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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모자 미스터리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기원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평점 :
혹 서재를 방문하신 분들중에서 서재의 이름을 알고 계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는데-지금은 레이 아웃등의 변경으로 서재명이 보이질 않는다- 서재명이 바로 퀸의 정원이다.
퀸의 정원이라는 무슨 뜻일까 궁금하실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여왕님의 정원이란 뜻인가-뭐 배경사진이나 구체 인형을 보니 좀 그런 취향 같은데…-하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퀸의 정원은 Queen's Quorum을 내 나름대로 번역한 것이다.
Queen's Quorum는 추리 소설 수집가라도 유명한 앨러리 퀸은 추리 소설가임과 동시에 세계 최고의 미스터리 장서가로 유명한데 그가 수집한 방대한 추리소설-서지학적으로 중요한 초판본등-중에서 1845년부터 1967년까지의 사이에 전세계에서 출판된 미스터리의 단편집을 역사적 중요성,문학적 가치,희귀본의 관점에서 분류한 것으로 뒤팽이 나오는 애드거 앨러 포우의 작품부터 시작해 해리 캐멀먼의 9마일은 너무 멀다까지 총 125편을 선정하는데 개인적으로 앨러리 퀸이 선정한 125개의 단편집이 국내에서 모두 번역-125편의 단편집중 24편정도가 국내에서 번역되었다-되길 희망하면서 서재명으로 Queen's Quorum을 쓰려고 하다보니 Quorum의 뜻이 정족수(정원),혹은 선발된 그룹들이란 의미다 보니 이걸 그대로 번역하면 좀 서재명이 이상해질 것 같아서 퀸의 정원(정족수)로 살짝 바꾸었다.
얼핏보면 여왕님의 정원이니 나름 운치가 있지 않을까..^^;;;;;
서재에 방문하시는 분들은 잘 알시계지만 여러 분야의 책중에서 문학,그중에서도 국내에선 좀 마이너리그인 이른바 B급 문학인 장르 문학을 사랑하는 편인데 그러다보니 추리 소설,과학소설,판타지 소설,무협 소설들을 자주 읽는 편이다.
사실 장르 문학에 푸욱 빠지게 된 계기는 초딩시절 헌책방에서 우연찮게 구한 몇권의 동서 추리 문고 덕분이다.어렸을 때 아동용으로 축약된 셜록 홈즈 시리즈를 읽으면서 추리 소설의 재미를 알았는데 당시 구입한 동서 추리 문고에 있었던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을 읽으면서 정말 추리 소설이 이렇게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 특히 셜록 홈즈한테 없었던 독자에게의 도전은 정말 신선한 충격으로 그 부분을 읽기전에 나름 앨러리 퀸이 제시한 책속의 증거를 수집해 열심히 추측했던 기억이 난다.그래선지 그 이후 여러 거장들의 추리 소설을 많이 접하게 되고 모두 훌륭한 작품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가장 좋아한 추리 작가-가장 최고가 아니라 가장 좋아한 것이다-는 역시 앨러리 퀸이 아닌가 싶다.
아가사 크리스티를 흔히 미스터리의 여왕이라고 부르는데 장편 및 단편집 포함 80권의 책을 저술한 이유도 있지만 포와로나 미스 마플처럼 독자들이 사랑하는 명탐정을 탄생시켰기 때문인데 그래선지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아 그녀의 작품은 모두 출간되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가사 크리스티가 미스터리의 여왕이란 칭호를 받은 것은 위에 이유도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여류 추리 작가가 드문 현실탓도 있을 것 같은데 그럼 기라성 같은 추리작가들이 즐비한 남성중에 과연 미스터리의 왕은 누구일까? 정말 궁금하지하단 생각이 드는데 어디서 얼핏 읽은 기억이 나는데-뭐 기억이 가물가물 출처 확인을 부가능하다- 미스터리의 왕은 바로 앨러리 퀸이라고 한다.
독자들에 따라서 반대할 분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찬성이란 생각이 드는데 미국미스터리작가협회(MWA)의 창립자이자, 전 세계적인 미스터리 컨벤션 ‘부셰콘’과 ‘앤서니 상’의 기원이 된 평론가 앤서니 부셰는 엘러리 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 바 있다. “엘러리 퀸은 미국의 탐정 소설 그 자체이다.”로 평했다 하니 타당하지 않나 싶다.
앨러리 퀸은 앤서니 부셰가 말했던 ‘미국 탐정 소설 그 자체’처럼 미국을 대표하는 본격 추리 작가로,S.S 반다인, 아가사 크리스티,존 딕슨 카, F.W 크로프트등과 함께 추리 소설 본격 황금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하드 보일드나 스파이 소설,서스펜스 소설등이 휩쓸던 미국서 40년에 걸쳐서 본격 추리의 아성을 계속 지켰던 작가임에는 틀림없어 부셰의 평가가 타당하지만 퀸이 데뷔하던 1929년으로 되돌아 간다면 사정을 약간 달라진다.
추리 소설은 사실 1840년대 미국의 에드가 앨런 포우가 모르가 거리의 살인을 발표하면서 시작되었지만 이후 프랑스를 거쳐 영국의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탄생시키면서 영국에서 만개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그러다 보니 영국의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어찌보면 미국인들의 마음이 약간 상했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그런 미국인의 자존심을 세워준 작가가 바로 심리분석 탐정으로 유명한 현학가 파일로 번스 시리즈를 탄생시킨 S.S 반다인이다.
S.S 반다인의 파일로 번스 시리즈는 퀸의 첫 작품 로마 모자 미스터리가 나오기 전까지 벤슨 살인사건,카나리아 살인사건,그린 살인사건,주교 살인 사건을 연이어 출간하면서 당시 미국 출판 기록을 갈아치우며 미국 문학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로 미국 추리 독자들한테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후발 주자인 앨러리 퀸은 당시 미국 추리 문단의 거성으로 우뚝 솟은 S.S 반다인에게 일종의 라이벌 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 좋든 싫든 반다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고 여겨지는데 실제 앨러리 퀸은 당시 최고 인기였던 밴 다인의 성공에 자극받아 미스터리 소설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로마 모자 미스터리를 썼다고 한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를 보면 책 서문에 J.J맥이란 가공의 저자가 앨러리 퀸이란 가명을 쓴 실제 탐정이 해결했던 사건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알려준다고 하는데 이는 벤슨 살인사건에 반다인이 역시 번스라는 가명을 쓴 실제 탐정 해결했던 사건 이야기를 쓴다고 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리고 탐정의 캐릭터 였시 부유하고 현학적이며 취미삼아 검사 친구를 도와 사건을 해결하는 파일로 번스와 번스만큼 부유하진 않지만 역시 상류층이며 번스만큼은 아니지만 현학적이고 취미삼아 아버지 퀸 경감의 사건을 해결하는 앨러리 퀸 역시 매우 유사한데 단 하나 차이점이라면 번스가 물려받은 유산으로 특별한 직업없이 산다면 앨러리 퀸은 작가라는 점이 다른 뿐이다.
아마 앨러리 퀸이 가장 S.S 반다인에게 영향을 받고 라이벌 의식(?)을 느꼈다는 점을 가장 극명하게 느낄수 있는 점은 바로 제목이 아닐까 싶은데 반다인이 자신의 책 제목을 The+6글자+Murder Case(예: The Benson Murder Case 벤슨 살인사건) 형식으로 지었다면 퀸은 ‘국명 형용사 + 명사 + 미스터리’라는 형식(예: The Roman Hat Mystery )을 취한대서 잘 알 수 있다.퀸의 일명 국명 시리즈(Country Series)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는 이런 형식의 제목은 어느 정도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되면서 2기부터는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추리 소설적 측면에서도 앨러리 퀸의 Y의 비극과,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가 반다인의 비숍 살인사건과 스카라베 살인사건에 영향을 받았다는 의견이 있는데 실제 Y의 비극은 그런면이 있다고 여겨지는데 이는 독자들이 함께 읽어보고 판단해 볼 문제라고 생각된다.
1929년 앨러리 퀸이 로마 모자 미스터리로 미국 추리 문단에 등장하면서 미국 독자들은 반다인의 라이벌이 등장했다면서 상당히 환호성을 올리는데 실제 반다인과 퀸은 서로 번갈아 가며 작품을 내놓음으로써 30년대 미국의 본격 추리 소설 전성기를 이끌게 된다.
벤슨 살인 사건(1926)
카나리아 살인 사건(1927)
그린 살인 사건 (1928)
주교 살인 사건(1929)
로마 모자 미스터리(1929) The Roman Hat Mystery
스카라베 살인 사건(1930)
프랑스 파우더 미스터리(1930) The French Powder Mystery
네덜란드 구두 미스터리(1931) The Dutch Shoe Mystery
그리스 관 미스터리(1932) The Greek Coffin Mystery
이집트 십자가 미스터리(1932) The Egyptian Cross Mystery
케닐 살인 사건(1933)
미국 총 미스터리(1933) The American Gun Mystery
샴 쌍둥이 미스터리(1933) The Siamese Twin Mystery
드래곤 살인 사건(1934)
카지노 살인 사건(1934)
중국 오렌지 미스터리(1934) The Chinese Orange Mystery
가든 살인 사건(1935)
스페인 곶 미스터리(1935) The Spanish Cape Mystery
유괴 살인 사건(1936)
그레이시 앨런 살인 사건(1938)
겨울 살인 사건(1939)
위에서 보듯이 반다인과 앨러리 퀸은 30년대 서로 장군 멍군식으로 서로 추리 소설을 발표하는데 둘의 라이벌 의식이 30년대 본격 추리 소설 황금기를 이끌지 않았나 생각된다.아쉽게도 반다인이 1939년 51세의 나이로 요절하면서 둘의 라이벌 관계는 끝나게 되는데 만약 반다인 더 살아서 더 많은 추리 소설을 썼다면 아마도 본격 추리 소설을 더 풍성해 지지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는 로마극장에서 극이 한창이던 중 사람들의 약점을 가지고 협박을 일삼던 악질 변호사 몬티 필드가 독을 마시고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퀸 경감과 아들 앨러리 퀸은 사건 현장인 로마 극장에서 관객과 배우들을 조사하지만 이렇다할 증거를 찾지 못한다.그러다 앨러리 퀸은 현장에 쓰러진 필드의 옆에는 마땅 있어야할 그의 실크햇이 없어진 것을 간파하고 모자가 사라진 이유를 추론-몬티의 최고급 실크 햇 안쪽에는 그가 협박한 사람이름과 함께 몇 장의 서류가 숨겨져 있다-하여 범인을 체포한다는 내용이다.
앨러리 퀸의 첫 작품인 로마 모자 미스터리는 이후 발행되는 국명 시리즈의 기준이 되는데 아버지 퀸 경감과 아들 앨러리 퀸의 연대를 통한 합작 추리 관계,귀여운 하인 쥬나,그리고 사건 해결을 도와주는 형사들이 등장하게 된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는 앨러리 퀸의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나름 완성도를 보여주는데 특히 책속에 탐정과 독자들에게 공평하게 범인을 잡을 단서를 숨겨놓았으니 한번 추리해보라며 독자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것은 지금도 매우 신선하단 생각이 드는데 이런 류의 도전이 전무했던 30년대의 독자들은 아마 커다란 충격을 받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독자에의 도전은 앨러리 퀸의 라이벌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반다인이 스스로 “미스터리는 일종의 지적게임으로 독자와 작가와의 두뇌싸움”이라고 주장했음에도 결코 하지 못했던 일을 초보 작가였던 퀸이 해냈는데 사실 독자에의 도전은 양날의 검 같아서 너무 쉬우면 독자들에게 외면받고 너무 어려우면 비난을 받기에 조율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찬탄을 받은 앨러리 퀸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로마 모자 미스터리는 본격 추리 소설의 대가 앨러리 퀸이 처음 등장하는 작품으로 고전 추리 소설뿐만 아니라 추리 소설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도 본격 추리 소설이 참 맛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작품이기에 이 작품을 꼭 읽길 권해 본다.
참고로 앨러리 퀸 컬렉션을 내놓은 검은숲은 시공사 계열인데 알다시피 시공사는 90년대 시그마 북스로 20편의 앨러리 퀸 선집을 내놓은 바 있다.당시에는 아쉽게도 국명 시리즈중 6편을 간행했는데 이번에는 9권 전부를 번역한다니 무척 기대된다.
그러다보니 한가지 궁금한 것은 과연 이번에 번역된 검은숲의 앨러리 퀸 번역이 시그마 북스를 그대로 가져온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다시 번역한것인지 하는 점이다.시그마 북스를 다 갖고 있지만 박스안에 넣어 보관하는 중이라 다시 꺼내기 귀찮아서 그러는데 알라딘에서 확인해 보니 시공사의 로마 모자의 비밀의 번역자가 안나온다.다만 프랑스 파우더의 경우 시그마 북스의 번역자가 이제중이고 검은숲도 이제중이다 보니 그런 우려가 문득 든다.
검은 숲의 앨러리 퀸 컬렉션은 멋진 표지로 인해 더욱 더 소유욕을 갖게 하는데 만약 동일한 번역이라면 나처럼 이미 시그마 북스를 갖고 있는 독자는 구매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검은 숲에선 이점을 시원하게 밝혀주었으면 한다.
by cas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