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1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흔히 우리는 일본을 10년 혹은 20년 주기로 따라간다고 한다. 이를 테면 1990년에 일본에서 유행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부터 서서히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일부분은 맞다. 일본은 누가 뭐래도 선진국이고 인구도 2배 이상 되고 또 매우 가깝기 때문에 한국은 트랜드를 쉽게 받아들일 조건이 된다. 일종의 거르고 걸러서 진짜 유행상품만 쓴다고 할까? 단 경제조건이 안되니 기다림은 필수다. 그래서 나온게 10년, 20년 주기설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유행만 그런게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도 따라간다는 것이다. 최근 활발히 논의되는 비혼(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삶), 졸혼(결혼생활을 끝내고 따로 살지만 이혼은 하지 않는 것) 등도 이미 10여년전 일본에서 일어난 붐이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은퇴하고 벌어놓는 돈으로 남은 삶을 사는 자발적 무직도 아주 조금씩 그 조짐이 보이는데 그 신호탄을 쏜게 바로 요코의 <일하지 않습니다>이다. 45세 광고회사 간부로 잘 나가던 한 여성이 돌연 일을 그만두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는 이야기다.

 

이 책은  <일하지 않습니다>의 후속 작품격으로 일을 하지 않고 살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담고 있다. 곧 한달 생활비 등을 고려해 자신이 거처할 최소한의 주거지를 정해 들어가 살며서 겪는 이야기다. 요코는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는 허름한 빌라에 들어간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중년 여성에 대한 시선이 따가왔지만 어느새 적응하며 나름대로 무직의 세계에 적응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비록 소설속 이야기처럼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만 부러운 건 분명하다. 아무 방해받지 않는 세 평정도의 나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 또한 이런 시도를 해본 적이 있다. 동네근처 산비탈 주택가에 방 하나 정도만 월세놓은 곳을 찾아본 적이 있다. 일종의 작업실을 구한 것이다. 직접 찾아가기끼지 했는데 퇴짜를 맞았다. 남자 혼자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왜 방하나를 구하려 하는지 의심의 눈초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아. 이런 편견 따위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려면 한 10년은 더 기다려야 하나? 차라리 일본에 가는게 더 빠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