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업실이자 서재에는 책이 별로 없다. 이유는 두 가지. 우선 나이 들면서 소장하던 책을 지인들에게 그냥 나눠주는 버릇이 생긴 것. 내가 죽고 나서 먼지 쌓인 책들이 유령처럼 작업실을 점령하고 있는 것을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치니까. 두 번째 이유는 사전처럼 되풀이해서 뒤적일 만한 책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 책의 경우 바다 건너에서 명저들이 시나브로 출간되어 얼마나 부럽고 다행스러운지. 잘 팔리지도 않는 두툼한 과학 책들을 꼬박꼬박 번역해내는 몇몇 출판인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 책들을 읽고 또 읽으면서 나는 자주 오르가슴을 느낀다.



괴델, 에셔, 바흐 /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책이다. 1988년 우연히 이 책을 보고 과학칼럼니스트가 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까치 박종만 사장에게 번역을 시나브로 권유하기도 했다. 1999년 출간  이후 20년 만에 번역판을 펴낸 박사장의 집념이 없었더라면 국내 독자들은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융합한 세계적 화제작을 접하는 행운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욕망의 경제학 / 피터 우벨


행동경제학 책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는 국내 독서 풍토가 이해가 되지 않긴 하지만 한편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행동경제학만큼 흥미로운 접근방법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에 <행동경제학은 무엇을 말하는가>라는 제목의 해제를 보태서인지 지식융합 강연을 다니면서 행동경제학의 기본적 이해를 위해 이 책의 일독을 강추하고 있다.


인문학자, 과학기술을 탐하다 / 박이문 외 공저

 

융합은 이 시대의 핵심 화두이다. 특히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은 스티브 잡스 덕분에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에 대해 깊은 이해와 식견을 가진 대표적 인문학자들의 글이 20편 넘게 실려 있는 이 책이 기획되지 않았더라면 한국사회의 융합 논의는 얼마나 공허하고 시시했을까.



촛불, 횃불, 숯불 / 김지하


 “통섭. 이 단어는 앞으로 틀림없이 저주받은 말로 전락할 것”(231쪽)이다. 생물학으로 학문 통합하자는 고유명사인 ‘컨실리언스’가 생뚱맞게 원효스님의 사상을 빌려 ‘통섭’으로 번역되어 지식 통합을 의미하는 보통명사로 사용되는 한국 지식인 사회의 어리석음을 질타한다. 옷깃도 스친 적 없는 내가 촛불집회에 대해  <조선일보>에 발표한 칼럼을 언급한 대목(237쪽)도 나온다.



갈릴레이의 생애 / 베르톨트 브레히트


브레히트의 희곡은 어느 과학서적보다 절절하고 실감나게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 있다. 뒤렌마트의 희곡 역시 전율을 느낄 만큼 울림이 크다. 연구는 시늉만 하고 외제 박사학위를 앞세워 정치 권력에 부나비처럼 아첨하는 정치과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꼭 스테디셀러가 되고 말아야 할 책이 아닐는지.



빈 서판/스티븐 핑커


이 책을 영어사전처럼 참조하면서 나는 자주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인지괴학, 뇌과학, 진화론 등을 종횡무진 넘나들면서 정치, 섹스, 인문학, 예술 등에 관해 명쾌한 논리를 전개하는 글 솜씨에 압도당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저술가가 미국과 영국에는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많다니. 서재의 명당자리에 꼭 꽂아두고 시나브로 펴보면서 나를 담금질한다.  



추천인 : 이인식 (과학칼럼니스트, 지식융합연구소장)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였다. 현재 지식융합연구소 소장이며, 과학문화연구소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 KAIST 겸직교수를 역임했다. 대한민국 과학 칼럼니스트 1호로서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부산일보》 등 신문에 470편 이상의 고정 칼럼을, 《월간조선》《과학동아》《주간동아》 《한겨레 21》등 잡지에 160편 이상의 기명 칼럼을 연재하며 인문학과 과학기술이 융합한 지식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2011년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의 월간지 《PEN》에 나노기술 칼럼을 연재하여 국제적인 과학 칼럼니스트로 인정받기도 했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과학 칼럼이 수록되었다. 제1회 한국공학한림원 해동상, 제47회 한국출판문화상, 2006년 《과학동아》 창간 20주년 최다 기고자 감사패, 2008년 서울대 자랑스런 전자동문상을 수상했다.



이인식 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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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항상 무언가 쓸 것에 쫓기는 나 같은 사람은 더욱 그러하다. 항상 읽어야 할 것을 읽는다. 어떤 책과의 진정한 만남이란 책이 어떤 새로운 만남의 장이 될 때를 뜻한다. 생각지 못한 것과의 만남, 알 수 없는 어떤 것과의 만남 말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필경 길을 잃을 것이고 오던 길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거기서 우리는 무언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게다. 때로는 종잡을 수 없는 어둠, 때로는 감 잡을 수 없는 형상과 대면했던 책, 그것이야말로 내게 하나의 ‘사건’으로 다가온 책이었다.


 

벽암록 / 원오극근 (장경각 판)

내가 읽었던 모든 책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가장 황당한 책,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문장도 이해할 수 없었으나 다 읽을 때까지 손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던 책이다. 쥐락펴락, 턱없이 웃긴다 싶다가도 어느새 내 머리를 후려쳤다. 어떻게 이런 책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안타까운 것은 󰡔벽암록󰡕을 자처하는 책들이 대개 작품에 담긴 불가해한 문장의 매력을 애써 쉽게 풀어주려 한다거나 원오의 탁월한 문장을 편역자들의 문장으로 대신하려 한다는 점이다. 내가 읽은 장경각 판은 번역의 아름다움도 두드러졌는데, 아쉽게도 절판 되어 쉽게 읽을 수 없게 됐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환한 어둠 속에 있는 책이다.

* 이진경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장경각 판의 '벽암록'이 절판되어 아쉽게도 알라딘 내에서 이미지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다른 버전으로 대체할 수가 없어 이렇게 남겨두는 점 양해 바랍니다.

변신: 카프카전집 1 / 프란츠 카프카

카프카의 소설이 다 그렇지만, 특히나 그의 단편들은 짧은 글 속에 다의적인 이야기를 놀랍도록 응축시킨다. 그래서 카프카는 미래의 시간을 포함해 자신의 시대를 거기 충분히 담았지만, 모든 이야기가 기이하고 비의적인 전설이 된다. 고풍스러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이상한 전설들. 그의 단편에 나오는 한 문장이 그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전설이란 진실의 바탕에서 비롯하는 것이므로 다시금 수수께끼 속에서 끝나야 한다.”

픽션들, 알렙 / 루이스 보르헤스

종종 문학작품을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는데 그때 나는 약간의 심술을 섞어 미련스레 답한다. “짧게 써도 될 걸 길게 써서, 읽기 힘들어요.” 하지만 카프카 이상으로 보르헤스는 이런 말을 하려는 내 입에 주먹을 쑤셔 넣는다. 책 속에서 우주를 뒤져대던 도서관 사서답게, 길지 않은 글에 놀라운 지식과 사유를 쟁여놓았다. 보르헤스는 그런 이야기들로 언제나 우리에게 능청스레 답하지만, 그가 내놓는 답은 항상 그 이상의 물음들이다. 답에서 새로운 물음을 발견하는 즐거움이란!

문학의 공간 / 모리스 블랑쇼

오르페우스는 애써 연인 에우리디케를 찾아냈으나 그녀에게 눈길을 보낸 순간 그녀는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갈구하는 자의 운명은 이런 오르페우스의 운명과 같다. 그가 마침내 찾아내고자 하는 건 언제나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다시 시작해야 한다.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찾으러 떠나야 한다. 하여 끝없이 떠나야 한다. 그 순간이란 내 안에 있던 ‘누군가’가 반복하여 죽는 순간이다. 시가 찾아온 순간, 시인 안의 누군가가 죽듯이. ‘죽음’의 매력,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이 책처럼 아름답게 알려줄 방법이 있을까?

티카 / 스피노자

기하학적 방식으로 쓰였다는 것은 수학적 명증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겠다. 그에 따라 정의, 공리, 정리, 주석으로 정연하게 정돈되었는데도 이 책만큼 ‘명증하게’ 읽기 어려운 책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려움은 문장이나 글이 어려워서라기보다 그의 사유가 갖는 변종적인 독창성 때문이고, 언제나 생각하던 것만 생각하는 우리 사유의 통념성 때문일 게다. 모든 것을 신으로 보는 존재의 사유에서 기쁨의 윤리학을 거쳐 필연성의 세계에서 얻어지는 자유의 사유가 장대한 것은 단지 우주가 장대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빠빠라기 / 투이아비, 오래된 미래 /  노르베리-호지

생각지 못한 것과의 만남이 읽기 어려운 책과의 만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남태평양 섬나라 사모아의 추장 투이아비가 유럽, 아니 우리가 사는 세계와 만나면서 겪은 놀라움과 이해 불가능성을 담은 『빠빠라기』는 오히려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삶, 이해하기 어려운 삶과 만나게 해준다. 노르베리-호지가 티베트 라다크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발견한 것은 『빠빠라기』와는 반대 관점에서 놀랍고 생각지 못한 것들이다. 여기에 ‘오래된 미래’라는 이름을 붙임으로써 그는 ‘전근대’라는 시간표를 붙여 우리가 쉽게 묻어버린 것을 우리가 사는 근대의 이후로 옮겨놓는다. 묻어버릴 수 없는 것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 ‘나우시카’를 봤으니 이 만화책을 읽지 않겠다는 건, 「변신」만 읽고 카프카 작품집을 던져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만화는 만화들이 강박적으로 만들어내는 흔한 인위적 반전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 또한 만화라면 버리기 어려운 선악의 대립구조를 끌고 가면서도 선과 악을 모두 뒤집어버린다. 오염과 생태적 재앙을 다루는 텍스트의 전제인 깨끗함과 더러움을 수긍하면서도 그것 전체를 역전시킨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화가로서의 천재성만을 지녔다고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작품집은 만화만으로도 사상가 반열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추천인 : 이진경 (철학자)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서구의 근대적 주거공간에 대한 공간사회학적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노마디스트 수유너머N에서 활동하며, 박태호라는 이름으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기초교육학부에서 강의하고 있다. 1980년대를 보내면서 이진경이라는 이름으로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방법론》을 썼고, 그 책이 허명을 얻은 덕분에 본명은 잃어버렸다. 사회주의 붕괴 이후 근대성에 대한 비판적 연구를 시작해 그 첫 결과물로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발표했다. 이후 자본주의와 근대성에 대한 이중의 혁명을 꿈꾸며 《맑스주의와 근대성》,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철학의 모험》, 《이진경의 필로시네마》 등을 썼고, 사회주의 붕괴 이후 혁명의 꿈속에서 푸코, 들뢰즈·가타리 등과 사유하며 《노마디즘》, 《철학의 외부》, 《역사의 공간》, 《불온한 것들의 존재론》 등을 썼다.


이진경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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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 2012-07-13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장경각판의 벽암록을 구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을까요?
 

 



 

위학일익 위도일손(爲學日益 爲道日損)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구절이다.  ‘배움은 날마다 채우는 것이며, 깨우쳐 도에 이르려면 날마다 비워내야 한다’는 뜻이다. 책만 읽어대지 말라는 뜻으로 오해할 지도 모르지만 역설적으로 道를 깨닫기 위해 비워야 한다는 것도 책을 읽어 알게 된 것 아니던가. 비울 것을 뭐 하러 애써 채울까 고민하는 분이 계실까? 책을 읽는 행위란 두 사람이 산 중턱에 서있지만 한 사람은 정상을 밟고 흥겨워 내려오는 사람이고 한 사람은 겨우 오르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책을 통해 채우고 비우는 일은 산을 오르고 돌아오고 또 오르는 것과 같으니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  / 강신주 


시 읽기와 철학이 동시에 즐거워지는 책이다. 우리 시 20여 편을 이리 저리 입안에서 굴리며 철학의 맛을 탐색해 들어가는 재미도 재미지만 그 무게는 묵직하다. 노장 사상과 종교와 현대철학이 버무러진 이 책을 곱씹다 보면 오늘 현대인의 아픔과 현대 사회의 암울함에 대한 성찰도 푸짐하게 건져낼 수 있다. 시인이 가슴으로 느낀 것과 철학자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것들이 만나는 장면에선 절로 무릎을 치게 되는 책. 



가짜 논리 : 세상의 헛소리를 간파하는 77가지 방법 / 줄리언 바지니


우리가 흔히 범하거나 속는 논리의 오류들을 알기 쉽게 풀어내며 무릎을 치게 하는 책. 언론을 통해 공개된 실제 사례를 제시한 후 허점을 파헤친다. 곳곳에 반짝이는 유머와 위트도 읽을거리. 테러와 이라크 전쟁, 환경 문제, 종교, 낙태, 안락사, 빈곤 문제 등 복잡한 현실을 꿰뚫어 보는 모처럼의 좋은 돋보기를 얻은 기분이다.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 에두아르노 갈레아노


우루과이 태생의 저널리스트이자 역사가인 에두아르노 갈레아노는 정치적 저항과 망명의 험한 길을 걸어 온 좌파 지식인이다. 그러나 그가 좌파인 것은 라틴아메리카의 역사가 극우 정권에 의해 짓밟혔기 때문이지 그는 휴머니스트일 뿐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정치와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지만 그의 문체는 환상적이고 유머러스하다. 제국주의와 신자유주의가 라틴 아메리카를 병들게 하는 과정은 오늘의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무위당 장일순의 노자 이야기 / 이현주 

 

노자의 도덕경을 오늘의 시대에 비추어 해석하고 오늘의 시대를 노자의 도덕경으로 풀어 쓴 책. 우리 사회에 민주와 생명의 가치를 일깨우되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일깨운 최고의 스승 장일순 선생이 제자와의 훈훈한 담소로 엮어냈다. 유불선과 기독교, 동학의 깨우침으로 20세기 세계사를 읽는 놀라운 경험을 만날 수 있다. 



깨어나십시오 / 앤소니 드 멜로 


저자 엔소니 드 멜로는 가톨릭계에서는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예수회 소속  영성 지도자이다. 그는 자신이 영적으로 성숙했다고 자만하며 매너리즘에 빠진 종교지도자들을 질타하고 깨트려 버리는 놀라운 재능을 갖고 있다. 허위의식과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더 나아가지 못한다면 멜로 신부에게 도움을 청하자. ‘깨어나십시오’는 저자의 여러 저술 중 영성이 집약된 책이다. 혹시 기독교적 이해가 부족해 부담스럽다면 ‘행복한 삶으로의 초대’를 권한다. 



남북 경계선의 사회학 / 박명규 


‘포스트-김정일시대의 통일평화 구상’이라는 부제가 붙은『남북 경계선의 사회학』은 정치학자가 아니라 사회학자가 바라 본 남북한과 민족의 미래이다. 군사와 외교, 국제정세의 틀 속에서 바라보기 십상인 민족문제를 남북 간 이념적 대립과 정서상 차이 등으로 발생하는 심리적 경계에 주목해 살핀다. 남북 사회의 서로 다름이 빚어내는 이른바 ‘비대치성’이 과연 미래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면밀하고도 폭넓게 분석했고 결론도 독특하다. 통일이라는 대명제 속에 담긴 민족의식, 이념갈등, 감정대립, 정치적 이해타산 등 다양한 요소들에 대한 과학적으로 분석이 크게 유익하다. 2013년에 시작될 새로운 정권의 통일정책과 관련해 미리 읽어볼 책이다. 



추천인 : 변상욱 


CBS 보도국 대기자(大記者). 사회부. 정치부 기자를 거쳐 사건팀장, 시사제작팀장, 국제부장, 해설주간, 뉴스앵커를 역임했고 한국민주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매일 아침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변상욱의 기자수첩’이라는 칼럼을 진행하며, 해직기자들이 주축이 된 뉴스타파에서 ‘변상욱의 칼럼’을 맡고 있다. 



변상욱 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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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2012-05-24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변상욱 기자닷! 요즘 유일하게 욕안하고 듣는 CBS뉴스에서 만나는 분이라니!!이분의 촌철살인, 진지한 기자정신과 시대정신, 기자다운 비판정신...저 너무 너무 좋아하는 분이에요. 진실한 언론인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추천하는 책이라 일단, 신뢰가 가네요^^.

차카니 2012-06-06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칼럼이니 사설이니 이런거 괜히 어렵고 멀게 느껴져서 아이에겐 읽으라 닥달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읽지 않는 그런 사람인데요 뉴스타파에서 변상욱대기자님 칼럼 꼬박 챙겨 봅니다.어렵지 않아요. 이해가 참 잘돼요.지식이 아무리 풍부해도 강한어조 경직된 표정으로 전달한다면 거부감 들기마련인데 변상욱님은 달라요.잘 보고 있습니다.변상욱님이 추천하신다니 이 책들 다 보고싶네요.좀 어려울라나......ㅠㅠ

정정순 2012-07-05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요즘 보기 드물게 존경할 수 있는 기자... 변상욱기자님!!
존경하고.. 또 감사합니다.
매일 아침 전해주시는 기자수첩!! 오늘은 뭘까? 늘 기대하며 청취합니다.
살아있는 뉴스.. 진실한 취재.. 계속 부탁드립니다.. 파이팅!!!
 



 

책은, 혹은 독서 행위는 현실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쳤을 때 심리적 완충제인 ‘환상’을 제공해주는 도구이며, 책 속 인물들의 다채로운 감정을 경험하는 간접적 자기 표현 방법이다. 책 속 인물들의 삶에 미래를 대입시켜보는 생의 예행연습이며, 한 인간으로서 정체성을 만들어갈 때 그 재료나 디딤돌이 되어 준다. 또한 책은 인류가 간직해온 지식, 지혜, 통찰, 신비를 꺼내 쓸 수 있는 거대한 보물 창고이다. 언젠가 맞닥뜨리게 될 죽음의 뒤통수를 미리 잠깐씩 엿보아 두는 방법이기도 하다.

 

 

영혼의 자서전 / 니코스 카잔차키스

“시각,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지성 -- 나는 내 연장들을 거둔다. 밤이 되었고, 하루의 일은 끝났다. 나는 두더지처럼 내 집으로, 땅으로 돌아간다. 날이 저물었다.” 74세에 사망한 작가가 72세에 쓴 자전적 작품. 사유의 폭이 인류의 집단 무의식에서 거대한 우주까지 넘나드는 작가가 70년 이상 살면서 건져올린 생에 대한 통찰과 지혜가 그득한 작품. 20대에 처음 읽은 이후 가끔씩 아무 페이지나 펼쳐 가만히 읽는다. 별이 쏟아진다.



작은 사건들 / 롤랑 바르트

가우디, 카뮈와 함께 취한 채 거리에서 사망한 예술가군에 포함된 롤랑 바르트가 사망한 후 출간된 유고작. 단상 모음인 ‘작은 사건들’과 일기처럼 보이는 ‘파리의 저녁 만남’이 수록되어 있다. 죽음 이후 세상에 노출될 것을 알았다면 그 원고들을 남겼을까. 냉철한 지성인 페르소나로 살았던 사람이 죽음 이후 드러낸 뜨겁고 끈적한 것들 -- “결과적으로 볼 때 내겐 거리에서 만나는 게이들밖엔 남아 있지 않다.” --에서 다시 인간이 보인다.



 

문학은 자유다 / 수전 손택

작가 사망 이후 출간된 유고작이지만, 작가가 죽음의 순간까지 준비해왔던 원고라는 점에서 ‘작은 사건들’과 다르다. 하지만 사적이고 내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가진다. 문학평론, 정치비평, 강연 원고들이 실려 있지만 한 인간의 삶의 회고록 같은 느낌으로 읽힌다. “단어를 사랑하고, 문장을 두고 고민하고, 세계에 관심을 갖는 것, 그리고 진지할 것.” 작가에게 주는 충고가 그의 삶과 글 속에 완성되어 있다.



 

안동 장씨, 400년 명가를 만들다 / 김서령

근대 이전 여성에게는 네 가지 직업이 있었다. 본처, 첩실, 기생, 무당. 그 중 본처라는 직업을 가지고 가정 관리 스페셜리스트로 살았던 한 여성의 삶의 이야기. 부자유한 시대에 비범한 개인으로 태어나, 개인적 비범함을 공동체가 요구하는 평범함 속에 녹여내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음식 디미방’일 것이다. 그것은 “여성이 도에 이르는 길”이기도 했을 것이다. 근대와 현대, 여성성과 남성성, 평전과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체가 매혹과 품격을 확보하고 있다.



 

히틀러 최후의 14일, 요아힘 페스트

‘히틀러의 정신분석’은 미국 정보국이 2차 대전중 정신분석가들을 동원하여 히틀러의 심리와 그의 앞날을 예상해본 책이었다. 그 책에는 공포와 망상에 사로잡힌 인간 히틀러가 잘 묘사되어 있었다. 이 책은 그 책보다 첨예하고 적나라하게 불안한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다. 몰락해가는 생이 14일밖에 남지 않았을 때, 불안과 공포라는 괴물에게 쫓기는 인간이 얼마나 냉혹하고 기이한 곳까지 치닫는가 알게 된다. “몰락도 하나의 성취이다.”고 말하는 곳.



추천인 : 김형경 (소설가, 시인)

소설가이자 시인. 1960년 강릉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983년 《문예중앙》에 시가, 1985년 《문학사상》에 중편소설 《죽음 잔치》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1983년 첫 장편소설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로 제 1회 국민일보 문학상을 수상하며 전업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장편소설 《세월》,《피리새는 피리가 없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성에》, 《외출》, 《꽃피는 고래》를 발표했고, 창작집 《단종은 키가 작다》, 《담배 피우는 여자》, 시집 《모든 절망은 다르다》 등을 펴냈다. 심리 에세이로 《사람풍경》, 《천 개의 공감》, 《좋은 이별》,《만가지 행동》이 있다. 제10회 무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김형경 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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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모두 다’라고 봅니다. 정보와 지식의 제공자이기도 하고 조언자이기도 하며 토론의 상대자가 되기도 하고, 위안을 주기도 합니다. 책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시공간 속에서 수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는 인간은 유한해도 너무나 유한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책은 인간보다 수명은 훨씬 길면서 거리상의 제약을 뛰어넘습니다. 책은 우리의 ‘개체성’이 지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줍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 / 미하일 불가코프

어떤 철학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신이 사는 도시를 한 번 거꾸로 봐야 바르게 볼 수 있다.” 1930년대 소련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의 기본 구도는 바로 이와 같은 ‘거꾸로 보기’입니다. 악하면서도 변증법적으로 선(善)을 행하게 돼 있는 악마가 모스크바를 방문해, 경직된 관료사회에서 숨 쉴 수 없게 된 외로운 작가인 ‘거장’을 돕는다는 설정입니다. ‘악마의 힘에 의한 구출’ 과정에서 현실에 대한 고발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사회화를 거부하는 창조적 개인의 의미가 다시 한 번 강조됩니다.


 

꽃 속에 피가 흐른다 / 김남주

‘1980년대’는 이제 누구나 쉽게 비판할 수 있는 ‘먼 과거’가 됐지만 당시 비판받아 마땅한 획일주의와 거대담론의 폭력성, 민족주의만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닙니다. 지금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혁명적 열정이 있었고, 지식인 중 일부는 자본주의적 ‘자기 판매’, 시장적 거래를 거부하며 민중 속에서 유기화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시인의 세계관과는 별개로, 모든 게 상품화된 이 시대에 그의 열정과 민중에 대한 사랑은 진한 향수와 그리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박헌영 평전 / 안재성

박헌영은 단순한 개인은 아니었습니다. 길지 않은 인생의 약 5분의 1을 일제치하의 고문실과 감옥에서 보내면서도 전향을 거부하며 끝까지 저항했습니다. 그는 일본강점기 조선 민중들의 숙원을 담은 공산주의 운동, 즉 민족해방운동의 가장 양심적이고 급진적인 면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해방 후 분단된 조국은 그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남한에서는 지하생활을 전전하는 수배자가 되었고 북조선에서는 끝내 처형당하고 맙니다. 이 책에서 이러한 비극의 근원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 / 프란츠 파농

폭력이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그러나 우리가 도덕주의자이기보다 변증법적 사고를 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되고자 한다면 폭력의 양면성․양가성도 인정해야 합니다. 폭력은 물론 본질상 악이지만 악이 만연한 식민지적 상황에서는 반체제 폭력이 불가피하고 선한 기능이 있는 ‘차선’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은, 폭력의 변증법일 것입니다. 저는 이 점을 파농에게 배웠습니다.



 

민중의 세계사 / 크리스 하먼

한국 민중 운동사의 가장 큰 결점 중의 하나는 국제 연대가 부족했다는 점입니다. 병영 국가의 폐쇄성 탓이기도 하지만 민중 운동은 타자를 인식하는 데 서툴렀으며, 폐쇄적 민족주의의 함정을 피하지 못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이 함정을 피해 일국 차원의 민중 운동을 전 세계적 민중 운동의 일부분으로 만들자면 이 《민중의 세계사》와 같은 책을 꼭 독파해야 합니다.




추천인 : 박노자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라는 이름으로 러시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영화 <춘향전>을 보고 품은 막연한 동경 때문에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국립 레닌그라드대학교 동방학부 조선학과를 졸업하고 국립 모스크바대학교에서 고대 한국의 가야사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뒤 국립 모스크바대학교와 러시아 국립 인문대학교 강사, 경희대학교 러시아어과 전임강사를 거쳐, 2001년 ‘박노자’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귀화했다. 현재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에서 한국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인 아내와 사랑스러운 자녀들과 함께 오슬로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애정과 약자에 대한 부채 의식을 가지고 더 나은 한국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자 활발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그는, 불교 사상에서 깊은 영감을 받은 대한민국의 대표적 진보 지식인이다. 이미 2,500년 전 붓다가 말한 가르침에서 근대 철학으로는 닿을 수 없었던 ‘사상의 영혼’을 발견하고 깊은 감동 받은 바 있는 그는, 사회과학과 불교의 진리가 결국 통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그가 한국 불교에 던지는 통렬한 문제의식은 초기 불교의 경전에 대한 ‘해방적 시각’을 바탕으로 시간과 세대를 초월한 가르침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박노자 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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