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희곡동아리에 있었을 때 체홉의 연극을 많이 보러 다녔다. 희곡동아리였지만 희곡은 많이 읽지 않고 연극만 주구장창 보러 다녔는데 물론 연극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연극이 끝난 후 이어지는 술자리가 재밌어서.. ㅎㅎ 입센, 체홉, 베케트 등 많은 작품을 봤고 특히 체홉은 <갈매기>, <바냐 아저씨>, .<벚꽃 동산> 등 연극을 여러개 봐서 어쩐지 익숙한 작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글을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단편선에는 어디에서 볼 법하지만 또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지만 그 비밀에 그의 인생이 통째로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라던가,, 예쁘지도 않고 똑똑하지도 않으며 뻔뻔한데다 특유의 냉소주의를 가진 사람에게 끌려서 진창에 빠져버린 남자들도 있고. 검은 수사를 보는 것이 과연 미친 것인지 천재성을 의미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 영민한 사람도 있다. 사실적이면서도 허구적인 요소들이 잘 섞여서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푹 끌어당기는, 기대치 않았던 낯선 여인의 키스와도 같은 소설집이다.
예전에 커피숍에서 알바할 때 디카페인 원두가 제일 안나가니까 오래되고 당연히 신선도 떨어져서 맛도 없어서 이걸 왜 먹나 했었는데 요즘 디카페인 찾는 사람 저예요.. 원두 관리 안되는 카페에서 디카페인 마시면 맛 없는데 이 드립백은 진짜 커피 마시는 느낌 나고 맛있다.
츠바이크 내 사랑..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다. 거의 2/3 지점까지 자전적 이야기라고 확신하면서 봤는데 이것은 “… 동료 교수들” 어쩌고를 보면서도 오 츠바이크가 대학교수도 했었구나, 역시 능력자 (끄덕) 이랬던 거 보면 그냥 자전적 소설이라 믿기로 결심하고 봤던 것 같다. 어쨌든 여느 때와 같이 엄청난 흡입력을 가진 책으로 독자를 쥐락펴락하는 작가임에 틀림 없다. 과거의 여러 버전의 나 가 소환되었던 즐거운 독서였다.
질문: 북 트롤리나 북 카트 어떤가요?
광활한 미국 몬태나주에서 회색말을 타고 달리는 작은 무법자 이야기다. 이 책은 진짜 뭐라고 리뷰를 써야 할지.. 어린이들이 자기 의지와 상관 없이 겪는 고난은 받아들이기가 힘겹다. 근데 그 어린이가 사용하는 욕은 엄청 아재스러운데 f**k 혹은 son of the bi**h 이걸 꼭 이렇게 번역해야 하나 욕 번역은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책에서 ㄴㅁㅆㅍ 이런 욕을 봐야하는 독자의 곤혹스러움도 생각해 주세요… 표준어는 아니지만 자음만 ㅅㅂ정도로 해주면 적당할 것 같은데 역시 책이기 때문에 안되겠지. 개인적인 기준으로 ㅈㄲ까지 용납 가능. f**k이 ㅆㅍ만큼 어감이 센 단어는 아닌데 아무튼 괜히 고민해 보았다. 작가가 만들어둔 세계에 푹 빠져 침잠하고 있다가 작가의 말을 보고 현실세계로 조금 돌아왔다. 이들을 이렇게 맹목적이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알고 나니 더 슬펐다. 이들의 노력에도 이미 탈선한 운명의 수레바퀴는 자꾸 엇나가기만 하고.. 그럼에도 작가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힘내라 무법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