 스타일이 최고'라고 생각했었지만 말입니다.(웃음) 돌고 돌더라구요~
내가 먼저 '뭐 가지고 싶어?'라고 물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에 받는 '주문'은 기분이 다르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