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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1인용 식탁>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1인용 식탁
윤고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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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게 로 

흐르는 물처럼
네게로 가리.
물에 풀리는 알콜처럼
알콜에 엉기는 니코틴처럼
니코틴에 달라붙는 카페인처럼
네게로 가리.
(중략)

 
   

좋아하는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된 최승자 시인의 시집에 실려있는 시 중 하나. 이 책의 리뷰에 무려 최승자 시인의 시를 인용하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이것이다. 

   
 

 네 게 로 

흐르는 물처럼
네게로 가리.
삼다수에 풀리는 참이슬처럼
참이슬에 엉기는 말보로레드처럼
말보로레드에 달라붙는 예가체프처럼
네게로 가리.

 
   

시인과 작가에겐 미안하지만 난 이 슬픈 시를 읽자마자 [일인용 식탁]을 이렇게 패러디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일인용 식탁]은 정말로 미안하지만 두번째로 내가 패러디한 느낌의 책이다. 그래서 씁쓸하다. 

지인들과의 술자리에서 악평을 다느니 리뷰를 쓰지 않는다는 의견과 그래도 다른 독자를 위해서 쓰는 것이 더 낫다는 의견이 충돌했었던 적이 있었다.또 다른 지인은 시간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 모든 책에서 좋은 점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었다. 나는 작가와,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독자를 위해 악평을 다느니 리뷰를 쓰지 않겠다는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고, 싫은 책은 싫은거라고 혼자 꿍얼거렸는데, 어쩐지 이 책은 서평단 도서여서인지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서는 호평이 많은 것 같아 나같은 애가 하나쯤 있어도 되겠다 싶어서 남겨둔다.  

이야기가 다루는 사실도 좋고, 환상도 좋다. 두개 섞은 것이라면 두 손 들고 환영한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내가 이야기를 지어내게 된다면 나 역시 내 이야기에 환상을 가미해야 하기 때문에 아마 동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공상은 나의 로망이며 나의 일상이다. 이렇게 공상에 열린 마음을 가진 나마저 선택하지 않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의외로 흥미로웠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소재, 누구나 쓸 수 있는 문체, 누구나 할 수 있는 상상력으로 책 한권이 출판되었는데, 거기에서 남는 것이 씁쓸함 뿐이라, 내게 이 책은 실패작이었다. 

만약 작가가 의도한 것이 안그래도 쓸쓸한 독자들을 더욱 더 쓸쓸하게 만들 작정이었다면 작가에게 이 글쓰기는 시간낭비가 아니었을게다. 하지만 작가라면, 글쓰기의 의도를 조금 틀어야 하지 않을까. 젊고 미모로운 작가에게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걸까? 하지만 그나마 나았던 단편인 '피어싱'에서도 일본냄새가 난다. 이를테면 츠츠이 야스타카의 냄새 비슷한 것. 내겐 아직 읽지 않은 수많은 대가들의 작품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다.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도 어정쩡해서 씁쓸한 소설집에 낭비할 시간은 없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엔 나무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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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2010-06-16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우 패러디보고 빵터졌어요ㅋㅋㅋ
예가체프가 맥심커피믹스로 바뀐다면 제 취향ㅋㅋㅋ(저는 저급문화과라)


Forgettable. 2010-06-17 03:00   좋아요 0 | URL
책의 느낌이 완전 상상되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
저 맥심커피믹스에 ABC초코렛 녹여서 까페모카라고 하면서 마시곤 했는데.... 왜 이생각이;

pb 2010-06-22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잘 그런다는;;지금은 어차피 커피숍 알바라 그렇지는 않는데
괜히 처음에 어려운 커피숍용어들
지금은 그냥 오천원이면 살 수 있는 자리들에 대해
동경+무지함 ㅠㅠㅠ
지금도그래요ㅠㅠ
지금이야
커피숍알바라
커피분야는 그나마 낫지만
다른것엔 여전히 ㅎㄷㄷ;;

Forgettable. 2010-06-22 12:01   좋아요 0 | URL
커피숍 알바 엄청 부러워요 ㄷㄷㄷ
나도 여기 오기전에 하긴 했지만 여기선 커피숍 알바자리 하나 구하는데도 인터뷰 30분 ㅎㄷㄷ
동문서답 ㅈㅅ

ㅋㅋㅋㅋㅋㅋㅋ

뭐 어차피 저는 오천원이면 살 수 있는 자리에 특권의식을 갖고 있는 문화를 저급문화라 생각하기 때문에.. 품위는 거기에 앉아있는다고 생기는게 아니죠.

Demian 2010-07-0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ㅋ퐝 터지는 패러디네요.ㅋㅋ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새 근황 올라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요.ㅎㅎㅎ

Forgettable. 2010-07-06 03:17   좋아요 0 | URL
ㅋㅋㅋ 요새 조금 바빠졌어요! 새 근황 곧 올릴게요, 데미안님!! +_+
책 자체도 좀 퐝 터지는 경향이..;;;;

김엄지 2011-12-10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구아구 댓글이 재미있네요ㅋ 히히 재밌어
 
일식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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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자의로든, 타의로든 으레 책 추천을 받는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책 좀 읽는다, 하는 지인에게 추천 받은 책이다.  

나는 어느새, 일본 소설을 읽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와 다자이 오사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에게만은 찬사를 바쳤고, 찬사를 바칠 수 있는 내 취향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지만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가네시로 가즈키는 물론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마저도 치를 떨며 싫어하는 나는 일본 현대 소설이 싫다며 공공연하게 비난하고 다녔다. 하지만 일본 추리소설의 세계에 입문하고 요코미조 세이시와 교고쿠 나츠히코에 홀딱 빠져서는 일본 문학에 대한 호불호를 결정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지금, 히라노 게이치로를 만났다. 

이문열과 김훈을 좋아하느냐고 묻는 지인의 추천이었기에 사실 난 [일식]이 어느 정도의 소설일지 대강은 감을 잡고 있었다.  

아마 한자어가 난무하고, 문장에 멋을 부려놨는데 그게 쫌 멋있을테고, 약간은 전통삘이 날테고, 그래서 엄청나게 고리타분할테지. 하지만 작가의 데뷔작일테니 어느 정도 파격적인 면모는 있을 것 같으니 조금은 기대해 볼까. 

책을 펼치니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 이라는 작가명과 작품제목에서 풍기는 일본적인 풍모는 간데없고 중세 유럽이 난데없이 펼쳐진다. 꼴에 중세철학을 공부했답시고, 작가의 수준 운운하며 약간은 감탄하면서 책을 읽는데 좀 졸린다.  

그래서 3주만에 겨우겨우 읽어냈다.
3주동안 읽은 시간을 모두 합쳐보면 하루나 될까. 가독성은 있지만 한 번 손에서 놓으면 다시 잡기가 힘들다. 읽다 만 책이 도처에 수두룩한데 그 와중에 꾸역꾸역 읽게 한 힘은 어디에 있었는지. 

숙사에 돌아갈 맘도 들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걸음은 어디랄 것도 없이 마을을 배회하고 있었다. 남자고 여자고할 것 없이 마을사람들 대부분이 밖에 나와 저마다 생업에 매달려 있었다. 생각해보면, 마을에 온 뒤 내가 조금이나마 의식적으로 이곳에 사는 이들의 생활모습을 살펴보고자 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저녁답이 내리면 정해놓기라도 한 듯 주막을 찾는 사내들이 지금은모두 한결같이 무거운 얼굴로, 여위어 말라붙은 듯한 겨울밀을 마주하고 온종일 서서 노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지나가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 일손을 바쁘게 움직이거나, 기껏해야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설핏 냉소를 던지는 정도였다. 그들은 작년에 겪은 냉해의 기억 때문에 겁에 지려 있었다. 계절이 초여름에 이르렀건만, 날씨는 전혀 더워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실제로 겨울밀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작물에 병든 기색이 역력했다. 
(p.96~97)

살바도르 달리가 공포스러워 했다는 밀레의 '만종'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끝도 없는 노동의 힘겨움, 지난함으로 인한 하늘에의 외경과 공포가 문장 곳곳에 만연해 있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무시무시한 일상, 그러나 그 시선의 끝에 담긴 작가, 혹은 신의 인간애을 나는 엿보았고 이 모호한 힘은 끝까지 설득력을 갖고 나를 마지막 문장으로 이끌었다.  

75년생, 23살밖에 되지 않은 대학생 작가가 그리는 중세 유럽의 수도자라. 처음에 나는 솔직히 처음에는 헤르만 헤세와 움베르트 에코 정도를 연상하며 냉소적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히라노 게이치로는 누구 말마따나 하늘 아래 새로운 것 하나 없는 21세기에 자신만의 문체와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조해내는데 단연 성공해버렸다. 나는 이 작가의 성공을 목도하고 받았던 충격을 나는 어떤 추리소설의 반전에서도 받았던 적이 없다. 그야말로 '펑'하는 느낌이다. 어떤 평론가들은 이 작가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어쩐다 할지 모르지만, 내 보기에 이 작가는 평생 쓸 것은 모두 다 소진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예전에 교고쿠 나츠히코의 [항설백물어]를 읽고 내가 익히 알지 못했던 일본문학의 가능성에 대한 글을 썼던 적이 있었는데, 나는 이번에 이 젊은 작가의 책을 읽고 진심으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경외감이 머리에 박혀버리고 말았다. 그 마수가 뻗치지 않은 분야가 없다. 전통이면 전통, 장르면 장르, 순문학이면 순문학이 저마다 스토리며 캐릭터, 철저한 사료조사, 수려한 문장 뭣하나 부족하지 않은 작품이 존재한다. 장인정신이나 인내심따위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게 되어버린 뿌리 없이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현대문학을 더할나위없이 초라하게 만든다.  

쓰다. 괜히 코끝이 찡하다. 

 

그런데 하나, 이상한 것은 나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의 엄청난 힘에 압도되어 작가의 천재성에 감탄할 지언정, 그 이야기에 감화되거나 내 나름의 것으로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원체 손이 닿을 수 없는 이야기여서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단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점에서 한국 현대문학의 가능성을 발견하고는 다소 진정했다.  

(이것은 피해의식인가-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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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3-30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뽀게터블님의 리뷰가 하나씩 올라올때마다 나는 다른 취향만 한번씩 더 깨닫게 되네요. 난 이 사람의[달]읽으면서 미칠뻔 했어요. 그래서 차마 다른 작품을 읽지를 못하겠어요. 주변에 제가 좋아하는 지인들은 다들 좋다고 하던데, 전 읽어낼 수가 없더라구요. 지금도 그 책이 무슨 말을 한건지,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안나요. 저한텐 꽤 어려운 책이었거든요.

근데, 리뷰 잘 쓴다, 뽀게터블님
:)

Forgettable. 2010-04-03 12:40   좋아요 0 | URL
이봐요. 잘 썼으면 추천을 하라구요. 저 이거 몇시간 동안 공들여 썼는데 10분만에 휘갈겨쓴 아래 글이랑 추천수 비교되서 허탈하다구요. ㅋㅋㅋㅋㅋㅋ

락방님, [일식]도 무척 어려웠어요. 근데 이 책 추천해준 지인은 [달]보다 [일식]이 훨씬 낫다고는 하던데.. 다시 한 번 도전? 콜? ㅋㅋ
한자로 단어의 뜻을 유추해보고, 사전도 가끔씩 찾아보면서 읽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가끔은 이런 어려운 책도 좋아요. 작가가 공들였구나, 싶은 책이요. 원래는 이런거 멋부렸다면서 싫어하는데 이 책만은 나쁘지 않았어요. 전 오히려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좋아하는 편인걸요. 헤르만 헤세나 마르케스의 작품처럼 문장 자체에는 공들이지 않아서 (헉 내가 이런 댓글을 썼다니!! 공들이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문장 하나하나에 얼만큼의 치열함이 들어있는지 가늠할 수도 없는데 ㅠㅠ <-이라고 4월 3일 수정 ㅋㅋ) 읽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엄청난 내공이 스며있는 그런거요.. ㅎㅎ

오늘은 낮잠자서 아직도 안자고 있어요!

다락방 2010-03-31 08:24   좋아요 0 | URL
이 사람이 또 나 흥분하게 만드네. 나 추천했어요. 저기 저 위에 손가락모양 추천했다고요. 다음블로거 선정되서 돈 받으라고 ㅎㅎ

Forgettable. 2010-03-31 15:46   좋아요 0 | URL
알라딘 추천도 해줘요. 네? ㅋㅋㅋㅋㅋ
요러고 있다. 추천욕심 ㅋㅋ

손가락 모양 추천수 많으면 다음블로거 선정되는거였어요?

다락방 2010-03-31 18:47   좋아요 0 | URL
앗. 이게 제가 지난번에 해보니까 손가락 추천되면 알라딘 추천은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음 둘중 하나만 되는가보구나 했는데, 뽀님 댓글 읽고 다시 해보니까 알라딘 추천도 되네요. 아, 무슨 삽질을 한건지.

손가락 추천 많으면 다음블로거 선정되는거라고는 확실히 말하지 못하겠지만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가끔 뽀도 다음블로거 특종 당선되길래..난 책 사는데 보태라고 또.. ㅋㅋ

Forgettable. 2010-04-03 12:41   좋아요 0 | URL
결국.. 당선되지 않았고.......
락방님은 또 (매주 그렇듯이) 당선 되었고!

stella.K 2010-03-3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 소설은 후진 건 아주 후지지만ㅋ 일정한 향취와 멋과 각이 살아있는 것도 많아요.
전 요즘 <리큐에게 물어라>는 책 읽고 있는데, 참 뭐라 형언하기가 어렵더군요.
<일식> 읽어봐야 할텐데...저도 포겟님 말마따나 여기저기 건드려 놓은 책이 많아 참 손을 뻗히기가 쉽지 않습니다.ㅜ

Forgettable. 2010-03-31 18:49   좋아요 0 | URL
예전엔 일본 현대소설이라면 아예 제껴두어도 전혀 죄책감이 들지 않았는데, 요즘은 제껴두기가 죄책감이 든다니까요 ㅎㅎ
[리큐에게 물어라] 읽어봐야 할텐데,,, 또 제가 특히나 좋아하는 장인에 대한 이야기네요. 그것도 16세기의 다도! 스텔라님이 [일식]에 손을 뻗히기 힘든 딱 그만큼 이 책에 대한 제 마음도 그렇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읽겠지, 하며 느긋하게 기다려 보아요~ :)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 박찬일의 이딸리아 맛보기
박찬일 지음 / 창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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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어렵거나 잘난체로 들릴 수 있는 이야기임에도 쉽고, 담백하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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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 이야기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6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인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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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이란 것은 참으로 폭력적인 것이다. 나치는 무조건 나쁘고, 유태인은 불쌍하다. 조중동의 기사는 헛소리다. 과도한 신자는 나랑 안맞는다. 식민지 시절 때문이다. 유럽의 문화는 빈민층, 흑인노예의 비참한 희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등등의 수많은 고집스러운 편견으로 나는 견고하게 굳어져있고, 때론 이 단단함때문에 상처를 입는 희생자도 있었다. 

이 중에서 유럽의 문화는 빈민층, 흑인노예의 비참한 희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라는 고정관념이 [두 도시 이야기]의 독서에 영향을 끼쳤다. 나는 디킨스가 다분히 낭만적인 시선으로 프랑스 혁명을 봤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포도주통이 깨져서 온 거리에 새빨간 포도주가 흐르니, 온갖 사람들이 달겨들어 포도주가 흐르는 바닥을 핥아먹는 장면이나 눈 앞에서 높으신 귀족나으리의 마차에 치어 소중한 자식이 죽는 장면을 봐야했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그렇게 감상적으로 들렸다. 이것은 비슷한 시기에 나온 [레미제라블]의 배경과 흡사하였지만 조금 더 '보여주기'의 느낌이 강했다. 이를테면, '차알스- 당신도 어쩔 수 없는 부르주아야.' 라고 비아냥거리고 싶은 마음이 울컥울컥 거렸달까. 

물론 내가 읽은 것은 완역판이 아니므로 섣불리 판단을 할 수는 없다. 디킨스의 또 다른 작품 [어려운 시절]을 읽으면서는 빈정거릴 수 없었으니까. 게다가 이 책은 나의 고정관념의 축에 치명타를 날렸다. 바로 착한 귀족이 있었다는 것이다. 온갖 명성과 부가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가문을 버리고 영국으로 망명한 찰스, 숭고한 사랑의 희생자 변호사 시드니, 은행가, 의사인 마르벵과 그의 딸 등,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모두가 빈민과는 거리가 멀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프랑스 혁명의 피해자들이었다.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읽으며 나는 혁명의 피해자는 주동자들 자신이면 자신이었지, 멍청한 귀족들은 당해도 싸다고 생각했고, 츠바이크의 [베르사유의 장미]를 읽으면서도 국왕과 왕비의 어리석음에 통탄하며 안타까워했을 뿐 추호도 빈민층을 비난했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디킨스는 반대로 생각해보자며 슬금슬금 고정관념에 톱질을 한다. 나는 흔들리지만 그래도 귀족이 피해자일 수는 없다며 버텨봤다. 그런데 책을 덮은지 2주가 지나도 자꾸 생각이 난다. 신파조의 러브스토리가 떠오르는게 아니라, 귀족층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디킨스의 낭만적인 면모를 떨칠 수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에서 본 [바스터즈]의 리뷰에 내가 남긴 댓글에 그 블로거가 글을 남겨두었다. 식민지기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다각도로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 그렇다. 미사리가 내게 책을 많이 읽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싫어할 수 없단 말을 했을 때부터 나는 반성을 했어야 했다. 모두에게 그들 각자의 입장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프랑스 혁명 당시의 귀족들의 죽음은 처벌의 개념뿐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개념도 있었을 것이었다. 나는 오만하고 멍청해서 나쁜 독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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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특별한 봄을 즐기는 방법! 예술의 전당 '청소년음악회'에 초대합니다!
    from 한화데이즈 2010-05-27 17:33 
    안녕하세요 한화그룹 홍보팀 사회봉사단 김현 입니다. 이름만 듣고, 청소년들만 가는 음악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가요? No! 그렇지 않습니다. 청소년음악회는 청소년 뿐 아니라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해설이 있는 음악회랍니다. '나는 클래식 음악을 잘 몰라', '클래식만 들으면 졸려..', '클래식 음악은 너무 어려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바로 그 분들, 그래요.. 바로 당신을 위한 음악회에요. 예술의전당에서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는 청..
 
 
불륜의메카 2009-11-1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름이란 무엇일까? 장미라 부르는 꽃을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아름다운 그 향기는 변함이 없는 것을..

리뷰 좋네요.

Forgettable. 2009-11-16 14:48   좋아요 0 | URL
혹시 김미사리인가요? ㅎㅎ
멋진 댓글 감사합니다. ^^ 산만한 리뷰가 댓글 덕분에 빛나네요.

2009-11-16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6 1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09-11-17 09:12   좋아요 0 | URL
그러게 누가 오프라인으로 신비주의 하래요 ㅋㅋ

무해한모리군 2009-11-16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이해할 수 있으나, 저는 용서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인 마음이 손톱만한 인간이라 ㅎ

Forgettable. 2009-11-16 14:51   좋아요 0 | URL
이해하려는 시도가 성공해서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휘모리님은 저보다 배포가 크십니다. ㅎㅎ
자꾸 이런저런 자극을 받아야 하지 싶어요.

머큐리 2009-11-16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 어려운 이야기에요... 문제는 귀족이나 부르조아에서 혁명가가 많이 등장한다는 역사적 사실이죠
사실 빈민들은 스스로 일어나기에도 너무 제한적이에요.... 그러니 착한(?)귀족이나 부르조아가 필요하죠
그래도 그 착한(?) 사람들은 너무나 소수이죠. 대다수는 그렇지 못한 것도 어쩔 수 없는것 같아요
그리고 그건 여전히 마찬가지 같아요... 이해하긴 해도 용납하기 어려운 그런거죠..

Forgettable. 2009-11-17 09:16   좋아요 0 | URL
똑같은 일이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비일비재한다는 게 참 답답해요.
어째 200년 전 글을 읽으며 내가 공감을 해야 하는지, 고전의 힘이라고만 보기에는 산재한 사회적 모순이 걸리적거리고 있죠. ㅎㅎ

[두 도시 이야기]는 귀족들은 해피엔딩, 빈민층은 비참엔딩(언제나 그랬듯)으로 끝맺는답니다.

2009-11-16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7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살아온 날들이 늘어나고 머리로, 가슴으로 들어오는 텍스트들이 늘어나면서 괴로운 것은 책임의 문제다.  

취미생활로 하는 블로그에 쏟아내는 텍스트에 대한 책임,
사회생활을 하며 저질러 놓은 일들, 맡은 일들에 대한 책임,
가족과 친구들과의 관계에의 책임,
기아와 폭력에 시달리는 국내외의 약자에 대한 책임,
넓게는 고통받는 동물들과 앞으로 태어날 사람들에의 책임까지, 

이러한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아서 생기는 고통과 상처가 어찌나 많았던지, 반세기가 넘어서도 식민지와 전쟁의 아픔은 개인에서부터 국가로까지 부패시키고 있고, 수많은 영상물과 책자들이 지금까지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더 리더]도 그 상처의 한 줄기에서 태어난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쉴새없이 질문을 던지며 아픈 곳을 찌르고 있기는 하지만 여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감정과 이성에 호소할 뿐, 마땅한 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책을 꿰뚫는 문제인 '당시에 표면적으로나마 대학살에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 과연 마땅한 처벌을 받았는가'에 대한 답 마저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나하나가 저지르는 일들에 대한 책임도 못져서 급급하고 있는데, 이 책 덕분에 지구 반대편, 몇십년전 과거의 사람들의 책임까지 넘겨받게 생겼다 이말이다. 문제제기만 해놓고 답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은 소설만의 장점이자 단점이지 않을까.

판사님이라면 어떻게 하셨겠어요.
라고 당돌하게 묻는 한나의 모습은 익히 예고편과 리뷰들에서 접했기에 여파가 별로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이 여자 참 이기적이다 싶다. 사랑할 때도 이기적이더니, 유태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경비의 일을 해 놓고는 자기는 주어진 자기 일을 했을 뿐이라며 뻔뻔하게 대답하여 대중들을 놀라게한다. 물론 자기애가 무엇보다도 소중한 요즘시대에 열광받을만한 캐릭터이기도 하고 홀로코스트를 새롭게 보는 참신한 시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모습이 너무 멋지고 쿨하게 여겨지는 이시대가 나는 참 쓰다. 

그녀가 시대의 희생양이었냐- 고 묻는다면 답은 yes이다. 그러나 희생양이었다고 해서, 실제로 저지른 죄보다 더 고된 벌을 받기로 선택했다고 해서, 면죄부를 갖게 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벌을 받기로 결정한 것은 죄를 뉘우쳐서가 아니라 문맹인것을 인정하기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생계를 위해 일을 했던 것 뿐이다, 라는 변명은 당시 나치에 반대하던 수많은 독일인들을 무시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한다는 에고이즘은 타인에게 고통을 주지 않아야한다는 전제조건을 필수로 갖고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던가.  

한나와 남자주인공(?)은 모든 것이 세월에 씻겨 희미해질 무렵에 다시 만나게된다. 둘다 실로 처참한 모습으로. 그동안 무엇을 깨달았냐는 남자주인공의 질문에 한나는 글을 깨우쳤다고 대답한다. 윤리교과서 같은 남자주인공의 질문도, 여전히 지독한 자기애를 자랑하는 한나의 대답도 역겨웠다. 차라리 그 때 왜 말도 없이 떠났냐고, 그럼 너는 왜 답장해주지 않았냐고, 왜 한번도 날 보러오지 않았냐고 신파조로 원망했으면 같이 울고 속시원했을텐데, 그러기에 그들은 너무 찌들었고, 늙었던 것일까. 평생을 서로 사랑했으면서 시대가 이러했으니, 라고 자조하며 참고 참아 결국 무덤덤한 모습만 드러내는 그 쪼잔한 에고이즘이 정말 토할 것만 같았다.  

생각해보면 이들이 바로 나와 다르지 않아서 더 괴로웠던 것이다. 나였어도 다르지 않았을 것만 같은 인간의 나약하고 추한 모습이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야기로 포장되어서 너라면 어쩔거야, 라고 묻는데 이거야말로 울지도 웃지도 비난하지도 못하겠다. '한나'라는 이여자 뭐야.. 라고 황당해하면서도 끝내 그녀를 용서할 수 없다는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의 냉랭함에 공감할 수 없었던 까닭은 바로 내 모습이 한나에게 그대로 투영되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더 밉고, 그래서 더 역겨웠다.
나역시 아무것에도 책임지고 싶어하지 않는 추악한 인간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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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09-08-31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자마자 영화를 바로 봐서 내용이 약간 뒤섞였다.

순오기 2009-09-06 12:09   좋아요 0 | URL
나는 영화를 먼저 보고 몇 달 뒤에 책을 봤어요.
영화가 표현하지 못한 게 책에 나와서 그런대로 ~ 마음이 편치 않은 독서, 공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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