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말은 많아졌는데, 키보드 앞에 앉기가 두려운 내가 생겼다. 떠벌떠벌 내가 꽤나 안이 꽉 찬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글을 쓰려고 하면 머리가 빈다. 명상을 할 땐 그렇게나 지우고 싶어하는 잡생각들이 지금은 온데 간데 없어서 앞으로 명상 대신 글을 써야 하나 싶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 좌우명을 정했을 때, '후회하지 말자.'라고 했다. 별 생각은 없었다. 하도 병신같은 짓을 잘해서, 이미 저지른 일인데 어쩔 수 없으니 괜히 에너지 낭비 말고, 잊고 다른 일 벌이자, 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지금껏 후회라고는 하지 않고 살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그 '후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살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일을 나의 선택때문에 또 겪어야 했고, 자신감 있었던 나의 선택 덕분에 나는 또 갈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후회를 할까. 하지 않는다면 합리화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합리화가 뭐 나쁜건가. 살면서 자기합리화 말고, 자기비하의 길로 빠지지 않는 최선이 무엇이 있겠나. 

작년 4월에 '당신의 표류하는 인생을 응원합니다.'라는 작은 메모가 담긴 다치바나 다카시의 [청춘표류]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친구에게 내가 평생 표류하며 살았으면 좋겠냐는 원망섞인 투정을 했더니,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인생'은 '청춘'의 오타였노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1년이 지나 다시 이 글귀를 읽어보니, '인생'이 '청춘'보다 오히려 좋다.  

   
 

 실패의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은 그가 아무리 대담한 삶을 살았다고 해도 결국 무모하게 살았을 뿐이다. 실패의 가능성을 침착하게 바라보면서 대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야말로 청춘을 제대로 산 것이다. 

(중략) 

 이제까지의 경력을 포기하고 새로운 직업을 가진 적이 두 번 있으며, 언제 돌아갈지도 모를 여행길을  나선 적도 두 번 있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여행지에서 병을 얻어, 돈도 떨어지고 치료할 방법도 없기에, 싸구려 여인숙 침대 위에 누운 채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번만큼은 안 되겠구나.' 이대로 있다가는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조차 후회하지는 않았다. 인생이 여기서 끝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거라며, 나도 모르게 묘하고 차가운 체념의 기운이 퍼져나왔다. 이제까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왔기에 여기까지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춘 표류] 中

작가처럼 나 역시도 후회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뭐가 남았나. 지금 손에 쥔 결과물이라던가, 앞으로의 희망이라던가, 그런것들이 작년 이맘 때보다도 훨씬 더 없다. 하지만 1년 동안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는 걸 아무도 몰라주더라도 나만 알면 됐다는 마음이다. 지금의 내 상태를 알고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어떤 행위에 대해 후회하는 것은 과거 또는 과거의 행위를 수정하는 일이다.  
  [만리장성과 책들] 中

보르헤스의 책을 읽으며 좋은 점 중의 하나는 수많은 잡다한 지식을 한 권의 책에서 모두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인데, 위의 인용문은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이다. 요즘 '후회'라는 화두에 대하여 계속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책을 읽으면서도 이런 것만 보이나본데, 내가 요즘 하는 생각들과 지금 줄줄 늘여 쓰고 있는 이 글이 이 한 문장에 담겨 있다.  

벌써 대리가 된 친구, 학위를 딴 친구, 결혼을 하는 친구들을 하나씩 만나며 나는 이미 다른 길목에 놓여있구나. 우리는 이제 같은 길을 갈 수 없겠구나. 라고 느낀다. 나도 그 길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지금 해야하는게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가 바다 한 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고 해서, 언제 길을 다시 찾을지도 모른다고 해서, 툭 건드리기만 해도 울음이 삐져나올 것 같다고 해서, 나는 다시 돌아가 나의 선택을 수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내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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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1-05-2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만 듣던 디지털 유목민이 뽀님이셨군요. 뽀님의 이런 글을 보며 우와 난 나이 처먹으며 뭘한거지~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여기요 여기)

Forgettable. 2011-05-25 14:42   좋아요 0 | URL
전 디지털 유목민이 뭔지도 몰라서 검색해봤네요. ㅋㅋㅋㅋㅋ
응원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게요!!!!! ^^

버벌 2011-05-26 15:15   좋아요 0 | URL
어..어떻게 해. 저도 ... 검색을.. 디지털 유목민.--> 웬지 좋아보이는 단어라서. 움 좋네요.

Forgettable. 2011-05-26 16:33   좋아요 0 | URL
ㅋㅋ 그 안에도 뭔가 여러 종류의 디지털 유목민이 있더군요.
신종단어들이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생기는 현상이 전 마냥 신기해요..
(작년까지만 해도 저 얼리어덥터란 소리 들었는데 1년동안 도대체 뭐가 어떻게 변한거죠!!!!)

Joule 2011-05-2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어도 그거 하나는 말할 수 있어요, 전. 1년 전에는 포게터블 님이 이런 글을 쓰지는 못했어요. 사람들은 왜 눈에 보이는 것으로 보상을 얻어야 만족할까요. 직업, 승진, 결혼, 학위, 기타등등 기타등등. 아무렴 그들이 나인투파이브하는 동안 포게커블 님이 내내 잠만 자고 있었다고 해도 그만큼의 숙면으로 인한 기억력 증진과 미모 향상이 있었을 텐데(잠을 잘 자면 머리도 좋아지고 살도 빠지고 피부도 좋아진다는 게 저의 오랜 지론이라) 왜 내 손 안에 뭔가 쥐어져 있지 않다고 어깨가 축 쳐져 계세요. 제가 보기에는 한두 뼘은 월등히 키가 자란 포게터블 님이 보이는고만.

Forgettable. 2011-05-25 14:5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매일 술로 상하는 몸이 매일 잠으로 회복되고 있는 요즘이랄까요. 저도 잠 예찬론자에요! ㅋㅋ

그냥 오자마자 이래저래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받아서 그런가봐요. 원랜 참 씩씩하게 잘 사는데! 가끔 이럴 땐 지푸라기 하나만 잡고 있어도 그걸 위로 삼아 안심이 되는게 사람 마음인데, 저한텐 그 흔한 지푸라기 하나 없다는게 그만 기운빠져버려서. 심지어 노는 동안 블로그에 글도 많이 안써놨더라구요???

쥴님. 항상 고마워요. 힘들 때마다 쥴님이 해주신 말들이 항상 어둠 속의 빛처럼 놓여 있어요.

레이 2011-05-25 22:2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오면 온다 알려주면 좋잖아요.
전화라도 한번 안하면 후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 해보는 기회가 생길것으로 사료됨

Forgettable. 2011-05-26 10:19   좋아요 0 | URL
레이님 방가 ㅋㅋㅋ
오늘 하루는 어제보다 나은 하루가 되길?!!!

하이드 2011-05-26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놀고 와서 왠 투정이야. 그거, 어디 안 가더라. 계속 남아서 사는 동안 툭툭 튀어나오니깐, 후회 안해도 됨.
그리고 자네의 그 나이도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술이나 한 잔 하자. 연락하삼. (아직 거기 살아? 나는 주거지가 흑석으로 바뀌어서 사당에서 보면 좋겠다! ^^ )

근데 나 청춘표류는 좀 싫음. 일등인생만 모아 놓았잖아. 일등만 표류한건 아닌데, 그건 진정한 표류가 아님.

Mephistopheles 2011-05-26 09:13   좋아요 0 | URL
사당은 제 구역이에요 통행세 내세요.=3=3=3=3

하이드 2011-05-26 09:28   좋아요 0 | URL
방배 아니구 사당이에요? 맛집 좀 알려주세요!!

Mephistopheles 2011-05-26 09:38   좋아요 0 | URL
방배를 포함해 사당 설대입구와 신림까지가 제 구역이에요~맛집...이요? 뭘 드실려고요?

Forgettable. 2011-05-26 10:24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그러더라구요. 한국왔다고 해서 다 없어지는거 아니라고. 다행이에요. 난 벌써 다 잃어버린 것 같아서 전전긍긍했거든요.

언니 폰번호 바뀌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바꼈으면 저한테 연락좀. 전 번호 그대로거든요. 가물가물. 전 사당이 훨씬 좋죠!!

전 처음에 일등인생을 보고 열등인생으로 읽고, 아니 이 언니 뭐????!!!! 막 이랬는데 ㅋㅋㅋ 일등인생이었군요 ㅋㅋㅋㅋㅋ 맞아요.. 저 서문만 읽고 엄청 좋아하다가 괴리감느끼고 있어요 ㅠㅠㅠㅠ

Forgettable. 2011-05-26 10:24   좋아요 0 | URL
메피님, 통행세 받으러 나오세요 ㅋㅋㅋㅋㅋㅋ 이왕 나오시는 김에 맛집도 좀 알려주시구요. 흐흐

Mephistopheles 2011-05-26 10:31   좋아요 0 | URL
그니까..일단 뭘 드시고 싶은지 말씀을 하셔야 범위를 좁혀도....좁히죠...^^

Forgettable. 2011-05-26 10:41   좋아요 0 | URL
하이드 언니랑 말해보고 카톡할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드 2011-05-29 02:30   좋아요 0 | URL
방배와 사당, 설대와 신림은 잘 안 가고, 별로 가고 싶지도 않구요 ㅎ

맛집... 맛있는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이며) 술안주 나오는 집이여-

아이리시스 2011-05-26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은 노는 동안 친구를 많이 만들었죠. 글은 안썼어두요. 저 포함,ㅋㅋ
어쨌거나 글은 많이 써줘요. 날잡아 뽀님 옛날 글도 읽어야겠다..^^

Forgettable. 2011-05-26 10:26   좋아요 0 | URL
제가 또 친구를 그렇게 많이 만드는 스타일은 아닌데.. 많이 좋은 친구들은 조금 만들긴 했어요 ㅋㅋㅋ

죽이되든 밥이되든 어쨌든 하루에 글 하나씩은 쓰고 싶어요. 옛날 글은 뭐;; 날잡으실 것도 없어요. 별게 없어서 ㅋㅋㅋㅋ
 

 

 

항상 그렇지만, 한 달의 중반은 넘어서야 그제서 아 이번 달이 4월이구나 하고 감지한다. 2011년이 된지 한 참 지났는데 또 이제야 2010년은 어쩐지 과거의 느낌같잖아. 라고 느끼기도 하고. 며칠 전엔 달력을 넘겨 놓은지가 언젠데 새삼스러워서 사진까지 찍어두었다. 찍은지가 언젠데 또 사진 들여다보다 새삼스러워서 올린다. 4월. 2011년.  

한 2주 아팠다. 그래서 못 놀정도로 아팠냐하면, 그랬다. 또 그렇다고 해서 못 놀았냐하면, 그렇지 않다. 아픈 몸 이끌고 나가서 열심히 놀고, 열심히 아프고, 약도 열심히 먹었다. 듣지도 않는데 잘려고 먹었다. 적어도 잠은 오니까. 아무리 아파도 절대 약 안먹어서 참 구박도 많이 받았었는데, 오히려 구박하는 사람 없으니까 잘도 챙겨 먹었다.  

그 동안 [펄프픽션], [디스트릭트9], [드래그미투헬], [나쁜피], [조디악], [헬보이]봤다. 베스트는 [펄프픽션],[나쁜피], 워스트는 [조디악]. 보다가 거의 잘 뻔. [디스트릭트9] 빼고는 모두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라 안전빵이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조디악]이 구려서 실망이 컸다. 모두 같은 사람과 봤다. 가끔 궁금하다. 내게 사람이 필요한건지, 이 사람이 필요한건지.  

어젠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 가장 친한 친구인데, 같이 살던 남자친구와 헤어져 부모님 집에 잠시 살고 있다. 친구들 집에 한두번 가본게 아닌데 어젠 정말로 놀랐다. 집이 거의 무슨 고급형 펜션 같았다. 나 니가 부잣집 딸래미인줄 몰랐어, 하니까 그냥 중산층이라고 하는데.. '우리집도 못사는거 아닌데 왜 이렇게 안 살지, 애가 셋이라 그런가..'부터 시작해서 '그냥 외국에서 살아야겠다.'까지 별별생각이 다 들었다. 창고에서 오래된 레코드판들을 찾아 친구방의 턴테이블을 틀어놓고 춤추고 놀면서 나만 빼고 다 잘사는 것 같아서 슬펐다. 나는 잘 살고 있는 척 한다. 그러면서 잘 살고 있는 척 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하지만 어쩔 땐 정말로 잘 살고 있는 순간들도 있다. 취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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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2011-04-19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가 비위가 나쁘지 않은 편이라 생각하는데 디스트릭트9은 농담인줄 알면서도 괴로웠어요... 조금만 덜 흉칙하게 만들지-.-


Forgettable. 2011-04-19 16:13   좋아요 0 | URL
전 제가 비위가 약한 편이라 생각하는데 디스트릭트9은 괴로우면서도 은근히 웃겨서 덜 흉칙하게 만들지란 생각은 하지 않았었어요. ㅎㅎㅎ 오히려 피와 살점들에 점차... 익숙해져가는 나의 모습이 더 흉칙하달까ㅠ

그보단 펄프픽션의 주사바늘씬은 거의 현기증 나더군요;;; 아흑.

다락방 2011-04-19 16:16   좋아요 0 | URL
줄리아의 눈에는 주삿바늘로 눈깔 찌르는거 나와요.

Forgettable. 2011-04-19 16:18   좋아요 0 | URL
저 비위 약하다니까 왜 굳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락방 2011-04-19 16:20   좋아요 0 | URL
괴롭히고싶어..................................

Forgettable. 2011-04-19 16:23   좋아요 0 | URL
그니까. 엄청 괴롭히는 나쁜 언니의 말투가 막 느껴져요. 댓글에서.
주'삿'바늘 이라던가, 눈'깔'이라던가..


다락방 2011-04-27 10:19   좋아요 0 | URL
귀여워..

버벌 2011-04-27 23:07   좋아요 0 | URL
지극히 동감중

버벌 2011-04-19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헬보이 빼고는 본 게 없어요.
왜 이리 동떨어져 산다는 느낌이 드는걸까요? ㅠㅠ 영화 본지가 까마득해요.
전 지금 "블랙스완"도 보지 않았다구요!!!!!

Forgettable. 2011-04-25 04:29   좋아요 0 | URL
아 블랙스완 한국에서 흥행 어땠는지 궁금해요.
전 헬보이 꽤 괜찮게 봤는데. 어떠셨는지 ㅋㅋㅋ 전 영화 보기전까진 헬보이가 괴물인줄 알았어요. 히어로일 거라곤 상상도 못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여기와서 책 스무권도 안읽었는걸요?? -_-; 동떨어져 사는 사람은 저 ㅋㅋㅋ

버벌 2011-04-27 23:08   좋아요 0 | URL
전 재미있게 봤어요. 꽤나 귀여운 히어로에요. 제 기준에선요 ㅎㅎㅎ

기웃 2011-04-20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수능시험 끝나고 영화나 진탕 볼 때 학교 근방에 있는 망해져 가는 비디오 가게에서 나쁜피하고 비정성시 그리고 왕가위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최후승리를 15000원 주고 샀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비싼'돈 주고 왜 샀었는지... 참.

나쁜피는 별로 끌리지 않았던 기억이 나요. 줄리엣 비노쉬가 마지막 장면에서 활주로를 미친듯이 뛰어간 장면하고 영화의 색감이 좋았던 기억만 나고요. 비정성시는 지금은 없어진 일요일 밤에 방송했던 KBS 명화극장에서 편집없이 무삭제로 방송을 본 이후 가장 좋아하는 영화였는데, 비디오 중간에 사극 한명회가 녹화되어 있어 굉장히 황당했었죠. 다행히 기적적으로 비정성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 여자 주인공 심수분?하고 양조위가 로렐라이를 틀면서 필담을 나누는 장면은 손상되어 있지 않아 그 장면만 수없이 봤었습니다.

예전 영화에 굶주릴 땐 주말의명화,명화극장,토요명화의 예고편만 봐도 설레었고 졸릴 때는 눈에 침 묻히면서 열심히 영화를 봤었는데 지금은 점점 괌심이 없어지네요. 어디서나 아무때나 또는 어떤 영화든지 볼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사라진 것인지...? . 어렸을적 성우가 더핑해주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Forgettable. 2011-04-25 06:11   좋아요 0 | URL
기웃님.. 오랜만 ^^ 잘 지내시죠?
전 원래 레오까락스의 빅팬이라서 그냥 아예 콩깍지가 쓰여있다고 보시면 되요. 구도랑 색감이랑 대사랑 모두 다 좋았지만 뭐 그 보다도 드니라방과 줄리엣 비노쉬 둘이 같이 나오면 그냥 자동으로 두근두근 ㅋㅋㅋㅋ

아 비디오 중간에 한명회 ㅋㅋㅋㅋ 어케 ㅋㅋㅋㅋㅋㅋ 완전 웃겨요. ㅠㅠ
그 장면 궁금하네요. 지금 유투브에서 찾고 있음. 찾을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요...

정말 어떤 영화든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관심이 사라진 걸지도요.

ㅋㅋ 찾았어요. 오히려 유투브보다 네이버에 영상이 있더군요. :)
전 DVD세대라서.. 명화극장을 보기보단 학교에서 DVD로 영화 많이 봤어요. 비디오는 어렸을 적의 기억 ㅎㅎㅎ
시간이 계속 흐르는 게 이젠 그만 놀라울 때도 됐는데 아직까지도 계속 매 순간 놀라고 있는 걸 보면 전 바보인가 싶기도 하고.

무해한모리군 2011-04-20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펄프픽션과 나쁜피가 좋았던 기억이 나요. 포게터블님과 취향이 같은건 즐거운 일 ^^
봄이 와서 꽃이 곱게 피었어요.
저는 제가 가진게 많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빈티난다고 생각해요. --;;

Forgettable. 2011-04-25 06:14   좋아요 0 | URL
오 ㅋㅋㅋ 두 영화 다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데, 휘모리님이랑 겹치니 좋네요!
제가 한국 갈 때쯤 되면 거의 뭐.. 꽃 다 졌을 듯??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만 부자면 됐죠 뭘. ^^ 그리고 휘모리님 빈티 안나는데요. 누가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휘모리님 무척 당당하잖아요, 언제나. 부러워요.

모모쨩 2011-04-22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심리적으로 완전 취하셨구만요.
아프지말고 돌아오세요 컴백한쿡~

Forgettable. 2011-04-25 06:15   좋아요 0 | URL
지금 짐 정리중 ㅋㅋㅋㅋㅋㅋ 커밍 쑨....
정리하면서 보내준 카드 다시 읽었는데 또 눙물이 앞을 ㅠㅠㅠㅠㅠㅠ ㅋㅋ

모모뺭 2011-04-25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니왜 쑥스럽게 다시 읽고그래요~ ㅋㅋㅋㅋ
나 우리의 회사 오랜만에 들가봤더니 대리가 과장되어있더라구요 ㅋㅋ
나머지 두명은 둘다 대리~
저는 벌써부터 내년에 어느회사로 가야하나 고민되고있어요 ㅠㅠㅠㅠㅠㅠㅠ
초 우울해요 ㅠㅠ 월급은 40만원 덜 나오고 아파서 병원갔더니 50만원나오고
카드값쌓여가고있어요 ㅠㅠㅠ
정확히 몇일에 돌아와요???

Forgettable. 2011-04-26 03:53   좋아요 0 | URL
나 6일 ㅋㅋ
거기 대리 해도 뭐 달라지는 것도 없지 않나ㅋㅋㅋㅋㅋ

조만간 네톤에서 봐요? 자세한 얘긴 네톤에서 ㅋㅋㅋ

차좋아 2011-04-25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겟터블님 애가 셋이구나.... 나랑 어쩐지 또래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애가 셋이라니 깜짝 놀랬어요. 근데 생각해 보니 어, 나도 애가 둘이니까 포겟터블님 애가 셋이라도 나랑 또래일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ㅎㅎ
애들이 셋, 그 애들 셋중 하나가 포겟터블님이라는 걸 지금은 눈치 챘어요. ㅋ ㅎㅎ

Forgettable. 2011-04-26 03:55   좋아요 0 | URL
으악 ㅋㅋㅋㅋㅋㅋㅋ 저 아직 시집도 안간 이십대에요 ㅋㅋㅋㅋㅋㅋ 글을 삼십대처럼 쓰나봐요 제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애가 셋 ㅋㅋ 아 아침에 이거 읽고 진짜 빵터짐!!!!!!!

네 제가 첫째고 동생 둘 있어요. 하하

pb 2011-05-0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조디악 진짜 구리죠
소재도 괜찮고 주연감독도 다 괜찮은데
영화 결과물은 최악

Forgettable. 2011-05-11 20:58   좋아요 0 | URL
그니깐. 믿고 봤는데 좀 황당했어요.
전 약간 술 취하며 봤는데 거의 뭐 졸다시피 했다능 ㅋㅋㅋㅋㅋㅋ
끝나자마자 패밀리가이 보고 ㅋㅋ

모모쨩 2011-05-02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모르는새에 애가 셋이되버린 썬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orgettable. 2011-05-11 20:5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년새에......!
 

 

하루 하루가 전쟁통처럼 흘러간다. 내게 그렇게 지루하고 고독한 날들이 있었던가 할 정도로 정신 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보내고, 또 만나며 아쉬운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다. 시간이 가는지 안가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새 에드먼튼에도 봄이 왔다. 아직 입김이 나올 정도로 쌀쌀하긴 하지만, 그래도 겨울에 비교하면 뷰리풀! 이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제법 따뜻하다. 

내게 일어난 새로운 일들을 어떻게 기록으로 남길까. 요즘의 고민거리다. 그대로 서술하면 오글거릴 정도로 과장될까봐 걱정되고, 그렇다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 때까지 기다린다면 너무 많은 것이 묻혀버릴까 걱정이다. 실은 모든 사건들이 머릿 속에서 정리가 될 무렵까지 기다려보자는 쪽이었는데, 최근들어서는 반짝거리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 빛이 바래면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최근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얼마 전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자살시도를 할 정도로 감정적이지만 선천적으로는 밝은 친구다. 원래 이친구는 스킨헤드였는데, 자기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감옥에 가 있는 아빠가 되기 싫어서 갱단에서 은퇴했다고 한다. (은퇴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친구가 그 갱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이와는 2주에 한번씩 주말에 시간을 함께 보내고, 한달에 500달러씩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와는 결혼을 하지는 않았다. 에드먼튼에서 알아주는 기타리스트지만 밴드가 해체된 이후로는 공연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내가 떠나기 전 한 번은 공연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친구의 아빠는 친구가 어렸을 때 집을 나갔는데, 몇 년 전 다시 돌아왔다. 그의 와이프와 함께. 그의 와이프는 생물학적으로는 남자지만, 모두가 '그녀'라고 하고 그녀의 이름은 엘리다. 그들의 집 베이스먼트에는 드럼과 앰프, 갖가지 종류의 기타와 훌륭한 스피커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수백개가 넘는 영화 DVD가 구비되어 있다. 친구의 아빠와는 별 다른 이야길 하지 않았지만, 엘리는 마치 잔소리쟁이 할머니같이 다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안티소셜같이 보이긴 했지만 무척 다정했다. 

난 그 친구의 인생이 좋은건지, 그 친구가 좋은건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무서워보이는 갱스터 백인 남자그룹이 내가 그의 친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정해지는 것도 평생 못해볼 경험이었고, 함께 헤비락 뮤직을 들으면서 내가 그 동안 이런 음악을 얼마나 그리워했었는지 깨달았고, 몽롱한 레드라이트의 불빛 아래에서 기타를 연주하는 친구와 그를 바라보는 내 모습이 꿈처럼 느껴졌고, 나와 전혀 관계없을 줄만 알았던 나이든 게이피플의 일상사가 신기했다. 매일같이 파티만 하며 사는 젊은 게이피플이 늙으면 이렇게 될까, 이들을 젊었던 시절은 어땠을까..

그런데 이걸 어떻게 기록해 두나? 시간이 지나면 농익을 줄 알았던 추억들은 차츰 희미해져서 이젠 찾을래야 찾기도 힘들어졌고, 그렇다고 설익은 이야기들을 그대로 줄줄 늘어놓자니 나만 특별한 사람인양 특권의식에 가득 차 떠들어대는 것만 같다. 속으로야 내가 특별한 애라고 생각하더라도 그게 밖으로 드러나면 그만큼 꼴사나운게 없다. 그냥 담담한 어조로, 디테일과 솔직함을 잊지 않으면서도, 반짝거리는 글을 쓰고 싶다. 경험이 쌓일 수록, 욕심도 커지니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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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1-04-04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내 나는 이렇게 살아요, 나처럼 살아볼래요, 류의 페이퍼를 썼던 저로선 부끄러워져요. 전 특별하지 않으니까 특별한체 했던 것 같아요.

뽀님이 얘기한 삶, 일상으로 펼쳐지는 이질적인 삶. 참 꿈만 같아요.

이 글은 반짝거려요!

Forgettable. 2011-04-04 10:03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히히

예전엔 거의 하루에 하나씩 강박적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렸었는데, 요즘은 쓰다가도 자꾸 말아버리게 되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싶어서 더 힘들어지고. 그래서 오랜만에 글을 쓴다고 해도 뭐 딱히 괜찮은 것 같지도 않고. ㅋㅋ

아마 예전엔 삶이 지루하니까 글에서 돌파구를 찾았고, 지금은 꿈꾸는 것처럼 살고 있으니까 글이 안써지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요.

무해한모리군 2011-04-04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그가 마음에 들어요.
건강하면 다 괜찮아요.
포게터블은 반짝반짝이는 잘난 사람이예요 ㅎㅎㅎ

Forgettable. 2011-04-04 10:07   좋아요 0 | URL
아. 저 여기 온지 1년만에 아파요. ㅠㅠ 감기가 제대로 들었어요. 근데 너무 놀아대다가 아픈거라서 ㅋㅋ 어디 아프다고 징징거리지도 못하겠음 ㅋㅋㅋㅋ

오랜만에 페이퍼 올린 보람 있게 보고 싶은 분들이 댓글 달아줘서 기분이 좋아요. :)

무해한모리군 2011-04-04 12:32   좋아요 0 | URL
아프군요 이런.
어제 많이 먹고 힘내서 더 열심히 놀아요!!

저도 포게터블 소식을 들으니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힘이 나요.
요즘 저도 무척 바빴답니다.

Forgettable. 2011-04-06 14:22   좋아요 0 | URL
저도 아픈데도 불구하고 더 열심히 놀고 있어요. 계속 놀아요 진짜 ㅠㅠㅠㅠㅠㅠ
한국가면 못놀 것 같아서 더 열심히 열심히 ㅋㅋㅋ

노는게 남는거죠. 휘모리님도 열심히 놀고 계세요 저 갈 때까지!
결혼하신 이후론 몸 사리고 계실 것 같다능ㅋㅋ

2011-04-04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4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1-04-0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데요, 솔직 담백하고. :) 한국 들어오시기 전에 아픈 거 다 나으시길!

Forgettable. 2011-04-06 14: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이래저래 많이 노력해봐야겠어요.
아, 그저 스쳐지나가는 감기니까 곧 낫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에선 감기 달고 살았는걸요. ㅎㅎ

pjy 2011-04-0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소한 일상이 참 버라이어티 한게 우리 일상이죠~
놀아서 아프고 싶은데요ㅋ 쓸데없이 민감해서 황사에 눈깔 뒤집혔어요 ㅠ.ㅠ

Forgettable. 2011-04-06 14:25   좋아요 0 | URL
아 황사 ㅠㅠ 전 오만데 안아픈데가 없었는데 여기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공기때문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이 도시가 체질적으로 저랑 맞는건지?ㅋㅋㅋ

버라이어티한 일상이 자주 찾아오는게 아닌만큼 즐기고 있습니다 ㅋㅋ

Joule 2011-04-04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없어서 손에 잡히지 않아서 아름다워요. 내 손에는 독이 묻어 있어서 내 손이 닿는 순간 그것은 바스락 소리를 내며 가루가 되어 바람에 날아가버릴 테니까. 이번 이야기는 묘하게도 인디언 써머 같은 느낌이 들어요.

Forgettable. 2011-04-06 14:28   좋아요 0 | URL
한국에도 인디안 써머가 있나요?
전 여기서 인디안 써머의 참 의미를 처음 알았어요.

제 글이 인디안 써머 같다니 마음이 다 훈훈합니다. :) 잡을 수 없는 것이더라도, 잡으려고 계속 발버둥치면 그 일부라도 마음에 새길 수 있겠죠. 인디안 써머였던 작년 가을의 열흘간이 생각나네요.

2011-04-05 0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6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7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8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1-04-06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님~ 이제 곧 돌아오는군요~~~~~ 반겨줄테니 광주로 와요!
송정리 떡갈비에 산사춘을 마셔야지요~~~ㅋㅋ

Forgettable. 2011-04-06 14:39   좋아요 0 | URL
아 떡갈비에 산사춘! 안그래도 친구가 광주에 있어서 한 번 가고싶단 생각은 했는데. ^^
캐나다에 있다보니 뭐 버스로 3~4시간 거리는 우습게 됐어요. ㅋㅋㅋ

버벌 2011-04-07 23:23   좋아요 0 | URL
아 저기. 눈팅하다가 반가워서. 제가 광주살아서요. 송정리라니.. 송정리라니.. 아는 단어에 급 흥분을 했어요. 뽀님 안녕하세요. 처음으로 남기는 댓글이 뽀님 글이 아니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아 광주다 광주.

Forgettable. 2011-04-08 12:54   좋아요 0 | URL
버벌님. 죄송할 것 까지야요. ㅎㅎㅎ 전 모든 댓글 다 환영인걸요. ^^
광주사시는군요. 예전에 일 때문에 한 번 출장갔었는데, 순오기님이 송정리에서 떡갈비 사주셨었거든요. 흐흐흐흐 아으 먹고 싶다!!!

순오기 2011-04-19 20:33   좋아요 0 | URL
아~ 그럼 뽀님 광주에 오면 버벌님까지 같이 만나면 되겠네요.^^
버벌님은 어디에 사는지 모르지만, 광주야 한동네 같으니까요.

에디 2011-04-07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제가 뽀님의 캐내디언 라이프를 훔쳐보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오시는군요 ㅠㅠ

Forgettable. 2011-04-08 12:56   좋아요 0 | URL
저야말로 놀만 하니 가야해서 아쉬워 죽겠어요. ㅋㅋ
이런 저런 재밌는 얘기 많이 남겨놨어야 했는데 결국은... 고민만 하다가 술먹고 다 까먹고-_-;
 

그간 [Somersault], [Zombieland], [Almost Famous], [Stardust]를 봤다. 그러고보면 짧은 시간 동안 참 다양한 장르를 넘어들었는데, 어울리는 친구들이 다 각각의 취향을 갖고 있어서 그렇다. 영화 이야기는 딱히 할 게 없다. 요즘은 그냥 주는대로 모두 흡입할 정도로 백지인 상태라, 별 생각도 없었고, 몇 개의 기억에 남는 장면들 빼곤 남은 게 별로 없다. 받아들이고 나서 그걸 모태로 다시 새롭게 생각을 해야 하는데, 어쩜 점점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인간의 굴레에서]를 필사하기 시작했는데, 이 책이 좀 재미있다 보니까 필사는 둘째로 치고 얼른 읽고 싶어서 요즘은 그냥 읽고 있다. 원서를 보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밤에 잠이 안와서 읽다보면 금새 잠이 오니까 읽는 건데, 어째 이 책은 잠도 안오고 빠져서, 단어 찾아 볼 새도 없이 읽고 있다. 아주 좋아하는 책을 공부에 이용하는 건 어쩌면 안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친구가 내게 그나마 나같은 사람도 세상에 있어야 세상이 좀 더 따뜻하다고 했었던 적이 있었다. 잘 모르겠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헤어나오고, 다신 전 애인과 맺었던 깊은 관계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걸 90% 확신하면서도 또 사랑에 빠지고, 이번엔 다를 거라고 확신하고, 그리고 또 상처받고, 문을 닫고, 또 문을 열고, 쓸데없는 반복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굴레에 체념한 체 몸을 맡긴다. 

데이라이트 세이빙이 끝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도 역시 적응 못하고, 살면서 1시간의 간극을 가장 크게 느끼는 주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6주 남았다. 캐나다에서의 생활.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서 이제 시작인 것들도 있어서 무척 혼란스럽다. 게다가 정작 한국에서의 시작은 아직 개념조차 안잡힌 상태. 길을 찾아 이 곳에 왔고, 1년이 지나면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었는데, 남은 건 앞으로도 평생 찾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 뿐이다. 친구의 말마따나 그저 빛을 향해 걸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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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4 2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6주 남으셨군요 ㄷㄷ 전 개강하니 몸이 바쁘고 시험 망치고 나니 정신도 바쁘네요; 객관적으로는 미래가 더 암담하고 우울해지긴 했는데, 마음은 그래도 더 밝아진 것 같아요. 설마 이런게 바로 고난 속에서 작은 희망에 기뻐하는 겸허한 마음가짐이라든지 하는 건 아니길 바라는데;; 여튼 블로그는 옮기려고 했는데 이것 저것 생각할게 많아서 일단은 잠궈두기만 하려구요.

아무튼 책을 필사하신다니 멋지네요. 저도 영어 필기체 연습할 겸 잠깐 썼는데 끝이 없더라구요; 또 한글로 된 책도 제대로 소화해보려고 써 봤는데 이건 지루하더란... 그래서 결국엔 타협할 겸 주요 문장이나 요약 정리만 가볍게 같이 쓰면서 읽곤 해요. 근데 그마저도 요새 과제가 많아서 못 하고 있네요. 시험 공부도 다시 시작해야 할 거고...

인생의 길을 늘 찾고 싶었는데, 이젠 정말 그런 나만의 길이라는게 존재하긴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누구 말마따나 절대 존재하지 않거나, 어디에나 존재하거나 할 듯 싶은데 으으; 차라리 이 모든게 한바탕 꿈이었고, 앞으로도 꿈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마음이라도 가뿐할텐데.

어쨌든 캐나다의 기후의 변화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은 환절기라 감기에 걸려 고생했네요. 생각해보니 거긴 늘 추우려나; 아무튼 몸 조심하세요.

Forgettable. 2011-03-21 14:42   좋아요 0 | URL
참 시간 잘가죠??

안그래도 블로그 다 없어져버려서 놀랐어요. 그렇다고 네이버 블로그에 새로운 소식이 올라오는 것도 아니고.. 블로그가 어느 정도 시간이 된 만큼 옮기기도 정신없을 것 같아요.

책 필사는 잠정적 중단 ㅋㅋㅋㅋㅋ 요즘 진짜 뭐 하는지 아무것도 안하고 돈은 안모이고;; 운동도 안해서 몸은 몸대로 상해가고. 요상한 나날들이에요. 그렇다고 한국 가고 싶지도 않고. 여기 한 3개월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ㅠㅠㅠㅠ 아휴.. 아쉬운 마음만 더 커져가요.

학교 공부랑 시험이랑 병행하기 힘드시겠어요. 이 모든게 꿈이고, 앞으로도 꿈일거라 생각하고 이왕 재밌는거 찾아다니며 지내시는게... 사진도 많이 찍고 ^^

여기도 이제 슬슬 따뜻해지기 시작했어요. 그래봤자 영하지만 ㅋㅋㅋㅋㅋㅋ 감기한번 안걸려서 참 이상요상해요.

모모쨩 2011-03-15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캐나다 모레담아오는거 잊지마시고요~
캐나다 자석도 잊지마시고요~
아이 미스 유~~~~

Forgettable. 2011-03-21 14:43   좋아요 0 | URL
모래랑 자석은 다 뭐랍니까 ㅋㅋㅋㅋㅋ
나 가기 싫어 죽겠어요. 힝힝 ㅠㅠ
하지만 얼른 보고싶어요!! ㅋㅋ

pjy 2011-03-17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이 두둥하는 배경음악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지평선에서 서부영화버젼삘로 나타나는 폼이 생각나는건 왜일까요^^?
지진나서 구차하게 보따리짐가지고 일본에서 귀국하는게 아니라서 그런지..왠지~ 폼나게 돌아올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Forgettable. 2011-03-21 14:44   좋아요 0 | URL
지진나서 귀국하는게 왜 구차한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저 역시 뭐 폼나게 돌아갈 것 같진 않네요. ㅎㅎ
뭐 이뤄놓은 것도 없고, 그냥저냥 알바하고 놀다가 들어가는거라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정말 후회없이 놀긴 했어요!!
 

오로라를 보러 옐로나이프에 다녀왔다. 짐을 풀고 다운타운으로 나서자마자 추운 거리를 전통의상을 입고 활보하는 원주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에드먼튼에서 봐왔던 원주민들은 대부분이 홈리스처럼 보여서 경계의 대상이었는데 옐로나이프에 사는 원주민들은 그 도시의 생명자체 같았다. 도시 곳곳은 원주민들이 그린 아름다운 벽화와 감각적인 건물로 가득 차 있어서 흐리고 추운 날씨가 주는 찬 느낌 보단 활동적이고 따뜻한 느낌의 도시였다. 

    

애초에 여행이란 어디에 가든, 가서 무엇을 하든, 누구와 함께 가든, 이런 것들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 상관없이 그저 떠나면 좋은게 여행이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을 수만 있다면야 돈이 얼마가 들든,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시간에 쫓겨, 돈에 쫓겨 여행을 하고 그것을 자랑 삼아 이야기하는 사람을 보면 저것은 허세가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어떤 걸 보고 어떤 걸 느꼈다란 감상 보다 1주일 동안 이만큼 많은 곳을 다녀왔다, 1달 동안 돈을 이정도밖에 쓰지 않았다, 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면 난 나도 모르게 선을 긋고 만다. 여행은 내 삶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부분인데, 그 여행을 통해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면 다른 부분에서도 부딪칠 것이 뻔하다는 선입견에서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낭비하는 여행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낭비하는 여행을 추구하는 것은 맞다. 새로운 도시에 가면 일부러라도 길을 잃어보는 것이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인데, 옐로나이프의 올드 타운에서도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길도 없는 언덕에 올라가버리고 말았다. 별로 높아보이지도 않은 언덕인줄 알았건만, 막상 올라보니 눈 덮인 커다란 호수가 한 눈에 들어왔다. 

              

이리 저리 사진을 찍고 장난을 치다가 탁, 하고 누웠을 때 내게 다가온 하늘을 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나 가까운 하늘은 충격이고, 기쁨이고, 슬픔이고, 두려움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오만가지 감정의 소용돌이에 놀라 벌떡 일어나버리고 말았다. 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았고, 까딱하면 뚝 떨어질 것 같기도 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누우니 그제야 행복해서 웃음이 막 난다. 아, 이거구나. 싶었다. 이게 뭔지도 모르면서. 

똑딱이 카메라로 야경사진을 찍는 것도 무리인데, 삼각대도 없이 오로라를 카메라에 담는 것은 당연히 무리였다. 이틀밤 내내 밤은 흐렸고, 눈이 간간히 내리기도 했으며 게다가 풀문이었다. 월요일이 노는 날이라 이 주말로 계획을 짠 것이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날씨며 달이며 우릴 도와주지 않아서 큰 기대를 하진 않았었다. 흐릿하게나마 보기만 하면 다행이라 생각했었는데, 첫 번째날, 영하 25도 가량의 기온에서 몇 시간이고 기다려서 결국 작지만 선명한 빛의 흐름을 볼 수 있었다. 

자연의 오케스트라다, 눈물이 난다, 등등 여러가지 말들이 많았지만, 막상 난 조금 담담했다. 아무 빛도 없이 깜깜한 밤 하늘에서 울렁거리던 초록색 빛이, 뭐랄까.. 참 예쁘다 싶긴 했지만 대단하진 않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고개를 하늘과 수평이 되게 들어야 볼 수 있는 북두칠성이 더 신기했고(눈을 45도 정도 들어서 보는 평소의 북두칠성과 90도 제껴서 보는 북두칠성은 뭔가 달라 보였다), 가로등보다도 더 밝게 빛나는 보름달이 더 화려했다. 그래도 그나마 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두번째 날. 하루 종일 날이 맑아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밤이 되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이쪽 동네에서는 내 눈보다 일기예보가 더 정확하다.  

하지만. 눈이 내리기 전 한 10분 가량 아주아주 커다랗고 밝은 오로라가 한 차례 지나갔었고, 운 좋게 그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던 우리는 조용한 동네에서 소리를 지르며 뜀박질을 해댔다. 평생 오로라가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고 살았었고, 전 날에 하도 하늘을 뚫어지게 쳐다보느라고 환각까지 생겨 저것이 오로라인가 하기도 했었는데, 실제로 오로라는 그 무엇에 비교되지 않을 만큼, 대단하고 확연했다.  

진짜. 진실.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사람을 눈으로 쫓으며, 그 사람의 그림자를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진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목도하면 그 수많은 닮은 사람들은 다 허구며 허상이 되어버린다. 내가 사랑하는 이 사람만이 진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고, 누구와도 닮지 않은 나만의 사람. 오로라가 그랬다. 그 자체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진짜였다. 10분만에 그 흔적조차 사라져버려서 의심할 뻔도 했지만, 의심할 여지도 없이 난 그 오로라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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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1-02-22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일빠다! ^^ 뽀님~

오로라를 봤구나, 멋지다. 여행관도, 뽀가 바라보는 진심도 모두!
그곳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Forgettable. 2011-02-22 15:16   좋아요 0 | URL
지금 누구 서잰 줄 알고 등수놀이를 예서 하는겁니까? 버릇없이... 쯧쯧..

ㅋㅋㅋㅋㅋ

아치 안녕? 보고싶어요.

Arch 2011-02-22 15:19   좋아요 0 | URL
어머! 실시간 댓글이다. 버릇없이에서 상심했다가 보고 싶다에서 개운한 표정이 되었어요. 아, 나는 어쩔 수가 없어요

Forgettable. 2011-02-22 15:23   좋아요 0 | URL
사랑을 갈구하는 아치. ㅋㅋㅋ

전 어째 여기서 감기도 한 번 안걸리네요. 날이 이렇게 추운데도;; ㅋㅋㅋ
하지만 건조하고 추워서 피부는 늙고 있어요. ㅠㅠ
그리고 버는 돈은 족족 모두 여행에 부어넣고 있어서... 한국가서 어쩌나 싶네요. 흑흑

그럼에도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회사는 적응할만 하죠?

Arch 2011-02-22 15:58   좋아요 0 | URL
다행히다... 아프면 속상하잖아요.

그래도 뽀는 잘 해내리라 믿어요. 시간을 낭비하는 여행을 하면 되는 거고. 보습에 집중하고 어쩌구 하는 뻔한 얘기는 하지 않을게요. 관리를 안 해서 내 피부가 요모냥인건 아니니까.

적응할만 하겠어요. 그냥저냥, '그저 가을 날씨가 참 좋군요'하는거죠

Forgettable. 2011-02-24 12:10   좋아요 0 | URL
전 뭐.. 저 아픈거나 남 아픈거에 별로 신경 안쓰는 타입이라. ㅋㅋㅋㅋ

잘 하겠죠. 잘 하고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한 번 그렇게 믿으려고 노력중이에요. 노력이랑은 참 거리가 먼 사람이긴 하지만 ㅋㅋㅋㅋㅋ

슬슬 여름 되면 볼 수 있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02-22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비현실적이게 파란 색깔이네요.
저런 하늘을 가진 곳으라면 오렌지색이랑 노란색을 반반씩 칠한 집에 살고 싶어요.

Forgettable. 2011-02-24 12:11   좋아요 0 | URL
이게 카메라가 파란색을 잘 잡았느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아 정말로 저렇게 파랗더라구요. 눈도 많이 오고 흐린 동네인데 운이 좋았죠. ^^

Ljh 2011-02-23 0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영화나 다큐에서만 볼수있는 줄알았는데...부럽구만

Forgettable. 2011-02-24 12:12   좋아요 0 | URL
여름이 2달뿐이래.. ㅎㄷㄷ 멋있더라 진짜.

turnleft 2011-02-23 0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부러워라. 나도 오로라 직접 보고 싶어요!!

Forgettable. 2011-02-24 12:13   좋아요 0 | URL
제 카메라가 후져서 잘 못잡아낸게 아쉬울 따름이지요. ㅋㅋㅋㅋ
필카는 솔직히 가져가긴 했는데 온도가 낮아서 밧데리 방전될까봐 켜지도 못했어요.

오로라 보러 한번 다녀오세요. 얼마 안걸리잖아요 거기서!

Mephistopheles 2011-02-23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진짜 부럽네여.....그대는 천상천하유아독존...

Forgettable. 2011-02-24 12:14   좋아요 0 | URL
하하 어쩐지 이 말 들으니 칭찬같아 기분이 좋네요.
사진 좀 더 잘 찍혔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울뿐..

가시장미 2011-02-23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환상... 그 자체군요.^^
믿어지지 않는 풍경입니다!!

Forgettable. 2011-02-24 12:15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정말 놀랐어요.
멋있는 사진들 많이 보고 간 터라 약간 기대했었는데 정말이지 기대 이상!!
눈으로 보지 않으면 정말 몰라요 이 느낌 ㅠㅠ

기웃 2011-02-24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빌 브라이슨이 오로라를 보기 위해 노르웨이를 갔듯, 북구 유럽의 오로라만 생각했었지 캐나다는 생각도 못했네요. 경이롭다는 단어는 오직 자연만이 붙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 오로라의 사진은 그 경이로움을 온전히 담을 수 없기 때문인지 뭔가 '으스스'하군요.

Forgettable. 2011-02-27 15:27   좋아요 0 | URL
전 오히려 알래스카만 생각하고 있어서 얼마 전에 [북극의 연인들]을 보고 놀랐었어요. 왠 핀란드? 요랫음.

약간 무섭죠?
실제로 보면 더 무서워요. 압도적이라고 해야 할까.
저 빛이 스물스물 움직이면서 사라져버리는데, 정말 나의 존재감이 그렇게 초라하게 느껴졌던 적도 없었던 것 같네요.

이 곳에서 하도 하늘만 쳐다보고 있어서 이제 왠만한 하늘은 하늘같지도 않네요. ^^

2011-03-01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진 정말 예쁘네요.
집에 내려가서 어머니랑 사진기 들고 산을 올랐는데 왠지 삭막한 풍경만 찍게 되더라구요;
아니 사진보다는 그곳의 운동기구들에 집착하여
굳은 몸을 풀며 시원함을 느끼는 스스로를 돌아보자니 이제 이대로 늙어가는건가 싶네요 ㅜㅡ

Forgettable. 2011-03-04 13:29   좋아요 0 | URL
코님께 사진 칭찬을 들으니 기쁘군요!!!

굳은 몸을 풀며 시원함을 느낀다니... 아니 혹시 스트레칭 중독?? ㅋㅋㅋㅋ 운동도 근데 정말 은근히 중독성 있더라구요. 저한테 늙어간단 말을 하시다니!! 흥! 아직 어리잖아요 게다가 대학생ㅋㅋㅋㅋㅋㅋㅋㅋ

한번도 카메라에 대한 욕심을 부려본 적이 없는데(????!!!) 오로라 찍을 땐 좀 더 좋은 카메라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피비 2011-03-03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여행하다 만난 애들중에 특히 유럽배낭여행자들은 돈자랑하는애들이 너무 많았어요. 돈 많다는 자랑이 아니라 얼마나 적게 썼나 하는 그런 자랑. 무슨 군대갔다온 사람 경험담 듣기 싫은것처럼 걔네 막 진짜 찌질하게 돈 깎고 갈 곳 못 가고 돈 생각만 하며 밥 시키고 이런거 보니까 진절머리가 났다는.


+저도 영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보는게 가장 좋아요. 출발비디오여행도 그래서 넘넘 싫어하는 코너중 하나였는데 요새 영화관에 안가다보니 가장 즐겨보는 코너가 되어버림 ㅠㅠㅠ거기 방송작가들 말빨이 너무 장난이 아니라 ㅋㅋㅋ
블랙스완 며칠전 봤는데 아...ㅠ_ㅠ 리뷰쓰기귀찮아서 여즉 냅두고 있음;

Forgettable. 2011-03-04 13:33   좋아요 0 | URL
인도여행때는 그런 사람 못만났어요??? 전 비행기표값까지 80만원 썼다는 사람 만나서 친구랑 뒤에서 진짜 욕했거든요. 도대체 얼마나 깎은거냐며;;;;;; 정말 여행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는게 문제가 아니라 너무 돈에 집착하게 되는건 옆에서 보는 것도 힘들더라구요.

출발비디오여행 영화 안볼 땐 정말 최고의 프로그램이죠. 신기한 TV 서프라이즈 끝나면 그거 보곤 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 블랙스완 보셨어요? 괜찮죠? 마지막엔 정말 소름이 좍좍좍- 전 그거 리뷰 못쓰겠더라구요. 영화 자체만으로도 할 말이 없어져서.

그나저나 대만에서 9시간 경유하며 기다리게 되어버렸는데... 그 동안 파인애플 과자 다먹어버릴지도 모른다능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