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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았으니 이제

여행을 떠나야 하리

시간은 과거의 상념 속으로 사라지고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그대 길 떠나야 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

그냥 저 세상 밖으로 걸어가리라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니

새벽의 문 열고

여행길 나서는 자는 행복하여라

아직 잠들지 않은 별 하나가

그대의 창백한 얼굴을 비추고

그대는 잠이 덜 깬 나무들 밑을 지나

지금 막 눈을 뜬 어린 뱀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

이제 삶의 몽상을 끝낼 시간

순간 속에 자신을 유폐시키던 일도 이젠 그만

종이꽃처럼 부서지는 환영에

자신을 묶는 일도 이제는 그만

날이 밝았으니, 불면의 베개를

머리맡에서 빼내야 하리

오, 아침이여

거짓에 잠든 세상 등 뒤로 하고

깃발 펄럭이는 영원의 땅으로

홀로 길 떠나는 아침이여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자

혹은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길 떠나는 자는 행복하여라

그대의 영혼은 아직 투명하고

사랑함으로써 그것 때문에 상처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리

그대가 살아온 삶은

그대가 살지 않은 삶이니

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자기 자신과 만나기 위해 모든 이정표에게

길을 물어야 하리

길은 또다른 길을 가리키고

세상의 나무 밑이 그대의 여인숙이 되리라

별들이 구멍 뚫린 담요 속으로 그대를 들여다보리라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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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4-09-20 2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시다. 영원의 틈새를 바라본 새처럼, 홀로 미명 속을 헤쳐가야 하리,이제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그대는, 수많은 열리지 않는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그대는 잠들고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꿈을 꾸리라...얼마나 멋진가...

혜덕화 2004-09-20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기의 문에 이르기 위해 수많은 열리지 않은 문들을 두드려야 하리."
그 방편이 저에겐 절인가 합니다. 아직 열리지 않은 문이 얼마나 많은지 알지 못하기에 해인사 백련암으로 가는 제 발걸음 하나 하나에 희망을 걸어봅니다.

달팽이 2004-09-20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때론 현실적인 공간도 필요하겠지요...님의 말대로 방편이 하지만 혜덕화님이 절로 향할 때의 그 마음가짐이 정말로 열어야 하는 그 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물론 그렇게 생각하리라 봅니다...감사합니다...걸음해주셔서...
 

나무는

서로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바람이 불지 않아도

그 가지와 뿌리는 은밀히 만나고

눈을 감지 않아도

그 머리는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있다

 

나무는

서로의 앞에서 흔들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그러나 굳이 누가 와서 흔들지 않아도

그 그리움은 저의 잎을 흔들고

몸이 아프지 않아도

그 생각은 서로에게 향해 있다

 

나무는

저 혼자 서 있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세상의 모든 새들이 날아와 나무에 앉을 때

 

그 빛과

그 어둠으로

저 혼자 깊어지기 위해 나무는

얼마나 애를 쓰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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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4-09-20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하여"란 시와 더불어 읽으면 좋을 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대의 희망과 욕망 깊은 곳에 저 너머의 세계에 대한 지혜가 침묵하며 누워 있다.

                                                                                                                        - 칼릴 지브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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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생명이 자신의 성스런 얼굴에서 베일을 벗을 때의 그 생명.

그러나 그대가 곧 그 생명이며 그 베일인 것을.

아름다움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는 영원.

하지만 그대가 곧 영원이며 그 거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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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그대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수는 없다. 그대의 지식의 새벽에 이미 반쯤 잠자고 있는 것을 깨우는 일 외에는.

제자들과 함께 사원의 그늘 속을 걷는 교사는 그의 지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의 믿음과 사랑을 주는 것.

그가 만일 진실로 지혜롭다면 그는 그대에게 그의 지혜의 집으로 들어오라고 명령하지는 않으리라. 그보다는 그대 자신의 마음의 문으로 그대를 인도하리라.

천문학자는 우주에 대한 자신의 이해를 말해 줄 수는 있지만, 그 이해를 그대에게 심어 줄 수는 없는 것.

음악가는 이 우주 공간에 있는 리듬을 노래해 줄 수는 있지만, 그 리듬을 알아듣는 귀나 그것을 노래부르는 목소리까지 그대에게 줄 수는 없는 것.

또한 숫자들의 지식에 정통한 이는 무게와 부피의 세계에 대해 말할 수는 있지만, 그 세계로 그대들을 데리고 들어갈 수는 없는 것.

왜냐하면 한 사람의 통찰력은 그 날개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 줄 수는 없으므로.

그리하여 누구나 신의 깨달음 속에 홀로 서 있듯이, 그대들 각자는 홀로 신을 깨닫고 대지를 이해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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