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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철학자 들뢰즈는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만일 책이 우리에게 아무런 감응도 주지 않는다면, 그럼 다른 책을 집어 들면 된다. 바로 이것이 강렬한 독서이다. 무엇인가 발생하든가 아니면 아니든가, 그 뿐이다. 아무런 설명할 것도, 이해할 것도, 해석할 것도 없다.” 저는 이런 정신으로 책을 읽었고, 책을 썼습니다. 여러분도 이와 같은 강렬한 책읽기를 경험하며 자신을 발견하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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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전집 / 김수영
한국이 낳은 최고의 인문정신, 바로 김수영입니다.
김수영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삶에 직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는 온몸으로, 바로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라는 시인의 말을 들으면, 저는 제 나태함과 비겁함을 질타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을 돌아보아야 할 때마다 저의 손에 시인의 시집이 들려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일방통행로 / 발터 벤야민
프루스트는 홍차와 함께 먹던 마들렌에서 콩브레와 관련된 유년 시절을 복원합니다. 잘못 채워진 단추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다시 단추를 푸는 것이 빠른 길이기 때문입니다. 프루스트를 좋아했던 벤야민도 잘못 채워진 자신의 단추를 푸는 프루스트적인 길을 선택합니다. 마들렌처럼
자신이 살아내고는 있지만 의식하지는 못하는 삶의 진실을 가르쳐주는 다양한 사물과 사건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문화와 가치 / 비트겐슈타인
비트겐슈타인은 알바트로스처럼 가장 높은 곳에서 자신과 인간의 삶을 통찰했던 철학자입니다. 너무 높은 곳으로 비상해서인지 그의 시선은 고산의 서늘함이 느껴집니다.
삶에 너무 매몰되어 있을 때, 비트겐슈타인은 제게 삶을 써늘하게 내려다보는 감각을 보여줍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그런지 그는 제게 삶이 얼마나 따뜻한 것인지를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에티카 / 스피노자
서양철학자들이 물에 빠졌을 때 한 사람만 구해야 한다면, 저는 주저없이 스피노자를 구할 겁니다.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초월적인 신이 아니라, 우리 자신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던 철학자이기 때문입니다. 기쁨을 가져다주는 관계는 필사적으로 유지하고, 슬픔을 가져다주는 관계는 결단코 단절해야 한다는 스피노자의 절규는 아직도 제 가슴을 흔들고 있습니다.
저항 / 다니엘 벤사이드
자본과 권력이 마치 신처럼 인간이 통제하기 힘들 정도로 확장된 지금처럼, 인간의 자유와 힘이 위기에 처했던 적도 없을 겁니다. 너무나 거대한 적 앞에서 패배감이 커나갈 때, 벤사이드는 전면전인 게릴라전을 선택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적진에 뛰어들어 적의 무기로 쿨하게 싸우는 게릴라로서의 삶, 그리고 자신의 자유를 지키려는 저항 정신. 인간적 사회를 꿈꾸는 모든 분들이 읽었으면 합니다.
추천인 : 강신주
사진 출처 : 프레시안 (
www.pressian.com)
1967년 경남 함양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장자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4년에 무위자연과 절대자유를 주창한 노자가 사실은 전체주의적, 국가주의적 사상가의 원조라는 주장을 담은 <노자: 국가의 발견과 제국의 형이상학>을 출간해 주목받았다. 이 밖에도 철학을 우리 삶의 핵심적인 사건과 연결시켜 풀어 간 <철학, 삶을 만나다>, 전공 분야인 장자의 철학을 현실참여적인 실천철학으로 재해석한 <장자, 차이를 횡단하는 즐거운 모험>, 서양철학자와 문학가를 짝지어 자본주의 비판을 시도한 <상처받지 않을 권리> 등을 펴냈다.
노장사상을 전공한 동양철학자이면서 서양철학의 흐름에도 해박한 그는 쉽게 읽히는 인문학을 지향하며 2007년에 출범한 출판기획집단 문사철(文史哲)의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강신주 님의 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