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렇지만, 한 달의 중반은 넘어서야 그제서 아 이번 달이 4월이구나 하고 감지한다. 2011년이 된지 한 참 지났는데 또 이제야 2010년은 어쩐지 과거의 느낌같잖아. 라고 느끼기도 하고. 며칠 전엔 달력을 넘겨 놓은지가 언젠데 새삼스러워서 사진까지 찍어두었다. 찍은지가 언젠데 또 사진 들여다보다 새삼스러워서 올린다. 4월. 2011년.
한 2주 아팠다. 그래서 못 놀정도로 아팠냐하면, 그랬다. 또 그렇다고 해서 못 놀았냐하면, 그렇지 않다. 아픈 몸 이끌고 나가서 열심히 놀고, 열심히 아프고, 약도 열심히 먹었다. 듣지도 않는데 잘려고 먹었다. 적어도 잠은 오니까. 아무리 아파도 절대 약 안먹어서 참 구박도 많이 받았었는데, 오히려 구박하는 사람 없으니까 잘도 챙겨 먹었다.
그 동안 [펄프픽션], [디스트릭트9], [드래그미투헬], [나쁜피], [조디악], [헬보이]봤다. 베스트는 [펄프픽션],[나쁜피], 워스트는 [조디악]. 보다가 거의 잘 뻔. [디스트릭트9] 빼고는 모두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라 안전빵이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조디악]이 구려서 실망이 컸다. 모두 같은 사람과 봤다. 가끔 궁금하다. 내게 사람이 필요한건지, 이 사람이 필요한건지.
어젠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 가장 친한 친구인데, 같이 살던 남자친구와 헤어져 부모님 집에 잠시 살고 있다. 친구들 집에 한두번 가본게 아닌데 어젠 정말로 놀랐다. 집이 거의 무슨 고급형 펜션 같았다. 나 니가 부잣집 딸래미인줄 몰랐어, 하니까 그냥 중산층이라고 하는데.. '우리집도 못사는거 아닌데 왜 이렇게 안 살지, 애가 셋이라 그런가..'부터 시작해서 '그냥 외국에서 살아야겠다.'까지 별별생각이 다 들었다. 창고에서 오래된 레코드판들을 찾아 친구방의 턴테이블을 틀어놓고 춤추고 놀면서 나만 빼고 다 잘사는 것 같아서 슬펐다. 나는 잘 살고 있는 척 한다. 그러면서 잘 살고 있는 척 하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하지만 어쩔 땐 정말로 잘 살고 있는 순간들도 있다. 취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지금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