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보다는 임팩트가 적었다. 나름 떡밥처럼 뿌려둔 것들이 회수되고 있으나 주인공이 고백했다시피 여자를 너무 좋아한다. 전형적인 고민 많고 생각 많은 첫사랑 때문에 상처주는 문과생 남자 스타일. ㅎㅎ 책 뒷면에 악의 본질이 어쩌고 하는 소개 때문에 주인공이 그것에 대해서 고민할 줄 알았으나 주인공 아드리아는 아빠는 아빠, 나는 나라며 선을 긋는다. 비겁한 모습에 사기당하는 것이 좀 쌤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이들어가며 매력 떨어지는 영재의 흔한 말로를 맞닥뜨릴지 3권을 읽어 보겠다. 그.. 죄책감에 시달리는 의사 캐릭터 뭘까? 이럴 수도 있나?
주인공이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느라고 점심 대신 까페오레 + 달콤한 빵으로 떼운다는 정보 외에는 쓸데 없는 사족들 다 걷어내고 사건에 관련된 것만 기술한다. 그렇게 쓰인 경찰의 사건파일이 재밌냐 하면 그것은.. 작가의 역량이 뛰어난 것을 넘어서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다. 이 책이 일본에서 인기 있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대체 왜…? 했지만 가연물이라는 제목이 일본의 행정쓰레기(?)를 연상시킨다는 추가 정보를 접하고 무릎을 탁 쳤다! 왜 이런 사건이 벌어졌는가 궁금증을 유발하면서 시작해서 자물쇠가 찰칵 열리듯 속시원하고 깔끔함 결말이 재미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소설적인 재미를 따지자면 상당히 애매모호하다. 작가가 자기 역량 자랑하고 싶어서 (난 굵직하고 맛있어보이는 미끼를 다 빼고도 이런 걸 이렇게도 쓸 수 있다) 쓴 책은 당연히 아니겠지만 조금 건방져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봐, 읽는 독자를 생각해서 조미료도 좀 챙겨 주라고.
추천 보고 읽고 있는데 너무 재미있다. 막연히 바르셀로나 사람들이 이기적이어서 카탈루냐 독립을 원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프랑코시절 이렇게 핍박 받은 줄은 몰랐네. 왜 카스테야노 사용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는지 이제야 이해함. 스페인에서 좀 보수적인 지방에 살았어서 그 쪽 사람들 이야기만 들은 것이 편견에 큰 영향을 주었다. 아직도 삐져있을만 하다. 인정.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단락의 구분도 거의 없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오는 기억마냥 서술되는데 이게 또 은근히 재미있다. 쉽지만은 않아서 뇌에 더 자극을 준다. 작가의 역량을 봤을 때 아주 어렵게 서술할 수도 있었던 내용이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고 중간 중간 유머러스한 코멘트까지 넣어 주신 작가님 감사합니다.
음.. 소재는 좋았으나 부사로 꾸밈을 넣은 문장들이 내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매력 없는 대사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익숙치 않은 혹은 형용사들, 반복적인 대사들이 자꾸 책을 덮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세련된 말투와 식민지시대라는 배경이 잘 어울리지 않아 몰입이 어려웠던 것 같다. 깔끔한 서울말 쓰는 사극 보는 느낌. 모국어로, 한국을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을 읽는 큰 행복함을 주는 작가들이 몇 있지만 이들이 신작을 매번 내는 것도 아니고. 고만고만한 책들 사이에서 내 취향의 새로운 작가 발굴은 너무 어렵다. 특히나 재미있어보이는 소재를 사용한 책은 이제 조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