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재미있으려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기억들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그립고 아련한 느낌이 있었는데 대상이 없는 그리움이었기에 허상을 쫓는 느낌이었다. 캐릭터 누구에게서도 누군가를 떠올릴 수 없긴 했지만 오히려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 그들을 그리워하는 기분이 종종 들긴 했다.. 그러나 나랑 주인공의 접점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마저도 머나먼, 잡을 수 없는 그 무언가. 바로 이 때문에 이 책이 실제로 존재한 황금방울새를 모델로 한 그림을 중심으로 한 것은 아이러니하고 재미있는 부분이다. 이 작은 새는 손을 뻗으면 바로 잡힐 것처럼 사실적이고 생동감있다. 하지만 이렇게 진짜처럼 보이는 새는 400년 전에 그려진 그림이라 잡을 수 없다. 책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올리버 트위스트의 다저를 떠올리게 하는 보리스는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에 갇혀 자기파괴적 욕망의 사슬에 묶여있는 주인공을 자유롭게 해주었다고 본다. 보리스가 나의 친구가 아니라 다행이었지만 또한 나의 친구이기를 강렬하게 원하기도 했다.
밤늦게 이 책을 피지 말라고 띠지에 경고문이 적혀 있었는데 나의 미천한 자제력을 모른척 하고 그냥 읽다가 새벽까지 완독해버린 사람 저예요.. 워낙 등장인물이 적고 작가에게 속지 않겠다 경계하면서 보니 대체 어찌된 일인지는 중반부부터 대략적으로 상상 가능했다. 하지만 속속들이 드러나는 디테일한 부분은 역시 유추 불가능했기에 놀라움은 독자의 몫. 선물 받아서 읽었는데 취향저격 선물 감사합니다!!
단단히 대비를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또 허를 찔렸다. 역시나 재밌었다. 책 스토리에 이입하기 보다는 대체 이 작가는 뭐지? 하면서 작가에 더 관심이 가게 되었는데 작가 똑똑하고 사람 마음 잘 다루는 가스라이터일 것 같다. 그러니까 이런 캐릭터를 또 만들어내는 거겠지? 매력적이야..
오래 전 희곡동아리에 있었을 때 체홉의 연극을 많이 보러 다녔다. 희곡동아리였지만 희곡은 많이 읽지 않고 연극만 주구장창 보러 다녔는데 물론 연극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연극이 끝난 후 이어지는 술자리가 재밌어서.. ㅎㅎ 입센, 체홉, 베케트 등 많은 작품을 봤고 특히 체홉은 <갈매기>, <바냐 아저씨>, .<벚꽃 동산> 등 연극을 여러개 봐서 어쩐지 익숙한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글을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단편선에는 어디에서 볼 법하지만 또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지만 그 비밀에 그의 인생이 통째로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라던가,, 예쁘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않으며 뻔뻔한데다 특유의 냉소주의를 가진 사람에게 끌려서 진창에 빠져버린 남자들도 있고. 검은 수사를 보는 것이 과연 미친 것인지 천재성을 의미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 영민한 사람도 있다. 사실적이면서도 허구적인 요소들이 잘 섞여서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푹 끌어당기는, 기대치 않았던 낯선 여인의 키스와도 같은 소설집이다.
예전에 커피숍에서 알바할 때 디카페인 원두가 제일 안나가니까 오래되고 당연히 신선도 떨어져서 맛도 없어서 이걸 왜 먹나 했었는데 요즘 디카페인 찾는 사람 저예요.. 원두 관리 안되는 카페에서 디카페인 마시면 맛 없는데 이 드립백은 진짜 커피 마시는 느낌 나고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