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해서 내가 조금 고리타분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먼저 밝혀야겠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책은 지식과 지혜를 담고 있는 유일한 매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책은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될 수 없다. 결국 당신이 지식과 지혜를 찾고 있다면 책을 집어드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란, 유감스럽지만, 아무것도 없다. 책을 읽는 행위를 통해서만 나 자신과 세계에 대해 조금 더 깊고 넓고 풍부하게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축복이 강림한다. 물론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 당신은 책을 읽지 않을 권리가 있다. 밥을 먹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처럼.

 
   


개인적인 체험 / 오에겐자부로

말하자면, 에릭 사티의 피아노 곡. 따뜻하지만 엉뚱하고, 슬프지만 유려하고, 짧지만 아쉽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잊을 수 없다. 더 바랄 것이 없다.



욥:어느평범한 남자의 이야기 / 요제프로트

어느 날 급작스레 닥친 불행 앞에서 신을 저주했던 욥. 멀리서 찾아온 친구들에게서 어떤 위로도 발견하지 못했던 욥. 그러나 마침내 자신의 유한성에 대한 인식을 고통스럽게 받아들임으로써 현실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욥. 우리 모두는 욥이다.


나라 없는 사람 / 커트보네거트

거부는 쉽다. 거절은 더 쉽다. 부정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다. 그러나 세심하게 부정하면서, 유쾌하게 거절하면서,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험 열가지 / 로버트.P.크리즈

자연과학이 아름다울 수 있는가? 더구나 그 실험이 아름다울 수 있는가? 자연과학자들도 아름다움을 찾는가? 분명하게 그렇다고 생각하면, 당신이 이미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 중의 한 사람일 것이다.



타타르키비츠 미학사 / 블라디슬로프 타타르키비츠

형광펜, 볼펜, 샤프, 작은 자, 공책. 이들을 손에 쥐고 분주하게 손을 놀리면서 책을 읽는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언제부턴가 책을 조각 정보들이 모여 있는 통조림 같이 취급하지 않았는지. 다시 손을 움직이면서 책을 읽어보고 싶다. 전자책들이 습격하기 전에.


일리아스 / 아우구스테레히너

원전을 읽는 것은 무조건 좋다. 그러나 이해할 수 없다면 원전을 과감히 덮어라. 당신이 잘못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믿어도 좋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드보통

수학이 어려운 것이 수학의 책임도 아니고 더구나 수학자들의 책임도 아닌 것처럼, 그와 아주 똑같이, 철학이 어려운 것이 철학의 책임도 아니고 더구나 철학자들의 책임도 아니다. 그러니 이런 작가의 존재는 매우 특별한 축복임에 틀림없다.


선물 / 스펜서존슨

옳은 이야기들은 모두 간단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가끔씩 되새겨보는 일은 의외로 유익하다. 시간의 투자, 비용의 투자, 모두 아깝지 않다.





추천인 : 김수영



現 문학과 지성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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