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프로배구단 소속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학교폭력 문제를 정식 사과했다. 발단은 이다영 선수가 개인 에스앤에스에 같은 팀 선배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시작했다. 자신이 피해자라고 억울함을 호소한 것인데 불똥은 엉뚱하게(?) 스스로에게 튀었다. 어렸을 때 같이 운동을 한 동료들중 한 명이 학생시절 그가 저지른 일을 폭로한 것이다. 결과를 떠나 놀란 건 돈을 받고 운동하는 프로패셔널 선수들 간에도 질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시기나 따돌림은 있을 수 있지만 경기를 망칠 정도에 이른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곰곰 생각해보니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다들 전문가들이고 자기 분야에 자부심이 강한 그룹이었다. 열심히 하기만 하면 시너지가 날거라고 희망에 차 있었는데 오판이었다. 여러 계파로 나뉘어 서로를 헐뜯기에 바빴다. 도대체 이 사람들이 일은 언제 하나 싶을 정도였다. 결국 나는 튀어나왔다. 질투를 하기도 당하기도 싫었다. 아마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직업을 택한 건 집단에 속하지 않을 자유가 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곳에서도 어느 정도는 아니 그보다 더한 비아냥거림이나 뒤통수치기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함께 어울려 일을 하지는 않는다. 철저히 혼자이고 그래야만 한다. 


아무쪼록 그런 사소한 감정일랑 접어두고 모든 걸 결과로 보여주기 바란다. 프로란 바로 그런 것이다. 사람들은 잡다한 속사정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얼핏 호기심에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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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설 명절이 돌아왔다. 정부에서 아무리 모이지 말라고 해도 고속도로가 막히는 걸 보면 오래된 관습은 쉽게 변하지 않나 싶다. 누군가는 지구가 멸망해도 고향에 가야 한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그곳이 시댁일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겠지만.


친척 중에 올해 대학입시를 본 자식을 둔 부모가 있다. 세 군데 대학에 지원을 했는데 모두 떨어졌다. 내가 다 황망할 정도니 엄마 아빠 심정은 오죽했겠는가? 오히려 당사자는 무덤덤하다. 적어도 겉으로는. 물론 속으로야 열불이 나겠지만 그 나이 때는 실감이 나지 않게 마련이다. 도리어 부모님과 친구들의 눈치를 보기 바쁘다. 이럴 때 필요한 건 어른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아직 만나진 않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메시지를 전해주어야 한다. 자칫 쓸데없는 잔소리가 되지 않고 진심어린 충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이 과연 있을까?


아이가 처한 상황과 대입 정보를 알아보니 냉정하게 말해 암담하다. 그렇게 경쟁이 심하고 바늘구멍인줄 몰랐다. 참고로 지원전공이 예체능계다. 대학은 완전히 양극화되어 있으며 합격 후 졸업을 한다고 해도 취업도 여의치 않다. 완전히 프로로 가거나 교직을 이수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비슷한 고민을 했다. 나는 전자를 택했다. 힘들었다. 그 모든 과정이. 다시 한 번 그 길을 걸으려고 한다면 단호하게 노를 외칠 것이다.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다. 그러나 과연 나는 편하게 쉬엄쉬엄 너하고 싶은 거나 하며 살라고, 대학은 아무 의미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없다. 그런 삶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경제적인 문제는 둘째 치고 그 곳에는 최선을 다한 후에야 느낄 수 있는 허망함이 없다. 별게 아니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산을 넘어야 한다. 오로지 피땀눈물을 흘려본 자만이 알 수 있는 무언가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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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이스 피싱에 당해본 적은 없다. 그러나 비슷한 전화를 받아본 적은 있다. 돌이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막상 닥치면 어어하다 끝까지 듣게 된다. 이게 중요하다. 어떻게 해서든 손에서 휴대전화를 놓게 해서는 안 된다. 과거에도 이런 사기는 있었다. 문제는 집전화가 개인휴대폰으로 바뀌면서 속는 빈도가 늘어난다. 게다가 요즘 전화는 단순히 통화만 하는 게 아니라 입출금까지 가능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휴대전화의 기능을 단순화시키는 거다. 통화와 문자, 검색 앱 정도만 설치하고 돈이 거래되는 창구는 완전히 막는다. 예를 들어 돈을 보내야 할 경우도 무통장 입금을 이용하는 식이다. 물론 답답하다. 요즘 같은 시대에 말이 되나? 그러나 폰 해킹을 당했다고 생각해 보시라. 어는 것이 실보다 득이 크겠는가? 여하튼 이런 구닥다리 이야기를 늘어놓으려고 글을 쓴 건 아니다. 사람들은 왜 거짓인 줄 알면서 보이스 피싱에 당하는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 <독소 소설> 중 <유괴 전화 네트워크>에도 비슷한 내용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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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는 변함없이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이유는 회피심리 때문이다. 곧 각박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싶어서다. 장르와 상관없이 판타지를 경험하기 위해서다. 연하 꽃미남들이 번갈아가며 쫓아오고 절세미녀가 한번만 만나달라고 애걸복걸한다. 안다. 그것이 거짓임을. 천만년 동안 늘 사랑을 추구하는 주인공이 세상에는 없다. 홍상수는 반대지점에 서있다. 구질구질한 일상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미묘하게 어긋하고 자신의 누추함을 감추려는 듯 같은 말을 하고 또 한다. <도망친 여자>도 예외가 아니다.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하는데 어딘가 이상한 감희. 선배와 친구 집을 전전하며 그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데. 이사 온 사람이 집을 찾아와 고양이 밥을 준다고 시비를 걸고, 딱 하룻밤 함께 잠 어린 남자가 징징대고, 자신의 애인을 빼앗아간 여자와 함께 사과를 먹는다. 지금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나 벌어질 듯 한 일들인데 왠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자신의 치부를 들킨 것 같아 뜨끔하다. 홍상수는 변함없이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한다. 그게 그의 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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맜있어 맛있어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구나


<귀멸의 칼날>을 보고 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극장판이다. 이른바 일본 애니 덕후들은 티브이 시리즈를 다 봐야지만 비로소 이해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정직하게 말해 큰 상관은 없다. 물론 세세한 설정이나 줄거리를 따라가는 맛은 좀 덜하겠지만. 악귀들을 쫒기 위해 무한열차에 올라탄 귀살대의 탄지로, 젠이츠. 이노스케. 최강 염주 렌코쿠를 만나 한껏 기대에 부풀지만 알고 보니 기차 자체가 혈귀였다. 귀살대와 혈귀는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게 되는데. 압권은 역시 싸움신이다. 애니메이션을 굳이 영화관에서 관람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가히 디즈니에 대적할만한 유일한 강자답다. 


그러나 내용은 딱히?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형적인 일본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선 욱일기 논쟁이 있다. 탄지로의 귀걸이 문양이 문제가 되자 해외 상영관에서는 다른 모양으로 바꾸었다. 그럼에도 굳이 욱일기를 내세운 건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향수를 반영한 것이다. 곧 귀살대를 한창 뻗어나가던 시절의 일본에 빗대고 있다. 자살 미화도 여전하다. 아무리 꿈속이지만 스스로를 계속 죽여야만 현실에서 깨어날 수 있다는 가정도 해괴하다. 주군의 뜻이라면 목숨 바쳐 충성해야 마땅한 사무라이 정신도 곳곳에 배어있다. 재미있게 보고 나서 과도한 해석이라고 한다면 유규무언이지만 렌코쿠의 말처럼 맜있어 맛있어 하지만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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