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란 삶만큼 생생하고 강렬하며 긴박하고 진진한 현실. 언어의 걸쇠를 풀고 문장의 오솔길을 지나 행간의 들판을 쏘다니다 보면, ‘지금 여기’를 극복하는 정신의 근육이 생겨 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사라지는 언어에 대한 가슴 아픈 탐사보고서 / 니컬러스 에번스


와이너리 투어도 좋고 골드코스트도 아름답지만, 호주에는 우리를 아주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게 하는 카야르딜드어가 있다. 동사뿐 아니라 명사에도 시제를 표시하는 이 언어의 화자는 30년 후 지구상에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나라도 그곳으로 날아가 “책의 동쪽 페이지를 무릎에서 북쪽으로 약간 움직여보라”는 지시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닐까, 촘스키의 보편문법이론을 뒤집는 그 독특하고 매력적인 언어를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다양한 언어의 생존은 종족의 생존만큼 중요하다.


몽테뉴 수상록 / 미셀 드 몽테뉴


이 위대한 정신의 잡동사니! 





게코스키의 독서편력 / 릭 게코스키  


뇌세포가 늘어나는 것 같은 은유와 환치와 지성이 엄숙하게 번득이다가 다음 순간 친숙하고 유치하고 배꼽 잡는, 책에 관한 이런 수다는 아는 만큼, 혹은 알려는 만큼 깊게 읽힌다. 




창백한 언덕 풍경 / 가즈오 이시구로


바람 부는 잿빛 아침, 비 내리는 뜰, 고요함, 떠돌기, 기억, 언덕 위 가파르고 좁은 길들… 문학이 말 걸어오는 방식에 눈뜨다.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 미셸 슈나이더 


정교한 언어로 한 음악가에 관한 글을 음악 전체에 대한 고찰로 끌어올린다.





박두진 시집들   


문장에서 음악이 들리고, 행간에서 색채가 쏟아지며 이미지는 피를 품고 있다!




관촌수필 / 이문구   


한학의 어휘와 토속어들의 놀라운 공존. 80년대에도 90년대에도 그리고 지금도 나는 「일락서산」 「녹수청산」 「공산토월」을 읽는다. 





로마의 문법학자들 / 수에토니우스 지음 / 안재원 주해


“전투와 전쟁으로 점철된 로마의 역사에서 칼이 아닌 펜을 들고 학교에 쪼그리고 앉아 알파벳을 베끼는 풍경”이라니! 그것도 그리스 출신의 해방노예를 선생으로 모시고 때로는 몽둥이 찜질을 당하면서. 라틴어로는 접할 수 없었던 인문 정신을 그리스어로 접하면서 로마인들은 새로운 사유와 행동 방식에 눈떴다. 돌벽에 새겨진 언어와 번역, 문법과 수사학, 전기 문학과 인문 정신의 면면을 반원형 대리석 의자에 앉아 더듬어 읽는 듯한 그윽한 재미가 있다. 



추천인 : 김남주 (번역가)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여고,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부터 번역을 시작했다. 1990년 장 그르니에의 책이 첫번째 결과물이 되었고, 2013년 현재 번역목록의 맨 밑을 차지하는 작가는 가즈오 이시구로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이다. 이시구로는 최근에 만난 작가이고, 로맹 가리는 10년 동안 드문드문 본다. 오랜 시간, 시간의 무게를 견디고 살아남은 글들, 그중에서도 프랑스 문학을 번역해왔다. 



김남주 님의 저서










김남주 님이 번역한 책 


























이 외에도 번역서가 무척 많으나 지면과 DB 관계상 이정도만 수록합니다. 전체를 보고싶은 분은 저자파일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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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책은 하나의 삶에서 무수한 삶으로 들어가는 입구! 나날이 되풀이되는 덧없음의 세계에서 보람과 의미의 세계로 나아가는 문턱! 이것이 없었다면 우리 삶은 얼마나 단순하고 볼품없었을 것인가! 나는 날마다 책을 펼치며 무수한 삶의 결을 더듬으며 내 마음의 벌판에 의미의 도서관을 짓는다.



자발적 가난 / E.F. 슈마허 외 지음, 골디언 밴던브뤼크 엮음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은 자발적 가난이다. 스스로 많이 갖지 않음으로 가난에 처하는 것, “꼭 필요한 최소의 것으로, 존재의 단순한 골격만으로 부유함의 모든 욕구를 대체”하는 것. 그것은 부와 재산을 향한 탐욕과 이기주의를 추문으로 만드는 창조적 가난이고, 성스러운 가난이다. 그것은 욕구의 절제와 참음에서 비롯되는 평화와 긍지를 주는 유일한 가난이다. 마음에 고요와 평화를 주는 “가난이야말로 내면에서 번져나오는 광채”!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 지그문트 바우만


지금 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일은 통찰력과 지혜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우리는 넘치는 지식과 정보들, 상호 모순으로 충돌하는 의견과 제안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이 세계는 변화의 중력장 안에 있고, 우리 삶은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세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철학자는 유동하는 근대 세계를 꿰뚫어보고 그 안에 소용돌이치는 변화들, 유행과 욕망들의 의미들을 조근조근 짚어낸다.  



노자―버려서 얻고 비워서 채우다 / 김원중


무인도로 떠날 때 소지할 책으로 단 한 권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기꺼이 《노자》를 선택하겠다. 내 마음이 움직인 사정은 이렇다. 《노자》는 오래된 지혜의 노래다. 그것이 지혜인 것은 어질고 참된 것이기 때문이다. 《노자》는 비움을 권하고 무위를 따르라고 한다. 《노자》는 질박함을 구하라고 한다. 《노자》는 우주 만물에 작동하는 이치이고, 그 운행의 원리를 말한다. 《노자》는 무위(無爲)의 철학이고, 자연화육(自然化育)에서 만물의 균형과 조화를 찾는 철학이다. 《노자》는 삶의 기술을 가르치고, 다스림의 지혜를 가르친다. 《노자》는 ‘도’와 ‘덕’의 철학이고, 이 철학의 바탕은 자연의 본받음이다. 



위대한 개츠비 / F. 스콧 피츠제럴드


하찮은 사랑에 제 모든 것을 건 한 남자의 비극! 덧없는 욕망에 사로잡힌 남자, 범죄와 연루된 비밀스런 남자, 속물적인 여자 때문에 결국은 제 모든 것을 잃는 남자! ‘개츠비’는 위대하지 않다. 그런데 작가는 왜 ‘개츠비’를 위대하다고 했을까? 이 불가사의한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악과 나약함, 순정과 욕망이 파열한 듯이 드러난다. 작가는 소름끼치도록 자명하게 인간 ‘본질’을 발가벗긴다. 



신성한 봄 / 강석경


완강한 유교적 인습사회, 예민한 사람에겐 폭력처럼 휘둘러지는 자기모순적 도덕률과 부딪치며 구원(久遠)의 사랑을 찾는 여정은 처연하고도 숭고하다. 그리스의 고대 문명 유적지를 거쳐 로마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사랑의 목마름에 진저리치며 찾는 구도(求道)의 여정이다. 그 귀착점은 어디인가? “인연은 번뇌의 씨앗이라 사랑도 우정도 어떤 인연도 더는 원치 않고 내 속에 잠적해 있다.”는 고백, 다른 편지에 쓴 구절, “내면이라는 원천을 발견하기 바라.”라는 구절에 해답이 있다. 인생의 종착점이 바로 자기 내면으로의 회귀라는 것. 



잘 표현된 불행 / 황현산


한국 문학평론의 정수, 그 봉우리의 위엄을 보여주는 평론집! 이 책에서 시의 결을 섬세하게 더듬는 문장과 시적 사유의 중심을 관통하는 직관의 힘과 만날 수 있다. 시가 모르는 사람이 읽어도 좋을 만한 그런 평론집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적막한 문학평론 분야에서 정말 오랜만에 나온 걸작이다.



책을 버리고 거리로 나가자 / 데라야마 슈지


어느 사회에나 평지돌출(平地突出)하는 이단, 반항아, 방외인, 미치광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 숫자는 극소수다. 시대와 불화하고, 세상의 익숙한 도덕과 관습에 반항하는 이들! 그들은 주류적 가치관을 생짜로 뒤엎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다. 일본의 문화예술계를 뒤집어놓았던 데라야마 슈지(1935~1983)의 시와 산문들! 



피아노 이야기 / 러셀 셔먼


러셀 셔먼은 피아노에서 시와 철학을 느끼고, 우주를 꿰뚫어 보는 사람이다. 그는 좋은 연주자가 되려면 벌레와 독사, 시와 철학, 소리의 현상학과 인체 공학에 두루 조예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피아노를 아는 것은 우주를 아는 것”이기 때문. 이 “건반 위의 철학자”는 피아노 이야기를 하면서 프로야구와 골프, 밀란 쿤데라의 글과 하이쿠를 끌어들이고, 현란한 은유를 구사한다. 



에필로그 : 책에서 밥과 기쁨을 구했으니, 책읽기는 심약한 자의 정신적 사치가 아니다. 옛 사람은 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가야 할 길의 방향을 가늠하곤 했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읽을 책들을 한 권 한 권 고르고 공들여 그것들을 읽어왔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책을 읽을 것이며, 그렇게 살아갈 내 운명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추천인 : 장석주 (시인, 비평가)


시인이자 비평가, 독서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책, 산책, 음악, 햇빛, 바다, 대숲, 제주도를 사랑하고, 서재와 도서관을 사랑한다. ‘고려원’의 편집장을 거쳐 ‘청하’를 설립해 대표로 일하고, 동덕여자대학교, 명지전문대학, 경희사이버대학교에서 강의하고, EBS라디오와 국악방송 등에서 ‘문화사랑방’, ‘행복한 문학’ 등의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했다. 고전들에 대한 폭넓은 독서력을 바탕으로 세계일보(2010. 3~2012. 11)에 ‘인문학 산책’을, 월간 《신동아》(2011. 1-2011. 12)에 ‘크로스인문학’을 연재하고, 엠비씨 라디오의 ‘성경섭이 만난 사람들’에서 ‘인문학카페’를 1년 동안 꾸렸다. 《풍경의 탄생》(2005), 《들뢰즈 카프카 김훈》(2006), 《장소의 탄생》(2006), 《이상과 모던뽀이들》(2010), 《일상의 인문학》(2012), 《마흔의 서재》(2012), 《장석주의 크로스인문학?동물원과 유토피아》(2013) 같은 감성적 문장과 인문학적 통찰이 돋보이는 책들을 내며 주목을 받는다. 시집 여럿과 그밖에 책들을 포함해서 70여 권 책들을 써내고, 애지문학상(2003), 질마재문학상(2010), 동북아역사재단의 독도사랑상(2012), 영랑시문학상(2013) 등을 수상한다. 지금은 서울 서교동의 집필실과 안성의 ‘수졸재’를 오가며 다양한 책을 쓰며 살고 있다.  



장석주 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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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은 가장 간단하고 손쉬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다양한 인생과 지식의 바다로의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신경숙


수채화 같이 예쁘고 몽글몽글한 글이에요. 김영희 선생님의 닥종이 인형 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곱고 예쁜 선의 글입니다.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듯이 모든 일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어. 작별도 끝이 아니고 결혼도 끝이 아니고 죽음도 끝이 아닌 거지. 생은 계속되는 거지. 제어할 수 없이 복잡하게 얽힌 채 다양하고 무질서한 모습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 세트 / 무라카미 하루키


소화가 잘되는 담백한 샐러드 같은 글들이에요. 신선하고 상큼하고 맛있죠. 


“세상에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일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며 적당히 때우고 산다. 우리는 아주 불완전한 존재이고 하나에서 열까지 두루 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상에는 갖가지 사람이 있다.”



라이프 트렌드 2013 : 좀 놀아 본 오빠들의 귀환 / 김용섭 


남자들의 소비성향에 대한 분석 책인데요. 광고기획자가 쓴 만큼 팩트에 근거한 내용이 충실하고, 현대 초식남들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 칼 필레머


실제 인생의 현자들이 이야기하는 진실한 사랑과 인생의 정답이 많은 걸 생각게 하는 책이에요.





스님의 주례사 / 법륜스님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책입니다.


“이처럼 우리는 상대에 대해 자기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고,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따집니다. 상대의 모습을 내 마음대로 그려 놓고, 왜 그림과 다르냐고 상대를 비난합니다.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마음의 착각이 나 자신과 상대, 모두를 힘들게 합니다.”




추천인 : 안선영 (방송인) 


일이든 연애든 한 번 시작하면 활화산처럼 불타오르는 대한민국 대표 골드미스 연예인이자 대한민국 대표 여자 ‘연애’인 


토크쇼 <해피 투게더>에서 우연히 ‘좋은 남자 만나는 법’에 관한 스킬을 밝힌 후, 그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연애상담을 청하는 인생후배들과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누다, 오프라인 특강으로까지 이어졌다. 


심리 전문가도 아니고 연애 칼럼니스트도 아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사랑하고 그 와중에 똥도 밟아보고 지뢰도 밟아본 경험자로서, 얼굴 팔린 나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데 왜 앉아서 기다리기만 할까, 답답함이 뒷목까지 차올라 결국 책을 내게 됐다. 


연애로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연애 앞에 망설이고 주저하는 대한민국 싱글녀들을 위해 모태솔로연구소를 설립, 대표를 맡고 있다. 


트위터 | @anney_love 

홈페이지 | www.motaesolo.com  



안선영 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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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온 2013-09-1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나에게 책은 ‘앉아서 유목하기’를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이다. 여행이 ‘몸으로 읽는 책’이라면 책은 ‘마음으로 하는 여행’이다. 그것도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멀리까지 갈 수 있는 여행이다. 돈이 없어도, 몸이 불편해도, 외국어를 못해도, 날씨가 나빠도, 용기가 부족해도 가능한 여행이 또 있을까. 세상을 향해 열린 깊고도 넓은 이 문을 통해 나는 오늘도 낯선 세계로 발을 디뎌본다.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앞날이 걱정된다고 했소? 난 어제 일은 어제로 끝나오. 내일 일을 미리 생각하지도 않소. 나한테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뿐이오. 나는 늘 나에게 묻소. ‘자네 지금 뭐 하나?’ ‘자려고 하네.’ ‘그럼 잘 자게.’ ‘지금은 뭘 하는가?’ ‘일하고 있네.’ ‘열심히 하게.’ ‘지금은 뭘 하고 있나?’ ‘여자랑 키스하네.’ ‘잘 해 보게. 키스할 동안 다른 건 모두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자네와 그 여자밖에 없는 걸세. 실컷 키스하게.’”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자유로운 영혼 조르바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인정해야만 했다. 그를 향한 평생의 외사랑을 끌어안게 되리라는 것을. 조르바가 될 수 없는 나는 오늘도 조르바 같은 친구 하나를 감히 꿈 꾸어본다.



생의 한가운데 / 루이제 린저  


“그녀는… 거짓말하지 않고도 세상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본인 자신은 의식하지 못하면서도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오. 재미있지요. 그러나 어려운 거죠. 아무데서나 충돌하고, 구설수에 오르고, 항상 극단으로 치닫는 당돌한 존재요.”


부딪혀 터져버릴지언정 단 한 순간도 삶과 타협하려 하지 않았던 주인공 니나는 20대의 나에게는 위안과 같은 존재였다.



알래스카, 바람 같은 이야기 / 호시노 미치오 


“뺨을 어루만지는 북극 바람의 감촉, 여름철 툰드라의 달콤한 냄새, 백야의 희뿌연 빛, 못보고 지나칠 뻔한 작은 물망초… 문득 걸음을 멈추고 그 풍경에 마음을 조금 얹어서 오감의 기억 속에 남겨놓고 싶다. 아무것도 낳지 않은 채 그냥 흘러가는 시간을 소중하게 누리고 싶다. 경황없는 세상의 삶과 평행을 이루며 또 하나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을 마음 어디에선가 항상 느끼면서 살고 싶다. 그런 것들을 언젠가 내 아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담백하고, 올곧은 성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아름다운 글. 언젠가 이런 여행기를 쓰고 싶다는 턱 없는 욕망을 품게 한 책. 그리고, 언젠가는 카리부를 만나기 위해 알래스카에 가겠다는 꿈도 남겨주었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 헬렌 니어링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다."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기’ ‘ 덜 갖되 더 충실하기’를 실천한 헬렌과 스콧 부부의 이야기는 내가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을 일러준, 30대의 나를 뒤흔든 책이었다.



노 임팩트 맨 / 콜린 베번 


‘52인치 텔레비전을 사놓고 전시용을 싸게 샀으니 소비지상주의에 반기를 들었다고 생각하는 그런 남자’가 뉴욕 한 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살겠다며 실험한 이야기. 세상을 바꾸려고 애쓰는 일은 자신을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책은 킥킥 웃음이 터질 만큼 재미있다는 미덕도 갖추고 있다.      




추천인 : 김남희 (도보여행가) 


여행작가. 서른넷에 방을 빼고 적금을 깨 배낭을 꾸린 후 지난 10여 년간 세상 구석구석을 걸어 다녔다. 2010년, 오랜 친구이자 스승인 쓰지 신이치와 삶의 방향과 속도를 고민하고 분발하지 않는 삶을 사는 부탄과 한국, 일본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났다. 


세상에 나가 외로운 이들을 만나던 그녀는 이제 단 한 사람과 옥상 텃밭을 가꾸며 ‘책 읽고 글쓰는’ 심심한 날들을 꿈꾼다. 가진 것 없어도 아낌없이 나눠주었던 길 위의 사람들처럼 자신도 빈약한 수입의 10퍼센트는 여행하는 나라의 아이들을 위해 쓰고 있다. 



김남희 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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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저자가 머릿속에 잉태하여 출판사라는 조산원의 도움을 받아 낳은 저자의 자식으로서 독자들이 보모 역할을 하며 키우지 않으면 자라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멈추어 있다가 안타깝게 사라져버린다. 그런 책은 생각이 사는 집이며, 지식과 정보의 원천이고, 절망의 치료제이고, 수많은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 상자이기도 하다. 책은 눈이 올 때나 비가 올 때나 서재에 있을 때나 기차를 탔을 때나 그 언제 어디서나 나와 함께 하는 영원히 변치 않는 삶의 동반자이다. 



꽃들에게 희망을 / 트리나 포올러스


이 책은 그림이 곁들여진 짧은 이야기이다. 쉽고 평범한 문체로 쓴 책이라 누구나 힘 안들이고 금방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우리들이 사는 모습을 일순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어떤 삶이 의미 있는 삶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나는 삶의 의미가 흐려질 때 마다 이 책을 다시 꺼내 읽는다. 


광장 / 최인훈


대학교 1학년 때 이 책을 민음사판(1973)으로 처음 읽었다. 이명준이라는 젊은이의 사생활과 분단 상황이 얽혀 전개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내 삶을 사회 속에 넣어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책을 읽은 지 얼마 후 사회학을 공부하면서 밀스(C. W. Mills)라는 사회학자가 그렇게 생각하는 법을 ‘사회학적 상상력’이라고 부른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이 책을 약 10년에 한 번씩 다시 읽는다. 


앎과 삶 / 이규호 

 

인문학과 사회학에서 앎의 원천은 삶이다. 나의 개인적 삶은 내가 하는 학문과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책은 앎과 삶이 어떻게 이어져 있는가를 나에게 가르쳐주었다. 내가 삶이 쏘옥 빠져버린 메마른 과학적 사회학이 아니라 머리를 맑게 하면서도 마음에 감동을 주는 ‘예술로서의 사회학’을 하게 된 시발점에 이 책이 있다. 누렇게 빛이 바랜 그 책은 아직도 내 서가에 꽂혀 있다. 


지식인의 표상 / 에드워드 사이드


1994년 여름, 미국 보스턴에서 영어 원서로 이 책을 처음 읽었다. 1996년에 나온  이 책의 첫 번역판에 오역이 많았는데 2012년 다시 번역되어 나왔다. 나는 이 책에서 사이드가 제시하는 것처럼 전문가가 아니라 아마추어로, 권력추구가 아니라 권력비판으로, 안락한 정주자가 아니라 자발적 유배자로 살아가는 참된 지식인의 삶을 살려고 애쓴다.  

 

둥지의 철학 / 박이문


팔순이 넘은 원로 철학자 박이문이 자신의 철학 인생을 정리하고 종합한 노작이다. 저자는 종교, 철학, 과학, 예술의 영역을 오가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세계관을 시적 철학이자 철학적 서사시라고 할 수 있는 ‘둥지의 철학’으로 종합했다. 지적으로 투명하고 정서적으로 만족스럽고 도덕적으로 선한 삶을 추구한 철학자 박이문의 무르익은 세계관과 인생관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가 생각하며 산다는 것은 감성적으로나 지적으로 자신에게 편안한 철학적 둥지를 짓고 그것을 끊임없이 리모델링하며 사는 삶이다.    


실천도덕으로서의 정치 / 박영신


체코의 반체제 극작가로서 민주화운동에 헌신하다가 동유럽 사회주의체제 붕괴 이후 대통령으로 선출된 양심적 지식인 바츨라브 하벨의 삶과 사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진리 안에서의 삶”을 추구하는 “힘없는 자의 힘”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이 책은 대다수의 사람들의 눈에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원칙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특정 상황에서 역사를 바꾸는 동력이 되는가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눈앞의 현실을 넘어서는 초월의 의미세계와 이어져 있는 사람만이 문제가 많은 현실을 돌파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사당동 더하기 25 / 조은


이 책은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한 가난한 가족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과 함께 같은 기간 동안 촬영한 영상 기록이 DVD로 첨부되어 있다. 4세대에 걸쳐 전개되는 가족 이야기를 추적하는 이 책은 가난이 어떻게 대물림되는가를 구체적인 현장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멀리 위에서 날면서 하는 메마른 설문조사가 아니라 발로 뛰며 땀 흘리는 밑으로부터 하는 현장연구의 전범을 제시한다. 


지도와 영토 / 미셸 우엘벡


저자는 자기와 같은 이름을 가진 한 예술가를 등장시켜 오늘날 프랑스 사회의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며 극단적인 개인주의자의 고립된 삶의 방식을 통해 한 때 영광스러웠던 프랑스 사회의 어두운 미래를 전망한다. “부는 유복함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 어린 시절부터 유복함에 단련되어 있는 사람들만을 행복하게 한다. 어려웠던 인생 초창기를 겪은 사람이 갑자기 부를 손에 쥐면, 그를 엄습하는 첫 번째 감정은 바로 공포다. 때로 잘 대처하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것일 뿐, 결국은 부에 완전히 잠식당하기에 이른다”와 같은 사회학적 통찰이 담긴 문장들이 군데군데 박혀있다.     


남자의 자리 / 아니 에르노


대학에서 프랑스 현대문학을 전공하고 부르주아 사회로 편입한 딸이 노동자 출신으로 지방에서 작은 식료품상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렸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를 읽으면서 문화적 불평등이 낳는 ‘상징적 폭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작가는 ‘문화자본’과 ‘아비튀스’라는 개념을 밑에 깔고 어린 시절 그렇게 친밀한 관계를 가졌던 아버지와 더 이상 가깝게 지낼 수 없게 되는 과정을 거리를 두고 세밀하게 묘사한다. 그건 아버지와 딸 사이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문화적 지배층과 피지배층 사이의 문제이기도 하다. 많은 경우 좋은 소설은 사회학 논문보다 힘이 세다. 


아버지에게 드리는 편지 /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 문학의 원점은 아버지와의 갈등관계에 있다. 어린 시절부터 편지를 쓰게 된 시점에 이르기까지 아버지와 자신의 관계를 전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카프카의 이 보내지 못한 편지는 그가 평생 겪은 정신적 고통을 공감하고 그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열쇠를 제공한다. 이 긴 편지는 문학을 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진정한 삶을 살려는 아들과 아들의 세속적 성공만을 바라는 자수성가한 아버지 사이의 특수한 갈등을 표현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상의 모든 부자관계의 보편적 차원을 보여주고 있다. 



추천인 : 정수복 (사회학자)


걷는 사람이다. 도시를 걷듯이 책 속을 걷는다. 걸으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자 한다. 주변부와 중심부를 자유롭게 오가고, 이곳과 저곳, 여기와 저기를 가로지르며, ‘당연의 세계’에 질문을 던지고 ‘물론의 세계’를 흔들어놓는다. 그는 사회학자이면서, ‘과학적 사회학’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예술로서의 사회학’을 지향하며 모든 사람을 위해 글을 쓰는 작가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서울의 연세대학교와 파리의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인문학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저서 『의미세계와 사회운동』 『녹색대안을 찾는 생태학적 상상력』 『시민의식과 시민참여』 등은 보다 인간적인 사회학에 한 걸음 더 다가서기 위한 시도의 기록들이다. 


1999년에서 2001년 사이에 KBS TV <정수복의 세상 읽기>와 CBS 라디오 <시사자키>의 진행을 맡으며 동시대 사람들과 활발히 소통하던 그는 2002년 돌연 서울을 떠나 다시 파리로 갔다. 


그후 10년 동안 거미가 거미집을 짓듯이 파리 곳곳을 종횡무진 걸으며 새로운 사유와 글쓰기 방식을 모색했다. 파리 체류기간에 출간한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당연의 세계 낯설게 보기』는 2007년 출판문화대상을 수상했고, 『파리를 생각한다-도시 걷기의 인문학』은 문화체육관광부 권장도서, KBS <책 읽는 밤>이 선정한 ‘2009년의 재미있는 책’, YES24 선정 2009년 추천도서로 꼽혔다. 이후 『파리의 장소들-기억과 풍경의 도시미학』 『프로방스에서의 완전한 휴식』을 펴내며 사유하는 산책자로서의 통찰을 담았다. 


2013년 지금은 서울과 파리를 오가고 도시와 책 속을 걸으면서 새로운 글쓰기를 실험하고 있다.



정수복 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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