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로밤 뽀오햔 흰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옛날 한가하고 즐겁던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여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느 하로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 사발에 그득히 사리워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옛적 큰마니가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옛적 큰 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백석, 「국수」(1941)



눈 쌓인 산속, 급히 제 집을 찾아 뛰어가던 토끼가 푹푹 눈구덩이에 빠지기도 하는 한겨울, '마을에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온다. 마을은 구수한 즐거움에 들떠 흥성흥성 하다. 뽀오얀 흰 김이 온마을에 가득하다. '아득한 옛날 한가하고 즐겁던 세월로부터' 봄과 여름과 가을을 지나 한 마을에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이것이 온다. 아버지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 사발에 이것이 담겨 있다. 아마도 옛이야기의 옛이야기 속에서부터 온 듯, '곰의 잔등에 업혀서' 자란 큰 어머니와 재채기를 한번 하면 산너머 마을까지 들렸다는 호방한 큰 아버지가 여기에 함께 온다.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 겨울밤 '쩡'하니 익은 동치미국과 어울리는 이것. 산짐승과 전설과 대대로 함께 사는 이 억세고 동시에 순연한 마을 사람들과,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뜰하니 친한 것. 마을을 온통 잔치 분위기로 만들어버리는 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 함박눈과 똑같은 색깔의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따끈한 국수 한 그릇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

 

KBS에서 해주는 다큐멘터리 '누들로드'를 볼 기대에, 주말에 잔치국수를 해보았다. 재료를 듬뿍 넣은 덕에 국물은 썩 괜찮았는데 도무지 양념장이 맘에 들지 않았다. 엄마가 해준 국수는 이런 맛이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이상해. 일요일 오후에는 필요한 책이 있어서 도서관에 갔다가 (예상했던 대로) 찾으려던 책은 까맣게 잊고 엉뚱한 서가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창 밖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당연한 순서로 이 시가 생각났다. 그제야 나는 내 국수가 실패한 것은 어쩌면 흥성흥성 들뜬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이 없어서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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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12-08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훈훈한 풍경. 마치 임시 멈춤을 눌러놓고 그대로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고 싶어지는 풍경이에요. 책을 펼쳐보다가 문득 창 밖을 바라보는 네꼬님, 그리고 쏟아지는 함박눈. 빙그레 퍼지는 그 미소까지. 너무 근사한걸요!

네꼬 2008-12-08 23:07   좋아요 0 | URL
모든 게 다 국수 덕분이에요. 이 훈훈한 풍경. (그러고 보니 나는 또 먹는 얘길 썼구나.-_-) 그날 도서관에 있는 누구라도 그랬을 거예요. 마노아님, 우리 다음에 만나면 국수 먹으러 가요. 후훗. 난 멸치다시마 국물이 너무 좋아.

:)

Mephistopheles 2008-12-08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국수....삼실 주변에 불고기집이 하나 있어요..그 집 냉면이 요즘 냉면값마냥 7천원이나 받아먹는데...얌체같이 주다 만것같은 면발이 아니라 아주 푸짐하게 줍니다..^^ 24시간 영업하는 곳인가 아 갈등이....^^(사실 그집 만두국도 죽여준다는..)

네꼬 2008-12-10 12:02   좋아요 0 | URL
냉면요? 고기 먹고 냉면요? 제가 제일 좋아한다는, 그 고기 먹고 냉면요? ^^ 냉면도 좋지요. 어른들은 냉면을 겨울에도 먹는다던데 올겨울엔 좀 시도해볼까봐요. (앗 입에 침이..)

Mephistopheles 2008-12-10 12:28   좋아요 0 | URL
냉면은...겨울에 먹어야..제 맛~~~

네꼬 2008-12-10 13:17   좋아요 0 | URL
겨울 냉면, 먹어 본 다음에 보고하겠습니다!

순오기 2008-12-08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첫머리 읽으며 '백석이다!' 외쳤어요~
저도 이 시 분위기 너무 좋아요~~~ 흠흠^^
저는 예전에 누가 송정리 시장통에서 사골국물 같은 것에 만 국수를 사줘서 먹었거든요.
어제부터 사골 국물 먹으며 우리애들한테 그 얘기했더니 자기들도 먹고 싶대요.ㅋㅋ
아마도 수일내 달걀 황백지단 살살 얹은 곰탕국수(?) 처녀작이 나올 듯해요.^^

네꼬 2008-12-10 12:0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백석 좋아하시는군요. 첫머리를 보고 알아보실 만큼요.
저기 먼 데서 출발해 마을을 들뜨게 하고 부엌까지 성큼 차지하는 '국수' 이미지 참 좋지요. 그래서 그런가, 순오기님의 곰탕국수 처녀작도 벌써 모니터 밖으로 나와버렸어요. 하하.

웽스북스 2008-12-09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고파배고파배고파요 네꼬님 미워요 ㅜㅜ

네꼬 2008-12-10 12:03   좋아요 0 | URL
나는 웬디양님 예쁜데 :)

무해한모리군 2008-12-0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음식보다 잔치국수는 엄마가 해주는 그 맛이 잘안나요.
배가 터지려고 할때까지 한솥은 먹을 수 있는데.
제가 한 건 뭔가 심심한 맛이 나요. ^^
네꼬님의 먹는 얘기 릴레이~

네꼬 2008-12-10 12: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잔치국수를 만드는 엄마들만의 비법이 있나봐요. 내가 보기엔 그냥 멸치랑 다시마만 넣는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닌가봐요.

먹는 얘기 릴레이를 하려고 그런 건 아닌데, 왜 저는 자꾸만 그렇게 될까요?

도넛공주 2008-12-0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맨 먹는 얘기구만요! 다이어트중이신가요?

네꼬 2008-12-10 12:05   좋아요 0 | URL
하하. 다이어트의 보상심리로 먹는 얘기를? 에이, 보셔서 아시잖아요. 저는 다이어트를 해내지 못하는 강단 없는 고양이라는 걸. ㅋㅋ

노이에자이트 2008-12-09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석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군요.정지용만큼 인기가 있는 것 같아요.

네꼬 2008-12-10 13:09   좋아요 0 | URL
모르는 말이 많이 나와서 한번에 읽기는 어렵지만 자꾸 읽다보면 어쩐지 알 것도 같고(이것이 바로 독서백편의자현?) 좋아요. 알라딘에도 백석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12-10 13:37   좋아요 0 | URL
독서백편의자현이란 독서는 의자에 앉아서 백번 읽으라는 뜻이라던데요.

네꼬 2008-12-10 14:01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님이 이런 농담을 하시다니... 확 인간적이세요.

노이에자이트 2008-12-11 14:30   좋아요 0 | URL
이런 농담 잘합니다.그래서 인기가 많지요.

네꼬 2008-12-23 00:21   좋아요 0 | URL
하하 노자님, 이 재미난 댓글에 답을 달 때를 놓쳤어요. 노자님의 저 머리 긁적 퍼스나콘과 함께 읽으니 더욱 실감(?)나는 댓글. ㅋㅋ 앞으로도 이런 유머 기대하겠어요!

치니 2008-12-09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몇 줄 읽으면서, 아 백석이구나 싶었는데 정말 백석이라서, 왠지 기분이 좋아졌어요.
도서관 가면 저도 항상 그래요, 찾으려 했던 책을 잊고 다른 책들을 한없이 기웃거리고 있죠. 하지만 그게 싫지도 않고. 그래서 도서관에 자꾸만 가고 싶어지는 거 같아요.
또 그제처럼 눈이 펑펑 왔음 좋겠네요 ~

네꼬 2008-12-10 13:10   좋아요 0 | URL
딱 보고 백석 시인줄 알아버리다니 치니님 내공이.. @.@ 도서관은 도대체 무엇이기에 우리를 늘 헤매게 할까요. 맞아요, 치니님 말씀대로 그래서 도서관에 자꾸만 가고 싶어지는지도 모르겠어요. 기쁜 마음으로 헤매기 위해서요. ^^

nada 2008-12-09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아니었으면 근사한 다큐멘터리 놓칠 뻔했네요. 꼭 챙겨봐야지. 함박눈이 내리던 날. 저도 그 시간에 도서관에 있었는데 커다란 창문 밖으로 눈구경하면서 행복했어요. 네꼬님이 읽어주는 시, 참 맛있어요. 히.

네꼬 2008-12-10 13:12   좋아요 0 | URL
도서관 창문으로 보는 함박눈은 어딘가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뭔가 제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기분. (이 무슨 소리?) '누들로드'는 8부작이래요. 지난 일요일에 본 게 첫회였는데, 인트로라 그런지 아직은 가닥이 잘 안 잡혔어요. (CG가 살짝 과하단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당분간 주말을 국수와 함께 여행다닐 생각을 하니 기분 좋아요. 다음엔 다른 맛 시를 읽어드리지. 싱긋.

무스탕 2008-12-0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누들로드 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놓쳤어요.. ㅠ_ㅠ
울 엄니가 가끔 멸치국물내서 국수 삶아서 양념장만 끼얹어 먹는 초간단 국수를 해주시는데 참 입맛 깔끔하니 좋아요.

네꼬 2008-12-10 13:13   좋아요 0 | URL
울지 마시고 다시보기를... ㅋㅋ 위에도 썼지만 첫회는 그냥 머 그랬어요. 다음회부터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될 듯하니 울지 말고 그걸 보시어요. 무스탕님네 어머니도 역시 국수의 달인이셨던 것? 엄마들은 다 그런가? 킁.

mong 2008-12-0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들로드 음악을 윤상이 하고 있다지요
그래서 더 관심이 쏠랑-
(그래요그래요 저 국수 좋아해요~~)
겨울엔 뜨끈한 아랫목에 누워서 책장이나 훌렁훌렁 넘기다가
시원한 국물 후룩 마시는게 최고인데 말이에요...
(집에 가고 싶다 ㅜ.ㅡ)

네꼬 2008-12-10 13:1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음악감독이 윤상이더라고요. 프로그램 이름에 맞게 세계 각국의 전통음악을 들을 수 있더이다. (그게 전통음악인지 아닌지 사실은 잘 모르지만 아무튼.) 방 안에서 뒹굴면서 나쁜 자세로 책을 읽다가 기지개 쫘아아악 펴고 한 그릇 뚝딱 말아 마시는 국수. 츱. (나도 집에 가고 싶다)

2008-12-09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10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달 동안 나는 아주 많이 바빴다. 주로 남의 말을 듣거나 남의 글을 읽거나 남의 얘기를 남에게 전해주는 일이었다. 일을 정리하고 나면 늘 그렇듯이, 내가 아는 단어는 다 써버린 것 같다.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볼품없는 단어들이 머릿속에 돌돌돌 소리를 내며 굴러다닌다. 설상가상으로 이 단어들을 어떤 순서로 연결해야 읽을 수 있는 문장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노트북의 먼지를 털고 서재에 들어와 오래간만에 여기저기 참견하기로 작정했는데, 이 집 저 집 기웃거려보니 다들 참 안녕하시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다들, 어휘는 산술급수로 늘고 그 조합으로 인한 아름다운 문장은 기하급수로 느셨다. 입이 딱 벌어지게 똑똑하거나, 눈부시게 아름답거나, 진저리 치게 찐득거리거나, 못 견디게 귀엽거나, 다들. 영혼까지 너덜너덜해진 나는 정말이지 부럽고 서러워서 콱 울어버릴까 생각했다.

*

아침에 동거녀가 끓여 놓은 (네꼬씨가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소고기무국을 먹는데 얼마나 맛있는지 출근을 하기가 싫었다. 메신저로 "언니, 나 출근 안 하고 두 시간 있다가 한번 더 먹고 싶었어. 사람들이 저마다 보온병에 소고기무국을 가지고 다니면서 마시는 문화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입은 아직도 그 맛을 그리워해"라고 했더니 동거녀는 "그것 참 절절한 표현이다"라고 답을 보내왔다. 그럴 거다, 왜냐하면 그것이 나의 진심이니까. 진심은 그렇게 눈에 보이게 마련이니까. 그러다가 며칠 전에 읽은 아주 좋은 소설이 생각났다.

나는 아주 좋은 소설을 읽었다.

 

 

 

 

 

 

 

 

자극적인 소재, 신묘한 기법, 시끄러운 대화, 야단스러운 여행, 과도한 자의식.... 이 난무하는 '요즘' 소설에 물렸다면, 또는 그런 것들이야말로 우리 소설의 미래라고 믿고 있다면 꼭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아마 대부분 그렇게 될 수밖에 없겠지만 꼭 끝까지 읽어야 한다. 어떤 것이 소설이 되는가, 혹은 어떤 사람이 소설을 쓰는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읽는 동안도 그렇지만 책을 덮은 뒤 지금까지도 내내 이 소설을 생각하면 마음이 좋다. 잔잔하고 따뜻한 물결이 가만가만 내 얼굴을 어루만져준다. 특히「달빛 고양이」(응? 그러고 보니 고양이가 있었네)가 나는 좋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작가 스스로가 따뜻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쓸 수 없는 소설이다. 작가 스스로가 착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작가 스스로가 능청맞지 않고서야, 작가 스스로가 독자에게 손을 뻗어 아픈 배를 문질러주려하지 않고서야. 계획과 틈새를 노린 취재와 야심만으로는 이런 소설을 쓸 수가 없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낫다. 내 비록 단어는 많이 잊었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고양이라오.

*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해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떠들썩한 모임을 갖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여행을 갔는데, 올해에는 아무 준비를 못 했다.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가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말해준다는 '어바웃 어 보이' 영화 속의 대사를 안 들었어야 하는 건데. 아닌게 아니라 정말로 걱정이 된다. 그래서 나는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꺼내어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건 꽤 두꺼운 책이고,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하려면 시간이 많이 드는데다가, 또 나는 워낙 책을 읽는 데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이 책만 읽을 게 아니고 이 책 저 책 기웃대며 해찰을 부릴 거니까, 어렵지 않게 크리스마스이브까지 이 책을 붙잡고 있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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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죠 2008-12-0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은 엄마가 감자와 무를 넣고 고등어 조림을 해주신댔어요. 우리는 다리 건너 마트에 가서 등이 퍼렇고 눈알이 땡땡한 고등어를 세마리나 끊어 왔어요. 저는 캔맥주 여섯깡을 몰래 카트에 넣었다가 등짝을 맞았구요. 이제 맥주는 다섯깡밖에 안 남았죠. 밤이 깊어가는데 저는 잠이 안 와요. 달디단 무와 파삭한 감자 위에 고등어살을 얹어 밥을 한숟갈 크게 떠먹는 모습을 상상하느라구요. 어쩐지 이번 겨울을 씩씩하게 날 수 있을 것만 같애요.


저한텐 감각이 출중한 친구가 하나 있는데요. 저는 늘 말하길 그 녀석이 "이봐, 네게 어울릴 옷과 가방을 봤는데 사다 줄까"하면 색깔도 묻지 않고 오케이 하겠다구요. 네꼬님이 "아, 이건 좋은 책입니다" 했던 책은 한번도 좋지 않았던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전 이 책을 살 거에요. 최근에 제가 도서관을 다니면서 책 사는 일에 인색해졌는데, 네꼬님은 확실히 지름신이 보낸 스파이 요정인게 분명해요, 흠흠.


그나저나 전 왜 페이퍼 내용보다 더 긴 댓글을 달고 있는 걸까요? 제가 네꼬님한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디-게 많았는가 봐요. 네꼬님 글을 읽으면 제 마음은 보온병 속에 담긴 소고기무국 같아져요(네꼬님이 귀엽다는 짓은 꼭 두번씩 하는 오즈마) 자, 제 마음, 사양말고 어서 후루룩 들이키세요. 네꼬님을 좋아라하는 제 마음은 퍼내도 퍼내도 솟구치는 소고기무국의 화수분 같은 거거든요(아, 이런 짭짤한 고백이라니!)



다락방 2008-12-03 08:47   좋아요 0 | URL
오즈마님 댓글보다 제 댓글이 길지롱요~~ ㅎㅎ

네꼬 2008-12-03 08:48   좋아요 0 | URL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에겐 고등어 알레르기가 있어요. (젠장) 그것만 아니라면 온세상 생선을 섭렵하는 건데! 어렸을 때 먹어본 고등어 맛이 아무리 노력해도 기억나질 않아요. 삼치와 비슷할까? 이렇게 말하면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군요. "무와 파삭한 감자 위" 고등어살이라니. 나는 그 맛도 모르는 주제에 그만 입이 딱 벌어졌어요. T.T (<-눈은 이렇게.)

오즈마님의 친구분은 감각이 출중하기도 하겠지만 오즈마님의 취향을, 아니 "오즈마"님을 아주 잘 아시는 분이겠군요. 그건 자기만 감각이 좋아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오즈마님과 제가 책으로 통하는 것은 아마 우리가 비슷하기 때문일 거예요. (저의 감각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래야 말이 돼요. 그래서 우리가 서로 좋아하는 것일 테니까. (호홋. 또 느끼한 네꼬씨.)

고등어조림 상상에 빠져서 잠시 잊고 있었지만, 자, 여기 제가 소고기무국을 한 잔 대접합니다. 후추 넣으세요? ("시럽 넣으세요?" 어조로.)

네꼬 2008-12-03 08:49   좋아요 0 | URL
다락님 하핫 웃기고 좋아요 (와락!)

Mephistopheles 2008-12-03 10:11   좋아요 0 | URL
제주도 가면 밥 먹을때마다 올라오는게 "고등어"인데...그건도 간고등어가 아닌 "생물"로 말입니다..=3=3=3=3=3

네꼬 2008-12-03 22:05   좋아요 0 | URL
메피님. 또오 또오 또 이러신다. (아휴 다리야.) 거기 서요! =3=3=3

antitheme 2008-12-03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얼큰한 경상도식 소고기무국을 좋아하는데요..

네꼬 2008-12-03 08:51   좋아요 0 | URL
아, 얼큰한 소고기무국이 경상도식이었군요. 이 겨울엔 그 맛도 참 좋지요. (막 상상하고 있음.) 제가 그냥 소고기무국을 실컷 먹었다 싶으면 집에서도 한번 도전해볼게요. 그나저나 antitheme님 오래간만이어요!

마늘빵 2008-12-03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는 3주째 여관행이라는... -_ㅜ 나도 페이퍼질하고 싶어요.

네꼬 2008-12-03 08:52   좋아요 0 | URL
아유 아프님 누가 들으면 "엥? 이게 무슨 소리?" 할 소리. ㅋㅋ 일부터 하시고! (채찍 채찍)

마늘빵 2008-12-05 18:01   좋아요 0 | URL
응응? 이게 다르게 읽힐 수가 있구나. 아핫아핫. 여관행 이제 끝냈어요. 좀 쉬어야지.

네꼬 2008-12-08 08:43   좋아요 0 | URL
다르게? 다르게 어떻게? 응? 응? 하하. 농담이에요.

Mephistopheles 2008-12-03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퍼마시고 쓰린 속을 달래려고 아침에 먹는 해장국...
위장벽을 타고 내려가는 그 뜨거운 국물느낌이...참 가학적이면서도 오묘하다죠.^^

네꼬 2008-12-03 08:53   좋아요 0 | URL
ㅋㅋ 메피님, 뜨거운 국물의 느낌이 가학적이라니 소리 내어 웃었어요. 메피님은 해장국으로 무얼 드시나요? 소고기무국을 드신다는 거? 저는 무엇이든 단백질이 가득한(!) 국으로 해장하는 게 좋아요. :)

Mephistopheles 2008-12-03 10:12   좋아요 0 | URL
제주도에서 먹은 쇠고기 해장국 맛은 정말 잊을 수 없고..집 앞에 있는 콩나물 해장국도 좋죠..^^

네꼬 2008-12-03 22:07   좋아요 0 | URL
소고기 해장국! 끄핫. 좋지요. 저는 콩나물 해장국은 썩 좋아하지 않아요. 전 이상하게 콩나물이 별로예요. (그래 봐야 남들 두 배로 먹지만.) 차라리 황태 해장국이 좋음. 음.....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내일 해장국 먹게 저 인제 술 마실래요.

웽스북스 2008-12-03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며 소고기국에 더 마음을 줘야할지, 아니면 네꼬님이 추천한 책에 더 마음을 줘야할지, 혼자 '우열'을 못가리고 있어요. 그냥 둘다 '우우' 해야겠다. (우우우우 야유소리가 들려오나? ㅋㅋ)

네꼬님. 격하게 반가워요. 서재 글 보니 또 더반갑네. 흐흣.

네꼬 2008-12-03 08:55   좋아요 0 | URL
소고기무국이랑 경쟁한다면 솔직히 어떤 책도 배겨내질 못하죠. 먼저 소고기국을 좋아하시고 그 다음에 책을 보시면 어떨까요. 둘 다 '우우'라니 이런 웬디양님같으니라고. =^^= '문득'이라곤 하지만 그게 몇 번째 '문득'이었나 몰라요. 알죠 알죠?

turnleft 2008-12-03 0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 쓰는 밤>은 보관함에 담았어요. 땡큐~
<스밀라...>는.. 음.. 번역이 안 좋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으시길..;;

네꼬 2008-12-03 08:58   좋아요 0 | URL
<소설 쓰는 밤>은 언제 느긋한 마음으로 보시길 권해요. 아주 착하도 따뜻하면서도 통찰력이 있는 소설이었어요, 저에게는. 아마 좋아하실 겁니다.
<스밀라...>는 전에 읽었는데 잘 생각이 안 나요. 문장을 더듬더듬 읽게 되는 게 특유의 서정성이나 낯선 문법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번역이 안 좋은 건가요? (당최 알 수가...) 그래도 스밀라가 좋으니까 어떻게 잘 해볼게요.

L.SHIN 2008-12-03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추천 감사해요. (쓱쓱- 잘했다고 네팡 고양이 머리 쓰다듬어 주기 ^^)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내가 책을 낸다면 네팡이 리뷰를 써주면 참 좋겠다고.
아무리 형편없어도 네팡은 다정하게 써주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지만 역시 나는 밝히지 않는 쪽의 확률이 더 많을겁니다.
역시, 작정하고 쓴 글은 아는 사람이 읽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쑥쓰럽거든요.(웃음)

그러나, 덕분에, 동시에, '제대로 글을 써보고 싶다' 라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습니다.

네꼬 2008-12-03 09:29   좋아요 0 | URL
호홋. 으쓱으쓱.

쿠션님이 책을 내시면 제가 리뷰를 온 동네에 쓰고 다닐 테니 맡겨만 주세요. 다정한 버전과 웃긴 버전을 번갈아... ㅋㅋ 얼른 써보세요. 여름과 겨울의 이야기처럼 찡한 걸로.

다락방 2008-12-03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주아주 오래전에, 정말이지 오래전에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영화로 봤어요. 영화제목은 [센스 오브 스노우]였어요. '할리 조엘 오스먼트'와 '줄리아 오몬드'가 출연하는 영화였죠. 그 영화가 아주 영, 못마땅했어요, 저는. 그런데 친구가 이 책이 너무 좋다며 선물해 주었거든요. 한 세장쯤 읽다가 아, 이건 예전에 본 영화랑 분위기가 비슷한데? 하며 책 표지를 보니 아닌게 아니라 그 영화더군요.

친구가 선물해 준 책을 출근하는 지하철안에서 읽다가 강남역에 도착해서 내리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가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이 책의 모서리가 계단을 내려오던 어떤 아저씨를 치고 말았어요. 아저씨는 제게 화를 버럭 내시며 "책 똑바로 들고다녀!"하셨어요. 저는 그 아저씨가 아, 라고 소리를 낸 순간 죄송하다고 말하려고 했었는데 아저씨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죄송하다는 말을 꺼내질 못했어요. 바보 같은 눈으로 그 아저씨를 보기만 했어요. 아, 다시 생각해도 싫다, 정말.

그때부터 저 책이 싫어졌어요. 스밀라고 뭐고, 눈에 대한 감각이 있건 없건 암튼 싫었어요. 영화도 개떡같고 책도 개떡같아, 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주변에 들리는 거라곤 온통 스밀라에 대한 예찬뿐이예요. 아, 어떡해요, 정말?

그래서,
다시 읽기로 결심했어요. 다시 읽자, 다시 읽어보자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난후에, 다시 읽어보자고.

저는 사람들이 극찬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저도 그게 무언지 알고 싶어요. 그런데, 뭐가 좋다는 걸까, 하고 요시모토 바나나를 여섯권 읽었는데 저는 안 좋았어요. 뭐가 좋다는 걸까, 하고 알랭 드 보통을 다섯권 읽었는데 도무지 좋아지질 않아요.

스밀라는 좋아질까요?


(앗. 쓰고 나니 이 댓글은 그대로 하나의 사연이 되어버렸네 -.-)

마노아 2008-12-03 08:56   좋아요 0 | URL
앗, 저도 요시모토 바나나 별로예요. 제일 무난하다는 키친이 너무 별로여서 다른 책은 쳐다도 보질 않아요. 보통도 그렇다는 건 알고 있죠? ^^;;

2008-12-03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8-12-03 21:27   좋아요 0 | URL
다락님.
잘 아시겠지만 저는 취향이 그렇게 독특한 편이 아닌데도 이따금 다들 열광하는 것에 혼자 시큰둥해서 스스로도 의아할 때가 있어요. 다만 책을 별로 안 읽다 보니 이렇다 하고 예를 들 게 없... 다고 말하려고 그랬거든요. 근데근데 나도나도. 나도 이상하게 요시모토 바나나를 읽으면 킁킁 소리가 절로 나더라고요. 이상하다 싶어서 몇 권 더 읽어봤는데 여전히 그래요. 나만 그런 줄 알고 잠자코 있었는데. 우린 이렇게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거? (뭔 소리냐!)
그나저나 그 아저씨 참 이상하네. 기왕에 그런 소릴 들었는데 그냥 책으로 한대 치지 그러셨어요? 라고 말하는 한 편, 이 책의 (그것도) 모서리에 맞은 처지를 생각하니 (지금 잠시 책을 만지작거렸음) 아프긴 아팠겠다. 뭐, 아쉬운 대로 그걸로 됐어요. 매너꽝인 아저씨는 눈물이 쏙 나게 아팠을 거예요. 우리 함께 잊어요. 이 책은 저도 반쯤은 졸면서 읽었던 터라 잘 생각이 안 나요. 긁적긁적. 그저 눈과 석양에 대한 묘사가 하도 선명해서 내가 읽었으려니 하고 있는 거예요. 다락님이 스밀라를 좋아하게 될까? 내가 먼저 다시 만나보고 얘기해줄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마노아님.
(앗, 다락님, 여기 마노아님도 있다. '요시모토 바나나 별로 친목계'원. ㅎㅎ) 전 마노아님이 이런 얘길 해주시면 어쩐지 안심이 되어요. 내 취향을 허락받은 기분? ㅎㅎ (좋댄다.)

다락방 2008-12-04 08:40   좋아요 0 | URL
알아요, 알아, 마노아님. ㅎㅎ

우리 연애하자니깐요. (응?)

네꼬 2008-12-04 09:09   좋아요 0 | URL
좋은데 왜 응?이에요. ㅎㅎ

마노아 2008-12-03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지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 차가운 아침을 따뜻하고 훈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따뜻한 네꼬님! 아, 쇠고기 무국 매니아가 될 것 같아요.
윤영수 작가의 착한 사람 문성현을 인상 깊게 보았어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는 작가구나... 라고 나는 감탄했더랬죠. 저 책도 챙겨볼게요. 스밀라-도 궁금하건만 번역이 별로라는 좌회전님 말씀에 잠시 움찔. 하지만 제가 원서 볼 재간이 있어야 말이지요. 스밀라- 리뷰가 올라오면 또 다시 나는 화르르 타오르고 말 거예요. ^^

네꼬 2008-12-03 21:32   좋아요 0 | URL
그건 다 소고기무국 덕분이에요. 우리가 모두 각자가 기억하고 있는 소고기무국의 맛을 연상하는 덕에 훈훈해졌어요. 하하핫.
저는 어떤 자리에서 윤영수 선생님을 멀리멀리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건 완전 '착한 사람 윤영수'잖아" 했어요. 정말로 왕 착하게 생기셨음. 저런 인상을 가진 분이 어떻게 소설을 쓰나 싶었는데 소설은 인상이 아니라 마음으로 쓰는 것이었어요. -.- 이번에 이 책으로 만해문학상을 받으셨지요. 책을 읽고 나니 상을 괜히 받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오. (우리 스밀라는 번역 의심 말고 받아들이기로 해요. 얌전히. ㅋㅋ)

무스탕 2008-12-03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롱고롱고롱~~~

쇠고기무국을 몰고오신 네꼬님.
비록 네꼬님께서 쇠고기무국을 몰고오지 않으셨어도 반가워요.
쇠고기무국만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게 아니거든요.
네꼬님의 글에 베어있는 쇠고기무국 못지않은 그윽한 향기와 맛이 그 갑절은 좋아요.

네꼬 2008-12-03 21:35   좋아요 0 | URL
하하. 가릉가릉도 아니고 고롱고롱이에요? 어쩐지 무스탕님다운 인사예요. 저 '소고기무국을 물고 오신'으로 읽고 그 모습을 상상하면서 막 좋아했어요.

사실은 소고기보단 '쇠고기'라고 쓰는 게 좋죠. 둘 다 쓰이는 말이긴 하지만. 근데 전 어쩐지 '쇠고기'라고 하면 느낌이 덜 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소고기무국'이라고 하면 더 고소한 기분이 들지 않으세요? (막 우긴다.) 아아 제 글에서 조금이라도 고깃국 냄새가 난다면 영광 영광! 왈왈.

보석 2008-12-03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엄마가 끓여주는 얼큰한 소고기무국이 막 먹고 싶습니다. 하...이번 주말에 한번 도전해볼까나...근데 만약에 내가 만든 음식에 누가 네꼬님처럼 진심 가득한 칭찬을 해주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다락방님/[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은 저도 다 못 읽었어요. 이상하게 자꾸 읽다 맥이 끊기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마음을 비웠습니다. 보통 책을 5권이나 읽으셨다니 전 감탄만 할 뿐;; 그 재미없는 걸;;; 왜 그렇게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전 모르겠더라고요. 그냥...내 취향에 맞는 책만 읽을래요.

네꼬 2008-12-03 21:39   좋아요 0 | URL
엄마가 끓여주는 국은 사실 일단 막강 파워죠. 물론 동거녀의 소고기무국이 맛있었던 것은 10000% 진심이지만, 엄마의 소고기무국은 또 스따일이 다르니까요. 왜 그럴까요? 엄마가 끓이는 건 대체로 많이 끓이기 때문에 더 깊은 맛이 나는 거라고들 하는데 그것 말고 분명히 뭔가 있어요. (혹시... 미원을 넣으시는 걸까?... 엄마 미안.) 보석님이 끓이는 소고기무국도 맛있을 거예요. 혹혹시 꼭 칭찬이 필요하시면 저한테 맛을 묘사해주세요. : )

다락님, 들으셨죠? 하하. "내 취향에 맞는 책만 읽을래요"래. 꼭 우리 같아요.

다락방 2008-12-04 08:39   좋아요 0 | URL
아, 보석님에 대한 애정이 막 급상승해요. ㅋㅋ

네꼬 2008-12-04 09:09   좋아요 0 | URL
나도 나도 나도

보석 2008-12-04 13:21   좋아요 0 | URL
두 분은 애정은 잘 갈무리해놓겠습니다. 나중에 몰래 꺼내 보면서 혼자 좋아해야지. 히히.

네꼬 2008-12-08 08:43   좋아요 0 | URL
자자, 우리 서로 하트를 남발하기로 해요.

순오기 2008-12-03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네꼬님 떳다 하면 댓글이 주루룩~~ 소고기무국 예찬론이 활기차군요.^^
우리땐 특별한 날에만 먹던 소고기무국~~ 난 별로 안 좋아해요. 그래서 우리 애들에겐 잘 안 해주는 음식이고요.ㅜㅜ 어제는 호박에 삼치 큰놈 하나 넣고 조렸어요~ 고등어주림보다 삼치조림이 더 맛나지요. 내일은 감자 넣고 고등어조림 할거에요.^^
소설 쓰는 밤은 호감, 스밀라는 내가 읽긴 어려울 것 같아서 꽁무니 뺄래요.ㅋㅋ

네꼬 2008-12-03 21:43   좋아요 0 | URL
제가 아니라 소고기무국이 떠서 그런 것 같아요. 사실 페이퍼에 다른 얘기도 많은데. 예를 들어서 크리스마스이브 잘 준비하세요, 어머 데이트 상대가 줄을 섰을 것 같은데 왜 혼자 보내세요?. 선물로는 뭘 원하시나요 말만 해요 다 해줄게 이런 말씀은 전혀 없고 (퍽! 이러니까 없는 거다!) 모두들 각자가 아는 소고기무국 생각에 푹 빠지신 것 같아요.... 보람 차요. 하하. 순오기님 댓글에서 제일 좋은 말은 "삼치 큰놈". 아... 침이 고인다.

무해한모리군 2008-12-03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의 글은 참 맛깔나네요.
스밀라~는 언제 앞에 좀 보다가 '머리아픈데'하고 박아뒀는데,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소설쓰는밤은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왠지 이 쪽글에 먹는 자랑 써야할거 같은데요 ㅎㅎ
전 어제 멸치젓갈로 버무린 굴이랑 고추장소스로 마파두부덮밥 만들어 먹었답니다.
혼자 살다보니 더 집밥에 집착하게 되는거 같아요.

네꼬 2008-12-03 21:46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안녕하세요? 제 글이 그런 게 아니라 모두가 떠올리는 소고기무국 덕분에 서재에서 음식냄새가 나는 것 같아요. (좋아요.) 이상하게 저는 페이퍼를 쓰다 보면 자꾸 먹는 얘기가 나와요. 아닌척하고 딴 얘길 덧씌워도 다들 잘도 알아보시고 먹는 얘기를 뭉게뭉게... (또 좋아요.) "집밥에 집착"이라는 구절은 볼드로 처리하고 밑줄을 긋고 싶어요. 저 마파두부밥 되게 좋아하는데. 정말 되게 좋아하는데. 되게 많이 먹는데. 씁!!

2008-12-03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3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ng 2008-12-03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댓글 읽는데도 한참 걸렸어요
인기 많은 고양이 네꼬님,
김창완밴드의 Folklift 들어봤어요?
(소고기무국 먹고 싶은 생각에 딴 소리만 늘어 놓고 있다는)

네꼬 2008-12-03 21:50   좋아요 0 | URL
이게 다 소고기무국이 각자의 머릿속에서 한 솥씩 끓고 있는 덕분.
으아. 나 진짜로 지금 상상했는데요, 모두가 생각 풍선 속에서 고깃국 떠올리는 거요. 와. 약간 울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에요. 몽님께는 제 국을 좀 나누어드릴게요. 새가 먹어봐야 얼마나 먹겠어요. ㅎㅎ
김창완밴드의 Folklift 는 못 들어봤어요. 우리, 소고기무국하고 딜? ㅎㅎ

2008-12-03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03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넛공주 2008-12-03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소리지 이건...전 정말로 보온병에 국 넣어가지고 다니는데요.

네꼬 2008-12-03 22:05   좋아요 0 | URL
오, 예~! 이러니까 제가 공주님을 좋아하는 거예요. 아니 공주님, 그럼 도넛하고 국하고 드시는 거예요? 조합 짱! 키득키득.
 
교양 있는 고양이 많이있어와 루돌프 한림 고학년문고 9
사이토 히로시 글, 스기우라 한모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림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우동'이었다. うどん. 식당 이름은 잊었지만, 간판 한쪽에 조그맣게 쓰여 있던 うどん이 내가 교재 밖에서 처음으로 읽은 일본어였다. 한겨울 종로바닥에서 우. 동. 이라고 소리 내는 순간, 그 소리가 어떤 사물을 가리키는지 내가 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따끈한 국물을 마신 것처럼 몸이 갑자기 따뜻해졌다. 가벼워졌다. 그 정도가 아니었다. 날아갈 것 같았다. 그래, 이제 일본어를 읽을 수 있어! 그 일 년 전 선배들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일본 여행을 갔을 때, 말을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히라가나 가타가나를 한 글자도 읽을 수 없다는 사실에 뒤늦게 얼굴이 하얘져서 일본어를 할 줄 아는 선배에게서 10쎈티도 안 떨어지려고 징징 울며 쫓아다녔던 나다. 일본어 학원에 등록을 해놓고 먼저 히라가나라도 외우기로 결심했는데 그게 쉬울 리 없었다. 나는 조그만 카드에 히라가나를 한 글자씩 쓰고 뒷면에 "카" "키" "쿠" 등 발음을 적었다. 그러곤 (무작위로) 카드를 뒤집으면서 내가 읽은 게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카드를 다 뒤집은 다음에는 "카"라고 쓰인 카드를 보고 연습장에 'か'라고 써본 다음 카드를 뒤집어 그게 맞는지 확인했다. 이 단순한 암기를 위해 이 나쁜 머리를 얼마나 굴리고 이 둔한 손을 얼마나 고생시켰던가. 그랬던 내가 드디어 "우동"을 읽은 것이다. 이제 됐다. 당장 일본으로 뛰어갈 테다. 맨 처음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우동을 주문해야지. 이제부터 나는 우동을 제일 좋아할 테다. 불끈.

그랬던 나이기 때문에, 『교양 있는 고양이 많이있어와 루돌프』에서 루돌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인간의 글자를 익히고 있을 고양이들은 빼고.) 루돌프는 고양이다. 생선가게 주인에게 쫓겨 도망가다가 도쿄로 가는 트럭에 올라타는 바람에 떠돌이 신세가 되기 전까지는, 사람의 집에서 사람과 함께 사는 고양이였다. 낯선 곳에서, 그것도 완전히 집 밖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막막한 처지이지만 루돌프는 기죽지 않는다. 뒤에서 날아드는 돌멩이가 얼마큼 멀리 가는지 만으로도 던지는 사람의 상태를 짐작해 뛰면서도 전략을 짜고, 음식을 먹기 전 안전한 장소인지 먼저 살피는 것이 몸에 배어 있을 정도로 제 몸 하나 건사할 능력이 되는 '고양이'인데다가 도쿄에 정착한 첫 날 알게 된 고양이 '많이있어'가 든든한 형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 이상한 이름에 나는 사실 불만이 좀 있다. "나는 루돌프다. 넌?" "나 말이냐? 내 이름은 말야, 많이 있어." "뭐? 이름이 '많이있어'야?" 이런 대화 끝에 루돌프가 많이있어를 많이있어라고 부르게 된 것인데, 아무래도 좀 어색하다. 아마도 작가는 무언가 사연이 많은 고양이라는 의미로 이런 이름을 붙였을 테니, 누구 말대로 '파란만장'이나 '잔뜩이' 같은 이름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다른 대목에서는 모두 번역이 아주 재미나므로 통과.)

많이있어는 다른 고양이들보다 덩치가 큰데다가 싸움을 아주 잘해서 근방의 고양이들이 벌벌 떤다. 그런 많이있어의 카리스마를 완성하는 것은 바로 그가 글자를 읽을 줄 안다는 것. 전 주인이 그를 두고 외국으로 떠나기 전에 글자를 가르친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고양이가 글자를 익혔는지 안 익혔는지 주인이 정확히 알 수는 없었겠지만 어쨌든 끈기 있는 반복 학습 끝에 많이있어는 '신문 정도'는 읽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게 그의 길고양이 생활에 많은 도움을 준단다. 루돌프는 많이있어에게 글자를 배우기로 하고 날마다 모래밭에 글자 쓰는 연습을 한다. '앞발이 먹먹'해지도록. 카드를 뒤집으면서 히라가나를 외웠던 내가 그 위로 겹쳐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냔 말이다. 참, 머리말에서 루돌프가 말하길, "인간이 인간의 글을 배우는 데도 고생고생하는데, 하물며 고양이가 인간의 글을 배우는 건 더 힘들지 않겠니?" 네에.

그런데 고양이가 글자를 알아서 좋은 게 뭐가 있을까? 두 고양이가 들락거리는 초등학교의 급식실 메뉴판을 읽어서 스튜가 언제 나오는지 알아두는 것도 물론 아주 중요한 일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바람에 날려 온 포스터를 읽어 집으로 돌아갈 단서를 얻는 것처럼 중차대한 일에도 쓸모가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교양'을 쌓는다는 것이다. 많이있어와 루돌프가 말하는 교양은 책에 나와 있으니 내가 말하지 않겠다. 다만 이 두 고양이조차 모르는 사실이 있으니, 그것은 이들이 글자를 알게 되면서 생각과 생활과 모험의 범위가 넓어지고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고 끝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성공한다는 것이다. (이건 한 편의 좋은 동화가 한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과 일치한다.) 물론, 인간의 글자 따위를 모른다고 해서 고양이들이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긴 하지만.


그런데 '글자를 배우는 고양이'라는 건 이 책에 들어있는 촘촘한 모험담의 일부에 불과하다. 고양이 눈에 비친 인간 군상, 많이있어의 숨은 상처, 그를 견제하는 무서운 개 데블, 그 둘 사이의 다툼이 가져온 뜻밖의 결과, '미련한 자는 절망을 안고 사는 법', 루돌프의 마지막 결정, 그리고 다음과 같은 중요한 대목이 결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나는 말할 수 없다.


   
 

"야! 비둘기 너! 한입 거리도 안 되는 자식이 까불고 있어. 한 번만 더 이 부근을 얼쩡거려 봐라. 그땐 두 귀때기를 싹둑 잘라 도라에몽 얼굴로 만들어 주겠다, 알았냐!"
그렇게 말하고 비둘기를 노려보니, 비둘기는 귓불이 없어서 원래부터 도라에몽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둘기는 "꾸우." 하고 한 번 울고는 날아가 버렸다. 나는 좀 머쓱해서 부끄러움을 감추려고
"야, 이 멍청아, 꼴좋게 됐다!"
하고 누가 멍청인지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소리쳐 보았다.

 
   

마지막 한 페이지까지 손을 떼지 못하게 이어지는 사건들이 얼마나 개연성 있는지, 잊을 만하면 한번 씩 나오는 유머가 얼마나 귀여운지 나는 글로 설명을 할 재간이 없다. 다만 이 책이 (필시 사연이 있을 것이나 납득하기가 어려운 표지에도 불구하고) 바로 네꼬 씨가 뽑은 '올해의 책'이라는 것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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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11-3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글 안 써주신다고 징징 댄 보람이 있군요. 역시 네꼬님은 최고.

네꼬 2008-12-02 22:01   좋아요 0 | URL
하하 어디서 징징 소리가 들린다 했더니 치니님이었군요. 으하하. 좋아라. 고맙습니다. (쓰다듬을 강요하며 머리를 들이밀고 있음.)

도넛공주 2008-11-30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네꼬님 리뷰 중에서 상당히 어려운 축에 속하는 듯...그래도 책은 웃긴다 이 말이지요?

네꼬 2008-12-02 22:02   좋아요 0 | URL
ㅠㅠ 어려운 리뷰로 보였다면 (역시) 제가 막 어수선하게 써서 그런 거예요. 이 책은 아주 단순하며 가지런하면서도 개성이 있고 꽉 짜였으면서 유머가 있어요. 그러니까... 제 리뷰하고는 정반대. (왜 이리 슬플까요.)

하이드 2008-12-01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의 고양이는 네꼬님과 닮았...
재미있을 것 같아요. 보관함으로 슝-

네꼬 2008-12-02 22:03   좋아요 0 | URL
아니아니 하이드님 저 고양이와 제가 어딜 봐서 닮...
보관함으로 슝-보다 어째 하이드님이 슝-하고 도망가시는 것 같은데요. 어딜!

L.SHIN 2008-12-01 0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먼저 인사부터 하고, "나의 네팡, 안녕! 오랜만입니다! 웡웡~!! ^^"

제가 처음에 히라가나를 배울 때는, 가르치는 사람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50분 주겠다. 외워"
그 선생이 조금 무서웠기 때문에 저는 미친듯이 그 시간 안에 외웠습니다만은,
도무지 가타가나는 안되더군요.ㅡ.,ㅡ (지금도 가타가나는 싫다눈..)

그런데, 이 리뷰, 참 마음에 드는군요.(웃음)

한,두 달 전이었던가.
밤에, 짚 앞에서 길 잃은 새끼 고양이를 보았습니다.
처음 봤는데도 저를 무척 따르더군요. 솔직히 말해 키우고 싶었습니다만은..
같이 사는 S의 반대로..너무 가슴 아파 하며 집 앞에 우유만 놓고 복도에 숨었습니다.
그렇게 수십 분, 고양이가 저를 찾아 우는데도 저는 조용히 창문에서 처다만 보았는데,
지금도 생각이 나서 가슴이 아프군요.
그냥 내가 좀 강하게 키우자고 우길걸..하는 후회도 해봅니다.(씁...)

네꼬 2008-12-02 22:05   좋아요 0 | URL
왈왈왈! 아니아니 쿠션님. 우리 너무 오래간만이잖아요. (나도 쿠션님도 우리가 함께도!) 저도 왕왕왕이에요.

아니 히라가나를 어떻게 50분만에 외우셨어요. 강하게 배우셔서 일본어에 강하시구나. 저는 더듬더듬 배운 덕에 여전히 더듬더듬 하고 있어요. (핑계는!) 그 고양이도 꼭 자길 데려다 길러달라기보다 알아봐줘서 고맙다는 뜻으로 그렇게 야옹거렸을 거예요. 음... 그런 의미에서 아쉬운 대로 저를 데려다 기르시는 건 어때요?

L.SHIN 2008-12-03 07:18   좋아요 0 | URL
좋죠.
'아쉬운대로'가 아니라 '기쁘게도' 데려다 기르겠습니다. ㅡ_ㅡ (훗)
그 전에..방 청소 좀 하고요..ㅋㅋㅋ

네꼬 2008-12-03 08:39   좋아요 0 | URL
하핫. 이 쿠션 저 쿠션 먼지 나게 뛰어다녀야지. ㅋㅋ

보석 2008-12-0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시 사연이 있을 것이나 납득하기가 어려운 표지에도 불구하고" 낄낄. 뭐..디자이너에게도 일러스트레이터에게도 사연은 있겠지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네꼬 2008-12-02 22:07   좋아요 0 | URL
낄낄. 하핫. (디자이너에게 미안한 마음.) 본문의 일러스트는 좀 예스럽긴 해도 귀엽고 좋아요. (해석이 좋아요 해석이.) 찾아본 건 아닌데 아마 저 표지가 일본 원서의 표지 그림을 그대로 가져온 게 아닌가 싶어요. 그게 계약 조건이었을 수도 있고... 그래도 이건 뭔가 아닌 것 같은. (책은 정말 재밌다고요.)

다락방 2008-12-0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바로 네꼬님의 올해의 책이로구나! 으응. 기다렸어요, 올해의 책 발표를. 이것이었군요, 이것이었어.


그나저나 나는 글로 설명을 할 재간이 없다, 니. 벌써 이렇게 글로 다 설명해놓고! 아주 맛있게 써놓고서는. 네꼬님은 겸손쟁이. 내가 좋아하는 겸손쟁이.
:D

네꼬 2008-12-02 22:09   좋아요 0 | URL
겨울이에요, 다락님. "다락방"이라는 이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 계절, 따뜻하고 아늑한 다락방에서 뒹굴뒹굴 노는 노란 줄무늬 고양이가 되고 싶사와요.

(생각만으로 몽롱)

올해의 책들이라면 여러 권이 있겠지만 올해의 "책"은 바로 이거예요. 아주 동화다운 동화를 만났어요. 아주 좋은 동화를. 사람으로 치자면 다락님만큼이나 좋은 동화를. (아흣. 간만에 느끼한 말 하니까 속 시원하고 좋다.)

웽스북스 2008-12-03 02:58   좋아요 0 | URL
느끼하면서 속시원하기로는
소고기 무국만한게 없지요. ㅎㅎ

다락방 2008-12-03 08:34   좋아요 0 | URL
버섯전골이 먹고 싶어졌어요. 뜨거운 소주와 함께. 므흣 :)

네꼬 2008-12-03 08:39   좋아요 0 | URL
좋은 코스가 생각났어요. 우리 셋이 만난다면 홍대 앞에서 맛있는 버섯 매운탕과 소주를 마시고 1) 맥주를 마시거나 2) 더 맛있는 안주가 나오는 술집에 가는 거예요. 와, 생각만 해도 흐믓한 풍경. (송년신년 모임으로 어때요?)

코코죠 2008-12-01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나의 네꼬님 글을 읽으니 오즈마의 마음이 그만. 아직 한번도 후후 불지 않은 몹시 뜨거운 우동국물같아졌어요. 저는 네꼬님 글을 너무 너무나 좋아하는 것 같애요. 서둘러 읽을까봐 스크롤을 함부로 내리지 못하고 아주 천천히 움직였어요. 아아, 나는 네꼬님 글을 너무 너무나 좋아해요 정말.

네꼬 2008-12-02 22:11   좋아요 0 | URL
오즈마님이 "마음이 그만... 뜨거운 우동국물같아졌어요"라고 하면 정말 얼마나 귀엽고 웃긴지 몰라요. 하하하. 오즈마님은 어쩐지 우동을 좋아하실 것 같아요. 통통 쫄깃 탱탱한 면발과 멸치다시마 진한 국물, 신선한 쑥갓. 아아. 저는 우동을 아주 좋아해요. 하지만 오즈만님만큼 좋아하진 않아요. 오즈마님이 저한테 이렇게 하트를 쏘아주시는 것 때문에 막 기분이 좋은 것 만큼, 그렇게 좋진 않아요, 우동 정도는!!!

웽스북스 2008-12-03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올해의 책. 우와 우와, 뽑혔구나.
나도나도 읽어봐야지. ㅎㅎ

나는 '많이있어'의 누나 '많이먹어'에요 ㅎㅎㅎ

다락방 2008-12-03 08:34   좋아요 0 | URL
저는 '많이먹어'의 언니 '더많이먹어' 에요 ㅎㅎㅎ

네꼬 2008-12-04 09:07   좋아요 0 | URL
으하하. 많이먹어와 더많이먹어 너무 맘에 든다. (내가 먼저 말할걸! 배가 아플 정도예요.) ㅋㅋ

다락방 2008-12-04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
오늘 이 책 배송되요. ㅎㅎ
땡스투는 물론 하고 구입했어요. 그러니 나의 땡스투가 적립되거든, 근사한 책도 좀 사고, 화장품도 좀 사고, 음반도 좀 사고 해요. ㅎㅎㅎ

네꼬 2008-12-04 09:07   좋아요 0 | URL
지금 제가 다락님이 주신 땡스투로 읽고 바르고 듣고 난리잖아요. 아이고 그러고도 돈이 남네. 이건 저금해야지.
:)

2009-04-07 1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러다 닉네임을 '베짱이'로 바꾸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 베짱이 편을 드는 네꼬 씨이지만, 이렇다 할 장기도 하나 없는 처지에 오로지 게으르기 때문에 베짱이가 된다는 건 무척 부끄러운 일이다. 나름대로는 리뷰를 써보려고 연필 몇 자루 꼭지를 씹었는데, 맘 먹고 쓰려고 하면 석 줄 이상 써지질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려던 얘기를 꺼내기까지, 대문에서 현관까지 진입로가 너무 길다. 봐, 지금도 그렇잖아.

 

그래, 알았다 알았어. 가즈키가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너무 의젓해졌다. 의젓한 게 나쁠 건 없는데 '너무' 의젓해진 게 문제라면 문제다. 이렇게 하면 뒷 이야기랑 연결되겠지. 이렇게 하면 다양한 시점을 보여줄 수 있겠지. 이렇게 하면 따뜻한 마무리가 되겠지. 가즈키는 이런 걸 다 생각해서 수첩에 적어 본 다음, 절대로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즈키가 '감질맛'을 낼 줄 안다니 놀랍고 한편 반가운 일이지만 (어느정도 짐작을 하면서도 마지막 이야기 <로마의 휴일>에선 그만 감탄하고 말았다) 어쩐지 나는 <<Go>> 시절의, <<레볼루션 넘버 3>> 시절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 시절의 그가 그립다. 플라이 대디 시절의 그도 나름 의젓했는데. "상상을 하면서 움직여. 우린 인간이지 기계가 아니야." 이런 명대사를 나처럼 암기력 떨어지는 고양이가 외우게 할 만큼.

 

 

"아내가 종이 위에 적어준 장거리들처럼 / 인생의 세목들이 평화롭고 단순했으면 좋겠다" (<장보러 가는 길>)

"가장 뚜렷한 손금인 줄 알았는데 / 깊이 파인 흉터이듯이 / 무엇을 쥐었다 베었던가 / 생각은 안 나지만 / 손이 아주 아팠던 기억은 있듯이 / 그렇게 남자는 여자와의 사랑을 되돌아볼 것이다" (<평범해지는 손>)

"인용과 각주 / 어제의 통화 내용 / 부르주아 대가족 / 불어의 R 발음 / 모교의 정문 / 옛 애인들 (가나다 순) / 컨설턴트의 고객 개념 / 칸트의 물(物) 자체 / 물 자체라는 말 자체 / 라벤더 향기 / 아래쪽 / 토성" (<나를 환멸로 이끄는 것들>)

시인이란, 우주 속에 지구 위에 이 땅에 혼자 굴을 파고 쪼그리고 앉아서 그가 떠나온 저 먼 별을 자꾸만 바라보고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한숨을 폭폭 쉬는 족속들이구나. 잘해주고 싶다, 시인들에게. 이 시집을 읽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치과 의자에 앉아 의사를 기다리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게 해준다는 것보다 더 큰 장점이 있다. 바로 (그 흔한) 여행 사진이 한 장도 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좋으나 싫으나 빌 브라이슨이 걸어다니는 대로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그가 파리의 건널목에서 파란 불에 건넌다는 이유만으로 차들의 살해 위협에 시달리면 나도 "깜짝이야!" 소리를 내면서 사방을 살펴야 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술 값이 얼마나 비싼지 은행 대출을 받지 않으면 술 한병 살 수 없다는 진술에 "이 허풍쟁이" 하면서도 그쪽 여행은 일단 뒤로 미루는 게 좋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그가 길고 지루한 기차 여행과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하는 끝없는 계단을 극복한 끝에 "세상에서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광장"을 내려다 보며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라고 할 때 나 역시 카프리에 도착한 벅찬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내가 왜 사진이 멋진 여행서에 침을 흘렸던 거지? 의아할 정도. 이따금 등장하는 카츠 씨, 반갑다. (소설가 김영하 표현 대로라면, '옆에서 고소영이 정우성 어깨에 올라 타 상모를 돌린다고 해도 눈길을 줄 수 없을 만큼 재밌는' <<나를 부르는 숲>>의 그 친구다.)

 

어쩌면 조금 먼 곳에 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그 사람은. 아주 아주 재미있고 웃기면서 또 참을 수 없이 안타까워서 중간에 몇 번이나 책을 덮어야 했다. 몇 통의 편지가 사람 마음을 활짝 열어버릴 수가 있다. 어디까지가 친밀함이고 어디까지가 우정이고, 어디서부터가 사랑일까. 내가 제일 안타까웠던 건 (사실은) 에미의 남편의 편지였다. ㅠㅠ

좀 다른 얘긴데, 여기 나오는 에미의 말투는 독일의 그녀, 그러니까 하이디 씨와 말투가 거의 정확히 일치한다. 난 자꾸 하이디 씨의 편지를 엿보는 것 같은 미안함과 즐거움에 빠지곤 했다. 그러고 보니 이 책 독일책이구나. 하이디 씨 소개해줘야지.

--새벽 세시. 혹시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나는 세벽 세시의 전화를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 고양이다.

 

치과에 갈 일이 생겼다. 그것도 갑자기. 이 충격과 슬픔과 공포를 극복하지 못해 쩔쩔 매다가 진정을 위해 책을 두 권 주문했다.

 

 

 

 

 

 

고미 타로의 <<악어도 깜짝 치과 의사도 깜짝>>은 이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그림책 베스트 5에 들 책이다. 그래 치과의사도 무서울 거야. 남의 입 속에 머리를 들이미는 일이 자기라고 좋겠어? 끼이이 소름끼치는 기계 소리가 자기라고 좋겠어? 윌리엄 스타이그의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은 "제발 도와주세요. 이가 너무 아파요"라고 울먹이는 여우의 표정이 가슴 미어진다. 한편 치료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치료를 다 받은 다음 (생쥐) 치과 의사를 잡아먹으면 "나쁜 일일까 아닐까" 라고('나쁜일일까'가 아니라, '나쁜일일까 아닐까'라는 게 중요하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여우의 표정은 폭소를 자아낸다.

치과에 가서 검사를 받으니, 내가 그리 아플 것은 아니지만 의사로서는 무척 까다롭고 귀찮은, 한마디로 "내가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요" 하는 (그 의사가 정말 그렇게 털어놨어요) 치료를 받아야 된단다. 그 난감함을 나에게 표현하는 의사에게 내심 서운했지만, 혹시 그래서 나에게 앙심을 품고 아프게 치료할까봐 두번째 치료 때 <<치과 의사 드소토 선생님>>을 선물했다. 의사는 정말 깜짝 놀라서 마치 손을 대면 안 되는 물건을 받는 듯한 태도로 그림책을 받아 들었다. 세번 째 치료를 시작하기 전, 의사는 여섯살 난 아이가 그 책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앗싸, 다행이다.) 아니나 다를까, 치료를 마쳤는데 의사가 엘리베이터 앞에 선 나를 굳이 붙잡고 앞으로의 치료 과정을 아주많이 친절하게 따뜻하게 설명해줬다. 책은 참 쓸모가 많다는 (오늘도 역시) 엉뚱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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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0-21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예고는 태그인가요? 올해는 아직 두달도 더 남았다구요 ㅡㅜ (올해가 가는게 못내 아쉬운 1人)

빌 브라이슨은 트래블에세이는 이런것이다.를 보여주는 작가죠. 전 지금 아프리카 다이어리 보고 있어요. ^^

네꼬 2008-10-21 00:59   좋아요 0 | URL
앗 하이드님 안 주무셨네. 안 그래도 하이드님 글 읽다가 하마터면 이 책 원서로 살 뻔했어요. (^^) -- 다행히 안 샀다능. -_-

아프리카 다이어리도 재미있....겠지. 오죽할까. 그 책 컨셉만 보고도 좋아진 1人. (두달이 남았지만 전 벌써 올해의 책을 정해버렸거든요!)

turnleft 2008-10-21 0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잔뜩 들어간 여행기를 쓰다가 네꼬님 글을 보고 움찔.. -_-;;

네꼬 2008-10-21 09:11   좋아요 0 | URL
걱정마세요 레프트님. 저는 저 아래에 사진으로 도배한 여행 포스트를 몇개씩이나 달았는걸요. 하핫. 하지만 이렇게 한번씩 글자만으로 안내되는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듯해요.

다락방 2008-10-21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네꼬님.
저 빌 브라이슨의 저 책을 살까말까살까말까살까말까 막 이러고 있었거든요. [나를 부르는 숲]을 보고 몇번이나 쿡쿡 거렸기 때문에 살까말까살까말까살까말까 막 이랬는데 음 역시 사야겠어요. 불끈!

네꼬님 페이퍼 읽으니깐 또 막 좋다.

네꼬 2008-10-21 09:13   좋아요 0 | URL
재미난 책이에요. 치과에서 정말 웃어 버렸다니까요. (다행히 치료를 시작하긴 전이었어요.) 읽어보세요, 불끈!

"또 막" 좋다니 으휴 >.<

다락방 2008-10-21 0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네꼬님의 치과의사 참 좋으네요 ㅎㅎ

네꼬 2008-10-21 09:15   좋아요 0 | URL
음. 처음엔 친절한 건지 아닌지 좀 헷갈리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원래 의사들에게 썩 친절한 환자가 아닌데(이게 무슨 소리) 치과에만 가면 한없이 작아진다능. 뇌물 좀 썼죠! 하핫.

웽스북스 2008-10-2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의 올해의 책 궁금해요. ㅎㅎ
남은 두달동안,
아 이 책이 올해의 책보다 더 재밌으면 어쩌지... 하면서 보는거 아냐? ㅋㅋㅋ

근데 누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미보다 베짱이를 지향한데요?
나는 개미를 지향해요. 정확히는 개미...허리! ㅋㅋ
내 몸은 점점 지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ㅜㅜ

다락방 2008-10-21 16:05   좋아요 0 | URL
저는 개미를 지향하기는 하는데
사는건 베짱이라는 ㅋㅋ

네꼬 2008-10-22 18:56   좋아요 0 | URL
웬디양님, 아, 나 그 생각은 못했어요. 그러고 보니 그럼 두 달 동안 은근 걱정하면 살아야 되잖아. 어떡하지...?=_= 그때 만난 바로는 개미 허리 이미 이루신 것 같은데! 나는 날이 갈수록 "뜻밖의 몸매"가 되어가는 것 같아 서러워요. 그런 마음 뭔지 알아요? ㅠ_ㅠ (눈물바다)

다락방님.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게으른' 개미인 것 같아요. 맘편히 놀지도 못하면서 일도 안 해. ㅠㅠ (눈물바다2)

홍수맘 2008-10-21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항상 귀여워요~ --- 옆에 있으면 앙~ 깨물어주고 싶어요 ㅎㅎㅎ.
너무 오랜만이죠? 잠깐 짬이나 들어왔어요.
저도 왕 베짱이가 됬는지 요즘은 자판 두드리는 것도 귀찮아 거의 눈팅과 패쓰만 하고 있다는...
님이 올리신 책들요~~ 요즘 지를까 말까 고민하는 책들이랍니다. ^^.

네꼬 2008-10-22 18:58   좋아요 0 | URL
홍수맘님 안녕하세요? 정말 오래간만이에요. 그리 바쁘신 것을 보니 하시는 일이 잘 되어가시는 거죠? ^^ 곁에 있었다간 깨물릴 뻔했으니 이마아안큼 떨어져 있는 게 (오늘은) 다행이네요. ((그런데 귀엽다뇨. 저 왜 죄 짓는 기분이 들죠....?-_-;;) 베짱이 클럽에 여기 회원 한분 추가네. 하핫.

2008-10-21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22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08-10-21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 이런 뇌물이라면 무조건 받고 잘해주고픈, 그런 환자네요. 한 수 배웠어요.
어쩌면 네꼬님은 제 상상보다 훨씬 사회생활 잘 하실지도 ... ㅋㅋ
보관함에 하이디 말투 책을 담습니다. 빌브라이슨도 예전에 담아뒀는데 당분간은 여행 관련 책을 자제하려구요, 흑.

네꼬 2008-10-22 19:01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제 뇌물은 정말 잘 통한 거겠죠? (야아 싸다 싸.) 근데 상상을 어떻게 하고 계셨기에... 아무려나 사회생활은 저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잘하고 있죠. (뭐래니?) '새벽 세시..'의 에미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하이디이면서 저를 먹여주고 재워준 독일의 그녀 하이디이기도 해요.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만나보시길. 여행관련 책은 왜 자제하세요? 놀러 가고 싶어질까 봐? (질러요 질러)

Koni 2008-10-22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다음 포스트가 완전 기다려집니다.^-^

네꼬 2008-11-30 13:03   좋아요 0 | URL
냐오님이 댓글을 주시고도 한 달이 더 넘었네요. (.. ) ( ..) 게으른 네꼬 씨를 용서해주세요;

2008-10-26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30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20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30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라니 2008-11-22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슬픔이없는십오초.. 주문하고 싶군요.ㅠ
전, 제가 아는 시인은 정호승 뿐인걸요.
제 사랑이 흔들리면 어쩌죠... 두렵.




네꼬 2008-11-30 13:05   좋아요 0 | URL
고라니님 안녕하세요? (주문하세요, 주문하세요. 부채질 훨훨) 그 정도에서 흔들릴 사랑이라면 진작 흔들리는 게 좋아요. 어서 읽어보세요. (응? 무슨 소리?)

2008-11-29 1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1-30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11-30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쓸모있는 책인데~ 아무도 추천은 안 했군요.^^ 뒷북이라도 꾸욱~~
올해의 책 페이퍼로 하나 올려봤어요. 책 받은 날에~~~

네꼬 2008-11-30 13:1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어엇 그런데 올해의 책 페이퍼라, 오옷 보러 가야겠군요.

순오기 2008-11-30 15:35   좋아요 0 | URL
창비어린이가 선정한 올해의 책이요~ ^^
 
우리 모두를 위한 비폭력 교과서
아키 유키오 지음, 하시모토 마사루 그림, 김원식 옮김 / 부키 / 2005년 5월
절판


법률을 만드는 것은 신이 아니라 일정한 이해관계를 갖는 인간이다. 그들은 법률을 만들어 강요하고 그것이 바이블인 것처럼 휘둘러 댄다. 따라서 법을 어기는 것은 그다지 두려운 일이 아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인류의 역사에서 법을 따르는 사람들이 법을 어기는 사람들보다 더, 인간의 생명에 대해 더없이 잔혹한 짓을 했다. 인류에 대한 최대의 파괴 행위는 법에 따라서, 포고령이나 정부 명령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최대의 폭력은 권력의 폭력이며, 일반 시민의 폭력이 아니다. (하워드 진, 다큐멘터리 영화 『몬타규 마을의 핵전쟁』에서)-33쪽

비폭력은, 폭력을 행사하는 적(敵)까지도 똑같은 인간으로 본다. 다시 말해서 적도 그들 자신을 예속시킨 폭력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투쟁 방법을 모색한다. (중략) 말하자면 적에게는, 생각을 바꾸고 자기의 행동을 변혁할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때 비판받아야 할 것은 폭력을 수반하는 그의 역할이지, 인간으로서의 그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 (페트라 켈리, 『희망을 위해 싸운다』에서) -43쪽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대운동을 전개한 농민, 아와곤 쇼코가 농민들의 비폭력 행동 중 참을성을 유지하기기 위해 만든 ‘진정(陳情)규칙’ 일부)) 1. 귀보다 위로 손을 올리지 않을 것. (미군은 우리가 손을 들면 폭력을 쓴다고 여겨서 사진을 찍는다.) 1. 군대를 두려워하지 말 것. 1. 생산자인 우리 농민이 인간적으로 군인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각을 굳게 갖고, 파괴자인 군대를 가르치고 이끌어 가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51-52쪽

((미국 동부의 작은 어촌 시브룩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강행될 때)) 1976년 8월 1일, 18명의 남녀가 원자력 발전소 부지에 들어가 꽃씨와 묘목을 심고 나서 연좌하던 중 모두 체포되었다. 3주일 후인 8월 22일, 이번에는 180명이 원자력 발전소 부지를 비폭력으로 점거하여 모두 체포되었다. 1977년 4월 30일, 미국 각지에서 2000명이 반원전 집회를 열었다. 대학생, 가정주부, 공장 노동자, 교사, 빵집 주인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집회에 참가했다. 또한 1414명이 원자력 발전소 부지를 비폭력으로 점거하고 <단결된 인민은 백전불패다>라는 노래를 부르며 저항하여 모두 체포되었다. 1978년 6월 24일-26일, 1만 5000명이 원자력 발전소 부지를 비폭력으로 점거했다. 대량 체포가 어렵다고 판단한 주 정부와 경찰은 3일 동안 원자력 발전소 부지 내의 연좌시위를 합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1987년 1월 현재, 히브룩 원자력 발전소 건설은 중단된 채로 있으며, 건설이 재개될 전망은 없다.
-108쪽

전단을 배포하는데 경찰관이 와서 제지하면: ① "조금도 교통에 방해를 하고 있지 않다" "교통에 큰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곧 끝난다"라고 주장하면서 끝날 때까지 경찰의 개입을 막는다. 이들이 교섭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계속해서 전단을 배포한다. ② 이동하면서도 계속해서 전단을 배포한다. ③ 그만둔 것처럼 잠자코 있다가 다시 시작한다. 페인트 작업을 할 때에도 이 방법을 취한다. -146쪽

스티커, 포스터, 전단을 붙이는 방법: ① 몇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붙이러 간다. ②현장에서는 전후좌우에서 망을 본다 ③경찰관이 오고 있으면 중지한다. 풀통이나 전단은 감추거나 버리고, 재빠르게 달아나거나 숨는다. ④ 경찰관의 검문을 받았을 때에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한다. ⑤ 경찰관이 지나간 후야말로 전단을 붙이기에 절호의 기회이다. -1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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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8-10-09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 씨에게 일어난 올해의 사건 베스트 5 안에 반드시 들어갈 일이 있으니, 촛불집회에 내 발로 찾아간 일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여럿이 한 군데서 동시에 하는 일"은 무조건 싫어하는 네꼬 씨를 움직인 것은 바로, 그 사람들의 구호("온수줘!" "노래해!" "개인기!" 등)였다. 도대체 그들의 힘은 어디서 나왔단 말인가. 내가 "비폭력주의"에 찬성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하여간 그들을 이해하고 싶어서 이 책을 읽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많은 걸 가르쳐준다. (부록 "경찰과 친해지는 법"에는 주옥같은 정보들이 가득!!!) 실제로 밑줄을 쳐가면서 읽었다.

"생산자인 우리 농민이 인간적으로 군인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각을 굳게 갖고, 파괴자인 군대를 가르치고 이끌어 가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에 읽은 가장 감동적인 문장이다.

에디 2008-10-10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8년10월10일 오후 5시25분에 네꼬님의 이 페이퍼는 제 마음을 움직였어요. 볼께요. 가능한 빨리.

2008-10-18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20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