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책은 죽고 싶지 않아서 고통을 참고 읽는 것이었다. 좌파이고, 사람들과의 교류도 거의 안 하고 살아가는 나를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책 밖에 없었는데, 너무 어렵고 지겨워서 울면서 읽은 적도 있었다. 한 가지 좋았던 점은, 책을 읽고 있을 때에 딴 생각이 날 때, 그걸 즐길 수는 있었던 것 같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거나 새로운 생각이, 나는 책을 읽을 때 주로 난다. 책에 집중하는 좋은 독서가는 아닌 것 같지만, 어려운 책을 읽을 때, 가끔 나는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책을 보면서 정말 즐겁고 재밌다는 생각이 드는 유일한 책은 만화이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를 읽으면, 정말로 행복해진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장하준과 같은 시대를 살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행복이다. 그는 이미 충분한 성과를 이루었고, 언젠가 스티글리치가 그랬던 것처럼 세계은행 부총재도 되고, 노벨경제학상도 타게 될 것이다. 언젠가 우리가 다시 금융위기로 절체절명의 순간이 올 때, 그가 우리의 재경부 장관으로 오면서 해외의 불안을 덜어주는 날이 한 번은 올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새로운 테제 한 두 번을 더 내고 더욱 높은 반열의 대가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맛있는 식품법 혁명 / 송기호

현재 송기호는 한국의 에이스다. 광우병 때도 그랬고, 한-EU FTA 때도 말도 안 되는 오역을 잡아내면서 그야말로 나라를 벌써 몇 번 구한 사람이다. 그가 맘 먹고 대중들에게 말을 건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로서 그는 완성되어 가는 중이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농민으로 살다가 언젠가 농민이 될 변호사, 한국 농업은 지금 그의 어깨에 달려있다. 그와 동시대를 산다는 게 자랑스럽다. 

 
지리산 행복 학교 / 공지영

지난 촛불시위 때, 8.15 집회를 공지영과 함께 한 적이 있다. 그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가이다. 그와 지리산 얘기 기획을 같이 준비할 때, 이게 이 정도로 멋드러진 책으로 나올 거라고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그가 얼마나 큰 사람인지, 내가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는 그가 ‘우리 시대의 박경리’가 되기를 기대하고, 그가 국가가 내리는 훈장이 아니라 민중들 그리고 여성들이 기억해주는 걸 더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 표류기 / 허지웅 

허지웅의 글을 처음 보면서 떠올랐던 생각은, 젊은 날의 조세희의 글이 이렇게 밝으면서도 멜랑콜릭하고 또 맛깔스러운면서도 정곡을 찌르지 않았을까, 그런 것이었다. 그가 언젠가 더 깊은 경험과 풍부한 사색 위에서 우리 시대의 ‘난쏘공’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가난하고 꾸질꾸질한 얘기를 사회와의 관계를 잊지 않고 묘사할 수 있는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다. 
 
정치의 발견 / 박상훈

정치를 통하지 않고 우리가 해방될 수 있거나 자유로와질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없다. 어쩌면 정당을 혐오하고, 정치를 증오하는 것은 우파들이 “너희들은 그런 관심 갖지 말고, 정치는 우리들이 다 할께”라고 설정해 놓은 프레임인지도 모른다. 나는 박상훈에게 정치적 허무주의를 극복하는 방법을 배웠다. 
 

말들의 풍경  / 고종석

언어학이라는 학문은 아주 좋은 학문이다. 언어학을 기반으로 우리 말, 외국 말 그리고 사회적 모습을 그릴 수 있던 첫 번째 언어학자가 바로 고종석인데, 불행히도 문사철의 사망 이후 그렇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언어학자가 또한 고종석이 아닐까 싶다. 말장난과 언어유희가 얼마나 재밌을 수 있고, 깊을 수 있는가, 누군가 고종석의 대를 이어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햄버거에 대한 명상 / 장정일

고등학교 때 나의 꿈은 시인이 되는 것이었고, 오랫동안 시습작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장정일의 <햄버거에 대한 명상>을 읽고 시인의 꿈을 접고, 그냥 하던 공부나 열심히 하기로 했다. 이 시집이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한국에서 최초의 생태시이다. 언젠가 장정일은 자신에게 ‘시귀’가 떠났다고 한 적이 있는데, 우리 모두를 위해서 그 시귀가 다시 돌아오기를 소망한다. 
 
 문명 속의 불만 / 프로이트

내가 사용하는 많은 개념들의 원천이 바로 이 책이고, 학자로서 흔들림이 있을 때마다 돌아가서 프로이드의 이 질문에 답하려고 한다. 그의 유언과도 같은 이 책에서 우리는 서로 싸워서 결국 전쟁으로 멸망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사회는 부강한 나라나 경제적 번영이 아니라 전쟁 없는 사회라는 것 그리고 그걸 위해서 우리가 더 많이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고전적인 생각을 이 책에서 배웠다. 사랑하는 사람과 일하는 법, 그것도 이 책에서 배웠다. 어지간한 자기계발서보다는 훨씬 더 실용적인 책이다.


추천인 : 우석훈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현대환경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 등에서 근무했고, 유엔 기후변화협약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로 국제협상에 참가했다. 이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초록정치연대 등의 단체에서 활동하며, 경제와 사회, 문화와 생태의 영역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글쓰기와 강연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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