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 2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 생각의나무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비록 돈은 없지만 참 가고 싶은곳이 많던 때가 있었는데 남들처럼 럭셔리한 해외 여행은 가
지 못하더라도 배낭 여행이라고 가고 싶었고,해외가 아니라면 국내 여행이라고 맘껏 하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 당장 어디로 여행은 가지 못하더라도 미리 가고싶은곳에 대한 지식을 쌓자는 생각에서 각종 여행 관련 책들과 여행 에세이들을 사 모았는데 마치 가정일에 지친 주부들이 그 쌓인 스트레스를 각종 홈쇼핑을 보면서 쇼핑하듯,여행 하고 싶은 욕구를 각종 여행기와 에세이를 보면서 풀었던 것 같다.

그렇게 사모았던 여행관련 책들중의 하나가 칼의 노래,현의 노래등으로 유명한 작가 김훈이 지은 자전거 여행2이다.저자 김훈은 웬만한 그의 팬들이라면 다아는 자전거 매니어라고 한다.아마 그런 자전거 매니어이기에 이런 여행기도 썼지 않나 싶다.
어디 인터뷰에서 본 글인데 작가 김훈은 스스로 풍륜이라고 불리우는 자신의 고가 자전거를 할부로 구입하면서 부인에게 이걸로 돈을 벌 테니 걱정말라고 큰소리를 쳤다고 하는데 그의 장담대로 자전거를 타면서 여행한 곳에 대해 쓴 여행 에세이 자전거 여행 1,2는 상당한 판매 부수를 올린 스터디셀러가 되어서 작가의 장담처럼 부인한테 상당한 액수의 생활비를 주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전거 여행2이라는 제목에서도 알수 있듯이 자전거 여행이란 여행 에세이가 있는데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자전거를 타고 남해안 일대를 다닌후 쓴 글이라고 한다.자전거 여행이 나온후 4년뒤에 자전거 여행2가 나오는데 이때는 기력이 좀 딸리시는지 강화를 시작해 가평,안성,수원 등 경기도 일대를 다닌후 쓴 글인 것 같다.
자전거 여행2에서 저자는 기존의 여행기들이 주로 차나 기차등으로 이동하거나 도보로 여행하면서 쓴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데 아무래도 저자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냐에 따라 여행의 성격이나 보고 느끼는 풍경이 완연히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차등을 이용한 여행기의 경우 그 이동 속도로 인해 이동시 풍경을 잘 묘사하지 못하고 도로로 이용시 느린 발걸움으로 주변 풍광을 디테일하게 묘사할수 있지만 속도감이 없는데 자전거 여행은 그 단점을 잘 커버하고 있는 것 같다.자전거는 자동차와는 달리 빠르게 멀리 달리지는 못하지만 차가 다니지 못하는 좁은 오솔길도 다소 험한 비포장길도 다닐수 있어 비교적 길의 구애를 받지않고 어디든지 갈수있어 힘차게 자전거 페달을 밟을 열정만 있다면 어디든지 색다른 여행을 떠날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위적인 교통 수단을 이용하지 않고 홀홀단신 자전거 한대로 여행하면서 그가 지나쳐 가는 곳의 아름다움과 그가 만난 사람들-농부와 어부,염전을 가꾸는 사람등-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문체로 묘사하고 있다.특히 책 속에는 작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따라 사진작기 이강빈이 찍은 사진들이 들어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작가가 여행한 곳을 함께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는데 사실 경기도는 서울과 멀지 않은 곳이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쉬이 갈수 있는 곳이라 일반인들의 흥미를 자아내지 못하고 있지만 흔한다고 생각되는 풍경을 이처럼 아름답게 묘사하는 것을 보면 작가 김훈의 탁월한 문학능력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책속에는 경기도의 일상이라고 하지만 인근 서울 시민들이 알지 못하는 내용들이 한 가득이다.예를 들면 한강 최하류 포구인 김포 전류리 포구에는 웅어라는 귀한 물고기가 잡히지만 도시인들이 그 맛을 몰라 20마리 한 두름에 2만원이라든가, 임진강 태풍 전망대에는 1984년 9월 홍수때 떠내려온 북한 여성의 브래지어 2개가 전시되어 있다는등 소소한 이야기가 깨알 같은 재미를 주고 있다.

자전거 여행2는 얼핏보면 가벼운 일상의 여행 에세이같지만 김훈 작가의 글이다보니 한편으론 묵직한 내용의 글들도 다수 보인다.
갯벌의 먹이사슬은 약육강식의 고통이라기보다는 순환하는 먹이의 조화와 질서를 느끼게 한다. 새가 벌레를 쪼아 먹는 사태 앞에서 부처가 느낀 절망은 그 개별적 존재들의 고통을 사유하고 있다. 그때 부처는 미성년이었다. 갯벌은 미성년의 슬픔을 훨씬 넘어선 공간으로 펼쳐져 있다. (p.116)

남한산성의 서문은 처연하다. 산성 내의 수많은 문루와 옹성과 전각들 중에서 서문은 가장 비통하고 무참하다. 남한산성 서문의 치욕과 고통을 성찰하는 일은, 죽을 수도 없고 살 수도 없는 세상에서 그러나 죽을 수 없는 삶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아마도 받아들일 수 없는 고통과 치욕이란 없는 모양이다………….삶으로부터 치욕을 제거할 수는 없다. 삶과 죽음이 서로를 겨누며 목통을 조일 때 삶이 치욕이고 죽음이 광휘인 것도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다.이 세상에는 말하여질 수 있는 것보다도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이 훨씬 더 많은 모양이다. (p.193)

유배시절에 그의 마음속에서 1801년의 일들은 어떠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었을까? 신앙인으로서 순교의 길을 끝까지 걸어간 약종 형님과 매부 이승훈의 죽음은 그의 마음 속에서 어떠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일까? ……….200년 후에 태어나 단지 책을 읽을 뿐인 후인이 그 침묵의 부당성을 공박할 수 있을까………. 삶 속에서 벌어진 일들 중에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다산의 치욕은 침묵 속에 잠겨 있다.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은 치욕이 아니라 그가 한평생 간직했던 침묵이다. 치욕은 생애의 중요한 부분이고, 침묵은 역사의 일부다. (p.236)


김훈의 자전거 여행2를 읽으면 독자들도 김훈이 페달을 밟았던 자전거 여행 코스를 따라 가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나역시 김훈 작가처럼 페달을 밟으면서 나만의 사진을 찍고 나만의 여행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일어난다.가볍기만 한 여행 에세이에 지친 독자라면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권해본다.
근데 이 책은 아쉽게도 현재 절판이다.출판사인 생각의 나무가 부도가 나서 그런 것 같은데 이 책을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할 수없이 헌책방에서 이 책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by cas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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