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의 미의식 - 미술로 보는 삼국의 문화 지형
지상현 지음 / 아트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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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중 일은 동북아시아의 중요한 역사를 공유해왔다. 그래서 본토인 중국의 우수한 문물이 자연스럽게 한반도로 흘러들어왔고 섬나라인 일본은 한국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근대에 와서는 비록 일본이 중국과 한국이 아니라 유럽으로 눈을 돌려 먼저 서양화를 이룩한 국가가 되었지만 오랜 역사 속 형성된 동아시아적인 정체성을 무시할 순 없다. 일본의 핏속에는 아직 동아시아의 혈액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고 그 속에는 중국과 한국의 핏줄도 섞여 흐로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건축양식을 보면 중국은 아주 과장되게 많이 휘었고 한국은 수줍은 듯이 살짝 곡선을 사용했다면 일본은 거의 직선에 가까운 건축양식을 보인다. 이는 중국의 허풍과 한국의 멋과 일본의 단정함과 정리의식 간결함 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아주 여성적이고 유연하며 한국은 여성적이지만 남성성도 모두 갖추려고 하고 일본은 사무라이집단을 대표하는 강한 남성성이다. 그러나 회화나 조각에 사용된 곡선성을 보면 중국이 많은 원들을 사용한 데 비해 한국은 최소한의 원을 사용한 특징이 드러난다. 회화에서도 죽문을 보면 중국은 사실에 가까이 가려했던 반면 한국은 죽문을 통해 그를 그린 선비의 정신을 표현하려했다는 점이 다르다. 이런 곡선적 성격은 관계를 중시한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직선적인 일본은 관계보다 독립성이 중시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다.

 

  중국의 미술을 눈으로 생각한다. 미술품을 보면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바로 작품의 표현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은유적이다. 회화에서도 대상을 그대로 모사하기보다는 대상에 비유되거나 은유된 뜻을 표현하려 하였다. 그래서 산수인물화에서 중국이 산수에 초점을 둔다면 한국은 인물에 강한 포커스를 두고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은 회화에서도 정돈되고 정리된 비레와 구도를 중시한다. 사찰에 쓰는 풍경의 모양을 보아도 물고기를 소재로 쓰는 한국은 좀 사의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일본은 이어령 선생님이 표현한대로 압축적인 요소를 가진다. 대표적인 것이 하이쿠이다. "자세히 보면/냉이꽃이 피어 있는/울타리로다"라는 예에서 보듯이 상당히 압축적이고 촌철살인의 마음을 건드린다. 건축, 정원, 도시락 문화도 이로 설명된다.

 

  공예품이나 미술품에서도 차이가 드러난다. 중국은 건륭황제시기의 도자기를 보면 인간이 가진 기술적 한계에 도달한 작품들이 많다. 아주 섬세하고 아주 복잡해서 도무지 재현해내기 쉽지 않은 법랑채 도자기들이 보인다. 이에 비해 한국 도자기는 여백의 미가 많고 전체적인 조형과 문양에 어떤 의미를 담고자 하였다. 대만고궁 박물관에 소장된 '취옥백채'를 봐도 청나라 때 만들어진 '상아조수세미형장식품'을 봐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일본은 탐미적 강박을 가진 듯하다. 건축물에 드러난 약간이 오차도 틈도 인정하지 않는 건물, 장식적 투구 등을 보면 실용과는 거리가 먼 미의 집착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을 고정불변인 것으로 볼 수만은 없다. 그와 상반되는 특성들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단청이 그러하다. 삼국 중 한국의 단청이 가장 화려하고 복잡하다. 색상과 구조, 문양 면에서...풍자와 해학을 다루는 부분, 즉 삶의 절망과 우울과 스트레스를 다루는 부분도 서로 좀 다르다. 한국이 해학과 풍자라면 일본은 요괴문화와 스릴러로 나타나고 중국은 협객의 문화로 나타난다. 이러한 삼국의 문화들은 서로 갈등 협력하면서 독자적인 색깔을 띄어왔다. 하지만 역사공동체로서 같은 시대 같은 고민들을 공유하는 과정 속에 각 각의 문화적 특색을 만들어갔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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