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철학자 들뢰즈는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만일 책이 우리에게 아무런 감응도 주지 않는다면, 그럼 다른 책을 집어 들면 된다. 바로 이것이 강렬한 독서이다. 무엇인가 발생하든가 아니면 아니든가, 그 뿐이다. 아무런 설명할 것도, 이해할 것도, 해석할 것도 없다.” 저는 이런 정신으로 책을 읽었고, 책을 썼습니다. 여러분도 이와 같은 강렬한 책읽기를 경험하며 자신을 발견하기 바랍니다.       
   
    

김수영전집 / 김수영

한국이 낳은 최고의 인문정신, 바로 김수영입니다. 김수영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직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라는 시인의 말을 들으면, 저는 제 나태함과 비겁함을 질타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때마다 저의 손에 시인의 시집이 들려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일방통행로 / 발터 벤야민


프루스트는 홍차와 함께 먹던 마들렌에서 콩브레와 관련된 유년 시절을 복원합니다. 잘못 채워진 단추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다시 단추를 푸는 것이 빠른 길이기 때문입니다. 프루스트를 좋아했던 벤야민도 잘못 채워진 자신의 단추를 푸는 프루스트적인 길을 선택합니다. 마들렌처럼 자신이 살아내고는 있지만 의식하지는 못하는 삶의 진실을 가르쳐주는 다양한 사물과 사건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문화와 가치 / 비트겐슈타인

비트겐슈타인은 알바트로스처럼 가장 높은 곳에서 자신과 인간의 삶을 통찰했던 철학자입니다. 너무 높은 곳으로 비상해서인지 그의 시선은 고산의 서늘함이 느껴집니다. 삶에 너무 매몰되어 있을 때, 비트겐슈타인은 제게 삶을 써늘하게 내려다보는 감각을 보여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그런지 그는 제게 삶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를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에티카 / 스피노자

서양철학자들이 물에 빠졌을 때 한 사람만 구해야 한다면, 저는 주저없이 스피노자를 구할 겁니다.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초월적인 신이 아니라, 우리 자신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던 철학자이기 때문입니다. 기쁨을 가져다주는 관계는 필사적으로 유지하고, 슬픔을 가져다주는 관계는 결단코 단절해야 한다는 스피노자의 절규는 아직도 제 가슴을 흔들고 있습니다.


저항 / 다니엘 벤사이드

자본과 권력이 마치 신처럼 인간이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확장된 지금처럼, 인간의 자유와 힘이 위기에 처했던 적도 없을 겁니다. 너무나 거대한 적 앞에서 패배감이 커나갈 때, 벤사이드는 전면전인 게릴라전을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적진에 뛰어들어 적의 무기로 쿨하게 싸우는 게릴라로서의 삶, 그리고 자신의 자유를 지키려는 저항 정신. 인간적 사회를 꿈꾸는 모든 분들이 읽었으면 합니다. 


추천인 : 강신주



사진 출처 : 프레시안 (www.pressian.com)

196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장자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4년에 무위자연과 절대자유를 주창한 노자가 사실은 전체주의적, 국가주의적 사상가의 원조라는 주장을 담은 <노자: 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을 출간해 주목받았다. 이 밖에도 철학을 우리 삶의 핵심적인 사건과 연결시켜 풀어 간 <철학, 삶을 만나다>, 전공 분야인 장자의 철학을 현실참여적인 실천철학으로 재해석한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서양철학자와 문학가를 짝지어 자본주의 비판을 시도한 <상처받지 않을 권리> 등을 펴냈다.

노장사상을 전공한 동양철학자이면서 서양철학의 흐름에도 해박한 그는 쉽게 읽히는 인문학을 지향하며 2007년에 출범한 출판기획집단 문사철(文史哲)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신주 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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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on 2011-03-08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현대시의 연구'는 동명이인의 강신주 입니다. 참고해주셔요~

명사추천도서 2011-05-30 15:3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시에도 조예가 깊으셔서 같은 인물로 착각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지원엄마 2011-04-08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신주 쌤 초청강연을 해보고 싶은데, 연락할 방법 없나요? ㅠㅠ

2011-05-30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인문학적성찰 2013-08-09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회사에서도 모시고싶은데 연락 드릴 방법을 알고싶어요~!!

2013-08-13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게 모든 책은 실용서다. 한 권의 책을 읽은 뒤에는 나란 사람이 바뀐다. 더 심각해질 수도 있고, 더 우스워질 수도 있다. 몽상에 잠기기도 하고, 한동안 책은 펼치지 않기도 한다. 어떤 식으로 변하든, 책을 읽고 나면 나는, 그리고 내 인생은 조금 변한다. 책을 안 읽었다면 나는 변하지 않는 세계를 신봉했을 것이다. 인간의 본성은 영원히 바뀌지 않는다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사람은 얼마든지 바뀐다.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이 세계가 변하는 것처럼. 책을 읽는 한 우리가 바뀌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그게 불가피하다면, 책을 든 우리에게 질문은 명백하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가? 이제 우리의 삶이 그 질문에 대답할 차례다.   
   

 
 
1900년경 베를린의 유년시절/베를린 연대기 / 발터 벤야민

유년의 따뜻한 빛과 서늘한 어둠에 대한 묘사. 그건 어쩌면 20세기의 빛과 어둠일 수도.
 




말하라, 기억이여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삶보다 더 아름답게 써 내려간, 삶에 대한 글들. 매혹의 리스트들.
 




함양과 체찰 / 신창호

눈이 가는 곳으로 마음이 가고, 마음이 가는 곳으로 삶이 움직인다는 것.
 




성 프란치스꼬와 성녀 글라라의 글 / 프란치스꼬회 엮음


가난한 마음의 고백들. 빛을 향한, 평생에 걸친 헌신의 흔적들.
 





나비 / 헤르만 헤세


번쩍하는 순간, 엿보이는 아름다움을 마음에 수집하는 일. 아름다움은 수집될 뿐, 무용하다.
 




꿈을 깊게 심고 & 혼자 산다는 것 / 메이 사튼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거울과 같아서 응시할 때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고독한 글들.
 




희망의 원리 / 에른스트 블로흐

어두운 시대, 희망에 대해서 말한다는 것은 그 말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추천인 : 김연수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고,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을,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을,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을, 2007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2007년 황순원문학상을, 2009년 「산책하는 이들의 다섯 가지 즐거움」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 장편소설 『7번국도』『사랑이라니, 선영아』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밤은 노래한다』『7번국도 Revisited』, 소설집 『스무 살』 『세계의 끝 여자친구』, 산문집 『청춘의 문장들』 『여행할 권리』 『대책없이 해피엔딩』(공저) 『우리가 보낸 순간』(전2권) 등이 있다.  
  

김연수 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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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이름은빨강의 생각
    from zoomself's me2day 2011-01-31 01:16 
    “누구에게나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 요정은 있다. 다만 자신이 실제로 품었던 소원을 기억하는 사람은 아주 적다. 따라서 소수의 사람만이 나중에 자신의 삶에서 그 소원이 실현되었음을 알게 된다. 발터 벤야민 중에서” 김연수 추천도서 중 한 권.
 
 
 



   
  먹고 마시는 주제에 관한 몇 권을 추려보았다. 흉흉한 세상이라 예년만큼 송년모임도 흥하지 않을 터, 먹고 마시는 책이라도 읽으며 흥성흥성 기분 냈으면 하는 바람. 동양사니 서양사니 고전 문학이며 현대 소설이며 그 다양한 분야의 교양은, 책들을 즐기며 덤으로 챙기시길.  
   


공자의 식탁 / 장징 

여러 해 전 <장정일 삼국지> 일러스트를 그릴 때, 고대 중국에 관한 책을 닥치는 대로 구해 읽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바로 이 <공자의 식탁>. 다양한 음식 뿐 아니라, 중국 대륙 방방곡곡의 다양한 문화가 시대 순으로 소개되어 있다. 도대체 저자 장칭은 이 많은 자료들을 언제 다 읽은 것일까. 부럽다. 또한 이 많은 음식들을 어디서 구해다 맛본 것일까. 더욱 부러운 일.

그리스 문화사 / H.D.F. 키토  
고전은 서사시다 / 강대진

고대 희랍 문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 톡톡 튀는 입담이 일품이다. 뒷부분에 나오는 그리스의 음식 문화. 의외로 소박한 식사를 했다더라. 하지만 그 덕에 장수를 누렸으니. 아무튼 읽어보시면 별별 이야기들이 다 나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덕은, 이 정보들이 그냥 잡다하게 나열되지 않고, 대단한 통찰력에 의해 잘도 엮여 있다는 것. 이 다양한 주제들을 일이관지하는 지은이 키토 선생의 내공이 다만 부러울 따름. 물론 이 책은 그리스 고전을 소개하는 입문서인데, 이러한 주제라면 강대진 선생의 <고전은 서사시다> 역시 강력 추천.

라블레의 아이들 / 요모타 이누히코  

필자보다 공부도 훨씬 많이 하고 맛있는 음식도 훨씬 많이 먹고 다니는 친구가 “이 책 최고”라며 권해줬는데, 아, 과연 재미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할까 난감. 몇 꼭지 제목만 나열하자면, “롤랑 바르트의 덴푸라”, “귄터 그라스의 장어 요리”,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푸딩”,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돼지고기” 등등. 저자의 학식에 혀를 내두르고, 메뉴에 군침을 흘리게 된다. 가장 부러운 것은 저자 요모타 이누히코가 이 모든 요리를 만들어 직접 시식한다는 사실. 그저 시샘할 뿐. <공자의 식탁>을 지은 장칭 선생도 깜짝 등장하여, 학식과 음식의 대단한 내공을 과시.

가르강튀아, 팡타그뤼엘 / 프랑수아 라블레

지독히 유명한 고전이지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봐도 그냥 포복절도 재미있는 책. 서두에 안 씻은 곱창을 먹었다는 메슥메슥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조금 슬펐다. 작품에서는 이걸 먹고 거인 영웅을 수태하지만, 나는 단지 입맛만 잃었을 뿐. 아무튼 이야기 내내 먹고 마시는 이야기가 나온다. <라블레의 아이들>은 이 작품을 염두에 두고 책 제목을 지었다나. 이 책의 지은이가 프랑소와 라블레니까. 저자의 대단한 입담만으로도 읽는 즐거움은 충분.

명정사십년 / 변영로

아주 짧은 책. 그러나 어찌나 재밌는지, 한 번에 다 읽기 아까워서 몇 달 동안 나누어 읽었다. 입담만 놓고 본다면 세계 문학의 반열에 들어도 아쉽지 않은, 수주 변영로 선생의 걸작 에세이. 저자 본인이 사십년 동안 술 마신 이야기를 솔직하게 기록하였다. 그렇다고 고백록은 아니고, 오히려 반성을 빙자하여 술자리 추억을 자랑하는 그 뻔뻔함이 매력 포인트. 제목부터 명정, 술 취할 명(酩)에 술 취할 정(酊)이다. 국한문 혼용체가 이토록 아름답다니! 작금에 되살림이 불가함을 한하노라. 내게는 사연이 있는 책. 며칠 동안 밤새 술을 마시다가 정신이 몽롱한 채로, 친구의 서가에서 발견한 책이다. 이 얼마나 운명적인가.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 최규석

지금껏 먹는 이야기를 즐겁게 했는데, 먹히는 쪽은 어떨까? 즐거울까? 이 책에 실린 단편 만화 <사랑은 단백질>을 보자. 자취방에 모여 사는 주인공들(<습지생태 보고서>에 나오는 바로 그들이다), 그들은 치킨 배달을 주문한다. 그런데 배달을 온 치킨 집 사장은 다름 아닌 닭 아저씨. 자기 아들 병아리를 튀겨 왔다. 전혀 즐겁지 않은 설정이 매우 우스운 대사들과 너무 진지한 그림체와 엮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일으킨다. 자주 보기 드문 수작.

주문이 많은 요리점 / 미야자와 겐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집. 그 중 ‘주문이 많은 요리점’은, 굳이 말하자면 요리점의 이야기이다.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데, 미리 이야기할 수도 없고. 답답하다. 이 동화의 내용을 아시는 분들은, 왜 이 리스트의 이 부분에 이 책을 살짝 끼워 넣었는지 눈치 채셨으리라.


10과 1/2장의 세계 역사 / 줄리언 반스 

제목을 보면 역사책 같지만 사실 소설책. (물론 역사 코너 서가에 꽂아 놓은 곳도 있기는 했다. 쩝.) 제목대로 10과 1/2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인데, 연작도 아니고 장편도 아니다. 내용상 따로따로면서도, 또 묘하게 엮여 있으니까.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현대 소설. 첫 번째 단편은 노아의 방주 이야기인데, 어떤 동물은 잡아먹히고 어떤 동물은 살아남는다. 도대체 어떤 기준인가? 방주에 몰래 탄 밀항자는 노아와 가족들을 비웃는다. 여기까지는 재미있는 블랙코미디. 그러나 두 번째 단편부터 똑같은 모티프가 심각한 상황으로 바뀐다. 유람선의 교양 있는 승객들이 졸지에 인질이 되어, 하나씩 둘씩 ‘도살당하는 신세’로 전락하니까.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승객들은 죽음을 맞는가? 읽다보면 모골이 송연. 그러면서도 끝까지 흥미진진하며 유머를 잃지 않는다. 블랙 유머이긴 하지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백석의 시에 먹는 이야기가 많이 나옴은 유명한 이야기. 겨울에 하얀 눈이 쌓일 때, 이북 어딘가 국수(냉면)를 내려 먹지 않을까 애틋한 생각이 드는 것은, 순전히 백석의 덕분이다. 틈나면 백석의 시를 읽고 있지만 십 수 년째 내 마음을 사로잡은 수수께끼가 있다. “…뱃사람들이 언젠가 아홉이서 회를 쳐 먹고도 남어 한 깃씩 노나 가지고 갔다는 / 크디큰 꼴두기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슬프다”라는 시가 있는데, 그쯤 되면 꼴뚜기가 아니라 전설 속 ‘대왕오징어’가 아닐까. 분명 맛도 틀릴 터이다(냠냠). 백석 시에 등장하는 음식문화를 연구한 책 <백석의 맛>을 읽어 봐야겠다.










추천인 : 김태권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한겨레 일러스트학교를 수료했다. 2002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을 비판하며 만화 《십자군 이야기》를 작업했다. 중세 이슬람과 유럽의 역사를 현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재해석하여 지식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일간지에 연재되던 《장정일 삼국지》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2010년 현재 서울대학교대학원 서양고전학 협동과정에서 그리스와 라틴 고전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십자군 이야기》, 《삼인삼색 미학 오디세이》(공저), 《르네상스 미술 이야기》, 《어린왕자의 귀환》등이 있고, 《장정일 삼국지》와 《철학학교》, 《에라스무스 격언집》 등에 삽화를 그렸다.  



김태권 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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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갈피 한 장 한 장에는 선인의 지혜, 동세대의 꿈과 고통, 나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깃들어 있습니다. 자신과 타인과 세상에 대한 회의가 들 때 책을 집어 듭니다. 책은 나를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다시 일어서게 합니다. 조그만 성취와 알량한 허명에 들뜨게 되면 책을 잡습니다. 책은 내 정수리에 죽비를 내리치며 나의 한계와 편향을 알려줍니다. 책의 나의 스승이자 동지이며 친구이자 연인이고, 훌륭한 적입니다.    
   

사기열전 / 사마천

고대나 현대나 사람의 본성과 행태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수많은 인물의 이야기와 그들에 대한 사마천의 평가는 마치 지금 여기 이야기처럼 들린다. 중국 고전을 단지 ‘처세술’이나 ‘집권론’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사람은 이 책을 보지 마라.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이성와 합리와 도덕의 간판을 건 현대 콘크리트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뱃속 깊이 묻혀 있는 그 무엇을 불러일으킨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는 쉽지 않지만, 이를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 박노해

1984년 <노동의 새벽>이 전(全)지구차원으로 확장되었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은 더욱 날카롭게 빛나고, 인간과 노동과 자연에 대한 사랑은 더욱 뜨거워 데일 것 같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 노르베르토 보비오

몰락한 ‘소비에트 사회주의’의 이데올로기와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한 얼치기 좌파가 읽어야 할 필독서.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와 관계,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관계에 대한 냉정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서라벌 사람들 / 심윤경

‘신국’(神國) 신라의 사회상과 서라벌 사람들의 삶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복원한다. 책을 잡고 그 자리에서 바로 독파했을 만큼 재미와 긴장을 준다.





추천인 : 조국



1965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82년 3월, 만 16세 11개월의 나이로 서울대 법대에 최연소 입학을 하였고, 1980년대 하반기 대학원을 다니며 이수성 서울대 총장(이후 국무총리)의 조교로 일하였다. 대학원 재학 기간 동안 이진경(현 서울산업대 교수), 진중권(현 중앙대 겸임교수) 등과 함께 주체사상 비판작업을 수행하고, 필명으로 <주체사상 비판>(벼리출판사)를 출간하였다. 1992년에는 만 26세 11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울산대 교수로 임용되어 화제거리가 되었다. 1993년 고향 및 대학 선배인 백태웅씨(현재 카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로스쿨 교수)가 이끄는 <사회주의노동자동맹>을 도운 혐의로 반년간 옥고를 치렀고,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 의한 '양심수'로 지정되었다. 재판 당시 천정배 변호사(이후 법무부장관)가 그의 변호팀을 이끌었다.

2001년 12월 이후로 서울대학교에서 법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2000년 이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으로 시민운동에 참여하였고, 2007년 12월 대법원장 지명으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 임명되어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한 조사와 구제에 일조하고 있다.

전공인 법학연구를 삶의 중심에 놓으면서도, 여력이 되는 대로 전공 밖의 세상일에 관여하고 있다. 법의 제정.해석.집행의 문제, 그리고 인권의 보장과 신장의 문제가 애초부터 세상 일과 따로 떨어져 있을 수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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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밥 먹기, 잠자기와 똑같은 생존의 문제입니다. 인간은 육체와 정신으로 이루어져 있지요. 육체가 허물어지고 정신만 살아 있다면 정상적으로 살 수 없고 정신은 없고 육체만 살아 있다면, 그 또한 ‘생활’이 불가능하지요. 밥이 내 몸을 살게 하듯이 책 읽기는 내 정신을 살게 합니다. 밥과 책, 이 두 가지가 다 내게는 ‘생존’을 위한 ‘양식’입니다. ‘인간’으로 살기 위한.  
   

임꺽정 (1~10) / 홍명희 

우리말의 보고, 혹은…… 그리고 그 모든 것!




도스토옙스키전집

키워드 : 인간학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키워드 : 자유혼





박경리의 모든 저작
특히 『김약국의 딸들』 그리고 『토지』

박경리의 저작을 읽는다는 것은 박경리를 만나는 것이다. 박경리를 만난다는 것은, ‘조선 어머니’의 품에 드는 것이다. 박경리는 단순히 작가만은 아니었다. 독일의 케테 콜비츠가 화가이기만 한 것이 아니었듯이.

권정생의 모든 저작

박경리와 더불어,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삶과 그 글이 일치한 작가.





고요한 돈강 / 미하일 숄로호프

러시아만의 것이 아닌 인류의 대서사





국유사 / 일연 

시대에는 『사기』가 있고 시절에는 반드시 『유사』가 있음을 기억하시라!






불경과 성경

인류의 지혜서, 만고불변의.




각종 사전류. 특히 국어사전 

부릴 수 있는 말의 총량에 따라 정신의 질과 양이 결정되리라.  


   

백석시집

예술로서의 ‘시’의 결정체!






추천인 : 공선옥

1963년 전라남도 곡성에서 태어나 1991년 《창작과비평》에 중편소설 「씨앗불」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1992년 여성신문문학상, 1995년 신동엽창작기금, 2004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05년 올해의 예술상(문학 부문), 2009년 만해문학상, 오영수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공선옥 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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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선옥님의 영란을 기다리면서
    from 향기로운이끼 2010-11-15 10:33 
    책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예요.  따뜻한 이야기가 기대된답니다^^
 
 
지워니 2010-11-12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같고, 고향이 같고, 가치관이 닮아서 공선옥 님을 좋아합니다. 헌데, 그 분의 책은 많이 못 읽었네요. 최근 그녀의 신작 "영란"을 사고 작가와의 만남도 신청했습니다. 고향 '오지리'를 떠나서 '마흔에 길을 나서기'까지 작가님의 지난 길을 따라 걷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