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의 생각의 지평을 넓혀준 책. 문과생이 이해하기엔 어려운 지점이 많지만 번역의 매끄러움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20년 전에 쓰여졌지만 바로 그 때문에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예측과 현실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작가는 장밋빛 미래를 예상했지만 실제 미래에는 디스토피아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작가가 보는 미래는 상위 1%에 속해 있는 공리주의자의 관점이라는 한계가 있다. 작가가 흐린눈으로 바라보는 과학의 발전 한켠의 ‘희생되는 소수’가 너무 많지 않길 바랄 뿐이다.
미국인들 목청도 크고 말이 너무 많다.. 뭐 무슨 일 일어나는 거 없이 너무 말이 많고 문장은 멋 부린 것이 미국문학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며 빨리 끝내자 하고 후르륵 넘겼는데 마지막에서 약간 뒷통수 맞았음. 별 하나 추가. 소개에 황금방울새 언급 됐던데 나는 그래도 황금방울새가 더 좋았다.
몇 년 전 드라마로 보고 사 두었는데 열심히 읽다가 중간에 멈춘 기억. 기억 하나도 안나서 다시 처음부터 재독했고 중간에 왜 멈췄는지 과거의 나란 놈 너무 멍충하다. 독서 중 기억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드라마 장면이 새록새록 겹쳐지며 떠올랐고..특히나 그들이 예상했던 미래가 현재 그대로 일어나고 있기에 씁쓸하기도 했다. 몇 십년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는 상황 ㅠㅠ책을 덮으며 좋은 독서였어! 라고 외쳤다. 다시 드라마 보고 싶다. 존 르 카레 소설들이 읽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 얘기했다가 저 얘기하고 스파이 이야기니까 등장인물 이름도 여러개임. 장면전환이 예고없이 되니까 따라가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래도 어려움을 감내할 만큼 좋다. 그 이유는 뭘까.. 꾸며내지 않았지만 생각하게 만드는 문장들.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작가. 그럼에도 개인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 과하지 않은 배경묘사. 하지만 종종 즉각적인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깔끔하고 디테일한 묘사. 인공적이거나 호들갑떨지 않는 중후한 매력이 있다. 작가가 플로렌스 퓨를 만났을 때 돈과 여성에 대해서 뭐라고 하자 플로렌스 퓨가 작가를 Old f**king fart 라고 불렀고 둘이 친해졌다는 에피소드를 좋아한다 ㅎㅎ“I looked at him and I said, ‘You’re such an old fart.’ And he said, ‘Excuse me?’ And I said, ‘You’re such an old fucking fart.’ And he paused in his story and gave me a wry smile. And then he leaned in and he said, ‘I think we’re going to get along just f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