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스러운 탐정들 1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우석균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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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내 서재를 방문하시는 분은 잘 아시겠지만 고상한 고급 문학이 아니 이른바 우리 문학계의 비주류인 추리소설과 SF소설을 사랑하는 애독자인에 야만스러운 탐정들이란 제목에 혹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맨처음에 이 책이 제목 때문에 탐정소설 혹은 추리 소설인지 알았는데 웬걸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 아메리카 최후의 작가인 로베르토 볼라뇨의 작품이다.

하지만 같은 남미 작가로 문호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같은 이들도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 가지 사건 같은 추리 소설을 썼으니 혹 이 작품도 그런류의 추리 소설이 아닌가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추리 소설이 아닌 일반 소설이다.뭐 그래서 휙 던저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출간되자마자 라틴 아메리카의 노벨 문학상이라 일컬어지는 로물로 가예고스상과 스페인의 에랄데 소설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기에 재미있겠거니 하고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야만스러운 탐정들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천페이지에 육박하는 그야말로 길다간 장편소설이로 1부 멕시코에서 길을 잃은 멕시코인들(1975) 3부 소노라의 사막들(1976)는 두 주인공을 추종하는 17세 작가 지망생 가르시아 마데로가 1975년과 이듬해 초에 각각 쓴 일기이고 야만스러운 탐정들(1976~1996)는 제목 그대로 이 작품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두 젊은 시인 아르투로 벨라노와 울리세스 리마의 30년에 걸친 여정을 담고 있으니 연대순으로 보자면 1, 3, 2부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특이한 구조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쟈면 대학 신입생 마데로는 시 창작 교실에서 내장 사실주의의 리더 벨라노와 울리세스를 만나는데  기성 문단의 관습을 신랄하게 비웃는 이들은 1920년대 여성 시인 세사레아 티나헤로를 내장 사실주의의 선구자로 보고 세 사람은 그녀의 행적을 찾던중 기둥서방에게서 도망치려는 어린 매춘부 루페를 만나  북부 사막지역인 소노라로 떠난다(1)

그들은 그곳에서 멕시코 북부에 있는 사막 지역인 소노라에서 티나헤로를 찾아내지만 루페를 잡으러 온 일당들과 조우하고 이 과중에 티나헤로가 죽게되고 벨라노와 리마는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3)

이에 벨라노는 세상과 인연을 끊고 아프리카로 떠나고, 리마 역시 이스라엘과 오스트리아를 덧없이 떠도는데  이들의 30년 방랑을 저마다의 시각에서 예를 들면 위대한 예술가로 혹은 황당무계한 얼치기와 같이 둘을 사랑했거나 절친했거나 이제는 소원한 사이가 되었거나 혹은 잠시 스쳐가는 관계 였던 다양한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그들의 꿈과 좌절이 무엇이었는지를 독자들이 알게 된다(2)

 

야만스러운 탐정들은 작가의 일조의 자전적 내용을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두 주인공 아르투로 벨라노와 울리세스 리마는 저자 로베르토 볼라뇨와 그의 친구 마리오 산티아고의 분신이며 책속에 나오는 우스꽝스러운 내장 사실주의 역시 역자 후기에 나오듯이 실제 젊은 시절 저자가 20대 시절 멕시코 시단의 기득권층을 비판하고 거리의 삶과 일상 언어에 눈을 돌리자고 주장했던 '인프라레알리스모(밑바닥 현실주의)의 또다른 모습이 었던 것이다.

 

2부에서 전위주의 시 운동에 정열을 바쳤던 두 주인공이 어떻게 타락해 가는지를 자세히 그려나가는데 그건 아마도 반항적이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던 자신의 젊은 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리고 두 주인공의 타락은 아마도 당시 50~70년대 당시 남미를 휩쓸던 혁명 좌파와 극우세력의 틈바구니에서 나름대로 낭만적인 유토피아을 꿈꾸었던 당시 문학인들의 절망과 좌절을 표현한것이 아닌가 싶은데 책속에서도 나오는 라쿠투레의 이야기에서 알수 있듯이 마치 광주항쟁을 연상케하는 멕시코의 틀라텔루코 학살 사건을 보면서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제대도 반항이나 항의 하지 못한 문학인들의 슬픈 자화상이 아닌가 싶다.이는 3부 마지막의 비극적 결말에서 알수 있듯이 어쪄면 당시 중남미를 휩쓸던  좌우 대립과 야만적 폭력에 고통받았던 당시 문학가들의 운명에 대한 볼라뇨의 비극적 인식이 책 안에 투영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야만스런 탐정들은 천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제목 탓인지 몰라도 상당히 흡입력이 강해서 다 읽을때까지 쉽게 손에서 책을 떼지 못한다.중남미 문학의 저력을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필히 읽어 보길 권한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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