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하려니 어쩐지 쑥스럽습니다. 여행기 쓸 이야기가 산더미로 쌓여서 팔짱 끼고 "너 빨리 안 써?" 그러고 있는데 말이에요.
실은 네꼬 씨,
이달 말 이사를 앞두고 틈틈이 책들을 정리하고 있어요. 원래는 1. 간직하는 대신 꼭 읽거나 2.아름다운 가게 헌책방에 기증하거나 3. 버리거나 셋 중 하나로 분류하려 하였으나 하다 보니까 원하는 분들을 직접 찾아가는 게 낫겠다 싶은 책들이 몇 권 있어서요. 제가 갖고 있는 것보다 맞춤한 주인을 찾아가는 게 훨씬 좋겠다 싶은, 왜 그런 책들 있잖아요? 이럴 때 책 방출을 하시는 거였구나, 새삼 깨달으면서 저도 그 물결에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제목에도 썼다시피 소규모이지만, 앞으로 또 다른 기회들이 있을 터이니 "아니 뭐 내가 볼 건 너무 없네." "네꼬 씨는 역시 나랑 취향이 안 맞아." "고작 요걸? 고양이가 아주 야박해. 하여튼 손은 작아가지고." "알라딘 장사 방해해는 거 아냐?" 등등의 오해는 말아주세요. -_- (이벤트 비슷한 걸 하려면 늘 두근거리는 네꼬 씨.)
빗방울 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이 책은 제가 읽었기 때문에 아주 새 책은 아닙니다. (어쩌면 중간중간 제 흔적이 남아있을지도....) 저는 무슨 일로 읽긴 했는데 제가 다시 볼 것 같진 않고, 공지영 작가를 좋아하거나 당시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에 관심은 있었으나 놓치신 분들 계시지 않을까 하고 새 주인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위대한 영화, 로저 에버트 지음_최보은 윤철희 옮김
구입한 건 아닌데 어쩌다 제게 온 책이예요. "'현기증'. '시민케인', '카사블랑카' 같은 고전에서부터 '쇼생크 탈출', '펄프픽션', '파고' 등 비교적 최근 영화까지 만날 수 있다. 그러나 비중으로 따지면 고전 영화가 월등히 많다. 영화평은, 흔히 영화평론가들이 써대는 현학적인 비평문과는 거리가 멀다. 이미 본 영화라면, 그 장면과 대사를 다시 리와인드하게 만드는 서술이다. "음-, 그 때 이렇게 말했지, 어. 그랬어." 이런 식으로. 영화를 다시 본다고 생각하되, 가끔 로저 에버트의 "그 부분이 좋았어"와 같은 촌평이 붙는다고 생각하길." 이라고, 알라딘이 소개하고 있네요. 관심 있으신 분? (새 책입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토비페이버 지음_ 강대은 옮김
전... 전... 제가 이 책을 읽을 줄 알았어요. 살 땐 왜 자꾸 그런 생각이 들까요? 저만 그런 가요? -_- 못 읽었습니다. 악기가 제 주인을 찾아가듯, 이 책도 주인을 찾아가는 게 좋겠어요. 돌봐주실 분?
미완의 귀향과 그 이후, 송두율
이.. 이... 책은 저, 안 읽을 줄 알고 있었어요. 그래도 뭐랄까, 의무감이랄까 그런 마음에다가 표지도 아름다워서 사버렸지요. (작년에 나온 책들 중에서 표지는 정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는. 순전히 제 기준이지만요.) 앞부분을 조금 보았는데, 생각만큼(?) 어렵지도 무겁지도 않았어요. 근데 제가 '언젠간 읽겠지' 하고 갖고 있기 미안하여, 새 주인을 찾습니다.
그리고, 실은 이 '책 방출'을 생각하게 한 결정적인 책 한 권, 바로 이겁니다.
멋진 징조들, 닐 게이먼 테리 프래챗 지음_ 이수현 옮김
"천국 가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묵시록"
"웃고 또 웃고... 미칠 것 같았다. - 래리 니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직계 후손. - 뉴욕 타임즈"
"인류의 종말이 이렇게 웃길 수가! - 클라이브 바커"
이런 칭찬들이 줄을 잇는 이 책은 이제는 구할 수도 없는 절판본입니다. 어쩌다 제게 들어온 책인데, 저는 안 읽었지만 눈독을 들이는 이들이 주위에 꽤 있었지요. (그들이 누구누구였는지 잘 기억이 안 나서..) 이런 책이 헌책방에서 주인을 만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또 내놓는 입장에선 어쩐지 그게 또 이 좋은 책을 묻는 결과를 갖고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어요. 혹시 알라디너 중에 이 책을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싶은데, 어떠세요?
대단한 이벤트도 아니고, 뭐 그렇지만, 그래도 이 책들이 몸에 잘 맞는 옷처럼 맞춤한 주인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신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