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간  이상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었다는 필동면옥 평양냉면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손님들이 많다


Second Best


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맛있는 면을 먹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닌다고 한다. 나는 당연히 그 정도는 아니다. 내게 냉면은 오로지 회냉면이다. 꾸준히 찾는 곳도 오로지 오장동 함흥냉면집뿐이다. 물냉면은 한여름에 인스턴트 면을 사서 가끔 먹는 정도다. 


그러나 이빨이 빠지면서, 정확하게는 앞니 아래가 절반 정도 부러져 아예 뽑고 새 이를 심는 작업 중이다, 당분간 매운 음식은 절대 금물이다. 꿩대신 닭이라고 물냉면집을 찾았다. 처음 간곳은 진미평양냉면.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초행이라 찾기 어려웠다는 점 빼고는 만점이었다. 육수와 면 모두 합격. 


오늘은 필동면옥을 들렀다. 일이 있어 근처에 간 김에 그럼 물냉면을 먹어볼까라는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오후 3시 넘어 도착해서 한가했다. 물론 손님들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겉모습은 진미냉면과 다를 바 없었는데 육수를 먼저 쭉 들이키자마자 확연히 차이가 났다. 한마디로 육향이 강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맑은 쪽이 더 맞았다. 면도 쫄깃함이 덜했다. 메밀을 약 70퍼센트 정도로 하고 섞어 만들었다고 하는데 메밀향이 강하지는 않았다. 식초와 겨자를 넣고 풀어서 다시 먹어보니 익숙한 맛이었다. 언제 어디서 먹어봤더라? 아, 인스턴트 냉면. 물론 필동면옥은 직접 육수를 내고 면을 뽑으니 인스턴트일리는 없다. 그만큼 표준에 가까운 냉면이라는 뜻이겠지. 개성은 덜하지만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냉면이었다. 본격적으로(?) 물냉면을 먹겠다고 온 두 번째 가게니 Second Best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단독건물이라 깔끔하고 인테리어도 옛스러우면서도 구질구질하지 않아 진미냉면집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내 입맛에 더 맞았더라면 만 이천 원이 아깝지 않을 텐데. 물론 필동면옥 맛을 더 좋아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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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씨가 고양이 다홍이를 주제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친 반려견이나 반려묘에 관심이 생긴 터라 주의 깊게 보았다. 평소 고양이를 무서워했던 그가 직접 키우게 된 계기가 궁금해서다. 


그러다 소식을 들었다. 매니저 역할을 하던 친형이 약 30년 동안 동생에게 재대로 돈을 지불하지 않았다. 황당했다. 일이년도 아니고 그렇게 오랫동안. 밝혀진 상황도 엉뚱했다. 착한임대인 운동에 동참하려고 당연히 자신 소유라고 믿었던 건물의 실소유자를 알아보니 형이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사건이 전개되면서 더 밝혀지겠지만 일단 박수홍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으리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친형이. 


더욱 공감이 되는 이유는 우리 가족도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형제 중 둘째였던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단 한 푼의 상속도 받지 못했다. 형, 곧 큰 아버지가 미리 선산을 포함한 재산을 빼돌렸기 때문이다. 예순 초반에 돌아가신 것도 그 때 얻는 화병이 큰 역할을 했다고 아직도 믿고 있다. 당연히 그 집안과는 남남이 되었다.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한다. 그만큼 가족이야말로 믿고 의지할 최후의 보루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관계가 파국을 몰고 오기도 한다. 가족 가운데 한 명이 가장 노릇을 할 때는 더욱 도드라진다. 나머지 식구 모두 그를 돈줄로 여기고 뜯어 먹기에 바쁘다. 행여 불만을 표시하려고 하면 돈 좀 번다고 유세하냐면서 윽박지른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며 부모행세를 하거나 형 혹은 동생이 없었으면 너는 아무 것도 아니라며 다그친다. 


어쩌면 박수홍씨는 본인 스스로도 잘못된 길임을 감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의심을 하는 순간 가족은 깨진다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차렸겠지. 그래서 끝까지 대화로 해결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단 한 가지 사실을 알지 못했다. 가족 간 거래는 증여로 추정한다. 돈을 주는 순간 영영 돌려받을 수 없다.   


덧붙이는 말


물론 법인을 상대로 한 반환소송은 경우가 다르다. 그럼에도 돈을 돌려받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준다고 하더라도 그의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와 더 나아가 가족 붕괴는 막을 수가 없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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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리는 노벨상을 두 번 수상한 최초의 과학자다. 


위인전은 가장 읽기 싫은 책이다. 어렸을 적부터 그랬다. 과연 글처럼 영웅이었는지부터 의심스러웠다. 게다가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국가에 충성, 부모에 효도라는 철칙에 어긋나는 전기는 거의 없었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특정 인물을 내세울 경우 아무리 그럴듯하게 포장해도 미화하고픈 욕망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불행하게도 마담 퀴리도 이 부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그려냈다는 점은 높게 사고 싶다. 사실 해당 분야에 정통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의 업적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방사선을 발견했다는 정도. 영미계통이라고 해서 별 차이는 없다. 도리어 그들 세계에서 퀴리는 남편과 사별하고 바람을 피운 여인으로 취급받았다. 조선시대 열녀상열지사가 따로 없다. 영화는 과학적 내용을 다루기보다 퀴리를 둘러싼 시대와 그가 진정 사랑했던 남자에 집중하고 있다. 여자이기에 제대로 과학자 대접을 받지 못했던 사실도 빼놓지 않는다. 


사진 출처 : 유럽 최강의 근성 폴란드 (1) 코페르니쿠스에..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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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만 흔들려도 끝장이야


음악영화는 잘 만들기 어려운 장르다.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이유는 간단하다. 굳이 영화로 볼 이유가 없어서다. 직접 연주회를 가거나 운동경기를 관람하는 게 천배 만 배 더 재밌다. 그럼에도 굳이 제작하는 이유는 기록의 중요성 때문이다. 곧 반드시 남겨야만 하는 역사적 공연은 찍어 두여야 하니까. 아니면 아예 드라마를 강화하여 음악은 배경정도로 넣든지. 예를 들면 보헤미안 랩소디처럼.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는 이도 저도 아니다. 다큐 형식을 띤 픽션이다. 슬럼프에 빠진 노 피아니스트. 그는 극복을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쓰는데. 벌써부터 지루하다. 게다가 그 방식이 흔하디흔한 젊은 여자를 사귀는 것이라니. 그것도 기자를. 너무 뻔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굳이 리뷰를 남기는 까닭은 영화 속 한 대사 때문이다.


늘 외워서 연주하는 콜이 순간 박자를 놓친다. 매니저는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다음부터는 악보를 보라고 권유하지만 그는 한숨을 쉬면 말한다.


살짝만 흔들려도 끝장이야


살다보면 대충 넘어갈 때가 많다. 매 순간 순간을 신경을 곤두세우며 집중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만약 중요한 자기 일이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조금만 틀려도, 남들은 전혀 눈치 못 챌지라도, 모든 게 무너진다는 걸 직감으로 안다. 그걸 느끼지 못한다면 인생을 헛살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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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함을 넘어 투박함까지 느끼게 하는 이 냉면맛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꽤 많다


슴슴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의 힘


냉면만큼 논쟁이 많은 음식도 없다. 사실 면과 국물이라는 어찌 보면 단순한 요리인데도. 분단이 낳은 희비극이라는 생각도 든다. 곧 북한을 드나들기 어려우니 막연한 이야기들만 떠돈 건 이닌지? 다시 말해 38선이 갈리기 이전 냉면의 경험과 추억이 있던 이들이 남한에서 꽃을 피운 덕에 정작 북한에서 변화해나가는 냉면은 접할 기회가 없었다. 실제로 가장 최근 북한을 방문한 이들은 냉면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면발은 검었으며 찰기가 매우 강했고 국물 또한 짙었고 양념 맛도 강했다. 이럴 수가? 우리가 원조라고 여기는 맑고 투명한 평양냉면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진미평양냉면집(본점)을 방문했다. 냉면 성애자들에게 오리지널이라고 칭송을 받는 가게다. 이른바 슴슴한 국물 맛이 일품이라는데. 가는 갈부터 험난했다. 강남구청역 3번 출구로 나온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때부터 헤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터넷마자 안되고, 결국 구식방식으로 물어물어 찾았는데.


첫 인상은 별로였다. 뺑뺑 도는 바람에 오후 2시가 넘어 도착했는데 홀은 여전히 만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일하시는 분 옆에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계속 수저며 젓가락을 정돈하시는 바람에 가뜩이나 시끄러운 실내소음과 더해져 속이 다 울렁거렸다. 주저 없이 평양냉면만 시키고, 만두를 꼭 먹어라, 편육도 최고다라는 충고는 싹 잊고, 기다렸다. 은근히 시간이 걸리는 걸 보니 주문즉시 면을 삶는다는 소리인데. 이때부터 슬슬 기대감이 올라갔다.


이윽고 짠. 보기에도 육수는 슴슴했다. 들이키니 역시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밍숭밍숭함. 이 맛을 잊지 못해 오는 거겠지. 다음은 면발. 가늘고 쫄깃한데 그러면서도 질기지 않다. 흔히 인스턴트 냉면에서 느껴지는 퍼짐은 전혀 없었다. 이게 바로 명품 면발이다라는 걸 증명하듯 먹는 내내 단 한 번의 흐트러짐도 없이 탱탱했다. 모든 불만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취향에 따라 식초나 겨자를 곁들어 먹을 수도 있지만 처음에는 무조건 본연의 맛을 느껴보시길 권한다. 다 이유가 있다.


가격은 좀 비싸다. 3월 들어 한 그릇에 만 천원에서 만 이천 원으로 올랐다. 그럼에도 손님들이 붐비는 걸 보면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뜻인데 솔직히 조근 더 쌌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정성을 들였더라도 면 요리는 기본적으로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또한 회전율이 높아 싼 가격에 파는 것이 가능한데 말이다.


덧붙이는 말


슴슴하다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심심하다, 싱겁다가 표준어다. 북한어라는 표기가 부가되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냉면 국물을 논할 때면 슴슴하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단지 심심하거나 싱겁다가 아닌 오묘한 느낌을 표현할 때 제격인 형용사다. 진미 평양냉면 국물 맛은 이 말에 딱 맞는 육수를 뽑아낸다.  


사진 출처 : 강남 평양냉면/어복쟁반 맛집, 미쉐린 가이드 ..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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