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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 읽는 노인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3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남미와 우리는 닮았다. 강력한 군사 독재 정권이 오랫동안 지배했다. 당연히 예술가들도 탄압을 받았다. 그들의 반응은 두갈레였다. 망명하여 투쟁에 나서거나 현실을 도피하거나. 민중문학과 환상 소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남미에서는 환상소설의 경향이 더우 강한데 그 이유는 자연환경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의 풍광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컬러풀하지는 않다. 곧 남미는 눈만 돌리면 황홀한 색채의 자연이 펼쳐지니 아무래도 판타지에 빠지기 더욱 용이한 상황이지 않았을까?
좋은 소설의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다. 스토리가 훌륭하거나 캐릭터가 반짝반짝 빛나거가 혹은 묘사가 돋보이거다. 루이스 세풀베다는 이 모든 것을 갖춘 휼륭한 작가다. 연애소설 읽은 노인이라는 설정 부터 눈에 확 뛴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과 그 결과 자연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도 갈갈이 찢어지는 변화를 치통이라는 상황에 빗대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렇다. 이 소설의 압권은 연애소설 읽는 느긋한 노인의 묘사가 아니라 치통에 시달리며서도 마땅한 의사를 찾지 못해 고통받는 늙은이다. 이는 대단한 상징이다. 아마존의 아픔을 치통에 빗대어 처참하게 묘사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치과에 가본 사람은 어떤 경험인지 다들 잘 알 것이다. 현실이라고 하기에는 비참한 판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