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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10 ㅣ 심야식당 1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2년 11월
평점 :
예전에 국내에서 만화는 상당히 유해한 매체로 지탄받은 적이 있었다.그래서 어린이 날만 되면 많은 학부모들이 만화책을 불태우기도 하고 만화가들이 좋은 만화만을 그리겠다고 자정 선언을 하기도 했다.게다가 불법 유통된 일본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만화들을 아이들이 보게 되면서 더욱 만화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저질 문화로 매도되게 된다.
아무래도 학부모들의 입장에선 공부에 방해되는 만화에 아이들이 빠지는 것에 상당히 걱정을 많이 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선지 일본 만화가 국내에 공식적으로 수입되게 되자 많은 학부모 단체들이 저질 일본 만화가 국내에 들어온다고 상당히 많은 반대 데모를 하기도 했다.하지만 공식적으로 일본 만화가 들어오게 되자 일본 만화가 단순히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국내와 달리 상당히 다양한 소재의 만화가 있다는 것이 소개되었고 국내에서도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이 되는 와이나 마법 천자문과 같은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만화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변화게 된다.
나 역시도 어려부터 만화의 재미에 푹 빠져서 부모님께 상당히 많은 혼이 났었지만 만화가 주는 환상과 재미 때문에 혼이 나면서도 몰래 몰래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어려서부터 만화보길 좋아하다 보니 커서도 역시 만화를 즐기는데 다양한 장르의 만화를 보면서 한가지 아쉬었던 점은 국내 만화의 경우 여러 제약때문이지 몰라도 소재의 다양성을 추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데 일본의 경우 추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화가 다양히 출간되기도 하지만 소년 탐정 김전일과 명탐정 코난으로 대표되는 오리지널 추리 만화역시 상당히 다양한 편이어서 자주 읽는 편이다.
추리 만화에 외에 좋하는 만화를 하나 더 뽑으라고 한다면 아마 요리 만화가 아닐까 싶다.일본의 요리만화는 그 소재가 매우 다양한 편인데 국내의 경우 허영만 화백의 식객이 가장 유명하다면 일본은 식객에 해당하는 맛의 달인,일본의 가정식 요리를 소개하는 아빠는 요리사,초밥요리에 매진하는 열혈소년 이야기인 미스터 초밥왕등이 국내에 가장 많이 알려진 요리 만화가 아닌가 싶다이 외에도 다수의 만화들이 있는데 소재도 다양해서 역시 초밥(미스터 초밥왕)과 일식(맛의 일본지)외에도 양식,중식,동남아식에 대한 만화와 요리외에도 신의 눈물과 같은 와인은 다루거나 바텐더과 같이 칵테일을 다룬 만화도 있을 정도고,라면 하나만을 소재로 만화를 그리기도 하는데 대부분 최소 10편을 넘는 대작들이어서 보면 볼수록 그 전문적이고 디테일한 내용에 감탄을 금할수 가 없다.
100편이 넘게 나온 맛의 달인의 경우 일본 음식외에도 세계 여러 나라의 음식과 요리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다 화학 조미료 남용,가축의 항생제문제,미일간의 쌀 개방문제등 일본사회에 상당히 민감했던 문제들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 읽는 재미와 함께 공부도 되지만 그러다 보니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좀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럼 요리 만화를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싶다면 어떤 책이 좋을까? 여러가지 만화책이 머리에 떠오르지만 야베 야로의 심야 식당이 제일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심야 식당은 여지컷 요리 만화와 그 성격을 좀 달리하는 만화책이다.일본 만화가들이 대부분 어려부터 만화에 심취해서 동인지등에 습작을 하며 20대시절에 프로 만화가로 데뷔하는 것에 반해 이 책의 저자 야베 야로는 광고 제작자로 일하다 40의 나이에 만화가로 데뷔하게 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래선지 그의 만화의 그림체는 다른 만화가와 달리 상당히 간결하다.간결하단 것은 좀 좋게 말말한 것이 제대로 된 데생을 배우지 못해서 기본기가 부족해 마치 아마튜어 그린 그림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만화가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되고 국내에서도 10권이니 간행될 정도로 인기가 좋은 것은 단순한 그림체와 달리 요리와 음식자체에 집중하는 다른 만화들과는 달리 향수와 추억을 자극하는 서정적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심야 식당은 밤 12시에 문은 여는 작은 요리 집이다.새벽 6시까지 영업하는 작은 식당은 하루 일을 마친 피곤한 셀러리맨부터 스트리퍼, 깡패 등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밤늦게 찾아오는데 좀 험상궂게 생겼지만 마음씨 착한 심야식당에 마스터는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손님들은 마스터의 음식을 먹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는 내용인데 매 에피소드가 거의 대동소이하다.
매 에피소드마다 10페이지 남짓한 짧은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꿈과 사랑,기쁨과 좌절, 인생의 쓴맛, 단맛등 인간사의 모든 희로애락이 들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마치 심야식당에 먿ㄱ은 한그릇의 우동처럼 절로 맘에 따스해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수 있는 이야기들이기에 더욱 공감이 가지않나 싶다.
심야식당에 나오는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다른 만화에선 주인공으로 나오기 힘든 30~50대의 평범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게다가 만화속에 등장하는 음식들 역시 멋지고 비싼 요리가 아닌 일본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추억의 가득한 가정식 요리가 주류를 이룬다.그러다 보니 이 만화는 드물게 청소년이 즐겨 읽기 보다는 중장년층 많이 볼거란 생각이 든다.
심야식당은 책속에 등장하는 마스터의 요리처럼 자극이 전혀 없는 마치 우리네 일상사를 보는듯한 만화다.하지만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들은 제 각각 생활의 고민을 갖고 있지만 모두다 행복하게 살고자하는 소박한 희망을 갖고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분도 에피소드를 읽을 때마다 유쾌한 웃음을 지며 삶의 피로를 잊을거란 생각이 든다.
아마도 심야식당을 보면서 느끼는 가장 큰 단점은 한 밤중에 이 책을 읽으며 심야 식당에 가서 무언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은데 아쉽게도 주변에 심야 식당이 없는 것이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