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남기지 말아라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분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의 식욕과 상관없이 많이 먹어 버릇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점차 먹는 양이 줄어들었다. 하루에 두 끼 정도만 챙길 때도 있다. 서글프게도 소화력이 떨어져서다. 나이가 들면 신체는 점점 퇴화되고 마는데 장기라고 예외는 아니다. 똑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젊었을 때에 비해 소화하는 힘이 현저히 떨어진다. 문제는 반항하는 뇌다. 곧 몸은 적당히 먹어라고 외치는데 머리는 무슨 소리야 다 먹을 수 있어 하며 고집을 부린다. 그 결과 폭식을 하게 되고 후폭풍에 시달린다. 남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주 영화를 보고 극장 근처 초밥 뷔페 집에 들렀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문 연 뷔페식당이 별로 없어 작심하고 갔다. 당연히 눈이 돌아가고 접시에 담는 음식들도 넘쳐났다. 결과는 끔찍했다. 나름 조절하며 천천히 조금씩 먹었다고 자부했지만 내장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소화를 시키느라 두 정거장 거리를 걷고 집 앞 지하철역에 내려서도 한 시간쯤 뛰고 나서야 겨우 속이 가라앉았다. 다시는 뷔페에 가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지만 작년 이 맘때도 똑같은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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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나 때문에 여신강림을 보는 일인


여신강림을 의리로 보고 있다. 소재는 뻔하고 연기도 오글거린다. 화장으로 추녀에서 미녀로 변신하여 꽃미남들의 구애를 받는다는 설정 자체가 어이없다. 그럼에도 한 회도 빠지지 않고 챙기는 이유는 차은우 때문이다. 이른바 얼굴천재로 불리는 그의 시크하면서도 도도한 연기에 왠지 끌려서다. 사실 차은우는 배우는 아니다. 아이돌로 데뷔하여 예능에 간간이 출연하다가 돌연 드라마에 출연했다. 다 얼굴 덕이다, 라고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첫 출연작인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을 보면 편견이 사라진다. 마치 차은우를 위해 만든 것처럼 찰떡궁합이다. 다른 점은 상대가 화장이 아닌 성형으로 변신한 여성이다. 극중 역할도 대학생이라 여신강림의 고등학생보다 훨씬 현실적이다. 무엇보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이 여신강림보다 백배쯤 더 재미있는 이유는 시나리오와 여성 주인공인 임수향의 몫이 크다. 주연 뿐만이 아니라 조연들도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예를 들어 임수향을 곤경에 빠트리는 조우리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손에 땀을 주게 된다. 반면 여신강림은 남녀주인공을 제외하고는 갈등다운 갈등 자체가 없다. 그저 두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배경쯤으로 치부된다. 그나마 돋보이는 건 처음엔 조력자였다가 악역으로 돌변하는 박유나다. 스카이캐슬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그가 이번엔 제대로 칼을 꺼내들었다. 공교롭게도 내 아니디는 강남미인에도 출연했는데 극 중 비중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사진 출처 : 엑스포츠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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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1일 현재 총 확진자수는 73,918명, 사망자수는 1,316명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십 분도 견디기 힘들어하면서 한 해의 마지막 날에는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고 넋두리한다.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말지. 그러나 때로는 무의식의 늪에서 끄집어내야만 하는 기억도 있다. 2020년 1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 코로나 19 감염자가 발생했다. 주인공은 비행기를 타고 온 중국인이었다. 2019년 가을 무렵부터 우한을 중심으로 강력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설마 한국에까지 영향을 끼치리라고 믿는 이들은 매우 드물었다. 가장 가까운 나라에서 난리가 났는데도 불후하고. 정부의 안이한 대처도 한몫했다. 사스의 경험을 예로 들며 조기에 차단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중국인들을 전혀 막지 않으면서 대체 어떻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계기는 신천지 대구 사태였다. 이후 우리는 수렁에 빠졌다. 중국이 도리어 한국인들을 막는 역현상도 벌어졌다. 2021년 1월 21일 현재 총 확진자수는 73,918명, 사망자수는 1,316명이다. 부디 내년 이 맘 때에도 비슷한 소식을 전하기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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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다면 당장 영화 소울을 보시라


당신은 인생을 살 준비가 되었는가?


태어난 김에 살아간다는 사람이 있다. 솔직히 대부분이 그렇지 않나? 이런 부류는 남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살 것 같지만 아니다. 얼핏 보면 멀쩡해 보인다. 큰 불만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적성보다는 점수에 맞춰 대학에 들어가고 토익 점수를 따고 직장에 들어간다. 남들도 한다는 주식도 기웃거리고 열심히 청약도 부어 내 집 마련을 노린다. 문제는 조그마한 충격에도 쉽게 흔들린다. 이를 테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고 직장을 잃거나 조기퇴직이라도 하면 어쩔 줄을 모른다. 온실바깥으로 손만 내밀어도 화들짝 놀라는 셈이다.


조는 연주자를 꿈꾼다. 정식 학교 선생으로 임명되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다. 그러나 한 때 제자였던 드러머가 연주 제안을 하면서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는다. 리허설까지 훌륭하게 마쳐 이제 남은 건 화려한 데뷔뿐인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만.


영화 소울은 인사이드 아웃을 연상시킨다. 다른 점이라면 관점이 아이에서 어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자신을 옭아매었던 인생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조바심은 다시 한 번 기회를 받으면서 서서히 바뀌어간다. 삶의 목표는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 기뻐할 줄 아는 마음이라는 걸.


소울은 어른을 위한 동화다. 보는 사람에 따라 지나치게 추상적인 대사들 때문에 살짝 졸릴 수 있다. 상관없다. 깜빡 눈을 감더라도 자유로운 재즈선율에 저절로 귀를 기울이게 될 테니까. 디즈니가 뭔가 새로운 걸 하자고 했을 때 과연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정답은 재즈였다. 꽤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덧붙이는 말 


당초 코로나 19로 개봉이 불투명했다. 디즈니 플러스라는 오티티로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한국에서는 연장 끝에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 혹시 몰라 바로 첫날 보았다. 이 영화를 조그마한 티브이화면으로 봐야만 하는 이들은 불행아들이다. 무조건 큰 스크린으로 감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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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중 나이브스 아웃의 뜻으로 맞는 것은?

1) 칼을 뽑아들다

2) 상황을 험악하게 만들다

3) 누군가를 노려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다

4) 다 해당한다  


기깔나게 재미있습니다. 지적으로.


추리 영화는 두 번 보기 어렵다. 누가 범인인지 알고 나면 맥이 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보면 볼수록 더욱 재미있는 경우도 있다. 중요한 건 살해자가 아니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과정이다. 나이브스 아웃이 그렇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있다. 그의 주변에 자식들과 친척들이 몰려 빨대를 꽂아대는데. 유일한 예외는 나이든 그를 돌보는 간병인과 하녀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만 죽으면서 막장 드라마가 시작된다. 과연 누가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게 될까? 다들 머리를 굴리며 자신이야말로 진정한 효자 효녀였다고 떠벌이지만 결과는 뜻밖에도. 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직접 영화를 보시길. 


사실 이 영화는 아가사 크리스타에게 바치는 헌사다. 밀실 살인과 관계자들을 죄다 모아놓고 범인은 바로 너라고 밝히는 김전일 스토리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시대에 대한 조롱이라고도 하는데 내 생각에는 정치적 지향과 상관없이 재미있다. 그것도 기깔나게. 그리고 지적으로. 


사진 출처 : Knives Out — David Schlesinger (dbschlesing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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