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세계사 - 개정판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보건 복지부 장관을 역임하고 국회의원을 지냈으면 국민 참여당 대표를 맡고있는 진보 정치인으로 더 알려진 유시민은 자가 홍보용으로 책을 출간하는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정치 경력이전에 시사 평론가로 널리 활약한 사람이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독일 마인츠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시사 평론가로 날카로운 필봉을 휘두른 이답게 저서도 상당히 많은 편인데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후불제 민주주의』, 『대한민국 개조론』, 『청춘의 독서』,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광주민중항쟁』등과 노무현 대통령 사후 자서전 『운명이다』를 정리하기도 했다.

유시민이 지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2008년에 개정판이 나왔지만 사실 상당히 오랜전에 저술된 책으로 알고 있다.지금도 유시민하면 일부 보수층에서는 좌충우돌,독불장군 같은 이미지가 있는 갖고 있는 편인데 젊은 시절 유시민 역시 반골기질이 다분이 있다보니(서울대 재학시절 2번이나 제적당했다고 한다),이 책 역시 출판 당시 시각에서 본다면 요즘 국방부에서 지적하는 불온 서적에 포함될 만한 책이다.
왜냐하면 저자는 거꾸로 읽는 세계사 서문에 이 책의 앞 절반은 박종철 씨 고문살해사건에서 6월 항쟁에 이르는 격동기에 군사독재정권 타도투쟁을 선동하는 유인물을 찍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쓴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6.29선언을 속임수라고 비난하는 유인물을 만든 죄로 경찰에 쫓기던 1987년 막바지에서 다음해 봄 사이에 곰팡내 나는 반 지하 자취방에 숨어 지내면서 썼다. 하루 종일 최루탄 가스 마시며 돌을 던지고 돌아와 밤새워 썼으니 점잖고 온순한 글이 나올 수야 없는 일이다.초판 서문에서도 말한 것처럼 이 책을 군사독재정권과 양식 없는 보수주의자들이 교과서와 매스컴을 제멋대로 주물러 국민에게 주입한 맹목적 반공주의와 냉전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이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앞서 저자 약력에 소개했듯 비록 서울대 입학 초기에 사회과학계열에 진학하지만 서울대와 독일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학자다.즉 정식으로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인데 그러다보니 오히려 역사학자들이 자신의 틀안에서만 생각할수 있는 것을 과감히 타파하여 새로운 역사 해석의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공하였기에 스스로 얼치기 역사학자라고 자평하지만 이 책이 88년에 초판이 출간된 이후 근 20년 넘게 스터디 셀러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역사란 흔히 승리한 자의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의 뜻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란 것은 대부분 승자가 자신이 유리한 위주로 서술하다보니 후대의 사람들은 오로지 승자가 쓴 역사만을 진실로 알 확률이 높다.하지만 아주 가끔은 패배한 측의 역사가 살아남는 경우가 있는데 패자의 역사가 승자의 역사에 대항하여 후대인들에게 역사적 균형감을 제공하는 경우도 가끔은 있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주류의 역사,혹은 승자의 역사나 우리가 배울기회가 없거나 배울수 없어서 그냥 지나쳐 버린 매우 중요한 현대사의 한 부분을 새로운 시각에서 우리에게 제시해 주고있다.이 책은 수십년간 국시로 자리잡았던 반공주의로 인해 우리가 수업시간에 배울 수 없었던 매우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에 대해 쓴 책으로 이 책의 초판은 1980년대 말은 이른바 군사독재,공안 정국이 살벌하던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좌파적 이념인 담긴 내용이 검열에 통과되어 간행되었지 참 불가사의한데 아마도 이념적 요소가 전혀 안보이는 제목 거꾸로 읽는 세계사 덕분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아래와 같다.

1. 드레퓌스사건-진실의 승리와 더불어 영원한 이름
2. 피의 일요일-혁명과 전쟁의 시대가 열리다
3. 사라예보 사건-총알 하나가 세계를 불사르다
4. 러시아 10월 혁명-세계를 뒤흔든 붉은 깃발
5. 대공황-보이지 않는 손의 파산
6. 대장정-중화인민공화국을 낳은 현대의 신화
7. 아돌프 히틀러-벌거벗은 현대 자본주의의 얼굴
8. 거부하는 팔레스타인-피와 눈물이 흐르는 수난의 땅
9. 미완의 혁명 4.19-자유의 비결은 용기일 뿐이다
10. 베트남 전쟁-골리앗을 구원한 현대의 다윗
11. 검은 이카루스, 말콤 X-번영의 뒷골목 할렘의 암울한 미래
12. 일본의 역사왜곡-일본제국주의 부활 행진곡
13. 핵과 인간-해방된 자연의 힘이 인간을 역습하다
14. 20세기의 종언, 독일 통일-통일된 나라 분열된 사회
.
위 목차에 있는 내용들 대부분은 아마 다른 책들 읽거나 현대사에서 몇페이지로 다루었기에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강 어떤 내용인지는 알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당시 위정자들에게는 매우 불온한 내용들이어서 이 책 초판이 나오는 88년 당시의 독자들은 대부분 잘 몰랐던 사실이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책 맨 처음에 나오는 드레프스 사건은 세계사 그중에서도 프랑스사에 정통한 사람이 아니면 당최 알 수 없는 내용이고 솔직히 한국에 사는 독자들이 굳이 알 필요도 없고 사는데 하등의 지장도 없지만 저자 유시민은 자신으 저서 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맨 첫머리에 둔다.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드레프스 사건은 평범한 유태계 프랑스 장교가 적국에 기밀을 팔았다는 혐의로 체포되고 유죄선고를 받게된다. 그는 유럽에서 천년간 박해받았던 유태인이고 그점 하나만으로 군부에서 그를 강력한 혐의자로 여겼지만 드레프스의 유죄를 확정지을 증거는 전혀 없었다.이에 반 유태주의를 공공연히 선전하던 몇몇 신문사가 이 내용을 크게 다루었고 이에 군부는 몇가지 거짓 증거를 작성해 군사재판에 유죄로 확정짓는다.물론 드레프스의 무죄를 주장한 신문도 있었지만 군부와 유착한 반 유태주의 신문의 목소리에 파묻혔다.하지만 드레프스의 무죄를 믿는 피카르 중령의 노력으로 군부의 갖은 조작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재 조명되고 에밀 졸라 같은 대문호는 드레프스의 무죄를 주장하며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을 쓰게되고 결국 드레프스는 무죄선고를 받게된다.
사실 이 내용 자체만으로 현재 우리에게 크게 와 닿는 부분은 없다.하지만 저자는 이 글을 처음 쓴 88년의 상황,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박종철씨 치사 사건과 이를 은폐하려던 당시 정부와 이에 동조한 일부 신문들의 모습에서 아마 드레프스 사건을 떠올리고 거꾸로 읽는 세계사의 맨 앞부분에 썼는지도 모르겠다.
드레프스 사건에서 드레프스의 무죄를 증명하려고 애쓴 사람들은 단지 드레프스 개인의 무죄를 증명하기 보다는 자기 이익을 위한는 것이 국가 이익이라고 착각하는 군부나 지도층,공정한 재판을 하지 않는 사법부,자기의 이익을 위해 펜을 휘두른 일부 신문들,그리고 드레프스의 재심을 반대했던 이들(왕정복고파,군국주의,인종차별 주의자등등)에 맞서 시민의 자유와 권리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이해서 싸웠던 것이고 저자가 당시 독자들에게 이점을 상기시켜 주고 싶었단 생각이 든다.

피의 일요일과 사라예보 사건,러시아 10월 혁명은 모두 연관이 되있는 사건인데 제정 러시아에서 1905년 당시 러시아의 수도인 페테르부르크의 짜르가 살고 있던 겨울 궁전앞에 수십만의 가난한 노동자와 농민의 가족들이 짜르에게 일을 경감시키고 임금을 올려달라는 자비의 청원을 올리자 니콜라이 2세는 군대를 보내 수천명을 학살한 사건이 바로 피의 일요일 사건이다.러시아는 이전부터 자유 사상을 품은 젊은 청년 장교들의 개혁 움직임고 농노해방등으로 왕족과 귀족들은 불안감을 가졌기에 피의 일요일 사건을 일으킨 것인데 이로 인해 그간 자비로운 아버지의 짜르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오히려 제정타파의 혁명의 불길은 러시아 전국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사라에보 사건은 세르비아 젊은이가 자신의 국가가 아닌 오스트리아의 국적을 갖는데 현실에 분노하여 오스트리아 황태자를 저격하고 오스트리아는 범슬라브계인 세르바아에 보복을 다짐하고 러시아는 슬라브계를 돕고 유럽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그리고 1차 대전중 러시아에는 레닌의 볼세비키가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혁명을 달성하여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리고 소비에트 사회주의 인민 공화국을 세우게 된다.

지금이야 이런 내용들을 쉽게 접할 수 있지나 80년대만 하더라도 소련은 반공이 국시인 나라에서는 제 일의 적국이었기에 이런 내용들을 감히 책을 쓴다는 것을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이 책은 이처럼 당시 사람들이 쉽게 접하지 못했을 세계적인 사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전달해 주고 있다는 것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가 갖고 있는 의의가 아닌가 싶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는 역사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역사학자의 책이 아니라 진보적인 생각을 가졌던 유시민의 글이다 보니 솔직히 이념적 편향이 있을 수 밖에 없다.하지만 그간 학교에서 획일적인 시각으로 역사는 딱딱한 거야 하는 편견을 깨고 색다른 시각으로 역사를 보게 만든다.
저자는 1995년 개정판 서문에서 역사를 쓰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정치권력이 제멋대로 통제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과 토론을 억압하는 그릇된 풍토가 사라져 아무도 이 책이 전하는 '지적 반항'에 귀기울이지 않는 것이야말로 내가 진정 바라는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썼는데 과연 이 책을 읽는 현재 독자들의 입장에서 그런 자유로운 시대가 왔는지 사뭇 궁금해 진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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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1-11-29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8년 초판에는 서문에 카스피 님이 인용한 박종철이니 육이구 선언이니 하는 글은 없었는데 나중에 개정할 때 집어넣었군요.

카스피 2011-11-29 19:22   좋아요 0 | URL
넵,제가 가진 책은 95년도 개정판이니 아마 그때 새로 넣은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