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Somersault], [Zombieland], [Almost Famous], [Stardust]를 봤다. 그러고보면 짧은 시간 동안 참 다양한 장르를 넘어들었는데, 어울리는 친구들이 다 각각의 취향을 갖고 있어서 그렇다. 영화 이야기는 딱히 할 게 없다. 요즘은 그냥 주는대로 모두 흡입할 정도로 백지인 상태라, 별 생각도 없었고, 몇 개의 기억에 남는 장면들 빼곤 남은 게 별로 없다. 받아들이고 나서 그걸 모태로 다시 새롭게 생각을 해야 하는데, 어쩜 점점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인간의 굴레에서]를 필사하기 시작했는데, 이 책이 좀 재미있다 보니까 필사는 둘째로 치고 얼른 읽고 싶어서 요즘은 그냥 읽고 있다. 원서를 보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밤에 잠이 안와서 읽다보면 금새 잠이 오니까 읽는 건데, 어째 이 책은 잠도 안오고 빠져서, 단어 찾아 볼 새도 없이 읽고 있다. 아주 좋아하는 책을 공부에 이용하는 건 어쩌면 안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친구가 내게 그나마 나같은 사람도 세상에 있어야 세상이 좀 더 따뜻하다고 했었던 적이 있었다. 잘 모르겠다. 쉽게 사랑에 빠지고, 쉽게 헤어나오고, 다신 전 애인과 맺었던 깊은 관계를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걸 90% 확신하면서도 또 사랑에 빠지고, 이번엔 다를 거라고 확신하고, 그리고 또 상처받고, 문을 닫고, 또 문을 열고, 쓸데없는 반복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 굴레에 체념한 체 몸을 맡긴다.
데이라이트 세이빙이 끝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도 역시 적응 못하고, 살면서 1시간의 간극을 가장 크게 느끼는 주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6주 남았다. 캐나다에서의 생활.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서 이제 시작인 것들도 있어서 무척 혼란스럽다. 게다가 정작 한국에서의 시작은 아직 개념조차 안잡힌 상태. 길을 찾아 이 곳에 왔고, 1년이 지나면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었는데, 남은 건 앞으로도 평생 찾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 뿐이다. 친구의 말마따나 그저 빛을 향해 걸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