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메스는 내 귓가에 코를 갖다대고 거칠게 숨을 쉬었다. 나는 너무 간지러워서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릴 뻔했다.
세상에는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건 안다.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일은 극히 미미한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은 큰 강물에 휩쓸려 흘러내려가면서, 내 뜻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커다란 손바닥 안에서 좌우된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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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 있을 때는 김으로 장이 흐려서 몰랐는데, 오전 내내 내렸던 비가 그치고 밖에는 아름다운 석양이 하늘에 깔려 있었다.
마치 지구를 그대로 거대한 꿀병에 담가놓은 것 같았다.
양손에는 깨끗하게 비운 석류 카레 접시만 남아 있었다.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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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그렇게 꿈꿔왔던 달팽이 식당이 탄생의 첫 울음을 터뜨리게 된다.
여전히 나는 하루에 한 번은 엘메스의 똥을 밟는다. 밤송이가 머리 위에 떨어지는 일도 있고,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에 걸려 엎어질 뻔할 적도 있다. 그래도 도시에 살던 시절보다는 작은 행복을 만나는 순간이 훨씬 많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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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쩐 일인지, 개업 선물이라며 그것을 공짜로 주었다.
엄마와 나의 가치관은 정반대다. 때문에 항상 서로 티격태격하며 살아왔지만, 이 때만큼은 그것을 고맙게 생각했다. 엄마에게는 잡동사니인 것이 내게는 보물이었으니까.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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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만큼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제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게만 들리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려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 꼭.
하지만 25년간 살아온 만큼, 현실적으로 남과 교류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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