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6일 꿈 이야기



    꿈의 색 - 없음 


 


    어느 가게에 들어갔다. 그곳은 잡화 가게처럼 보였지만 나는 잡화를 사러 간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당연스럽게 영화 DVD를 사러 그곳에 간 것이다.
    가게의 주인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이쁘장한 아줌마였는데,
    (늘 내 꿈에서의 출연자들이 그렇듯, 이 또한 모르는 사람이나 꿈에서는 굉장히 친한 사이)
    우리 둘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아줌마 : " 오랜만이네~ "
    나       : " 엉~ 그런데 여기 (가게를 손으로 흩으며) 구조가 좀 바뀌었네? "
    (꿈 속에서의 시간은 현실과 너무 다르다. 현실적으로 '조금 전'이 꿈 속에서는 '수개월 전'이 되고 만다)
    아줌마 : " 바꿨지~ "
    나       : " 이야~ 전보다 훨씬 낫다. 더 넓어 보이고.. "

    그러면서 나는 가판대에서 하얀색 케이스의 DVD를 골라 구매를 했다.
    그리고 아줌마와 몇 마디 더 나누고 가게 문을 나섰다.

    장소가 바뀌어 어느 건물.
    나는 무슨 연유인지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에 와 있다. 영화 안내 데스크가 있는 곳과 상영관이 있는 층수가
    달랐는데 나는 영화 시작 10분 전에 상영관이 있는 층으로 갔었다. (구매한 DVD는 어쩌고? =_=)
    그런데 뭐야, 입장할 수 없다고 하는게 아닌가.
    아니 영화 시작한 후에도 들어갈 수 있는게 한국 영화관의 관대한 문화 아니던가.
    시간이 남았는데도 입장을 못하게 하다니. 나는 따지기 위해 안내 데스크가 있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상영 시작 10분을 남겨두고 갔음에도 입장 못하게 하느냐고.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말투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여직원의 말,

    " 10분 전에 입장을 하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

    뭐시라? ㅡ.,ㅡ
    그러니까 그 말인즉슨, 영화 시작이 11시이니 10시 49분까지는 입장이 가능하고,
    50분에서 11시 사이는 안된다는 말이더냐.
    허 참, 기가 막혔다. 그런 웃긴 규칙은 여지껏 어떤 영화관에서도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으므로 다시 따졌다.

    " 아니, 그렇다면 10분 전에는 무조건 입장을 해야 한다고 미리 안내 방송을 해주던가 티켓 구매시
      알려줬어야 하는거 아니에요? "

    여직원 그냥 죄송하다, 어쩔 수 없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
    급기야 내게 2시간 후, 다음 회 상영인 1시 이후 것을 보겠냐고 물어본다. 지금 밤 11시거든? ㅡ.,ㅡ^
    앞으로 2시간을 기다리리라니. 티켓 환불은 안해준단 뜻이겠지.
    어쨌든 흥분을 하여 마구 따지고 있는데 실장이나 점장쯤 보이는 나이 좀 있는 남자가 다가와 한 마디 한다.

    " 어디 가서 잠시 기분을 가라 앉히고 오시죠~ "

    이 아저씨, 생글거리며 웃고 있지만 눈은 화난 듯한 얼굴의, 전형적으로 가식적인 웃음을 띄는 그런 류의 사람이다.
    왠지 이 아저씨랑도 실랑이를 벌이면 나만 피곤해질 것 같기도 하고, 담배 생각도 나서 그러겠다고 하고는 자리를 떴다.
    그리고 대기실 의자에 앉아 담배에 불을 붙인 뒤, 숨을 가다듬을 찰나에 '아뿔사, 여긴 흡연실이 아니잖아' 라고 정신을
    차렸다.
    정말 웬일이야, 현실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 금연 장소에서 불을 붙이다니. =_=
    나는 흡연실로 향했다. 말이 흡연실이지 비상 계단 창문 있는 곳에 커다란 재떨이 쓰레기통과 앉는 의자가 전부.
    꿈에서 좋은 것은 시간이 참으로 빨리 간다는 것이다. 군더더기가 없다.
    필요한 장면으로의 이동을 위해서 중간은 건너띠기 일쑤.
    나는 이제 막 한 대를 피워물며 서류들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어느덧 11시 상영 영화 시간이 끝나가고 다음 회 시간이
    다가오나 보다.
    여자들이 흡연실 문을 열고 멈칫 멈칫 거리며 내 눈치를 보았다. (아, 왜? ㅡ_ㅡ)
    나는 그 여자들보다 반층 위, 즉 계단과 계단이 만나는 사이 지점의 창문가에 눕듯이 앉아 담배를 피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건방져 보였나 보다. 아니, 거만해 보였나. 그들은 머뭇거리며 내 곁에 오지 않았다.
    나는 담배를 끄고 영화를 보러 갔다.

    상영관이… 기존 영화관의 그것이 아니다. =_=…
    무슨 프리젠테이션이라도 하는 듯 넓은 회의실 같은 곳의 앞벽에 커다란 화면 있고, 나무로 만들고 엉덩이에 가죽 쿠션을
    박은 일반적인 의자들이 나열되어 있고 의자들 맨 뒤 벽에는 부페 흉내라도 낸 듯 여러 음식들이 있었다.
    처음엔 상영관이라고 할 수 없는 형편없는 환경보다는 그 음식들이 눈에 띄었다. (이런.... -_-)
    그런데 사람들, 각자 식판에 자기가 먹을 음식들을 담아 태연스럽게 자리에 앉기 시작한다.
    그래서 나도 음식을 담아 자리에 앉았다.
    원래, 그런 것이다. 눈이 하나인 사람들 사이에서 나 혼자만 눈이 두 개인 척을 할 수가 없는,
    그런 거역할 수가 없는 분위기에선.(웃음)

    그렇게도 내가 보려 했던 영화는 현재 상영중인 <추격자> 였다.
    지난번부터 계속 본다 본다 하고 못봤는데, 그게 무의식중에 불만이었나 보다.
    꿈을 통해 현실에서 얻지 못한 것을 함으로써 가상 만족감을 얻으려고 한다고 했다.
    나는 아무래도 이 영화를 꼭 봐야하나 보다. =_=
    솔직히 말하면, 꿈에서도 이 영화를 못보고 음식만 먹었기 때문이다. (냄새도 안 나는 음식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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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멋대로 꿈 해몽 >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러나 집착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저렇게 꿈에서까지 나온 것은, 아마도 이번엔 '꼭 봐야한다' 라는 것과 '영화표를 그냥 날려버린 것'에 대한
    미련 때문에 저런 가상 만족감을 얻으려고 시도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지난 주에 영화를 보려고 예매까지 해놓고 너무 피곤하여 그냥 날려버린 경험이 있다.
    이 꿈은 그 경험의 잔상들을 그대로 비추는데 시간까지 너무 세세하게 묘사되어서, 내가 정말 신경 쓰고 있었나 보다
    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 때 예매했던 영화도 11시 상영작이었고, 보지 못하게 된 영화표를 취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 것도 10분 전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엉뚱하게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상영관' 이라는 설정이 나온 것은 꿈을 꾸는 그 시점에 배가 고팠거나
    (설령 내가 의식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해도 위가 뇌에게 뗑광을 부린 것일 수도 있다. 웃음)
    심리적인 만족감을 더 얻고 싶어서 그런 영상을 무의식이 만들어 냈는지도 모르겠다.
    음식을 먹으면서 얻는 포만감과 심리적인 안정이 다소 만족감을 주기 때문이니까.

    내가 꿈을 꾸면서 느끼는 부분 중 하나가 현실의 습관이나 성격이 꿈에서도 그대로 나온다는 것이다.
    뭔가 잘 안 풀리거나 기분이 나쁠 땐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 있는데 그것이 이번 꿈에서도 '불만 해소제'로 작용했고,
    어떤 트러블이 있을 때 논리적으로 따지기 좋아하는 성격이 나온 것이 그 좋은 예.
    물론, 요즘은 예전처럼 현실에서 사람들과 시시비비 가리지 않는다. 그러기에는 사소한 것으로 다투는 것 자체가
    귀찮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꿈에서의 따지고 드는 성격은 몇년 전의 내 모습의 잔상이다.

    현실에서 얻지 못한 것을 꿈을 통해서라도 만족감을 얻으려고 한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꿈에서 끝끝내 영화를 보지 못했던 이유는 -
    내가 실제로 그 영화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영화의 내용을 머리에서 재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꿈을 꾼다 해도 그것은 모든 실제 경험과 오랫동안 머리 속에서 '상상'이라는 활동을 해 온
    것에서부터의 조합으로 꿈이 만들어지므로, 내가 경험하지 못한 혹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꿈을 꾸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지몽이라는 것이 있긴 하지만 그것 역시 뇌가 보고 듣고 느낀 - 입력된 정보가 편집되어 영상이 만들어지므로
    태어나 한번도 접하지 못한 사물들이나 배경을 가지고 꿈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결론은, 영화와 음식 이 두가지를 현실에서 만족 시켜줘야겠다는 생각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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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07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공들여 어렵게 찾은 동영상을 다운 받았더니만 뒤에 10분이 짤린 걸 받은 후에 꾼 꿈일지도 모릅니다.

L.SHIN 2008-03-07 16:38   좋아요 0 | URL
오, 이런, 실망시켜 드려 어쩌죠? 전 동영상 다운 안 받는데요. ㅡ_ㅡ (훗)

Mephistopheles 2008-03-07 16:54   좋아요 0 | URL
불량 DVD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려...^^

다락방 2008-03-0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ud-S님.
제 꿈도 해몽해주세요.

꿈에 엄청나게 피를 흘렸어요.
이건 뭘 뜻할까요?

L.SHIN 2008-03-08 08:22   좋아요 0 | URL
단순히 '피'라는 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으니 좀 더 자세히 써주시겠어요?
같은 소재라도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다르게 되니까.^^ (물론, 제 해몽이 마음에 들어야겠지만.웃음)
밝히기 싫으시면 e-mail 로 보내주세요.

2008-03-08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08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뽀송이 2008-03-07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맛난 거 들고 '추격자' 보세요.^^;;

가다가 다시와서 추천!! 에고 다리야~~~

L.SHIN 2008-03-07 18:57   좋아요 0 | URL
하하핫, 내가 좋아하는 '허니 팝콘'을 들고 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