맜있어 맛있어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구나
<귀멸의 칼날>을 보고 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극장판이다. 이른바 일본 애니 덕후들은 티브이 시리즈를 다 봐야지만 비로소 이해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정직하게 말해 큰 상관은 없다. 물론 세세한 설정이나 줄거리를 따라가는 맛은 좀 덜하겠지만. 악귀들을 쫒기 위해 무한열차에 올라탄 귀살대의 탄지로, 젠이츠. 이노스케. 최강 염주 렌코쿠를 만나 한껏 기대에 부풀지만 알고 보니 기차 자체가 혈귀였다. 귀살대와 혈귀는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이게 되는데. 압권은 역시 싸움신이다. 애니메이션을 굳이 영화관에서 관람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가히 디즈니에 대적할만한 유일한 강자답다.
그러나 내용은 딱히?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형적인 일본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선 욱일기 논쟁이 있다. 탄지로의 귀걸이 문양이 문제가 되자 해외 상영관에서는 다른 모양으로 바꾸었다. 그럼에도 굳이 욱일기를 내세운 건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향수를 반영한 것이다. 곧 귀살대를 한창 뻗어나가던 시절의 일본에 빗대고 있다. 자살 미화도 여전하다. 아무리 꿈속이지만 스스로를 계속 죽여야만 현실에서 깨어날 수 있다는 가정도 해괴하다. 주군의 뜻이라면 목숨 바쳐 충성해야 마땅한 사무라이 정신도 곳곳에 배어있다. 재미있게 보고 나서 과도한 해석이라고 한다면 유규무언이지만 렌코쿠의 말처럼 맜있어 맛있어 하지만 쥐구멍이 있다면 들어가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